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청담동 술자리 사건 증거 만든 서초서, 첼리스트 안 부르고 무고 불송치
한동훈 당선 20일 뒤 결정… 경로 아는 유일한 사람을 끝내 안 불렀다
증거 만든 서초서가 그 증거 조작 고소를 피의자 조사 없이 불송치
2022년 수사보고서 작성·결재한 경찰이 그 보고서를 잣대로 무혐의 판단
염곡사거리, 2022년 보고서에 이어 2026년 결정서에서도 또 누락
청담동 술자리 디지털 증거를 직접 만든 서울 서초경찰서가, 그 증거가 조작됐다는 고소를 피의자 조사도 없이 닫았다. 서초서는 6월 23일 뉴탐사가 첼리스트 측을 무고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지 20일 뒤다. 결정서에는 첼리스트 박모씨를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박씨는 그 증거가 나온 휴대폰의 주인이자, 그날의 경로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 부르지 않은 것이 이 결정의 빈틈이 아니라 핵심일 수 있다.
부르면 둘 중 하나, 어느 답이든 경찰이 손해
박씨를 조사하면 답은 두 갈래뿐이다. 박씨가 "구룡터널로 갔다"고 하면, 첼리스트 측 변호인 이제일 변호사의 주장이 거짓이 된다. 이 변호사는 박씨가 구룡터널을 지나지 않고 내곡IC에서 P턴해 갔다고 주장해왔다. 반대로 박씨가 "P턴해서 터널을 안 지났다"고 하면, 이번엔 경찰이 곤란해진다. 서초서가 2022년 수사보고서에서 확정한 경로가 바로 구룡터널 통과이기 때문이다. 한쪽 답은 변호인의 주장을 거짓으로 만들고, 다른 쪽 답은 경찰 보고서를 오류로 만든다. 어느 쪽이든 뉴탐사가 제기한 의혹, 곧 그 증거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부르지 않는 편이 경찰에는 가장 안전했다.
경찰이 잣대로 삼은 문서는 경찰 자신의 보고서
이 무고 사건의 질문은 결국 하나다. 2022년 서초서가 만든 내비게이션 포렌식이 조작됐느냐다. 그런데 그 질문에 답한 기관도 서초서다. 경찰은 무혐의 근거로 "기록에 첨부된 서초경찰서 2022.12.1.자 수사보고"를 들었다. 자기가 만든 증거를, 그 증거가 조작인지 따지는 사건에서, 다시 잣대로 삼아 판단했다. 그 보고서는 김예솔 경사가 작성하고, 안영모 당시 경감이 검토했으며, 배은철 수사과장이 결재한 문서다. 무고를 인정하는 순간 서초서는 자기 보고서가 허위였다고 자인해야 한다.
결론에서 또 사라진 염곡사거리
결정서에는 이제일 변호사의 주장이 두 번 적혀 있다. 그런데 두 서술이 다르다. 앞부분에는 "내곡IC에서 P턴하여 염곡사거리를 거쳐 구룡터널 교차로에서 좌회전"이라고 옮겨놨다. 정작 경찰이 결론에서 같은 주장을 다시 쓸 때는 "구룡터널을 지나지 않고"로만 줄였다. 염곡사거리가 빠졌다.
염곡사거리는 그냥 한 지점이 아니다. 2022년 수사보고서에서 경찰이 다섯 장의 이미지 가운데 유일하게 누락한 6번 파일이 바로 염곡사거리다. 구룡터널 사거리에서 염곡사거리까지 4.3km를, 내비 기록은 40초 만에 통과한 것으로 찍었다. 시속 387km, KTX보다 빠른 속도다. 같은 증거가 2022년 보고서에서 한 번, 2026년 결정서 결론에서 또 한 번 사라졌다. 4년에 걸친 같은 누락이다. 경찰은 이 40초라는 숫자를 끝내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
하지 않은 조사의 결과를 미리 단정
결정서 불송치 이유의 첫 문장은 "아직 피의자들 상대로 조사하지는 아니하였음에도"로 시작한다. 조사를 끝냈다는 최종 결정에,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는 말이 그대로 남아 있다. 윗선에 올리는 중간보고 문장을 미처 지우지 못한 것으로 읽힌다. 경찰은 두 주장이 맞서는데 어느 쪽이 사실인지 확인할 단서가 없다고 했다. 보통 이런 상황이야말로 조사가 필요한 때다. 그런데 경찰은 "향후 조사하더라도"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냈다. 부르지도 않은 조사의 결과를 미리 정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불가도 거꾸로 쓰였다. 감정 불가는 증거의 무결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증거에 기댄 수사를 의심하는 게 순서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그러니 기자들이 조작을 입증하지 못한다"는 근거로 삼아, 증거를 만든 쪽을 가려줬다.
방배서에서도, 서초서에서도 입은 열리지 않았다
박씨가 조사를 비켜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씨 측이 뉴탐사 기자들을 강요미수 등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박씨는 1월 25일 방배경찰서에 고소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피고소인 측이 유착됐다며 기피신청을 하겠다고 한 뒤 진술을 거부하고 돌아갔다. 기피신청은 끝내 내지 않았다. 방배서는 2월 6일 그 사건을 각하했다. 고소인 조사는 본인이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피의자를 부를지 말지는 경찰이 정한다. 방배서에서는 박씨가 스스로 입을 닫았고, 서초서에서는 경찰이 부르지 않았다. 두 길이 같은 자리에서 끝났다.
면담이 끝나자 수사과장은 검찰청사로 걸어갔다
뉴탐사는 6월 23일 방송 전 서초경찰서를 찾아갔다. 경찰서에 전화를 여러 차례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결국 수사과장을 만나 고소인 조사도, 첼리스트 조사도 없이 불송치한 경위를 물었다. 수사과장은 해당 팀이 그날 비번이라며 팀장에게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취재진이 자리를 뜨자마자, 오후 4시 50분쯤 수사과장이 청사 밖으로 나와 검찰청사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팀장에게 전화 한 통이면 될 일이었다.

이 사건 기록은 결정이 통보된 6월 23일에도 형사사법포털에 '수사 중'으로 올라 있었다. 시스템 표기가 하루 이틀 늦을 수는 있다. 다만 결정문을 당사자에게 보내면서도 진행 상태조차 정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서둘러 내린 결정이라는 정황으로 읽힌다. 2022년 청담동 술자리 사건을 수사한 안영모 팀장은 현재 김포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뉴탐사 취재에서 한동훈을 부르지 않은 이유를 묻자 "수사 기법에 관한 것"이라고 답했다. "저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도 굽히지 않았다. 이 발언들은 추후 법정에서 증인 신문으로 다시 확인될 전망이다.
진실이 드러나면 가장 흔들릴 사람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은 박씨 측의 방송금지 가처분을 기각하며, 뉴탐사 기자들의 보도를 "진실이 아니거나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이 아님이 명백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청담동 술자리 형사재판은 국과수 감정에 이어 추가 감정을 받아들였고, 다음 기일은 8월 12일이다. 뉴탐사는 이번 불송치에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에 따라 이의신청한다.
불송치 결정이 나온 6월 23일은 한동훈 의원이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지 20일째 되는 날이었다. 제명됐던 그는 국회에 입성하면서 다시 살아있는 권력으로 돌아왔다. 당선 직후부터 2030년 대선 출마 의지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면담을 마친 수사과장이 전화 한 통이면 될 일을 두고 검찰청사로 발걸음을 옮긴 그 시각, 경찰이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었는지 묻게 된다. 청담동 술자리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가장 깊이 흔들릴 사람이, 바로 한동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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