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 정하정 재판장이 13일 청담동 술자리 명예훼손 소송에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 중대한 법리 위반을 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탐사가 확인한 2024년 5월부터 12월까지의 재판 과정과 판결문을 비교 분석한 결과, 재판부는 8개월간 일관되게 원고인 한동훈에게 입증책임이 있다고 명확히 했으나, 정작 판결문에서는 정반대로 피고인 언론사에 입증책임을 뒤집어씌웠다.
이는 단순한 판단 착오가 아니다. 입증책임은 재판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다. 재판장이 "원고가 입증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피고는 그에 따라 방어 전략을 세웠다. 그런데 판결에서 갑자기 "피고가 입증 못했다"고 패소시키는 것은 사법 절차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직권남용이다.
정하정 판사의 과거 판결들
이번 판결을 내린 정하정 판사(68년생,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32기)는 과거에도 논란이 된 판결들을 내린 바 있다. 특히 한동훈 관련 사건과 언론·표현의 자유 관련 판결에서 일관된 경향을 보여왔다.
한동훈 관련 판결
정하정 판사는 노무현재단 계좌 추적 발언 사건에서 유시민 전 장관이 한동훈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유시민 전 장관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거액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청담동 술자리 사건에서 한동훈에게 70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린 것과 비교하면, 정하정 판사가 한동훈 관련 사건에서 일관되게 한동훈의 손을 들어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경수 변호사와의 인연
2024년 9월 25일, 정하정 판사는 고 장자연씨 전 소속사 대표가 윤지오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에서 윤지오씨의 법률대리인은 박경수 변호사였다.
흥미롭게도 박경수 변호사는 청담동 술자리 사건의 핵심 증인인 첼리스트의 변호인이기도 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첼리스트는 박경수 변호사와 함께 "남자친구를 속이기 위해 거짓말한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정하정 판사는 이번 청담동 술자리 판결에서도 박경수 변호사가 동석한 첼리스트의 번복 진술을 핵심 증거로 채택했다.

노동자와 시민에 대한 엄격한 판결
2009년 쌍용차 평택공장 점거 농성 사건에서 정하정 판사는 노동자 64명을 무더기로 구속시켰다. 당시 경제위기로 대량 해고에 맞서 생존권 투쟁을 벌이던 노동자들에 대해 강경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언론 표현의 자유 제한 판결
정하정 판사는 언론인들을 풍자한 캐리커처를 그린 작가들에게 기자 1인당 10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풍자와 비판이라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조선일보에는 관대, 공익 보도에는 엄격
조국 전 장관과 딸 조민 씨가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1700만원만 인정했다. 조선일보가 성매매 기사에 조국 가족의 이미지를 삽입한 것은 극악한 인격권 침해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배상액을 인정한 것이다. 반면 공익적 의혹을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보도에 대해서는 7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배상하도록 했다. 조선일보의 명백한 악의적 보도에는 관대하면서, 공익적 의혹 제기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것이다.
"딱 봐도 원고 측에 있는 거 맞죠?" 재판장의 명확한 확인
2024년 12월 18일 결심공판에서 정하정 재판장의 발언은 매우 구체적이고 명확했다.

재판장은 "딱 봐도"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입증책임이 원고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누가 봐도 명백한 사실이라는 의미다. 원고 측 변호인도 이에 동의했다.재판장은 더 나아가 "특정한 시간, 특정한 장소에 있었다고 피고들이 주장하고 있으면 그것이 허위라는 거를 원고가 그 시간에 거기에 없었다고만 입증하면 되는 겁니다"라고 구체적인 입증 방법까지 제시했다.
이보다 더 명확할 수는 없다. 2022년 7월 19일 청담동이라는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대한 의혹이기 때문에, 한동훈이 그날 그곳에 없었다는 것만 입증하면 끝나는 간단한 문제였다.
8개월간 일관된 "원고 입증책임" 확인
2024년 5월 22일, 3차 공판에서 정하정 재판장은 처음으로 입증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했다. 이날 재판부는 법무부와 검찰에 한동훈의 2022년 7월 19일 행적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양 기관 모두 "의미있는 자료를 내놓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의겸 의원 측이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허위성 입증은 원고에게 있다"고 주장하자, 정하정 재판장은 "이건 맞는 말입니다"라고 법정에서 명확히 동의했다. 이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당연한 법리였다.
2024년 12월 18일 결심공판에서 정하정 재판장은 더욱 구체적으로 "특정한 시간, 특정한 장소에 있었다고 피고들이 주장하고 있으면 그것이 허위라는 거를 원고가 그 시간에 거기에 없었다고만 입증하면 되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한동훈이 사건을 키웠다" 재판장의 직접 지적
정하정 재판장은 한동훈의 입증 회피를 법정에서 직접 지적했다. "원고 한동훈이 그냥 그날 나 거기 안 가고 다른 데 갔었다라고 밝히면 더 이상 논란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이 사건에 계속 논란이 있는 이유는 원고 본인이 쉽게 밝힐 수 있는 걸 안 밝히면서 사건을 키운 것 같은 면이 있긴 합니다."

