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손솔 의원, 법사위에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 검토의견서 제출
“수사·기소 분리와 피해자 권리 강화, 함께 설계해야”
김한규 의원안을 골격으로 보완수사요구 실효화…수사권·기소권 통제와 피해자 권리보장 결합

진보당 손솔 국회의원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른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 검토 및 의견」을 담은 검토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번 의견서는 오는 10월 2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 맞는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쟁점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사기관과 공소기관의 권한 통제, 부실수사 보완,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 강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의견서는 형사소송법 개정이 다음 세 가지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첫째, 수사와 기소를 실질적으로 분리해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가진 공소기관이 사건의 증거를 직접 수집하고 실체를 형성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검찰의 수사권뿐 아니라 공소청에 남는 기소권의 오·남용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셋째, 경찰과 중수청의 부실하거나 미진한 수사를 실질적으로 바로잡고, 피해자의 절차적 권리를 현행보다 강하게 보장해야 한다.
의견서는 이 세 가지 기준을 실현하기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을 ▲수사·기소 분리 원칙의 관철 ▲보완수사요구 제도의 실효화 ▲비권력적 기소 전 사실확인의 명확화 ▲경찰·중수청에 대한 중층적 통제 ▲공소청 기소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 ▲피해자 권리의 독자적·전면적 강화 등 여섯 가지 축으로 정리했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 공유
‘권한 폐지 이후’ 수사 공백과 피해자 보호 대안 구체화
의견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김용민·박은정 의원안, 차규근 의원안, 김한규 의원안을 비교·분석했다.
김용민·박은정 의원안은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수사인권보호관과 시민 참여형 공소심의회, 고소·고발 사건 처리기한,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등 형사사법체계 전반을 폭넓게 개편하는 ‘체계 개편형’ 법안이다.
손솔 의원이 제출한 의견서도 공소청 검사에게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공유한다. 보완수사 역시 수사에 해당하며,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가진 공소기관이 직접 증거를 수집할 경우 수사와 기소의 실질적인 분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의견서는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원칙을 선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권한 폐지 이후 경찰의 부실수사와 사건 지연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피해자가 자신의 사건에서 어떤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더욱 구체적인 제도 설계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세 개 발의안 가운데 보완수사요구와 재수사요청 절차를 가장 정밀하게 규정한 김한규 의원안을 심사의 기준안으로 삼았다.
김한규 의원안은 보완수사요구의 대상과 이유를 문서에 구체적으로 적도록 하고, 경찰이 원칙적으로 한 달 안에 보완수사를 마치도록 규정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담당 수사관의 직무배제·교체·징계를 요구하거나, 다른 수사관서를 지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의견서는 이 같은 김한규 의원안의 보완수사요구 체계를 골격으로 유지하면서, 김용민·박은정 의원안의 수사인권보호관, 검사의 객관의무와 기소권 통제 장치, 차규근 의원안의 수사 기본원칙과 별건수사 금지, 민변과 여성단체가 제안한 피해자 권리보장 제도를 결합하는 ‘원용형 수정안’을 제안했다.
손솔 의원은 “김용민·박은정 의원안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세운 법안이라면, 이번 의견서는 그 원칙을 유지하면서 권한 폐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수사 공백과 피해자 보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구체적인 답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급 보완수사요구·다른 기관 재수사로 부실수사 통제
의견서는 공소청 검사에게 직접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는 대신, 보완수사요구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완이 필요한 사실관계와 증거, 적용 법률과 판례를 문서에 구체적으로 적도록 하고, 수사기관에 법정 이행기한과 회신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검사는 요구한 내용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끝까지 관리하도록 했다.
공소시효가 임박하거나 디지털 증거 등이 사라질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3일 이내 등 초단기의 이행기간을 정하는 ‘긴급 보완수사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을 다시 수사할 때 같은 담당자나 같은 조직의 기존 판단이 반복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종전 수사기관이 아닌 다른 수사기관이나 상급 수사기관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담았다.
경찰이 수사한 사건은 중수청이, 중수청이 수사한 사건은 경찰이 다시 살펴보거나 상급 경찰관서에 재수사를 맡기는 방식이다. 수사기관의 확증편향과 ‘제 식구 감싸기’를 피할 수 있는 우회로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고소·고발 사건이 보완수사 단계에 이르기 전부터 장기간 방치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차 수사 자체의 처리기한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개 자료 검토는 허용하되 증거를 직접 만드는 수사는 금지
의견서는 검사가 기소 여부와 공소유지를 판단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활동을 모두 수사로 보아 금지할 경우 형사절차가 오히려 마비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공개된 자료와 판결문, 전문 학술자료를 검토하거나 고소취소·처벌불원 의사표시를 접수하는 행위, 사건관계인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자료를 받는 행위는 비권력적인 ‘기소 전 사실확인’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검사가 직권으로 사건관계인을 불러 조사하거나 강제력과 위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며, 사실확인의 결과물을 새로운 증거로 만들어 재판에 제출하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고소인·고발인 또는 피의자가 신청하는 경우, 검사가 이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검사 면담 신청 제도’도 제안했다. 검사의 직권 소환은 금지하면서도, 서류만으로 사건을 판단할 때 생길 수 있는 공백과 피해자의 절차적 소외를 줄이자는 취지다.
