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독썰
이철규, 대북송금 핵심 증인 배상윤 해외 도피에 개입 의혹...경찰 수사 착수
조경식 전 부회장 "검찰 수사 무마 조건으로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 헐값에 넘겨" 폭로, 임대차계약서 등 물증 확보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증인인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해외로 도피하는 과정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은 뉴탐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2022년 대선 직전, 이철규 의원이 배상윤 회장에게 '잠시 해외로 나가 있으면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고 제안했고, 그 대가로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을 헐값에 넘기라고 압박했다"고 폭로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이 의혹에 대해 이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법무부의 이른바 '연어술파티' 감찰 요약 문건도 언론에 공개됐다. 16쪽 분량의 이 문건에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검사실로 184회나 출정하며 각종 외부 음식을 제공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복수의 교도관들이 이러한 특혜 사실을 진술했고, 일부는 검사의 행위에 항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어술파티 감찰 문건 공개, 교도관들의 집단 증언
법무부 감찰 요약 문건에 따르면 김성태 전 회장은 2023년 한 해 동안 검찰에 184회 출정했다. 방용철 쌍방울 전 부회장 125회,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60회와 비교하면 압도적 1위다. 주말을 제외하면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검찰에 간 셈이다.
검찰 출정 과정에서 김성태 전 회장에게는 육회덮밥, 회덮밥, 짜장면, 갈비탕, 설렁탕, 곰탕, 삼계탕, 비빔밥, 초밥 등 다양한 외부 도시락이 제공됐다. 감찰 문건은 "OOO 검사가 검찰 수사관에게, 김성태는 박상용 검사에게 메뉴를 협의했다"고 기록했다. 점심과 저녁마다 배달되는 도시락 종류를 검사와 수사관이 직접 정했다는 뜻이다. 테이크아웃 커피, 마카롱, 쿠크다스 같은 간식도 목격됐다.
공범들 간의 접촉도 검사실에서 자유롭게 이뤄졌다. 감찰 문건은 "검사실에 올라가면 영상녹화실에 모두 모은 다음 OOO 검사가 자리를 비워서 공범들 간에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적었다. 교도관들은 피의자들을 분리 이송하며 접촉을 차단하려 했지만, 검사실에서는 소용없었다.
일부 교도관들은 이런 행태에 항의했다. 방용철 전 부회장이 서류를 쌍방울 직원에게 건네려 할 때, 출소한 박상웅 등이 김성태를 면회하며 외부 음식을 공범들에게 줄 때, 변호인 선임도 안 된 조재연·유재만 변호사가 이화영 전 부지사를 면담하게 할 때마다 교도관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감찰 문건에는 "OOO 검사가 수원구치소와 협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구치소 측과 사전 조율이 있었다는 의미다.
조재연 변호사의 '진술 세미나' 정황
조재연 변호사는 부산고검장 출신 전관이다. 감찰 문건에는 퇴직 교도관의 진술이 담겼다. "그 셋이 말을 맞춘 거예요. 조재연 변호사와 검사가 영상녹화실에서 공범들을 모아놓고 스케줄을 짰습니다. 왜냐하면 법정에서 진술이 달라지면 안 되니까요."
퇴직 교도관은 조재연 변호사가 "이 말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팩트로 해야 한다. 말을 돌리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법정 증언 전에 검사실에서 미리 연습시킨 셈이다. 조재연 변호사는 과거 옥상 파티에 초대받아 사진이 찍힌 인물이기도 하다.

대선 한 달 전, 여의도 중식당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조경식 전 부회장은 뉴탐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철규 의원의 개입 경위를 상세히 설명했다. 시점은 2022년 2월경, 대선을 한 달여 앞둔 때다.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이철규 의원, 최상주 KX그룹 회장, 배상윤 KH그룹 회장, 원형식 회장 등 다섯 명이 만났다.
조 전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철규 의원 쪽이 배상윤 회장에게 '잠시 나가 있으면 검찰이 조용히 해줄 거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대신 KH그룹이 보유한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을 최상주 회장 측에 넘기라고 요구했다. 배상윤 회장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2022년 5월 해외로 도피했다.
조 전 부회장 본인은 이 중식당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2024년 1월 말, 김성태 전 회장이 보석으로 석방된 직후 배상윤 회장과 국제전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이 내용을 직접 들었다. "우리 그룹에서 현금이 나오는 건 골프장밖에 없습니다. 형님이 먼저 찾아주셔야 합니다." 배상윤 회장은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보증금 10억에 연 190억 매출 골프장 넘겨
알펜시아 골프장은 회원제 27홀과 대중제 18홀을 합쳐 총 45홀 규모다. 연간 현금 매출이 약 190억원에 달한다. KH그룹 계열사인 KH강원개발이 2021년 8월 이 골프장을 인수했고, 2022년 2월 잔금을 치렀다.
