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박수종 봐주기 불기소, "문재인 정부 검찰도 22명 검사 덮었다"
尹 검찰총장 시절 변호사로 변신한 주진우 역할 주목
박수종, 금융범죄 수사받던 시기 검사 22명과 1년간 통화
문재인 정부 대검이 압수수색 자료 쥐고도 핵심 혐의 누락
공익제보자 김희석씨 "정치 검사 22명 인적 청산해야"
검사 출신 변호사 박수종씨는 금융범죄 피의자로 수사받던 시기에 현직 검사 22명과 1년 동안 전화를 주고받았다. 이후 박씨의 핵심 범죄 혐의는 대부분 불기소되거나 벌금형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 대검찰청은 이 통화 내역과 계좌 자료를 압수수색으로 확보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도 같은 자료를 넘겨받았다. 그런데도 박씨는 핵심 혐의가 빠진 채 가벼운 처벌로 풀려났다. 뉴탐사는 공익제보자 김희석씨와 함께 당시 대검이 확보한 자료를 다시 분석했다.
박재벌로 불린 검사 출신 변호사
박씨는 검사 시절 금융조세 사건을 다뤘다. 옷을 벗은 뒤에는 주가조작 사건 변호를 맡았다. 본인이 직접 무자본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돈을 많이 벌어 시장에서 "박재벌"로 통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박씨는 지난 2020년 6월 상상인그룹 유준원 대표와 함께 구속됐다. 검찰은 박씨가 7개 차명법인과 30개 차명계좌로 상상인 주식을 최대 14.25%까지 사들여 시세조종에 가담했다고 봤다. 유 대표는 계열 저축은행을 통해 주가조작과 무자본 인수합병 세력에게 자금을 대준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공모 관계는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도 분리됐다. 박씨는 지난 2024년 7월 항소심에서 주식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시세조종 혐의는 벗었다. 6개월가량 구속됐다가 풀려난 그는 지금 연매출 500억원대 회사의 대표로 있다.
유 대표는 사정이 달랐다.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185억원, 추징금 약 1억1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상상인은 금융당국의 징계로 강제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검사 22명과의 통화, 주진우의 역할
박씨의 통화 내역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 2019년이다. 뉴스타파는 박씨가 금융범죄 수사를 받던 2015~2016년 검사 22명과 수십에서 수백 차례 통화한 사실을 보도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주진우씨다. 주씨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었다. 검찰을 총괄하는 자리다. 박씨가 피의자로 조사받던 시기에 두 사람의 연락이 몰렸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주씨는 2015년 9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박씨와 78번 연락했다. 이 중 62번이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 사이에 집중됐다. 박씨 사건이 검찰에 배당되던 날 두 사람은 5차례 통화했다. 고발인 조사와 피의자 조사가 있던 날에도 각각 두 차례씩 연락했다.
주씨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를 거쳐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검사복을 벗었다. 이후 변호사로 개업해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의 주요 인물을 변호했다. 박수종 사건도 그가 맡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대통령실 초대 법률비서관에 임명됐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부산 해운대구갑에서 당선됐다. 주씨는 뉴스타파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까지 가서 패소가 확정됐다.
문재인 정부 검찰이 쥐고도 덮은 자료
박씨의 통화 내역과 계좌 자료는 우연한 계기로 대검찰청에 들어갔다. 지난 2015년 스폰서 검사 김형준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이 박씨를 압수수색하면서다. 당시 대검은 특별감찰팀을 꾸려 검사 5명과 수사관 30명을 투입했다. 김희석씨는 이 사건의 공익제보자다. 재소자 신분으로 남부지검 수사를 돕던 인물이다.
이 압수수색으로 박씨와 검사들의 통화 내역, 금융과 증권 계좌, 보험 내역까지 확보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우병우 수석이 검찰을 장악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김희석씨는 지난 2019년 이 자료를 다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 2020년 박씨를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2015~2016년 대검이 확보한 방대한 자료 속 범죄 사실은 공소장에서 통째로 빠졌다. 박씨와 통화한 검사 22명 가운데 징계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서면 조사조차 없었다. 그 22명 중 한 명인 이원석씨는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으로 올라섰다. 방송에서는 22명 명단에 심우정 검찰총장 등 현직 수뇌부도 있다고 지적했다.
23억 대출과 오간 계좌
2015~2016년 자료에는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거래가 담겨 있다. 박씨는 지난 2015년 5월 자신이 가진 로켓모바일 주식 54만주를 담보로 세종상호저축은행에서 23억원을 빌렸다. 세종상호저축은행은 유 대표가 인수한 저축은행이다. 박씨는 변호사가 아니라 마주 신분으로 대출을 받았다. 상환일이 지나도 돈을 갚지 않았고, 주가는 담보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 정상적인 은행이라면 담보 주식을 팔았어야 한다. 은행은 반대매매를 하지 않고 대출을 유지했다.
같은 시기 두 사람의 개인 계좌에서도 거액이 오갔다. 박씨는 유 대표에게 5000만원을 보냈다. 5억원과 3억원은 시간차를 두고 주고받았다. 박씨는 돈을 빌린 쪽이고, 유 대표는 그 돈을 내준 은행을 지배한 인물이다.
같은 기간 박씨는 라이브플렉스 대표 김모씨에게 40억원을 송금했다. 김씨는 박씨가 담보로 맡긴 로켓모바일의 대표다. 김씨가 씨티엘(CTL)을 인수하며 중도금 30억원을 치러야 했던 날, 박씨가 보낸 30억원의 날짜가 겹친다. 씨티엘은 과거 유 대표가 소유했던 회사다. 금융당국이 박씨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의심했던 종목도 씨티엘이다.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희석씨는 지난 2023년 이 거래들을 다시 분석해 경찰에 고발했다. 서초경찰서는 개인 간 금전 거래라는 당사자 진술을 근거로 불송치했다.
취재진 피한 박수종, 통화한 유준원
취재진은 박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그를 찾아 나섰다. 바뀐 전화번호로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들을 직접 찾아갔지만 직원들은 이름 하나 알려주지 않았다. 명함을 남기고 왔으나 회신은 없었다.
유 대표와는 통화가 이뤄졌다. 유 대표는 박씨를 두고 "과거에 알았던 분이죠"라고 답했다. 개인 계좌 거래를 묻자 "개인 거래 없어요"라고 했다. 오간 5000만원과 5억원, 3억원을 다시 묻자 이미 검찰과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를 받았다고 했다. 22명 검사와의 통화에 대해서는 "저는 그중에 아는 검사가 전혀 없어요"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을 조사한 정권이 민주당 정권이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희석씨는 지난 2020년 변호인을 선임해 대검에 정식으로 감찰을 요청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당시 사건을 덮은 검사들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대검 감찰부장은 한동수씨였다. 김씨는 지금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에서는 되는 게 없었다"며 이재명 정부에서 다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업무상 배임을 포함한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아직 남아 있다. 2015~2016년 대검이 확보한 자료는 검찰에 그대로 보관돼 있다. 박수종씨와 통화한 검사 22명의 명단도 그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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