경찰과 중수청도 독립적·시민적 통제 받아야
의견서는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한 뒤 경찰과 중수청에 수사권이 사실상 집중되는 만큼, 수사기관에 대한 통제 장치를 중층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수사기관에 개방형 직위로 독립성이 보장되는 ‘수사인권보호관’을 두고, 수사 과정의 인권침해와 현저한 수사권 남용에 관한 민원을 독립적으로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사인권보호관은 수사방식 변경과 담당 수사관 교체를 권고하고, 필요한 경우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기관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그 이유를 서면으로 설명하도록 했다.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도 법률에 근거를 두고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나 피의자, 변호사 등이 수사 중이거나 종결된 사건의 적법성과 적정성에 대한 심의를 신청하고, 수사기관이 그 결정을 존중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한 자리에 통제받지 않는 경찰권을 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의견서의 기본 입장이다.
수사권 폐지만으로 검찰개혁 완성되지 않아
공소청의 기소권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의견서는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더라도 공소청에는 사람을 재판에 넘기거나 사건을 불기소할 수 있는 강한 권한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부당하게 기소해 당사자를 괴롭히거나, 반대로 기소해야 할 사건을 불기소해 묻어버릴 가능성을 모두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키고,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검사의 객관의무’를 법률에 명문화하도록 제안했다.
불기소처분을 법원이 다시 판단하는 재정신청 제도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신청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고소인뿐 아니라 고발인과 피해자로 확대하고, 신청기간을 충분히 보장하며, 신청인이 기록을 열람·등사하고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신청인을 위한 국선변호사 제도도 제안했다.
법원이 공소제기를 결정한 사건은 불기소처분을 했던 공소청이 다시 맡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별도의 공소유지변호사를 지정해 기소와 재판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민·박은정 의원안의 시민 참여형 공소심의회에 대해서는 기소권을 시민이 통제한다는 취지를 적극 반영하되, 법원 소속 기구가 아닌 독립위원회 형태로 다시 설계하거나 별도 법률로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피해자 보호를 검사의 권한 아닌 피해자의 권리로 입법
의견서는 피해자 보호가 검사의 수사권을 유지하기 위한 논거로만 소비돼서는 안 되며, 피해자가 직접 행사할 수 있는 독립적인 권리로 형사소송법에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피해자가 수사 개시와 진행상황, 처분 결과를 주기적으로 통지받고, 그 내용과 법적 의미를 쉽게 설명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피해자가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는 일반적인 권리를 마련하고, 경찰이 이를 허용하지 않을 때는 구체적인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했다. 불송치 결정을 내릴 때도 주요 증거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어떤 법률적 근거로 결론을 내렸는지 상세히 적도록 했다.
수사가 장기간 진행되지 않거나 기본적인 수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피해자가 직접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의가 제기되면 수사기관은 일정 기간 안에 담당자 변경이나 수사계획 수립 등 필요한 조치를 결정하고, 피해자가 이에 불복할 경우 상급기관의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검사가 보완수사요구나 재수사요청, 불기소처분을 하기 전 피해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도 제안했다.
피해자변호사 제도는 성폭력·아동학대 등 일부 범죄에만 한정하지 않고 형사소송법의 일반 제도로 확대하도록 했다. 피해자변호사가 수사 단계부터 재판까지 참여해 피해자의 의견을 밝히고 필요한 소송행위를 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살인·상해·성폭력 등 중대범죄 피해자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재판에 참가하고, 증거를 신청하거나 증인과 피고인에 대한 질문을 요청하고 양형에 관한 의견을 밝힐 수 있는 ‘피해자 공판절차 참가 제도’도 제시했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성적 이력이나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을 공격하는 신문을 제한하고, 미성년자나 장애인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공판준비절차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견서는 여성단체와 법조단체가 제기한 피해자 보호의 우려를 직접 보완수사권의 존치가 아니라, 통지·기록 열람·이의제기·면담·의견진술·피해자변호사·공판 참가 등 피해자 자신의 권리로 전환해 입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0년 만의 형사사법체계 재설계…권한 폐지 이후까지 답해야”
손솔 의원은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히 일부 기관의 권한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80년 만에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체계를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줄인 뒤 그 권한을 다른 기관에 그대로 집중시켜서는 안 된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산하고, 모든 권한이 견제와 국민의 통제 아래 놓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의원은 “김용민·박은정 의원안이 수사·기소 분리와 검사의 수사권 폐지라는 원칙을 분명하게 제시했다면, 이번 의견서는 그 원칙을 유지하면서 부실수사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경찰과 중수청의 권한을 누가 통제할 것인지, 피해자를 어떻게 형사절차의 주체로 세울 것인지까지 하나의 제도로 연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없애는 것만으로 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찰과 중수청의 부실수사를 실질적으로 바로잡고, 공소청의 기소권을 통제하며, 피해자가 자신의 사건에서 직접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손 의원은 “형사사법개혁의 기준은 기관의 권한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여야 한다”며 “수사·기소 분리와 피해자 권리 강화를 함께 실현할 수 있도록 충분히 숙의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책임 있는 법안 심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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