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632만평 기업도시 15년째 유치실적 '제로'…해남군, 인근 토지 8배 가격에 김치공장 부지 사줬다
BS그룹 자회사엔 평당 8만원, 해남군엔 평당 55만원…같은 시기 거래
해남 솔라시도 기업도시 15년간 민간기업 유치 실적 전무
해남군, BS그룹 조성 부지를 인근 거래가 8배 넘는 119억에 매입
감정평가는 매도자 측 한 곳만…해남군 자체 감정평가 없이 계약
BS그룹, 명현관 군수 집성촌 출신 6급 공무원을 상무로 영입
세금 400억 들여 녹지 공간에 정원 조성…시행사 부담 비용을 국비·군비로
전라남도 해남군에 632만평 규모의 기업도시 '솔라시도'가 있다. 2010년 사업 승인, 2013년 착공.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단지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총 사업비 약 8조원. 조감도는 남해안의 실리콘밸리를 그리고 있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이 거대한 부지에 입주한 민간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미국 세 번 다녀와도 유치실적 제로
솔라시도는 BS그룹(옛 보성산업)과 전라남도가 공동으로 조성하는 국책사업이다. 서해 갯벌을 간척해 만든 부지다. 투자유치가 안 되자 BS는 2023년 2월 문재인 정부 기획재정부 1차관 출신 고형권씨를 투자유치위원장 겸 부회장급으로 영입했다. 고형권씨는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경제 전도사 역할을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기재부 차관을 지냈다. OECD 대사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BS그룹이 지역구 의원과 해남 명현관 군수를 종합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인물로 고형권씨를 낙점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그러나 고형권씨 영입 이후에도 민간기업 유치 실적은 여전히 제로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명현관 해남군수는 미국 투자유치 출장을 세 차례나 다녀왔다. 갈 때마다 "대박이 터질 것처럼" 분위기를 띄웠다. 명현관 군수는 군의회 의장, 부의장, 수협 조합장 등 지방선거에서 표에 도움이 되는 인사들을 대거 수행단에 포함시켰다. 군비로 출장을 다녀온 것이다. 매번 귀국 후에는 "2조6000억 투자유치" 같은 보도가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됐다. 실적 부풀리기였다.
인근 토지 8배 가격에 김치공장 부지 매입
유치실적이 전무한 가운데 유일하게 이 부지에 들어온 것은 해남군이 세금으로 사준 김치원료 공급단지다. 재생에너지 기반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겠다던 기업도시에 김치공장이 들어선 것이다. 해남군의회에서도 당초 기업도시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격이 문제다. 2023년 12월 해남군은 BS그룹 SPC(서남해안기업도시개발)로부터 7만2000㎡ 부지를 119억원에 매입했다. 평방미터당 약 16만6000원, 평당 약 55만원이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전, 같은 SPC가 바로 인근의 16만5480㎡ 부지를 자회사인 주식회사 아영에 34억원에 넘겼다. 면적은 두 배 이상 넓은데 가격은 3분의 1도 안 된다. 평방미터당 약 2만원, 평당 약 8만원이다. 단위면적당 매각 가격이 8배 이상 차이 난다.
물론 용도가 다르다. 김치공장 부지는 산업용지, 아영 쪽은 유원지 용도다. 그러나 SPC 직원은 뉴탐사 취재진에게 "632만평 전체가 하나"라며 "조성원가는 평균 8만원 정도"라고 먼저 설명했다. 감정평가서에도 "인근 지역과 대등하게 평가했다"고 적혀 있다. 같은 기업도시 안에서 비슷한 시기에 거래된 인근 토지가 34억인데, 해남군에는 119억을 받았다. 용도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설명되지 않는 격차다.
