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탐사

기준금리 1%p 내렸는데 대출이자는 왜 올랐나

기준금리 1%p 내렸지만 대출이자는 다시 6%대…은행과 정부 사이에서 사라진 인하 효과

2026-03-16 09:15:38

3억 원짜리 집을 사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이 있다. 2022년 가을, 이 사람이 내는 대출 이자율은 7%였다. 한 달에 내는 이자만 175만 원이었다. 그때 한국은행이 정한 기준금리는 3.0%였다.


한국은행은 그 뒤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렸다가, 2024년 가을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2.5%다. 꼭대기에서 1%p를 내린 셈이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대출 이자율도 한때 떨어졌다. 2024년 하반기에는 주담대 금리가 4%대까지 내려간 적도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사람의 대출 이자율은 다시 6%대 중반으로 올라와 있다. 기준금리는 2022년 가을보다 낮은데, 대출 이자율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13일 장 마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4.25~6.504%다. 가장 높은 쪽이 6.5%인데, 이건 2023년 10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2.5%와 대출금리 꼭대기 6.5% 사이에는 4%p 차이가 있다. 이 4%p가 전부 은행 이익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하루짜리 초단기 금리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년짜리 장기 금리를 바탕으로 정해진다. 기간이 길면 금리가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2022년 가을에도 기준금리(3.0%)와 대출금리(7%) 사이 차이는 4%p였다. 지금은 기준금리가 그때보다 훨씬 낮은데, 차이는 그대로다. 기간 차이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붙인다. 이 이자율은 두 가지로 나뉜다


은행 대출 이자율을 결정하는 구조부터 보자. 대출 이자율 = 기본 이자율 + 은행이 더 얹는 이자율이다.


기본 이자율이란 은행이 돈을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은행도 남의 돈을 빌려서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원가가 있다. 고정금리 대출은 '은행채 5년물'이라는 채권 금리가 원가다. 변동금리 대출은 '코픽스'라는 자금 조달 비용 지표가 원가다.


여기에 은행이 덧붙이는 이자율이 있다. 업무 비용, 대출자가 돈을 못 갚을 위험에 대한 보험료, 그리고 은행의 이윤이 포함된다. 이걸 가산금리라고 부른다. 가산금리 안에는 은행 본점이나 지점장이 재량으로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항목도 들어 있다.


원가(기본 이자율)가 내려가면 대출 이자율도 내려가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공식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원가는 내렸는데 은행이 덧붙이는 몫을 올렸다


고정금리 쪽부터 보자.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올해 1월 3.58%에서 3월 3.86%로 올랐다. 중동 전쟁 때문에 물가가 오를 거라는 불안이 커지면서 채권 금리가 뛴 것이다. 은행의 원가가 올랐으니 고정금리 대출이 오르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변동금리 쪽이다. 변동금리 대출의 원가인 코픽스는 같은 기간 오히려 0.12%p 내렸다. 원가가 내려갔으니 변동금리 대출도 내려가야 맞다. 그런데 실제로는 올랐다. 변동금리 대출의 이자율이 상·하단 모두 0.1%p 안팎 상승했다. 원가는 떨어졌는데 최종 이자율은 올랐다.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겹쳐 있다.


첫째, 은행 자체의 이윤 확보다. 예금 이자는 천천히 올리고 대출 이자는 빨리 올리면 은행 수익이 늘어난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갈 때는 예금 이자를 빨리 내리고 대출 이자를 천천히 내린다. 어느 쪽이든 은행에게 유리한 구조다.


둘째, 정부의 대출 억제 정책이다. 정부는 가계빚이 너무 빠르게 늘어나는 걸 걱정하고 있다. 은행에 "대출을 줄여라"고 압박한다. 올해부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 부담 기준도 높아졌다. 은행 입장에서 대출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자율을 높여서 대출을 받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은행의 이윤 추구와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 비용은 대출을 받은 사람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


같은 은행에서 예금은 2%대, 대출은 6%대


같은 은행을 두고 보자. 돈을 맡기는 사람에게 주는 이자(정기예금 1년 기준)는 연 2.85~2.9%다. 3%가 안 된다. 같은 은행에서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면 이자율 꼭대기가 6.5%다. 예금 이자와 대출 이자 사이에 3%p 넘는 차이가 있다.


