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심덕섭 고창군수 캠프 30억 자금세탁 녹취 추가 폭로

K종합건설 통화·메모로 수표 3억원 세탁 정황 확인…전북경찰청 석 달째 압수수색 안해

김병현 진술, K종합건설 통화·메모·영수증으로 추가 입증

캠프, 건설업자 7000만원·정무비서 2000만원 합계 9000만원 받아

도경 석 달째 압수수색 0건…제보자엔 "구속 수사 전환" 우려 압박

2026-05-08 13:17:51

심덕섭 고창군수 캠프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한 건설업체로부터 7000만원을 받은 정황이 추가 녹취와 영수증에서 확인됐다. 여기에 더해 당선 이후인 2023년에는 정무비서를 통해 명절 떡값 조로 2000만원이 별도로 흘러간 사실도 드러났다. 캠프 출신 인사 김병현 씨가 지난해 9월 국가수사본부 수사관 앞에서 한 진술을 이번에는 그 건설업체 측 자료가 다시 한 번 뒷받침한 것이다.


군수의 자금책으로 알려진 이길현 씨는 같은 회사 사무실 금고를 빌려 현금 은닉처로 사용한 정황과, 김 씨 녹취가 보도된 직후 회사 대표에게 카카오톡과 문자를 모두 지우라고 지시한 사실까지 통화 녹음에 담겨 있다.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을 일주일여 앞두고 있지만 전북경찰청은 석 달이 다 되도록 한 차례도 압수수색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보도된 김 씨 녹취 파일은 캠프 비리를 두 시간 분량으로 진술한 녹음이었다. 김 씨는 이후 자신의 진술이 "2년 동안 만들어낸 가설"이며 "모두 허위"라며 입장을 뒤집었다. 올해 2월 5일에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민주당의 자체 검증은 그 시점에 멈췄다. 윤준병 전북도당위원장은 녹취를 직접 듣지 않은 채 "가짜뉴스"라고 단정했다. 같은 시기 고창 주민들은 정청래 당대표실과 김이수 공관위원장, 윤리감찰단에까지 녹취 파일을 함께 보냈다. 회신은 어느 곳에서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심 군수는 적합 판정을 받고 무감점으로 공천을 받았다.


7일 추가로 공개된 자료는 김 씨가 폭로한 사실관계를 다시 뒷받침한다. 자료의 출처는 김 씨 진술에 등장한 K종합건설 측이다.


"늘 고맙게 생각하는 거 알지"…7000만원과 사무기기 렌탈료까지


K종합건설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심 군수 캠프에 7000만원의 현금과 96만원어치 사무용품 렌탈료를 댔다고 진술한다. 군수 취임 이후 2023년에 명절 떡값조로 정무비서 이학O 씨에게 별도로 2000만원이 들어갔다는 것도 새롭게 밝혀졌다. 모두 합치면 9000만원이 캠프와 측근에게 흘러간 셈이다. 신도리코 영수증에는 '심덕섭 선거사무소'가 사용한 사무기기 8대의 월 렌탈료 96만원이 K종합건설 명의로 결제된 사실이 적혀 있다.


K종합건설은 심 군수가 당선된 직후인 2022년 9월 2일 자사 법인카드로 롯데마트 정읍점 상품권 24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김 씨는 국수본 수사관 앞에서 "이 가운데 200만원어치를 추석 떡값으로 심 군수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다음 날인 9월 3일 심 군수는 K종합건설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통화에는 "늘 고맙게 생각하는 거 알지", "군청에 오면 차 한잔 하시게 와"라는 군수의 말이 그대로 녹음돼 있었다.


수표 3억원 자금세탁, 사모님 메모로 드러나다


김 씨 진술의 핵심은 따로 있다. 심 군수가 캠프에 30억원을 들고 들어와 측근 일곱 명에게 분산시킨 뒤 현금으로 세탁해 면 단위로 살포했다는 것이다. K종합건설이 맡은 몫은 3억원이라고 회사 측은 진술한다.

▲K종합건설 대표 부인이 날짜별로 작성한 '캠프 입출금' 메모. 사장님 4000만원, 1월 24일 캠프 5000만원, 2월 16일 캠프 5000만원, 3월 7일 실장 방문 3000만원이 적혀 있다.


수표는 두 차례에 걸쳐 들어왔다. 2021년 12월 20일 1억원짜리 두 장이, 이듬해 1월 20일 5000만원짜리 두 장이 추가로 입금됐다. 1억원짜리는 농협 정읍지점, 5000만원짜리는 농협 강남 세곡점에서 발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K종합건설 대표 부인은 이 입출금을 날짜별로 메모해 뒀다.


메모에는 '캠프 입출금'이라는 제목 아래 사장님 4000만원 전달, 1월 24일 캠프 5000만원, 2월 16일 캠프 5000만원, 3월 7일 실장 방문 3000만원이 줄줄이 적혀 있다. K종합건설 부부 사이의 통화 내용과 메모의 날짜·금액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이길현 씨는 2022년 3월 7일 K종합건설 사무실에 직접 들러 3000만원을 받아갔다. 같은 날 K종합건설 부부 사이의 통화에는 1억 5000만원이 남아 있는데 3000만원을 달라더라는 대화가 녹음돼 있었다. 이 씨는 회사 사무실 안 금고도 자금 은닉처로 사용해 왔다고 K종합건설 측은 진술한다. 부부 사이의 다른 통화에는 검정 봉투에 6000만원을 준비해 놓으라는 이 씨의 요구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7인회와 14개 읍·면 책임자, 수의계약 다수 차지


김 씨 진술에는 캠프 핵심 7인회의 면면이 등장한다. 심 군수와 자금책 이길현 씨, 도의원 출마자 김정강 씨를 포함한 일곱 명이라는 게 김 씨 진술이다. 이들은 14개 읍·면 책임자에게 현금 봉투를 내려보냈고, 면 책임자들은 마을 주민들에게 5만~10만원씩을 살포했다는 것도 김 씨 진술이다.


