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조사 중인 경찰이 고발장을 접수받은 지 9개월여 동안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이 피고발인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라는 이유로 수사를 선거 뒤로 미루기로 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장혜경 의원(진보당)은 지난해 8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문수 후보가 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받았을 당시, 김 후보자가 직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을 지내면서 경사노위를 사조직처럼 운영한 정황이 있다며 김 당시 장관에 대한 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해당 수사는 종로경찰서가 맡고 있다.
자문위원 명목으로 1억 넘는 급여 지급 의혹
김 후보자는 2022년 10월 경사노위 위원장에 임명된 직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문수TV'의 총괄제작국장 최모 씨를 경사노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경사노위 운영세칙 제17조는 위원장이 위원회 활동방향 및 주요 의안에 대한 여론 수렴 등을 위하여 자문위원을 둘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 씨가 자문회의를 한 번도 하지 않고, 사실상 운영세칙에도 없는 김 후보자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것이 명백하며, 이를 통해 자문료 총 1억455만원을 받았다는 게 장 의원 측의 지적이다.
당시 경사노위는 반박자료를 내고 "(김문수 후보자가) 경사노위를 사조직처럼 운영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운영세칙에 따라 자문위원을 위촉하고 매월 자문료를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경사노위가 최 씨에게 지급한 금액이 자문료로 보기에는 과다 비용이라는 점도 문제다. 경사노위의 내부규정에 불과한 운영세칙으로는 법과 시행령의 범위를 넘어 경사노위 내 새로운 상근 직군을 창설할 수 없다. 아울러 창설된 직군의 상근직원에게 급여에 준한 비용을 지출할 수 없다.
자문업무가 아닌 사적 활동 수행 지적
경사노위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살펴본 바에 따르면, 시간당 3만원의 자문료를 기준으로 적용해 환산할 경우 월평균 158시간을 자문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게 장 의원 측이 고발장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이는 최 씨가 자문을 한 것이 아니라, 주 40시간을 근무하고 월급을 수령하는 통상 근로자의 형태로 일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뿐 아니라, 고발장에는 최 씨가 김문수 후보의 사적 활동을 수행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최 씨의 수행내용 대부분은 경사노위 자문 업무와는 무관한 김문수에 대한 '단순 수행업무'에 해당할 뿐 아니라, 김문수 후보가 2022년 10월 26일 경사노위 업무가 아닌 사적인 '박정희 전 대통령 43주기 추도식 참석'에도 최 씨를 수행원으로 동행시켰고, 이를 근거로 자문비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또 자문일지가 '위원장 보좌'라는 문구로만 허술하게 기재됐고 자문료는 근무일마다 빠짐없이 책정됐다. 1억원이 넘는 급여를 꼼수로 최 씨에게 지급하면서, 구체적인 자문 내용이 무엇인지도 기재하지 않은 채, 근거와 증빙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장혜경 의원은 "김문수 후보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일시까지도 최 씨의 자문비를 책정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최 씨의 일별 업무내역뿐 아니라, 김문수 후보의 일별 업무 내역까지 모두 수사해 대조해 달라"고 고발장에 적시했다.
9개월 지난 지금도 감감무소식... "대선 이후로 미룬다"
그러나 해당 수사는 9개월여간 감감무소식이라는 게 장 의원실의 설명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문수 후보의 수사는 대선 이후로 미뤄진 상태라고 뉴탐사 취재진에 귀띔했다.
뉴탐사가 종로경찰서에 연락해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문의하려 했으나, "수사 과장이 비번"이라는 이유 등으로 답변은 듣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업무상 배임 수사는 김문수 후보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였다. 예컨대,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법인카드 등 경기도 예산 1억653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올해 4월 8일 첫 공판이 열렸다.
국민의힘은 2022년 2월 초 경기도 비서실장 정모 씨와 전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모 씨와 함께 이 후보를 함께 고발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기남부경찰청은 공무원 두 명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이재명 당시 지사의 관여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보고, 같은 해 8월 불송치했다.
검찰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를 불이행하자, 검찰은 2024년 1월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자체 수사를 진행했고, 2024년 11월 19일 이 후보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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