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침묵을 깨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윤석열 정권 시절 언론탄압의 상징이 된 '청담동 술자리' 사건의 디지털 증거 조작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하는 자리였다. 30일 오전 뉴탐사 강진구 기자는 사건 핵심 인물인 첼리스트의 휴대전화에서 추출된 1200개 내비게이션 파일을 전수 분석한 결과, 경찰 포렌식 기록상 시속 588km로 이동하는 등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기록들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전남 순천갑)이 소개 의원으로 나섰고, 김성수 시사평론가와 인터넷기자협회 관계자들도 함께했다.
김문수 의원은 "1%의 의혹이라도, 1%의 억울함이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디지털 포렌식 자료가 수사에서 결정적 증거로 활용되고 있기에 증거의 진본성과 무결성이 매우 중요하며 증거가 오염되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만약 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치나 경로가 포함되어 있다면 특정인에 대한 유무죄를 떠나 국민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는 수사 신뢰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금기 깨고 참석한 김문수 의원
청담동 술자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연루된 의혹 사건이지만, 민주당 내에서조차 공개적으로 다루기를 꺼려왔다. 한동훈이 제기한 민형사 소송에서 김의겸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질문한 것만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이 있음에도 기소됐고, 민사에서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청담동 술자리 언급을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의원들이 대부분 꺼리고 있음에도 김문수 의원은 뉴탐사 보도 내용과 분석 보고서를 검토한 다음 기자회견 참석을 결정했다.
시속 588km, 1분에 100km 순간이동
강진구 기자는 이날 첼리스트 휴대폰에서 추출된 1200개 내비게이션 파일을 전수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 포렌식 결과 첼리스트가 2022년 7월 19일 용인에서 강남까지 44분 만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시속 588km로 이동해야만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강 기자는 "경찰은 첼리스트의 전 남자친구 자택이 있는 경기 용인시에서 논현동 골프연습장까지 44분 만에 도착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퇴근 시간대에 44분 안에 도착하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경로도 완전히 이탈했다. 구룡터널을 빠져나와서 바로 강남으로 가지 않고 경부고속도를 타고 유턴해서 양재 나들목으로 빠져나온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경로"라고 지적했다.
강 기자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골프장에 도착하는데 필요한 거리는 97km이고, 44분 안에 도착하려면 시속 133km로 달려야 한다"며 "구룡터널을 빠져나와서 양재IC로 빠지는 지점까지 직선거리 2km, 이동거리는 총 9.8km인데, 경찰 포렌식 결과는 이 거리를 1분 만에 돌파한 걸로 나온다. 9.8km를 1분 안에 도착하려면 시속 588km"라고 밝혔다. 압수수색 약 10일 전인 2022년 11월 10일과 18일에는 1분 사이에 100km 이상 떨어진 도시를 순간 이동한 기록도 발견됐다. 강 기자는 "강원 인제군에서 경기 안산시까지 200km 넘는 거리를 1분에 이동한 걸로 나온다"며 "AI 보안 전문가 감정 결과 외부에서 데이터 파일이 심어질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법원, 선고 두 달 연기
이 분석 보고서는 지난 28일 이미키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됐다. 이미키는 청담동 술자리가 자신의 카페에서 열렸다는 보도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강진구 기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보고서 제출 다음 날 당초 31일 예정됐던 선고를 12월 12일로 약 두 달 연기했다. 강 기자는 "골프연습장은 논현동 언주로에 있는데, 골프연습장에서 출발한 그 시각에 내비게이션 안내음이 '언주로'가 아니라 '압구정로'라고 한다"며 "이러한 결과들은 실제로 첼리스트가 실제 이동한 경로가 아니고, 누군가에 의해서 내비게이션을 파일을 짜깁기 편집해서 휴대폰에 심은 것으로 강력히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동훈, 더 이상 숨을 수 없다"
강 기자는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제는 첼리스트의 휴대폰에서 추출된 디지털 증거가 조작된 상황이기 때문에 첼리스트의 증언도 더 이상 증거 가치가 없다"며 "더 이상 한동훈이 첼리스트 혹은 경찰 수사 결과 뒤에 숨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첼리스트의 휴대폰에서 추출된 디지털 증거가 조작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상 첼리스트의 증언도 더 이상 증거 가치가 없다"며 "더 이상 한 전 장관은 첼리스트 휴대전화 경찰 수사 결과 뒤에 숨을 수 없다. 한 전 장관이 청담동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았고 억울하다고 판단한다면 본인이 직접 그날 어디 있었는지 소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한 전 장관과 별개로 소송을 제기했던 논현동 주점 업주 이미키 씨 같은 경우는 자신의 업장과 청담동 술자리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장소가 주요한 쟁점"이라며 "이 씨는 청담동 술자리의 실제 여부와 상관없이 경찰의 포렌식 결과 청담동 고급주점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느냐, 이번 사건하고 무관하지 않느냐고 주장을 했는데, 이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이제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김성수 시사평론가는 "청담동 술자리는 윤석열 당선인 확정 4개월 후, 취임 2개월 만에 벌어진 사건"이라며 "이 게이트를 덮기 위해 2022년 12월 1일 잘못된 수사 보고서를 경찰이 작성하게 하고 그다음날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직접 기자와 언론사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청담동 술자리 게이트'를 덮기 위해서 저들은 무슨 짓이든 해야 됐고, 그 결과는 결국 잘못된 수사 보고서를 경찰이 작성하게 하고 그 다음 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직접 기자와 언론사를 상대로 고소하고 민사소송을 걸고, 국회의원까지 묶어서 소송을 거는 작태로 발현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분석 내용은 청담동 술자리 관련 재판에 참고 자료로 제출됐다.
최신뉴스
여러분의 회비는 권력감시와 사법정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취재 및 제작에 사용되며, 뉴탐사가 우리사회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뉴탐사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