지난 15일 조은석 특별검사가 발표한 내란·외환 특검 수사결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준비됐으며, 그 목적이 '권력 독점·유지'였다고 규정했다. 총 238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249건을 접수해 27명을 기소하는 대규모 수사였다.
그러나 정작 내란의 '진짜 동기'는 여전히 미궁 속에 남아 있다.
김봉식이 말한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
지난 2월 13일 헌법재판소.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이 증인석에 섰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저녁 7시 30분경 삼청동 안가에서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국방장관, 조지호 경찰청장과 함께 있었다. 비상계엄 선포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국회 측 변호인이 물었다. "그 당시에 개인적인 가정사에 대해서도 얘기했다고 했는데, 그게 뭔가요?"
김봉식은 답변을 피했다.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변호인이 재차 추궁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으로 온 국민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왜 도대체 이런 비상 계엄을 선포했는지 궁금해합니다."
그제야 김봉식이 입을 열었다.
"지금 뉴스에 나오고 있는 그런 부분과는 전혀 결이 다른 부분들입니다. 여러 가지 어떤 특검이라든지 이런 부분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부분들입니다. 대통령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고 그 당시 느낌을 받았습니다."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2025.2.13 헌법재판소)

김건희 특검, 명태균 특검, 채상병 특검과 "전혀 무관"하면서, 동시에 "지극히 개인적"인 것. 그것이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제시됐다는 증언이다.
특검이 밝힌 '공식 서사'
특검은 비상계엄의 목적을 '권력 독점·유지'로 규정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차기 대선에 대비 모든 좌파세력 붕괴", "헌법개정(재선~3선)", "선거권 박탈" 같은 문구가 발견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메모에는 정치인 체포조와 체포 명단이 적혀 있었다.
윤석열이 2022년 11월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나에게 비상대권이 있다. 내가 총살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다 싹 쓸어버리겠다"고 발언한 사실도 확인됐다. 북한의 무력도발을 유도해 계엄 명분을 만들려 했고, 부정선거를 조작해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것이 특검의 결론이다.
정치적 반대 세력 제거, 권력 영구화. 익숙한 쿠데타의 문법이다.
삼청동 안가에서는 다른 얘기가 오갔다
문제는 삼청동 안가에서 윤석열이 경찰 수뇌부에게 한 설명이 이 '공식 서사'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쿠데타에는 실행 조직을 움직일 '명분'이 필요하다. 군에게는 '적의 위협'이, 경찰에게는 '법적 정당화'가 필요하다. 명분이 약하거나 조직별로 다른 설명이 필요할 때는, 실행 조직을 따로 불러 설득해야 한다.
12월 3일 삼청동 안가 회동이 바로 그런 자리였다. 윤석열은 조지호와 김봉식에게 무엇을 말했나.
김봉식의 증언에 따르면, 윤석열은 "종북좌파 세력들이 사회 곳곳에서 나라를 혼란시키고 탄핵도 남발되고 예산도 마음대로 해서 정부가 일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특검이 밝힌 '공식 서사'와 일치한다.
그런데 윤석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개인적인 가정사"를 이야기했다. 김봉식은 이것이 뉴스에 나오는 각종 특검들과 "전혀 결이 다르다"고 했다.
조지호와 김봉식이 "알고 있는" 것
계엄의 명분이 되려면, 듣는 사람이 공감하거나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윤석열이 조지호와 김봉식에게 "개인적인 가정사"를 계엄 명분으로 제시했다면, 그것은 두 사람이 이미 알고 있거나 관여한 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개인적인 가정사"는 무엇인가. 김봉식 증언에 따르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한다.
첫째, 조지호와 김봉식이 알고 있거나 관여한 것.
둘째, 김건희 특검, 명태균 특검, 채상병 특검과 무관한 것.
셋째, 대통령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것.
