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쌍방울 대북사업 설계자 "박상용 검사실서 이재명 통화 알리바이 맞추기 강요당했다"
500만달러는 광물 채굴권 계약금…N프로젝트는 주가부양, 이재명 방북비 아니었다
박상용 검사실 진술 세미나, 김성태 통화 시점·동선 맞추기 시도
북한 송금 500만달러, 광물 채굴권 계약금…희토류·마그네사이트 노렸다
N프로젝트는 주가부양 작업, 협동농장은 검찰 유도로 스마트팜 둔갑
쌍방울 그룹 대북사업 문건을 직접 설계한 전 미래전략기획실 대표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2023년 초 박상용 검사실에 다섯 차례 이상 불려가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이른바 '진술 세미나'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김성태씨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통화했다고 주장한 시점·장소·동선을 임원들이 모여 맞추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끝내 알리바이는 형성되지 않았다고 그는 증언했다.
쌍방울 대북사업의 핵심 문건을 만든 사람은 그였다. 그는 2018년 10월 광림 소속으로 입사한 뒤 두 달 만에 미래전략실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용철 전 부회장 지시로 북한 광물자원 매장량을 조사했고, 사업 제안서와 계약서 초안을 만들었다. 2019년 1월 17일 1차 협약 자리에서는 북한 관료 예닐곱 명 앞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도 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그때도 생각하면 좀 창피해요"라고 말했다. 구글에도 잡히지 않는 북한 광물 정보를 광물자원공사 자료까지 뒤져 가까스로 짜맞춘 결과물이었다는 것이다.
진술 세미나, 김성태 알리바이 맞추기
그가 박상용 검사실에서 겪은 일은 단순한 참고인 조사가 아니었다. 그는 수원지검 1314호와 위층을 오가며 김성태 전 회장, 방용철 전 부회장, 안부수 전 회장 등과 한 자리에 모였다. 적게는 여섯 명, 많을 때는 10명 가까이 모였다. 그는 이를 '진술 세미나'라고 불렀다.
세미나의 목적은 분명했다. 그는 "이제 검찰 검사하고 김성태이 증언을 해서 서로간에 이제 입을 맞췄던게 있었을 거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김성태씨가 검사에게 이재명 당시 도지사와 몇 날 몇 시 어느 장소에서 통화했다고 진술하면, 그 진술을 뒷받침할 주변 증인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임원들을 불러 모은 검찰은 그 날짜와 동선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기억하는 사례는 구체적이었다. 김성태씨는 주말에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했다. 어느 날 남산을 산책하고 용산으로 내려와 한 식당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를 불러 식사하던 자리에서 이 부지사가 휴대전화를 바꿔줘 이재명 당시 도지사와 통화했다는 것이 김성태씨 진술의 골자였다. 검찰은 이 날짜를 특정하려고 했다. 김성태씨가 남산 운동기구 '거꾸리'에서 떨어져 코가 까진 적이 있었던 날을 끌어와 시점을 잡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임원들의 기억은 어긋났다. 그는 "그날 저는 아닌데 그날에 뭐 식당을 안 갔는데 또는 뭐 그날 전 다른 날인데"라며 진술이 서로 맞물리지 않은 정황을 털어놨다. 그는 "결국에는 그게 알리바이 형성이 안 됐어요. 결국에는. 왜냐면 진술이 다 틀려 버리니까"라고 말했다. 박상용 검사의 회유 방식은 강압적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김성태장 이렇게 진술를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든 빨리 찾아 가지고 어 이 부분을 확보를 좀 해 줘야 된다라고 얘기를 했었어요"라는 것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벌어진 일을 직설적으로 규정했다. "어떻게 보면은 뭐 조작이면 조작 사건이죠. 이 또한 진술을 어떻게든 조작을 시켜 가지고 알리바이를 형성을 해야 되는데". 본인이 박상용 검사실에 다섯 차례 이상 불려간 이유 자체가 "진술을 맞추는 일"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500만달러는 광물 채굴권 계약금
쌍방울이 2019년 1월과 2월 두 차례 북한에 보낸 500만달러의 성격에 대해서도 그는 분명히 답했다. 광물 채굴권 계약금이 맞다는 것이다. 송금 방식은 심양공항에 임직원 30명가량을 동원해 직접 전달하는 식이었다. 그는 사업 출장을 같이 갔다 같은 비행기로 돌아왔다고 했다.