그런데 잔금 지급 직후인 2022년 3월, 골프장 운영권이 '레저플러스'라는 회사로 넘어갔다. 뉴탐사가 입수한 임대차계약서에 따르면 보증금은 10억원, 계약 기간은 5년이며 5년 연장 옵션까지 있다. 레저플러스의 최대주주는 최서연(32%)과 최웅(32%)이다. 이들은 최상주 KX그룹 회장의 자녀다.
계약 조건은 일방적이다. 레저플러스는 영업이익의 50%만 KH강원개발에 지급하면 된다. 그러나 영업에 필요한 인력 숙소를 무상 제공해야 하고, 필요한 시설은 임대인 비용으로 확보해 제공해야 한다. 심지어 "제3자 소유물 또는 강원도 소유 재산이라도 임대인의 비용으로 제공"하라는 조항도 있다. 갑을 관계가 완전히 뒤집힌 계약이다.
조 전 부회장은 "5600억원이 들어간 사업장을 보증금 10억원에 5년간 넘기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골프장 되찾으려 권성동 찾아갔더니 돌아온 대답
김성태 전 회장이 2024년 1월 보석으로 석방된 후, 조 전 부회장은 골프장 탈환 TF팀 단장을 맡았다. 법무법인 화우, 바른, 세종의 대표변호사들과 밤늦게까지 회의하며 운영권을 되찾을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계약서가 법적으로 흠잡을 데 없이 작성돼 있어 뒤집기 어려웠다.
조 전 부회장은 2024년 3월 권성동 의원의 총선 개소식에 찾아갔다. 강릉 지역구 의원인 권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권 의원은 그 자리에서 이철규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 전 부회장은 그 통화 내용을 기억했다.
"형님 죽으려고 뭔 짓 하고 다녀?" 권성동 의원이 이철규 의원에게 말했다. 골프장 얘기가 나오자 이철규 의원은 "뭔데 내가 뭔 상관 있냐"고 했다. 그런데 63빌딩 중식당 얘기가 나오자 그제야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이철규 의원은 "관련된 놈들 다 명예훼손으로 잡아 쳐넣을 거야"라며 격앙됐고, 권성동 의원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후 권성동 의원은 "이철규 의원 혼자만 죽여서는 안 된다. 야당도 같이 엮어 놓아야 된다"고 말했다는 게 조 전 부회장의 증언이다.
이철규 의원, 문자로는 인정하고 국회에선 번복
이철규 의원은 올해 6월 뉴탐사 기자의 문자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20대 대선 전 여러 명이 식사한 자리에서 배상윤 회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참석 인원도 "다섯 명"이라고 했다. 2022년 대선 직전이라면 조 전 부회장의 증언과 시기가 일치한다.
그러나 약 20일 후 국회에서 같은 질문을 받자 이철규 의원은 말을 바꿨다. "10몇 년 전", "9년 전"에 만났다고 했다. 인원도 "열몇 명"으로 달라졌다. 문자와 국회 답변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철규 의원은 "조경식과 일면식도 없다", "사기꾼"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뉴탐사 기자를 상대로 고소도 했다. 그러나 고소 대상은 베트남 해외재산 도피 의혹 질문뿐이었다. 알펜시아 골프장 관련 질문과 배상윤 회장을 만났느냐는 질문은 고소하지 않았다.
윤정식 전 KT텔레캅 사외이사도 개입 정황
조 전 부회장은 윤정식 전 KT텔레캅 사외이사에게도 접근했다. 윤정식은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낸 대통령 측근이다. 뉴탐사가 입수한 텔레그램 메시지에는 "대통령 측근 빙자의 수백억원대 이권 개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 파일이 김성태 전 회장과 조 전 부회장 사이에서 공유된 흔적이 있다.
이 보도자료 초안에는 "윤핵관 현직의원 포함 윤대통령 최측근들이 들러리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의도 중식당 회동에 대한 내용도 있다. "2022년 2월 윤핵관의 핵심인 이모 의원이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식사 자리에 합석시켰습니다." 그러나 윤정식의 아이디로 추정되는 '밀라노'가 첨삭한 흔적이 남았고, 수정된 제목에서는 '윤핵관'이나 '대통령 측근'이라는 표현이 모두 빠졌다.
윤정식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추궁에 배상윤 회장 구명 로비 관여를 사실상 인정하며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경찰 반부패수사대, 본격 수사 착수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이철규 의원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조 전 부회장은 이미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조 전 부회장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관련 증거들을 확보하고 있다. 반부패수사대가 현직 국회의원을 수사하는 것은 경찰로서도 부담이 큰 결정이다.
최상주 KX그룹 회장은 이종찬 전 국정원장 밑에서 10년간 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1999년 국정원 문건 대량 유출 사건 당시 '핵심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철규 의원은 경찰 정보과 출신으로 오래전부터 이들과 인맥으로 연결됐다고 알려져 있다.
KH그룹 관계자는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골프장 운영에 우리는 전문성이 있다"며 "이철규 의원과 아무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억울한 일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알펜시아 골프장은 5년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KH그룹으로 반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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