군수 당선 이후 7인회 측과 14개 읍·면 책임자 다수가 고창군 수의계약을 잇따라 가져갔다. 군수의 친척 명의 건설업체 두 곳은 2022년 4월부터 올해까지 4년간 합계 120건·약 17억원의 수의계약을 따낸 것으로 공시 자료에서 확인됐다. 이길현 씨 측근으로 알려진 한 건설사는 90건·19억원, 7인회 일원 부인 명의의 또 다른 건설사는 80건·13억원어치를 가져갔다.


심 군수의 비서 강 모씨 가족·지인 명의 건설사 네 곳은 모두 같은 본점 주소를 썼다. 비서의 남편 회사, 시동생 두 명의 회사, 비서의 출신 학교 후배 명의 회사가 한 주소지에 등기돼 있었다. 이 가운데 한 곳이 90건·16억8000만원의 수의계약을 가져갔다. 고창군 과장으로 일하다 명예퇴직한 뒤 캠프에서 사무국장 겸 수행 비서 역할을 하는 인사의 처가 이 회사 대표 명의자다.


이에 비해 K종합건설이 군수 당선 뒤 받은 보답은 한 건도 없었다. 이 회사가 4년 동안 고창군에서 따낸 수주는 직접 입찰로 받은 9건뿐이다. 회사는 결국 폐업했다. 폐업 신청서의 사유 칸에는 "사업 포기"라고 적혀 있었다.


증거인멸 지시부터 행사비 200만원 요구까지


녹취파일에는 이길현 씨가 K종합건설 대표가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되자 판사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 줄 테니 변호사비를 먼저 부담하면 자신이 나중에 갚아 주겠다고 약속했다. 김병현 씨 진술조서가 K종합건설 측에 그대로 건네진 정황도 드러났다. 통상 진술조서는 본인이 신청해도 발급까지 일주일에서 3주가 걸린다. 그러나 이 경우 김 씨가 참고인 조사를 받은 직후 K종합건설 측이 김 씨 서명이 적힌 조서 사본을 입수해 진술 내용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씨가 K종합건설 대표에게 직접 증거 인멸을 지시한 정황도 담겨 있다. 이 씨는 통화에서 회사 대표에게 휴대전화를 바꾸기 전에 카카오톡과 문자를 모두 지우라고 지시했다. 김 씨 녹취 파일이 공개된 뒤의 통화였다. 자신의 휴대전화를 지우는 것은 죄가 되지 않지만, 제3자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하는 것은 형법상 증거인멸교사죄 적용을 받는다.


심 군수의 정무비서 이학O 씨는 2023년 군수 취임 1주년 행사를 앞두고 K종합건설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200만원만 해 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그는 "200만원 스폰해 주면 마이크에다 동지 중에서 승리를 위해 힘써 주신 박 대표가 후원했다고 발표해 드린다"고 말했다. 이 비서는 같은 해 설과 추석에는 떡값 명목으로 1000만원씩, 모두 2000만원을 더 받아간 것으로 통화 녹음에 기록돼 있다. 현금 전달 장소는 고창의 글로벌주차장이었다.


이 비서는 또 K종합건설 측에 "이미 군수님께 다 보고를 드렸다", "군수님께 세세하게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캠프 내부의 자금 흐름을 심 군수가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다.


"보도 나가면 구속" 제보자 압박, 경찰 늑장수사 의혹


이번 보도는 제보자가 막판에 만류했음에도 그대로 진행됐다. 제보자는 보도 당일 아침 도경 쪽이 "보도가 나가면 수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자신이 출석 수사 대신 구속 수사로 전환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보도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제보자는 이미 경찰에 모든 자료를 넘기고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해 온 인물이다.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증거를 들고 수사기관과 언론을 찾아간 사람이다.


심 군수에 대한 비리 진정은 올해 초에 고창경찰서에 접수됐다. 석 달이 지나도록 도경은 압수수색에 나서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제보자가 구속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됐다는 사실은, 심 군수가 아니라 제보자에게 외포심을 심어 입을 막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부른다.


같은 일이 호남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영광 장세일 군수, 무안 김산 군수에 대한 수사도 일선 수사팀의 의지와 달리 영장 청구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광주 지역의 경찰 출신 전관 변호사가 호남 일대 경찰 수사를 무마해 왔다는 제보도 최근 들어왔다. 5월 15일 후보 등록 이후에 압수수색이 들어가면 민주당은 후보를 교체할 수 없다. 경찰의 늑장 수사가 결과적으로 비리 후보의 후보 등록을 보장해 주는 꼴이 됐다.


K종합건설 대표 부인은 통화에서 이길현 씨에게 "변호사는 저희가 알아서 살 거고요. 저희가 움직일 거니까"라며, "저는 제 가족만 보호하기로 했으니까요. 다 돌려 주세요. 이 실장님 7000만원, 그거 돌려 주세요"라고 통보했다. 이 씨는 "알겠고, 잘 마무리하시게요"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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