은행연합회가 매달 발표하는 공식 예대금리차, 그러니까 은행이 예금 이자와 대출 이자 사이에서 벌어가는 폭은 은행마다 다르지만 0.45~1.50%p 수준으로 나온다. 그런데 이건 은행이 발표하는 평균 수치다. 실제로 돈을 빌리는 사람이 느끼는 격차는 이보다 크다. 예금 이자를 높게 받으려면 월급 통장을 옮기고 카드를 만들고 자동이체를 걸어야 한다. 대출 이자에는 신용등급에 따라 추가 이자가 붙는다.


한국 은행은 유독 이자 장사 의존도가 높다. 미국 은행은 자산 관리 수수료나 투자 수수료 같은 수입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된다. 한국 은행은 대출 이자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수입의 대부분이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대출 이자와 예금 이자 사이의 차이를 최대한 벌려놓는 것이 은행 수익의 핵심이다.


한국은행은 왜 금리를 더 안 내리나


한국은행은 2024년 10월부터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내려 총 1%p를 내렸다. 그리고 멈췄다. 이후 여섯 번 연속 2.5%에서 동결했다. 2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더 내리는 걸 검토하겠다"는 말 자체를 빼버렸다.


이유는 환율이다. 13일 서울 외환시장 매매기준율은 1,493원으로, 1,500원 턱밑까지 올라왔다. 미국 기준금리는 3.50~3.75%인데 한국은 2.5%다. 차이가 1.25%p나 된다. 한국이 금리를 더 내리면 이 차이가 벌어지고, 돈이 이자를 더 많이 주는 미국 쪽으로 빠져나간다. 달러가 빠져나가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더 오른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건값이 올라서 물가가 뛴다. 물가가 뛰면 금리를 내릴 명분이 사라진다.


금리를 내려야 경기가 살아나는데, 내리면 환율이 뛰는 딜레마다. 그런데 설령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린다 해도, 앞서 본 구조 때문에 대출받은 사람에게 효과가 돌아갈지 의문이다. 은행과 정부가 각각의 이유로 가산금리를 올리면,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중간에서 사라진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총 1%p 내리는 동안, 은행 대출 이자율은 그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 금리 결정 회의는 4월 10일이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길 기다리는 대출자에게 남은 시간은 길다. 변동금리 대출을 쓰고 있다면 다음 이자율 재산정일이 언제인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변동금리의 기본 이자율인 코픽스는 최근 소폭 내렸지만, 앞서 본 것처럼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추세이기 때문에 재산정 결과가 꼭 유리하게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고정금리로 바꾸는 게 유리한지는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한눈에(finlife.fss.or.kr)에서 비교할 수 있다. 시중은행보다 농협·신협·새마을금고 같은 상호금융 대출 이자가 낮은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갈아타기를 따져볼 만하다.


금융위원회는 3월 말 새로운 가계빚 관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규제가 더 강해지면 은행은 대출을 더 줄이려 할 것이고, 그러면 가산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 인하를 기다리면서 변동금리를 유지하는 게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3억 원을 빌린 사람에게 기준금리 2.5%라는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 사람의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대출 이자율로 정해진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은행과 정부가 각각의 이유로 그 효과를 중간에서 흡수하면 대출자의 이자는 줄지 않는다. 지금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Copyright ⓒ 시민언론뉴탐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뉴스

주요 태그

시민언론 뉴탐사 회원이 되어주세요.
여러분의 회비는 권력감시와 사법정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취재 및 제작에 사용되며, 뉴탐사가 우리사회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뉴탐사 회원가입
Image Descri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