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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은 TV조선에 1억5천 패소, 한동훈은 뉴탐사에 8천만원 승소... 왜?

같은 법원, 다른 판결... "증언 불확실" 인정한 판사의 모순된 판결문

2025-08-16 00:35:29

임은정 검사가 TV조선을 상대로 제기한 1억 50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2심에서도 기각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5월 30일 제출된 상고장은 단순한 개인 간 소송을 넘어, 우리 사법부가 언론 자유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특히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뉴탐사 기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심이 80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린 것과 비교하면, 법원이 조선일보 계열에는 관대하고 독립언론에는 가혹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TV조선의 단독 보도와 법원의 관대한 판결


2021년 7월 15일, TV조선은 임은정 검사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의혹' 사건을 조사하면서 증인을 협박했다는 단독 보도를 내보냈다. 보도의 핵심은 한 전 총리 재판 당시 검찰 측 증인이던 A씨의 주장이었다. A씨는 "임 검사가 구속 가능성을 언급하며 협박했다"고 진술했고, "정답을 정해놓고 그 정답을 얘기 안 하면 이해가 안 간다고 얘기하는 것 같더라"고 주장했다.


TV조선은 A씨가 2020년 11월과 12월 대검찰청으로부터 5차례 소환통보를 받았고, 압박감을 느낀 A씨가 이후 조사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녹취록이나 제3자의 확인은 없었다. 오직 증인 한 명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한 보도였다.


그런데 법원의 판단은 언론사에 우호적이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언론사들이 보도한 내용이 사실과 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사실과 다름이 증명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임은정 검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도 마찬가지였다. 법원은 임 검사가 TV조선 보도의 허위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언론사의 손을 들어줬다. 조선일보 계열의 보도는 증인 한 명의 진술만으로도 충분히 보호받았다.


뉴탐사의 청담동 술자리 보도와 가혹한 8천만원 판결


2022년 10월 24일, 더탐사(현 뉴탐사 기자들)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를 보도했다. 더탐사는 술자리 참석자인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와 통화로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첼리스트 박모씨와도 더블 체크를 했다. 게다가 박모씨가 당시 남자친구와 통화한 녹음 파일까지 확보했다.


녹음 파일에서 박모씨는 "윤석열, 한동훈 왔다"고 명확히 말했다. 더탐사 보도 직후 박모씨는 큰오빠와 오마이뉴스 하작가에게도 "윤석열 왔다"고 같은 내용을 전했다. SBS 등 다른 언론사들과의 인터뷰에서도 부인하지 않았고, 트위터 친구들과도 같은 전제로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경찰 조사를 앞두고 갑자기 "거짓말이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후 2023년 4월 옷가게를 방문한 손님과의 대화에서 다시 "윤석열, 한동훈 왔다"고 말했다가, 2024년 8월 법정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또 번복했다.


이렇게 수차례 진술이 오락가락했음에도, TV조선보다 훨씬 많은 증거를 갖고 있던 뉴탐사는 한동훈 전 대표가 김의겸, 강진구, 박대용, 최영민, 권지연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1심에서 8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증언은 불확실하다"던 판사의 모순된 판결


여기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난다. 한동훈 손배소 1심 재판장은 재판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증이라는 게 항상 불완전한 거라는 건 다 알고 계시니까 그게 이제 피고들이 말하는 것이 무슨 권력 이런 거 그런 거 아니다 하더라도 다른 이유로도 이게 인증이라는 게 불확실할 수도 있거든요."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 정하정 부장판사(2024.12.18)

[편집자 주: 인증(人證)은 피고인, 증인 등 사람의 진술이 증거가 되는 경우를 뜻하는 법률 용어다. 이에 반해 물증(物證)은 문서, 녹음 파일 등 물리적 증거를 말한다.]