감정평가, 매도자 한 곳에만 맡겼다
더 심각한 것은 감정평가 과정이다. 해남군청 유통지원과 관계자는 뉴탐사 취재에 "기업도시 특별법에 따라 SPC 쪽에서 감정평가를 해온 걸 기준으로 산정했다"고 말했다. 해남군이 자체적으로 감정평가를 맡긴 적은 없다고 했다. 군청 관계자 스스로도 "보통 세 곳 정도는 한다. 기본적으로 두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는 한 곳에서만 받았다.
SPC 직원은 기업도시 특별법을 근거로 들었지만, 정작 본인이 "특별법에 그런 내용은 없다"고 시인했다. 매도자 측과 해남군이 "합의"해서 한쪽에서만 감정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감정평가 비용이 1000만원 정도 드는데, 100억원이 넘는 토지 거래에서 이 비용이 아까워 한 곳에만 맡겼다는 셈이다.
SPC 관계자는 "감정평가 자체가 70~80만원이 나왔는데 55만원에 팔았다. 나름대로 싸게 판매했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매도자가 의뢰한 감정평가를 매도자가 낮춰줬다고 자랑하는 것이 과연 매수자인 해남군 주민에게 의미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해남군청 관계자는 "감정평가 기관이 한 것이지 우리가 한 게 아니다. 감정평가 기관에 문제가 있다면 거기 가서 확인하라"고 말했다. 119억원 집행은 군수까지 보고되는 전결 규정 사안이다.
BS그룹이 영입한 명OO 상무
BS그룹의 자회사 SPC에는 명OO이라는 상무급 임원이 있다. 해남 화산면이 명씨 집성촌이고, 명현관 군수 역시 같은 지역 출신이다. 지역 언론은 BS가 명현관 군수를 겨냥해 이 인물을 로비스트로 영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명OO 상무는 뉴탐사 통화에서 전남도청 경제자유구역청 소속 6급 투자유치 전문위원이었다고 밝혔다. 2019년 말 솔라시도로 왔다. 국내 도급순위 50위권 안에 드는 BS그룹이 6급 계약직 공무원을 상무급 임원으로 영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명OO 상무는 명현관 군수와의 관계에 대해 "해남 화산이 명씨 집성촌"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 전에는 잘 몰랐다"고 했다. 같은 집성촌에서 나고 자란 사이인데, 해남군을 상대로 투자유치 업무를 하는 회사에 있으면서 해남군수를 몰랐다는 답변이다. 같은 회사에서 투자유치위원장으로 일하는 고형권 전 차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했다.
녹지 조성에 세금 400억
해남군은 솔라시도 부지에 김치공장을 사주는 것과 별개로 생태정원 조성 사업에도 약 400억원의 세금을 투입하고 있다. 국비·도비·군비가 섞여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생태환경 정원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고, 김영록 전남지사와 명현관 군수가 이를 솔라시도에 접목시켰다.
기업도시 특별법에 따르면 녹지 조성은 시행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다. SPC 관계자도 "정원 조성 사업과 녹지 조성 사업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행사가 조성해야 할 녹지 공간에 세금 400억이 투입되면 시행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SPC 측은 "아직 돈이 집행되지 않고 설계 단계"라고 했지만, 사업 자체는 진행 중이다. 해남군비도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청백리 이미지와 현실의 괴리
명현관 해남군수는 대외적으로 청백리 군수로 알려져 있다. 봉급을 안 받는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15년간 유치실적이 전무한 기업도시에 미국 출장을 세 차례 다녀오면서 대규모 수행단의 출장비를 군비로 집행했다. 인근 토지 대비 8배 가격에 김치공장 부지를 사주면서 자체 감정평가조차 하지 않았다. 시행사가 부담해야 할 녹지 비용을 세금으로 대신 충당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해남군청은 뉴탐사 취재에 "솔라시도 사업은 원래 전남도 사업이다. 해남군 사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까지 다녀오며 투자유치 성과를 자랑하던 때와는 다른 태도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현재 전남·광주 특별시장 후보 3강 중 한 명이다. 솔라시도의 파행에 대해 김영록 지사와 명현관 군수 모두 공동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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