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영화 '신명' 정천수, 15억도 28억도 인정 못 하는 이유
15억이면 "돈 어디 갔나", 28억이면 "왜 거짓말했나"…어느 쪽도 답할 수 없는 구조
투자 모집 때 "최대 500%" 약속, 78만 대박에도 투자자 수익률 40% 그쳐
제작비 부풀리기 의혹에 급행료·큰손·사기·배급사…변명만 5개월간 5번
재판부 석명 6개 항목 전부 무응답, 방송에서만 해명
정천수가 또 말을 바꿨다. 이번에는 배급사다. 4월 9일 열린공감TV 생방송에서 정천수는 영화 '신명' 수익금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를 배급사 탓으로 돌렸다. "배급사가 문제를 일으켰다"며 부가가치세 2억7000만원을 못 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두 달 전 "사기를 당했다"던 사람이 또 다른 변명을 꺼낸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따지면 다섯 번째 변명이다. 바뀌지 않는 건 딱 하나, 법원 앞에서의 침묵이다.
약속은 500%, 돌려준 건 40%
정천수는 4월 9일 방송에서 자신이 얼마나 선의를 베풀었는지를 강조했다. "천만원 투자하신 분들한테 400만원 가까이 되는 이자를 드렸거든요." "요즘 같으면 은행 이자가 3% 4%도 안 되는데 그 정도면 충분히 저는 보상을 했다고 생각을 해요." 한 푼도 남기지 않았다는 투다. 정작 열린공감TV는 남은 게 없고 배급사와 소송 중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정천수가 투자를 모집할 때 약속한 수익률은 "최대 500%"였다. 2025년 5월 16일 생방송에서 직접 한 말이다. 1000만원 투자하면 5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78만 관객을 동원한 대박 영화인데, 투자자 손에 쥐어진 건 약속의 10분의 1도 안 되는 40%였다. "충분히 보상했다"는 정천수의 자평과 투자 모집 당시 약속한 숫자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
15억이 28억 됐다가, 다시 "20억도 안 돼"
같은 방송에서 정천수는 이렇게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저예산 영화 20억도 채 안 되는 저예산 영화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80만 가까이 대박이 난 거예요." 적은 돈으로 대단한 성과를 냈다는 맥락이었다.
문제는 이 "20억도 안 되는"이라는 숫자다. 정천수가 같은 영화의 제작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숫자가 이제 세 가지다.
2025년 5월 2일, 촬영 종료 직후. "순제작비 15억." 5월 16일, 투자 모집 생방송. "총제작비 15억원." 6월 6일, 개봉 후. "홍보비 빼고 순수제작비 15억 들었다." 연합뉴스(6월 16일)와 미디어인뉴스(6월 23일)도 제작비 15억원으로 보도했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 숫자다.
12월 12일, 정산 직전. "제작비가 30억 가까이 들었다." 12월 19일. "순제작비가 약 27~28억 정도로 초과됐거든요." 두 번째 숫자다.
그리고 4월 9일. "20억도 채 안 되는 저예산." 세 번째 숫자다.
개봉 후라는 것은 제작의 모든 공정이 끝났다는 뜻이다. 촬영은 4월 30일에 종료됐다. 후반작업도 개봉 전에 마무리됐다. 6월 6일에 "순제작비 15억"이라고 말했다면, 실제 지출을 확인하고 말한 것이다. 6개월 뒤에 같은 '순제작비'가 28억이 됐다면, 12억원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4월에는 다시 "20억도 안 되는"이라고 했다. 28억은 어디 갔나.
정천수 본인의 다른 발언이 실마리를 준다. 같은 4월 9일 방송에서 정천수는 부가가치세 등 2억7000만원을 체납 중이라고 밝혔다. 세무서가 압류를 예고한 상태라고도 했다. 부가세율은 10%다. 2억7000만원의 부가세가 발생했다면 열공영화제작소가 배급사로부터 수취한 매출이 약 27억원 규모라는 뜻이다. 27억원의 수익을 거뒀는데 투자자에게 돌아간 건 40%뿐이었다. 나머지는 어디로 갔는지, 정천수는 설명하지 않았다.
새 변명은 배급사, 오래된 질문은 여전히 무답
정천수는 현재의 재정난을 전적으로 배급사 탓으로 돌렸다. "그 1차 비용을 저는 한 푼도 안 남기고 전액 전액 다 100% 다 투자자분들한테 드렸어요." "그러면 이제 2차 3차 비용이 저한테 들어와야 돼요. 근데 2차에서 반밖에 안 들어왔어요." "나머지 비용이 다 안 들어온 거예요."
배급사 4곳을 전부 형사 고소했다고도 했다. 넷플릭스에 부가판권이 팔려서 2주 연속 1위를 했는데 그 정산도 안 해준다고 했다.
그러나 배급사가 정산을 미루는 것과, 제작비가 15억에서 28억으로 뛴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배급사가 돈을 안 줘서 재정이 어렵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다. 제작비를 왜 부풀렸느냐는 오래된 질문이다. 정천수는 새 이야기만 하고 오래된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다.
급행료, 큰손, 법인 정리, 사기, 배급사…5개월간 5번
제작비가 왜 두 배로 뛰었는지에 대한 정천수의 해명은 다섯 달 동안 다섯 번 바뀌었다.
