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진보 진영의 대표적 미디어로 자리잡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경향신문이 최근 연일 김어준의 '팬덤 정치'를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뉴탐사는 9월 7일 방송에서 뉴스공장의 실제 영향력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최근 논란이 된 보도들을 검증했다.
경향신문의 김어준 비판이 간과한 2가지
경향신문은 9월 초부터 김어준과 뉴스공장의 팬덤 정치, 민주당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을 연일 비판하는 기사를 내놨다. '김어준 생각이 민주당의 교리다', '미디어 권력을 따르는 사람들' 등의 제목으로 뉴스공장이 민주진보 진영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려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의 비판은 두 가지 중요한 지점을 놓쳤다.
첫째, 김어준이 거대 미디어 권력이 된 데는 경향과 한겨레의 책임이 크다는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국 사태, 이재명에 대한 정치검찰의 수사, 지난 총선 때 민주당 수박계 논란 등 중요한 순간마다 진보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치검찰의 논리를 대변하거나 민주당의 도덕적 타락을 지적하는 데 급급했다. 민주진보 진영 시민들이 갈 곳이 없을 때, 그 공백을 김어준이 채웠다. 경향과 한겨레가 하지 못한 역할을 뉴스공장이 대신하면서 공중파 방송 수준의 거대 미디어로 성장했다.
둘째, 김어준이 스스로 '편파적이다, 우리는'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편파방송임을 드러내놓고 표방하는 것은 오히려 솔직한 태도라는 점이다. 공정성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정파적 방송을 하는 조중동이나 종편보다 투명하다. 시청자들도 뉴스공장이 민주진보 진영의 방송임을 알고 듣는다. 문제는 이제 그 편파성이 민주진보 진영의 공론장 자체를 지배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는 데 있다.
데이터가 말하는 '조국혁신당 플랫폼'
뉴탐사가 2024년 4월 11일(총선 다음날)부터 2025년 9월 5일까지 약 5개월간 뉴스공장 유튜브 제목에 나온 출연자 이름을 전수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국회의원 1인당 평균 출연 횟수를 분석해보니, 조국혁신당은 13.9회로 민주당(5회)의 거의 3배에 달했다. 12명에 불과한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170여 명의 민주당 의원들보다 훨씬 자주 출연한 것이다.
개인별로 보면 더욱 극명하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61회로 국회의원 중 최다 출연을 기록했고, 신장식 의원(41회), 김준혁 의원(24회), 이해민 의원(7회), 김선민 의원(6회), 황운하 의원(5회) 등 조국혁신당 의원 대부분이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찬대 의원(3회)보다 훨씬 많이 출연했다. 심지어 민주당 의원 중 최다 출연자인 김병주 의원(49회)보다도 박은정 의원의 출연 횟수가 많았다. 조국 전 대표도 수감 기간(2023년 12월~2024년 8월)을 제외하고도 16회나 출연했다.
정청래 47회 vs 박찬대 3회, 기울어진 전당대회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부터 압도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졌다. 8월 2일 전당대회 전까지 정청래 후보는 47회 출연한 반면, 박찬대 후보는 단 3회에 그쳤다. 15배가 넘는 출연 격차는 단순한 편파를 넘어 당내 경선 구도 자체를 왜곡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 주목할 점은 당 대표들의 출연 횟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총 48회 출연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조사 기간 중 단 2회만 출연했다. 이재명 대표 시절에는 뉴스공장의 보도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당을 운영했던 것과 달리,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는 뉴스공장과 민주당이 거의 동조화되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총선 때도 김어준과 정청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이재명 당시 대표는 연동형을 선택했고 결과는 압도적 승리였다. 이는 뉴스공장이 사실상 조국혁신당과 정청래 대표의 전용 플랫폼처럼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당대회 후 상위 출연자들, 최동석 처장 흔들기 '우연의 일치?'
전당대회 이후 뉴스공장 출연 패턴도 흥미롭다. 출연 1위는 박주민 의원으로 8월에만 5회 출연했고, 2위는 양부남 의원(5회)이었다. 두 의원 모두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로, 박주민 의원은 서울시장, 양부남 의원은 광주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뉴스공장 프리미엄을 얻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선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전당대회 이후 뉴스공장 3회 이상 출연한 상위 5위권 중 4명이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다. 윤건영 의원이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했고, 이어 박지원, 박범계, 박주민 의원이 가세했다. 이들은 모두 전당대회 이후 뉴스공장에 3회 이상 출연한 의원들이었다. 인사혁신처장이 주요 공직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뉴스공장 다출연 의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최동석 처장을 흔든 것이 단순한 우연일까? 권력이 뉴스공장으로 기울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로 보인다.