판사 스스로 증언의 불확실성과 불완전성을 인정한 것이다. 증언이 본래 불확실한 것이라면, TV조선이 의존한 증인 A씨의 진술도 불확실하고, 뉴탐사가 확인한 첼리스트의 진술도 불확실하다. 그런데 왜 TV조선은 승소하고 뉴탐사는 패소했는가.


판사가 증언의 불확실성을 명확히 인정하면서도 뉴탐사 기자들에게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은 스스로 모순에 빠진 것이다. 증언이 불확실하다면, 언론사가 취재 당시 그 증언을 믿고 보도한 것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는가. 오히려 불확실한 증언이라도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확인하고 녹음까지 확보한 뉴탐사의 취재 과정이 더욱 정당성을 갖는다.


입증책임 배분의 이중잣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입증책임의 배분이다. 임은정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인 임 검사에게 "보도가 허위라는 것을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임 검사가 이를 입증하지 못하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일반적인 원칙에 부합한다.


그런데 한동훈 사건에서는 사실상 피고인 언론사에게 "보도가 진실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입증하라"는 부담을 지웠다. 첼리스트가 최초 진술을 번복했다는 이유로 80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해왔다. TV조선은 이 기준에 따라 보호받았다. 그러나 더 많은 증거로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를 충족시킨 뉴탐사는 8000만원을 배상해야 했다.


공인의 지위와 공익성 판단의 차별


두 사건의 주인공은 모두 검사 출신 고위 공직자다. 임은정은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이었고,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이었다. 검찰 조직 전체를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이 일선 검사보다 더 높은 직위이며, 공적 검증의 필요성도 그만큼 크다.


헌법재판소는 "민주제도 아래에서는 정치인 등 공적 인물의 공적 활동에 대한 비판은 광범위하게 허용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이 원칙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에 대한 보도는 더욱 폭넓게 보호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더 철저한 취재가 오히려 불리한 역설


이 두 판결이 언론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충격적이다. TV조선처럼 증인 한 명의 주장과 소환 통보 사실만 확인하면 승소하고, 뉴탐사처럼 여러 취재원을 확인하고 녹음까지 확보하면 패소한다. 더 철저하게 취재할수록 오히려 불리하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판결이 계속된다면 언론사들은 굳이 교차 검증을 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단일 증언만 받아서 보도하는 것이 법적으로 더 안전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는 탐사보도의 위축과 언론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계열과 독립언론에 대한 차별적 대우


두 판결을 종합하면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다. TV조선은 증인 한 명의 주장만으로 1억 5000만원 손배소에서 승소했다. 반면 뉴탐사는 복수의 취재원 확인과 녹음 파일까지 있었는데도 8000만원을 배상해야 했다.


법원이 언론사의 간판을 보고 판결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조선일보 계열에는 관대하고 독립언론에는 가혹한 이중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법원의 선택이 가져올 의미


임은정 검사의 대법원 상고는 단순한 개인의 명예 회복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대법원이 이번에도 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면, 그것은 TV조선의 보도 방식이 정당하다는 것을 최종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많은 증거를 가진 뉴탐사의 보도는 당연히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만약 대법원이 "조선일보 계열의 보도는 정당하지만, 독립언론의 보도는 부당하다"는 모순된 입장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한국 사법부가 언론의 자유를 선별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다. 유사한 사건에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면, 그것은 법치가 아니라 자의적 지배다. 대법원은 이번 기회에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모든 언론은 그 규모와 성향에 관계없이 동등한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


"같은 법원, 다른 판결"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법 앞의 평등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편집자 주

이 기사를 작성한 후 임은정 검사의 페이스북을 확인한 결과, 대법원이 8월 14일 상고를 기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임 검사는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재소자 증인의 진술 신빙성을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은 채 인터뷰 내용을 발췌 보도했고, 그 거짓말에 따르더라도 제가 구속시키겠다고 협박한 것이 아니라 '당시 겁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 것을 협박 운운 보도한 것임을 확인했으니 소송한 보람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대법원은 TV조선의 불충분한 검증에도 불구하고 언론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제 뉴탐사 사건의 항소심이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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