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영화 '신명' 정천수 "사기 당해 빚뿐"…석명 기한 앞두고 또 말 바꿔

제작비 부풀리기 의혹에 이어 '사기 피해' 주장…변명만 세 번째

2026-02-28 00:47:05

영화 '신명' 수익 빼돌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열린공감TV 정천수가 26일 방송에서 "또 사기를 당했다"며 "빚이 감당이 안 된다"고 밝혔다. 주주대표소송 재판부의 석명준비명령 제출기한(3월 2일)을 나흘 앞둔 시점이다. 제작비 15억→28억 부풀리기 의혹에 이어, 법인 정리 시사(2월 5일)에 이은 세 번째 방어 논리다. 그러나 같은 방송에서 한 다른 발언들을 대조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수익 거의 100% 돌려줬다"는 말


정천수는 26일 방송에서 "신명이란 영화를 기획 제작을 해서 어느 정도 수익을 냈죠. 그 수익을 거의 100% 다 투자자분들한테 돌려드렸습니다"라고 말했다. 발생한 이익금을 제작사 몫까지 포기하고 전액 투자자에게 배분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런데 정천수는 지난 12월 30일 방송에서 "천만 원 투자하신 분이 400만 원 가까이 이자를 받았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원금 포함 회수율 약 140%다. 5월 16일 투자 모집 당시 정천수가 약속한 수익률은 "최대 500%"였다. 1000만원 투자 시 5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78만 관객을 동원하고도 투자자 수익률이 40%에 그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 통계에 따르면 '신명'의 총매출은 약 74억9600만원이다. 한국 극장 매출의 통상적인 배분 구조를 적용하면 제작·투자 측 귀속분은 30억~37억원으로 추정된다. 정천수가 말한 대로 순제작비가 15억원이라면, 홍보비를 넉넉히 잡더라도 상당한 순수익이 남아야 한다. 정천수가 "이익금의 100%를 투자자에게 줬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이익금 자체가 왜 이렇게 작은지가 의문이다.


결국 제작비 부풀리기 의혹으로 돌아온다. 제작비가 15억이 아니라 28억이라면 이익금은 크게 줄어들고, 투자자 수익률이 40%에 그친 것도 설명이 된다. 제작비를 부풀려 이익금을 줄인 뒤 "이익금의 100%를 돌려줬다"고 말하면, 숫자상으로는 맞지만 실질적으로는 투자자 몫을 빼돌린 셈이다.


"사기 당했다"는데 누구에게, 얼마를

▲2026년 2월 26일 열린공감TV 영상 캡쳐


정천수는 "사람을 너무 잘 믿어서 또 당했어요"라며 "그런 상황 속에서 좀 사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빚이 너무 커진 거예요. 감당이 안 돼"라고 했다. "하루 종일 울어봤어요. 침대가 다 젖을 정도로 울었어요"라고도 했다.


그러나 사기의 구체적인 내용은 일체 밝히지 않았다. 누구에게 당했는지, 얼마 규모인지, 언제 발생했는지 전혀 없다. "이 말씀을 오늘 방송에 못 드리겠는데"라며 말을 아꼈다.


이 발언의 시점이 문제다.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제1민사부는 2월 2일 정천수 측에 석명준비명령을 내렸다. 원고 측이 신청한 구석명신청서의 석명사항에 대해 답변하고 증거를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기한은 3월 2일이다. 정천수 측 법률대리인 이제일 변호사는 2월 2일 이 명령을 수령했다.

▲주주대표소송 재판부 석명준비명령서(2026.2.2)


석명준비명령을 받고 사흘 만인 2월 5일에는 "법인도 정리해 볼 생각"이라며 법인 파산을 시사했다. 그리고 제출기한 나흘 전인 26일에는 "사기를 당했다"고 말을 바꿨다. 재판부에 제출할 서면의 방향을 방송으로 떠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변명의 변천사


정천수의 해명은 시간이 갈수록 바뀌고 있다. 제작비 의혹이 불거진 12월부터 추적하면 흐름이 보인다.