12월 12일. "스태프들도 노동법에 의거해서 야근하려면 두 배 세 배 돈 줘야 된다." 급행료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촬영 기간은 40일이었고, 급행료는 촬영 중에 발생하는 비용이다. 12억원이 추가됐다면 6월에 "15억"이라고 말할 수 없다.
12월 19일. "큰손 3명에게 1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촬영이 끝난 영화에 10억원이 왜 필요했는지, 이 돈이 실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월 5일. 재판부 석명준비명령을 수령한 지 사흘 만에 "법인도 정리해 볼 생각"이라며 파산을 시사했다.
2월 26일. 석명 제출기한(3월 2일) 나흘 전. "사람을 너무 잘 믿어서 또 당했어요. 사기가 있었어요. 빚이 너무 커진 거예요." 누구에게, 얼마를, 언제 당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4월 9일. "배급사가 문제를 일으켰어요. 정산을 안 해줘요."
급행료에서 큰손으로, 큰손에서 법인 정리로, 법인 정리에서 사기로, 사기에서 배급사로. 의혹이 구체화되거나 법적 압박이 가해질 때마다 새 변명이 등장했다. 이전 변명에 대해서는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법원석명요청 6개 항목에는 묵묵부답
주주대표소송 재판부는 2월 2일 정천수 측에 석명준비명령을 내렸다. 영화 제작 주체를 왜 바꿨는지, 회사 장비와 인력을 쓰면서 이사회 동의는 받았는지, 제작비가 왜 15억에서 28억으로 뛰었는지, 영화 수익은 누구에게 갔는지, 열공영화제작소의 실체, 업무약정서 작성 경위. 6가지를 물었다. 기한은 3월 2일이었다.
정천수 측이 낸 서면은 2쪽이었다. 6가지 질문에 한 줄도 답하지 않았다. 증거 6건을 냈는데, 사건과 관련 있는 것은 검찰 불기소 통지 1건뿐이었다. 나머지는 한동훈 전 장관 관련 기사, 사법개혁 칼럼, 강진구 측 패소 판결 목록이었다.
방송에서는 수천 명의 시청자를 향해 해명을 쏟아낸다. 법원 앞에서는 입을 다문다. 방송에서 한 해명 중 하나라도 증거를 붙여 법원에 낼 수 있었다면 냈을 것이다.
정천수가 해명을 못 하는 이유는 구조적이다. 순제작비가 15억이 맞다면 78만 관객의 흥행 수익은 훨씬 컸어야 하고, 투자자에게 40%가 아니라 약속대로 돌려줬어야 한다. 그 돈은 어디로 갔느냐는 질문이 된다. 반대로 28억이 맞다면 6월에 왜 "15억"이라고 세 번이나 말했느냐는 질문이 된다. 어느 쪽을 인정하든 다음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말이 바뀌는 것이다. 15억이라고 하면 돈이 어디 갔는지를 대야 하고, 28억이라고 하면 12억의 출처를 대야 한다. 급행료, 큰손, 사기, 배급사를 번갈아 꺼내는 것은 그 어느 쪽으로도 증거를 제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정필 막노동 얘기하면서 부당해고 체불임금은 감춰
정천수는 3월 27일 방송에서 "더 이상 자를 직원도 없습니다. 이제 취재 기자 달랑 세 명"이라고 했다. 4월 9일 방송에서는 "직원이라고 해봐야 네 명밖에 안 됩니다"라며 "서정필 기자도 지금 거의 뭐 월급 반토막 났고요"라고 직원의 희생을 부각했다.
그러나 현재 열린공감TV에 남아 있는 직원들은 부당해고 이후 그 빈자리를 메운 사람들이다. 올해 1월 행정법원은 열린공감TV의 부당해고 사건에서 해고된 9명의 손을 들어줬다. 정천수는 약 10억원에 달하는 체불임금을 부담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정천수는 두 차례 방송 모두에서 이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방송을 통한 해명은 계속 바뀌는데 법원 제출은 못해
정천수가 영화 '신명'의 제작비와 수익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내용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이렇다.
2025년 5월 2일. "순제작비 15억." 5월 16일. "총제작비 15억, 최대 500% 수익 가능." 6월 6일. "홍보비 빼고 순제작비 15억." 11월. "12월에 최소 30억 이상 정산될 것." 12월 12일. "제작비 30억 가까이, 급행료 때문." 12월 19일. "순제작비 27~28억, 큰손 3인이 10억 투자." 12월 30일. "1000만원 투자자에게 400만원 이자." 2026년 2월 5일. "법인 정리할 생각." 2월 26일. "사기 당했다." 3월 2일. 법원 석명 6개 항목 전부 무응답. 4월 9일. "20억도 안 되는 저예산. 배급사가 정산 안 해준다."
같은 방송에서 정천수는 박대용에 대한 소송비용도 "무려 3000만원"이라고 했다. 현재 확정된 것은 총회 무효 사건 1건, 1851만원이다. 이사회 무효 사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확정된 1851만원은 부당해고 직원의 임금채권으로 이미 가압류된 상태다.
숫자는 상황에 따라 바뀌고, 변명은 압박에 따라 바뀐다. 방송에서 한 말은 법정에 제출되지 않는다. 주주대표소송은 진행 중이고, 부당해고 직원의 본안소송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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