재판장은 또 "원고 측은 쉬운 거 가지고 있어요. 아주 가장 쉬운 거를. 근데 그걸 안 내고 있어요. 피고 측에서는 답답한 거거든요"라며 한동훈이 자신의 알리바이를 제시하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표현했다.
첼리스트 증언 "불확실하다"면서 번복 진술만 채택한 모순
정하정 재판장은 12월 18일 법정에서 첼리스트 증언의 신빙성에 명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인증이라는 게 항상 불완전한 거라는 건 다 알고 계시니까. 그게 이제 피고들이 말하는 것이 무슨 권력 이런 거 그런 거 아니다 하더라도 다른 이유로도 이게 인증이라는 게 불확실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판결문은 정반대였다. 재판부는 "위증의 벌을 감수하고 한 증언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며 첼리스트의 법정 증언을 청담동 술자리가 허위라고 판단한 핵심 근거로 삼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첼리스트의 수많은 진술 중에서 번복된 진술만 선택적으로 채택했다는 점이다. 2022년 12월 3일 "한동훈 무서워서 못 말한다"는 진술은 배척하고, 4일 후 변호사 동석 하에 "거짓말"이라고 번복한 진술만 채택했다. 2023년 4월 4일 "윤석열 한동훈이 왔다"는 진술은 무시하고, 18일 후 "윤석열, 한동훈하고 술 먹었다는 얘기 안했어"고 번복한 진술만 신뢰했다.
"공적 자리 진술만 신뢰, 사적 대화는 배척"한 황당한 논리
판결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첼리스트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이다. 재판부는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는 공적 자리에서 박OO(첼리스트)는 일관되게 이 사건 적시사실이 허위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의 사정들을 고려하면, 박OO이 몇몇 사람들과의 사적 관계에서 이 사건 적시사실이 존재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들에 높은 신빙성을 부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는 완전히 거꾸로 된 논리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압박이 없는 사적인 자리에서 진실을 말하고, 법적 책임이 따르는 공적 자리에서는 불리한 진술을 회피하거나 번복하기 마련이다. 특히 첼리스트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펄펄 뛴다", "국민의힘에서 연락 왔다"며 권력의 압박을 명확히 토로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오히려 권력의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의 진술을 신뢰하고, 편안한 사적 대화에서의 진술은 모두 배척했다. 2022년 12월 3일 "한동훈 무서워서 못 말한다"는 진술은 무시하고, 박경수 변호사가 동석한 12월 7일 "거짓말"이라는 번복 진술만 채택했다. 2023년 4월 4일 "윤석열 한동훈이 왔다"는 진술은 배척하고, 18일 후 "술 안 먹었다"고 번복한 진술만 신뢰했다.
이런 판단 기준대로라면, 권력의 압박을 받는 증인의 진실은 영원히 밝혀질 수 없다. 공적 자리에서 압박받아 번복한 진술만 신뢰한다면, 권력형 비리는 결코 폭로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발 때문에 무서워했다"는 황당한 해석
판결문의 가장 황당한 부분은 첼리스트의 두려움에 대한 해석이다. 첼리스트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펄펄 뛴다"고 했고, "정권 바뀌면 말할 수 있다"고 했으며, "국민의힘 쪽에서 연락 왔다"고 권력의 압박을 구체적으로 토로했다.
그런데 판결문은 이를 "한동훈을 '가발'이라고 부른 것 때문에 무서워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연루된 사안에서 가발 발언이 무서워서 진실을 못 말한다는 해석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입증책임 뒤바꾸기는 피고 방어권 침해한 직권남용
이번 판결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입증책임을 원고에서 피고로 뒤바꿔 피고의 방어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는 점이다.
재판장이 8개월간 "원고가 입증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피고는 이를 믿고 방어 전략을 세웠다. 만약 처음부터 피고에게 입증책임이 있다고 했다면, 피고는 CCTV나 목격자를 찾는 등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판에 임했을 것이다.
그런데 판결문은 완전히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이 사건에서... 이 사건 적시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별다른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라며 피고가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판결문이 명예훼손 소송의 기본 법리를 완전히 뒤집었다는 점이다. 명예훼손 소송에서 '허위성'은 원고가 입증해야 하는데, 판결문은 "위 소명자료의 신빙성이 탄핵되었거나 그것들만으로는 이 사건 적시사실이 진실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라며 피고가 '진실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피고가 제대로 방어할 기회조차 박탈한 중대한 직권남용이다. 재판장을 믿고 원고의 입증 부족을 지적하는 전략을 세웠는데, 판결문에서는 피고가 입증하지 못했다고 패소시킨 것이다.
한동훈은 끝까지 입증 포기, 그런데도 승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한동훈이 끝까지 자신의 알리바이를 입증하지 않았는데도 승소했다는 점이다. 2024년 5월 22일 공판에서 법무부와 검찰은 한동훈의 당일 행적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고, 한동훈 측도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했다.
강진구 기자는 "형사 사건 2만 쪽 되는 수사 기록을 복사해서 봤는데 한동훈 원고를 상대로 조사한 흔적과 기록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정하정 재판장이 8개월간 "원고가 가장 쉬운 증거를 안 낸다", "원고가 사건을 키웠다"고 지적했음에도, 결국 한동훈은 아무것도 입증하지 않고 7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항소심에서 반드시 바로잡을 것
강진구 기자는 "입증책임을 원고에서 피고로 뒤바꾼 것은 재판의 기본 원칙을 파괴한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오판이 아니라 의도적인 판결 조작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뉴탐사는 정하정 판사를 대법원 징계위원회에 제소하고, 필요시 직권남용으로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또한 재판장이 법정에서 한 발언과 판결문의 모순을 명백히 입증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사건의 승패를 넘어 사법부의 신뢰성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재판장이 법정에서 한 말과 판결문이 정반대일 수 있다면, 누가 법정에서의 재판장 발언을 믿고 재판에 임할 수 있겠는가.
항소심에서는 이런 엉터리 판결이 절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입증책임 원칙만 제대로 적용해도 뒤집힐 판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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