12월 12일, 정천수는 방송에서 "제작비가 30억 가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유로 급행료를 들었다. "스태프들도 노동법에 의거해서 야근하려면 두 배 세 배 돈 줘야 된다"는 것이다. 같은 방송에서 정천수는 "1층 인테리어 복구비 4억, 밀린 변호사 비용 2억" 등 영화와 무관한 지출도 언급했다.


12월 19일에는 "순제작비가 약 27~28억 정도로 초과됐다"고 구체화하면서 "큰손 3명에게 10억 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이 10억의 실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12월 30일에는 "지금 마이너스"라며 "운영비도 안 나왔다"고 토로했다. 열린공감TV 후원금을 열공영화제작소로 대여했고 이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2월 5일, 석명준비명령을 받자 "법인도 정리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리고 2월 26일에는 "사기를 당했다"고 했다.


급행료에서 법인 정리로, 법인 정리에서 사기 피해로. 악재가 겹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해명이 나오는 시점이 공교롭다. 제작비 부풀리기 의혹 보도(12월 23일) 직후에 법인 정리를 꺼냈고, 석명준비명령 제출기한(3월 2일) 직전에 사기를 꺼냈다. 법적 압박이 거세질 때마다 새 변명이 등장하는 패턴이다.


12억원의 행방은 여전히 안개 속


정천수가 어떤 변명을 내놓든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순제작비 15억원과 28억원의 차이, 12억원이 어디서 튀어나왔느냐는 것이다.


촬영은 2025년 4월 30일에 끝났다. 정천수는 5월 16일 "총제작비 15억"이라고 말하며 투자를 모집했다. 개봉(6월 2일) 직후인 6월 6일에도 "홍보비 빼고 순수제작비 15억"이라고 확언했다. 연합뉴스(6월 16일)와 미디어인뉴스(6월 23일)도 제작비 15억원으로 보도했다. 영화의 모든 공정이 끝난 뒤의 발언이고 보도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정천수는 6월 6일에 "홍보비 빼고"라고 분명히 말했다. 홍보·마케팅(P&A) 비용을 제외한 순수 제작비가 15억이라는 뜻이다. 12월 19일에도 같은 '순제작비'라는 단어를 써서 "약 27~28억"이라고 했다. 같은 항목이다. 홍보비나 배급비가 추가돼서 총비용이 늘었다는 해명은 성립하지 않는다. 정천수 스스로 홍보비를 빼놓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산 직전인 12월에 같은 '순제작비'가 28억으로 바뀌었다. 급행료 때문이라고 했지만, 급행료는 촬영 기간(3월 24일~4월 30일)에 발생하는 비용이다. 12억원이 추가됐다면 6월에 몰랐을 리 없다.


큰손 3인의 10억원도 마찬가지다. 촬영이 끝난 영화에 10억원의 추가 제작비가 왜 필요했는지, 투자계약서와 입금 내역은 어디에 있는지,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사기"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빚이 감당이 안 된다"고 했지만 그 빚의 내역을 밝히지 않았다. 물론 빚이 여러 곳에서 생겼을 수 있다. 그러나 12월 12일에는 인테리어비 4억원과 변호사비 2억원 등 구체적 항목을 나열하며 "7~8억원"이라고 했다. 26일에는 금액도 항목도 없이 "사기 당했다"고만 했다. 12월의 빚 7~8억원에 더해 사기 피해가 추가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같은 빚을 다르게 포장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정천수가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석명 기한은 3월 2일


정천수는 재판부 앞에 놓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 방송에서 변명을 바꾸는 것과 재판부에 서면을 제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서면에는 증거가 붙어야 한다.


석명준비명령에는 "이 명령에 따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주장이나 증거신청이 각하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자료를 제출하면 자산 이전의 증거가 드러날 수 있고, 제출하지 않으면 소송에서 불리해진다. 허위 자료를 제출하면 이미 드러난 사실관계와 충돌한다.


부당해고 소송 패소로 약 10억원의 체불임금 부담, 사무실 관리비 70만원 미납, 구독자 5000명 이탈. 정천수를 둘러싼 상황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석명 기한은 이틀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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