김어준의 '음모론 변명', 팩트체크 게으름은 정당화 못해
김어준은 자신의 보도 방식을 이렇게 변호한다. "추론은 본질적으로 음모론이다. 권력을 상대할 때는 적극적으로 추론하는 것 이외에는 실체적 진실에 도달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주장이지만, 이것이 기본적인 팩트 확인조차 하지 않는 게으름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대표적 사례가 말레이시아 전투기 수출 건이다. 뉴스공장은 김충식 수첩에 적힌 '강구영 사장, 말레이시아 비행기 수출 36대 중 16대'라는 메모를 근거로 김충식이 극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비선실세라고 주장했다. 박선원 의원까지 출연해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뉴탐사가 확인한 결과, 이 내용은 이미 2022년 3월부터 언론에 공개된 정보였다. 2023년 2월 계약 체결, 1차 18대, 2차 18대 수출 등의 내용이 모두 1년 전부터 기사화됐던 내용이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확인 가능한 사실을 '극비 정보'로 포장한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손목사 메모다. '손목사 세계호교회 아산 배방부동산 7억'이라는 메모를 근거로 이재명 테러 배후설을 제기했지만, 메모의 진위를 확인하려는 기본적인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신용한 교수는 메모가 2023년 수첩 후반부에 있으니 "가을일 것"이라고 추론하고, 이를 이재명 테러와 연결시켰다. 하지만 이재명 테러는 2023년 6월에 발생했다. 가을에 모의했다면 시간상 맞지 않는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손현보 목사 "김충식 메모? 500년 전 소설"
뉴탐사는 김충식 메모와 관련해 손현보 목사를 직접 취재했다. "김충식 메모 들어봤냐"는 질문에 손 목사는 "500년 전 소설 같은 얘기"라며 일축했다. 김충식에 대해서도 "그 사람이 뭐하는 사람 누구죠?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손 목사는 자신이 이재명 테러 배후로 지목되는 것에 대해 "우습게 그 무슨 가치가 0.1%라도 있으면 대응할 텐데, 음모론 중에 음모론"이라며 일축했다. '이재명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설교에 대해서도 "사법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비난한 것이지, 사람을 죽이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수사당국에서 그런 게 있으면 수사를 하겠죠. 300년 동안 파봐도 아무 영향력 없는 것"이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2024년 1월 사건 직후와 달리 매우 여유만만한 태도는 그만큼 테러 배후를 밝힐 증거가 사라졌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사돈이 국정원 고위간부" 손현보 목사 첫 시인
이재명 테러 배후로 의심받는 손현보 목사는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중요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동안 "그런 거 물어본 적도 없고 말한 적도 없다"며 부인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사돈이 국정원 부산지부장 등 고위간부를 지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국정원 고위간부를 지낸 건 알지만 잘 모른다"고 말했지만, 사돈이 국정원 간부였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거짓말로 보인다. 이는 손 목사와 정보기관의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김충식 메모 취재한 기자 '단 한 명도 없어'
가장 충격적인 것은 김충식 메모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후에도 손현보 목사에게 확인 취재를 한 기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손 목사는 "김충식 씨 관련해서 목사님한테 전화 걸어온 기자는 없었나요?"라는 질문에 "그런 사람은 오늘 처음이네요. 제가 처음입니까? 네"라고 답했다.
김충식 메모가 국회에서까지 거론되고 대형 유튜버들이 연일 다루는 상황에서, 정작 메모에 등장하는 당사자에게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언론이 얼마나 취재 없이 추론과 받아쓰기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기자가 접근 가능한 모든 팩트를 확인하고 그에 기반해 추론해야 하는데, 팩트 체크 노력 없이 추론만 하면 무책임한 음모론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조찬기도회 참석 장로 "김충식? 특검도 속으면 안 돼"
권지연 기자가 서울 동부리더스 조찬기도회 참석자들을 직접 취재한 결과는 김충식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 참석 장로는 김충식을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을 상세히 증언했다.
"김충식은 도예가가 아니다. 똑같은 접시에 '극명준덕'이라는 사자성어만 넣어서 유명인들에게 선물하고 사진 찍는다. 정세균, 김부겸 등과 찍은 사진으로 자기를 홍보한다. 명인이라고 하는데 2013년 광주의 한 화가가 만든 명인예술협회 회원증을 가지고 다닌다. 그의 작품은 5만원짜리도 안 되는 가치다."
이 장로는 김충식의 갤러리를 두 번이나 직접 방문해 확인했다고 했다. "QR코드를 넣은 납골당 사업을 제안했는데, 너무 과장된 것을 사람들이 믿게 만들었다. 송파문화원장도 1년만 하고 논란 끝에 그만뒀다. 절대 속으면 안 된다. 특검도 속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충식과 함께 일했던 한 여성도 이 장로에게 "저 사람은 도인이다. 저 사람 말은 거짓말이다"라고 털어놨다는 것이 증언이다. 동부리더스 조찬기도회 참석자들도 "김충식은 존재감이 없었고, 도대체 어느 교회 장로인지도 모르겠다"며 "왜 여기 오는지 이상했다"고 입을 모았다.
조국혁신당 성비위는 침묵, 김충식 메모는 적극 보도
9월 4일 강미정 전 조국혁신당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성추행 사건을 폭로했다. 김보협, 신우석 당직자의 성추행, 그리고 이를 덮으려 한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조국 유죄 확정일인 10월 12일에도 노래방에서 성추행이 발생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다음날인 9월 5일 뉴스공장은 이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댓글에서는 "왜 조국혁신당 얘기 안 하냐"며 난리가 났다.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민주당보다 3배나 많이 출연하는 방송이 정작 당의 심각한 내부 문제는 외면한 것이다. 반면 검증되지 않은 김충식 메모는 적극적으로 다뤘다. 이는 뉴스공장의 편파성이 단순한 정치적 성향을 넘어 선택적 보도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어준과 뉴스공장이 윤석열 정권 하에서 대항언론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조중동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느 정도 수평으로 맞추는 순기능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도 권력이 되었고, 민주진보 진영의 공론장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권력에는 그에 걸맞은 책임과 검증이 따라야 한다. 팩트에 기반한 비판적 저널리즘, 그것이 진정한 언론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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