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김충식 수첩의 '세계로교회 메모', 특검 수사의 실체와 언론의 '펌프질'

특검 공식 발표 없이 추측만 난무하는 '이재명 테러 배후설'

2025-09-03 17:00:15

김충식의 수첩에서 발견된 '손목사(세계로교회) 아산 배방 부동산 7억'이라는 메모를 둘러싼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확인된 사실보다 추측과 순환 인용이 만들어낸 거품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검 발표 없는 '특검 수사' 보도의 허구


평화나무 '쩌날리즘'은 특검이 김충식과 이재명 대통령 피습 사건의 연관성을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를 아무리 읽어봐도 특검이 직접 발표하거나 확인한 내용은 찾을 수 없다. 모든 정보의 출처는 열린공감TV 고정 출연자이기도 한 최혁진 의원의 매불쇼 발언으로 귀결된다.

▲평화나무가 발행하는 인터넷신문 쩌널리즘 기사(2025.9.3)


문제는 최혁진 의원조차 신뢰할 수 없는 정보원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최 의원은 매불쇼에서 "특검 수사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했지만, 정보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나중에 이 정보원이 이어령 전 장관의 손녀를 사칭한 것으로 의심되는 여성 A씨로 밝혀졌다. 수사 보안을 핑계로 출처를 숨겼을 가능성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신원조차 불분명한 인물의 전언을 근거로 특검 수사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특검의 공식 확인 없이 이런 불확실한 정보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흥미로운 것은 최혁진 의원이 발의한 김충식 특검법안에 정작 이재명 테러 관련 내용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매불쇼에서 그토록 강조한 테러 배후 의혹이 실제 특검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 의혹이 얼마나 근거가 빈약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매불쇼에 출연해 특검 수사가 있는 것처럼 발언중인 최혁진 의원(2025.9.1)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정천수 PD가 이미 김충식 메모의 작성자를 모른다고 시인했으며, 심지어 자신의 필체와 비슷하다고 털어놨다는 사실이다. 작성자조차 불분명한 메모 하나로 특검 수사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실 보도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김충식 측근들의 증언도 일관성이 없다. 김충식의 비서 이재성은 세계로교회 메모 때문에 특검 조사를 받았다고 했지만, 뉴탐사가 확인한 바로는 김충식 귀가 후 특검 소환은 해당 메모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화 상대방인 A씨는 처음에 이어령 전 장관의 손녀로 소개됐으나 지금은 신원 자체가 불투명하며, 현재는 연락처를 바꾸고 잠적한 상태다.


2024년 테러와 2011년 부동산, 시간대가 맞지 않는 연결고리


아산 배방면을 매개로 여러 사건을 연결하려는 시도도 면밀히 검토하면 허점이 드러난다. ESI&D(구 방주산업)는 2011년 10월 이전에 이미 아산 배방에서 남양주로 이전했고, 김진성이 부동산 중개업소를 연 것은 2012년 3월이다. 두 사건 사이에는 최소 5개월의 시간적 공백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2024년 1월 2일 발생한 테러를 김진성이 준비한 시점에서 김충식이나 최은순과 김진성을 연결하는 구체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단지 같은 지역명이 언급됐다는 것만으로 10년 이상의 시간차를 뛰어넘어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은 무리한 추론이다.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와 이재명 테러의 연관성 역시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뉴탐사가 테러 직후인 2024년 1월에 이미 보도한 내용인데, 당시에는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결국 세계로교회에 대한 수사 없이 김진성만 기소됐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뉴탐사 보도 내용과 유사한 메모 하나로 다시 특검 수사를 거론하는 것은 새로운 증거 없는 의혹의 재생산에 불과하다.


열공-매불쇼-평화나무로 이어지는 순환 인용의 고리


이 사건 보도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특정 진영 언론들의 순환 인용 구조다. 열린공감TV가 보도한 내용을 매불쇼가 받아서 증폭시키고, 이를 다시 평화나무 쩌날리즘이 기사화하는 방식으로 정보가 순환된다. 평화나무 이사장 김용민이 열린공감TV 출연자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독립적 취재와 교차 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펌프질'에 가깝다.


같은 진영 내에서만 정보가 순환되면서 추측이 사실로 포장되고, 의혹이 확인된 진실처럼 유통되는 과정은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한다. 독자들은 여러 매체가 보도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위험에 노출된다.


'밀정' 프레임으로 비판 자체를 봉쇄하는 위험한 신호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마저 봉쇄하려는 움직임이다. 사실 확인을 요구하거나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하면 '김충식 감싸기'로 매도당하고, 심지어 '밀정'이라는 극단적인 비난까지 듣게 된다. 열린공감TV의 보도 방식을 비판하면 밀정이 되고, 특정 유튜버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면 갈라치기로 몰리는 상황은 건전한 비판과 토론의 공간을 질식시킨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선을 넘은 행위다. 언론과 시민사회는 서로를 감시하고 비판하면서 발전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자기 진영의 주장이라면 무조건 옹호하고, 비판적 시각은 적으로 간주하는 진영 논리가 팽배하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진실 규명이 불가능하다.


김충식 프레임에 갇혀 사라지는 권력 비리의 본질


현재 김충식에게 쏠리는 과도한 관심도 문제다. 윤석열, 김건희, 최은순을 둘러싼 핵심 의혹들이 김충식이라는 브로커 한 명의 이야기로 축소되고 있다. 김충식의 메모나 발언들이 모든 의혹의 열쇠인 것처럼 다뤄지면서, 정작 규명해야 할 권력형 비리 의혹들이 희석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김충식이 실제로 이재명 테러의 배후라면 별도의 특검도 필요하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증거만으로는 그런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반복 유포되면서 본질적인 문제가 호도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팩트체크와 열린 비판이 답이다


언론이 지켜야 할 원칙은 분명하다. 확인된 사실과 추측을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특검이 수사 중이라고 보도하려면 특검의 공식 확인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간대와 인과관계를 정확히 검증해야 하며, 같은 진영끼리 서로의 보도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는 순환 구조를 끊어야 한다.


무엇보다 비판적 시각을 적대시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건전한 의구심이다. 이를 '밀정'이나 '갈라치기'로 매도하는 것은 스스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자해 행위다.


진실은 선동이 아닌 사실을 통해서만 드러난다. 독자들은 검증된 정보와 합리적 분석을 원하지, 순환 인용과 추측의 나열을 원하지 않는다. 더구나 비판을 봉쇄하고 진영 논리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는 시도는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킬 뿐이다. 언론과 시민사회가 이런 기본적인 원칙을 지킬 때, 비로소 김충식 사건의 실체도, 더 나아가 권력형 비리의 진실도 명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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