2023년 말~2024년 초, 경찰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이 세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 무엇인지 추적하려면, 조지호와 김봉식의 경력과 그 시기 경찰 수사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1년 대선 국면에서 이른바 '쥴리 의혹'이 불거졌다. 김건희 씨가 1990년대 후반 강남 라마다르네상스 호텔 유흥업소에서 '쥴리'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다. 안해욱 전 대한초등태권도연맹 회장은 1997년 5월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의 초대로 라마다르네상스호텔 6층 VIP룸에서 '쥴리'를 만났다고 실명 증언했다. 김건희 씨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이 의혹은 대선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2023년 11월 초,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안해욱에 대한 별건 수사를 종결했다. 같은 해 12월 12일, 김건희 씨의 비서 최지우가 증언하면서 라마다르네상스 6층 도면이 증거로 개시됐다.
2024년 1월 18일, 서울지방경찰청이 안해욱에 대해 갑작스럽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월 1일 영장이 기각됐는데, 이 영장심사 과정에서 법원에 김건희 씨 사촌 이지수의 '쥴리' 관련 음성녹음 파일이 제출됐다. 법원과 경찰, 수사기관을 통해 대통령실에 이 사실이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 인사를 보면, 조지호는 2024년 1월 27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됐다. 안해욱 구속영장 신청 직후, 영장 기각 직전의 시점이다. 이후 8월 9일 경찰청장으로 승진했다. 김봉식은 2024년 8월 14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됐다.
'쥴리'와 '개인적인 가정사'
김봉식이 말한 "개인적인 가정사"의 조건을 다시 보자.
김건희 특검, 명태균 특검, 채상병 특검과 "전혀 무관"해야 한다. '쥴리 의혹'은 이 특검들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 디올백 수수나 주가조작 의혹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조지호와 김봉식이 "알고 있거나 관여"해야 한다. 안해욱 수사는 서울지방경찰청 소관이었고, 조지호는 2024년 1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했다. 구속영장 신청과 기각이 그의 재임 시기에 일어났다.
대통령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어야 한다. 영부인의 과거 유흥업소 근무 의혹보다 더 개인적인 가정사가 있을까.
특검이 파지 않은 곳
특검 수사결과 발표문 어디에도 삼청동 안가에서 언급된 "개인적인 가정사"에 대한 규명은 없다. 특검은 노상원 수첩, 여인형 메모, 대통령실 CCTV, 최상목 지시문건 등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봉식 증언이 드러낸 '빈 공간'은 채워지지 않았다.
조지호와 김봉식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졌는지도 불분명하다. 두 사람은 기소 명단에 없다. 34건의 미처리 사건이 국가수사본부로 이첩됐지만, 이 '빈 공간'을 채울 수사가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다.
장기 준비와 직접적 계기는 다를 수 있다
현재 내란 사건에는 두 개의 서사가 공존한다.하나는 특검이 제시한 것이다. 2022년부터 계엄을 기획하고, 북한 도발을 유도하려 했으며, 부정선거를 조작해 국회를 무력화하려 했다는 것.
두 서사가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의 계엄 준비와 권력 독점 의도가 있었더라도, 실제로 12월 3일 계엄을 '결행'하게 만든 직접적 계기는 다른 것일 수 있다. 총을 오래 장전하고 있었더라도, 방아쇠를 당기게 만든 것은 별개의 사건일 수 있다.
영부인의 과거를 둘러싼 의혹이 법정에서, 경찰 수사에서, 그리고 언론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던 시점. 그것이 방아쇠였을 가능성을 특검은 왜 추궁하지 않았나.
밝혀지지 않은 동기
특검은 비상계엄의 '준비 시기'와 '궁극적 목적'은 규명했다. 그러나 왜 하필 지난해 12월 3일이었는지, 무엇이 윤석열을 그날 밤 계엄 선포로 내몰았는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김봉식은 헌법재판소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라며 증언을 거부했다. 특검은 이를 추궁하지 않았다.
45년 만의 비상계엄, 27명 기소, 238명의 수사 인력. 그러나 정작 "왜 그날이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삼청동 안가의 어둠 속에 묻혀 있다.
모든 범죄 수사에서 '동기'는 핵심이다. 수사의 문은 여기서 열린다. 그 문이 열리지 않는 한, 내란 수사는 완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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