쌍방울이 노린 광물은 희토류와 마그네사이트였다. 김성태 전 회장은 2018년 7월 장원테크와 KH건설을 잇따라 인수했다. 장원테크는 마그네사이트 가공 기술 특허를, KH건설은 채굴 기술을 보유한 업체였다. 대북 사업 추진보다 6개월 앞선 인수였다. 광림·쌍방울·나노스 3개 상장사가 있던 시기, 쌍방울 그룹의 자체 자원개발 사업이 먼저 설계돼 있었던 셈이다.
2019년 5월 12일 쌍방울 그룹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송명철 부실장이 체결한 합의서에도 이재명 방북 추진은 없었다. 그는 합의서 문안 자체를 본인과 김성태 전 회장, 송명철 부실장이 한 줄씩 협의해 만들었다고 했다. "초안을 만들고 신명철 신장한테 보내면 신명철 실장이 이 부분에 대해서 뭐 거기에 쓰이는 글기 어투 뭐 이런 문맥 이런 거 짚어주고". 합의서는 공장 설립, 발전소 건설, 광물·통상 협력으로 이어졌고 이재명이라는 이름은 어디에도 끼어들지 않았다.
이재명과 통화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가장 결정적인 진술은 통화 여부였다. 그는 "단 한 번도 통화를 한 적이 없어요"라고 단정했다. 본인이 대북 사업의 99% 회의에 배석했기 때문에 자신이 모를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은 이재명 대통령이 굉장히 나이스하신 분이구나. 그러니까 더더군다나 저희 입장에서도 만나고지도 못하고 전화도 응대도 안 하는 분이 무슨 관 관련이 있어서".
이재명 당시 도지사가 2019년 중후반 선거법 위반 항소심을 치르고 있었다는 점도 정황으로 맞물린다. 정치 생명이 흔들리던 시기에 북한이 응대할 이유가 없었고, 김성태 전 회장이 통화 알리바이를 만들 동기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야 생겼다. 그는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김성태 전 회장이 북한 관계자 앞에서 이재명 도지사 이름을 꺼낸 적도 없다고 했다. 다만 김성태 전 회장 본인의 방북에는 강한 집착을 보였다는 것이다. "북한 가서 문제가 되는 건 내가 감당하고 리스크를 다 감당할 자신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나는 가가지고 뭘 해야 정점을 찍을 수 있었다".
N프로젝트는 주가부양…협동농장이 스마트팜으로 둔갑
이른바 'N프로젝트'의 정체도 그의 입에서 정리됐다. 검찰은 이를 이재명 방북 비용 프로젝트로 몰아갔지만, 그는 주가부양을 위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본인이 "주가 부양을 위해서 했습니다"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별도 단톡방을 운영해 네이버 등 채팅방에 올라온 악성 댓글을 밀어내고 좋은 댓글을 위로 올리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게 N활성화. 프로젝트 활성화를 위한"이라고 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였지만 당시에는 그런 인식 없이 일을 처리했다고 그는 말했다.
스마트팜이 협동농장으로 둔갑한 경위도 그의 진술로 풀렸다. 쌍방울 IR 자료와 합의서에는 협동농장이라는 표현만 들어가 있었다. 그는 "스마트팜이라는 거는 저희끼리 잠깐 논의가 됐던 얘기였었어요"라며 "계약서에 담기지도 않았을 대학소에 아마 협동 농작이 담겼던 걸 제가 기억을 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그런데 박상용 검사실 조사에서는 이 협동농장이 스마트팜으로 바뀌어 적혔다. 그는 재판정에서 "검사님께서 자료를 보여 주시면서 이런게 있지 않느냐라고 설명해 줘서 그때 알게 되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검찰의 유도 질문에 본인이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 답한 결과 협동농장이 스마트팜으로 윤색됐고, 그것이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에서 방북 비용 인정의 근거가 됐다는 것이다.
박상용 징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이번 인터뷰는 박상용 검사에 대한 대검 감찰위원회의 정직 2개월 청구가 알려진 시점에 나왔다. 감찰위는 다른 사건 수사 언급하며 변호인 통해 자백 요구, 수용자 소환 조사 후 수사 과정 확인서 미작성, 음식물·접견 편의 제공 등을 징계 사유로 명시했다. 그러나 연어 술파티, 진술 세미나, 형량 거래 등 핵심 의혹은 사실상 빠졌다. MBC는 서울고검 인권TF가 올린 의견서가 이보다 훨씬 무거운 수위였다고 보도했다.
이번 양심선언은 박상용 검사 사안이 변호인을 통한 자백 요구 정도가 아니라 허위 자백을 강요한 진술 조작 사건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인천지검에서도 박상용 검사에 대한 추가 감찰이 진행 중이다. 그는 특검이 출범해 수사에 착수하면 출석해 모든 것을 진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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