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뉴탐사

신안 나무값 110억 "박우량 돼야 무마"…운송업자 녹취 나왔다

제주 조경수 운송업자, 신안 지인과 통화서 털어놔…"선거 끝나야 묘목이 나간다"

신안 조경수 운송업자 "박우량 당선돼야 나무 사업 무마된다" 통화 녹취 확보

3월 19일 이후 묘목 운송 전면 중단, 평소 200차에서 20분의 1로 급감

5년간 사례금 139억 제주 부부 독점, 담당 장 팀장은 녹취서 "부군수"로 불려

2026-06-01 08:22:55

전남 신안군에 제주산 조경수를 실어 나른 운송업자가 "박우량 전 신안군수가 당선돼야 나무 사업이 무마된다"고 말한 통화 녹취가 나왔다. 박 전 군수는 오는 3일 지방선거에서 신안군수 자리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호남뉴탐사가 지난달 31일 긴급방송에서 공개한 녹취에는 신안군 묘목 사업의 속사정이 운송업자의 입을 통해 그대로 담겼다.


앞서 뉴탐사는 박 전 군수 시절 만들어진 정원수 사회적협동조합이 2년간 신안군 예산 600억원을 사실상 독점한 정황을 보도했다. 제주 조경업체 꿈에그린 부부에게 5년간 기증수목 사례금 139억원이 흘러간 사실도 공시 자료로 확인했다. 이번 녹취는 그 거래의 한복판에 있던 운송업자가 직접 말한 것이어서 무게가 다르다.


"박우량이가 돼야 돼요"


운송업자는 신안에 사는 지인과 통화하며 선거 결과를 거듭 입에 올렸다. 그는 "이번 선거가 끝나야 돼요. 박우량이가 돼야 돼요"라고 말했다. 박 전 군수가 떨어지면 어떻게 되느냐는 물음에 답은 분명했다. "당선되면 무마가 되는데 안 되면 이슈가 될 거 같아." 다른 통화에서도 같은 말이 반복됐다. "박우량이가 안 되면 힘들다고 봐야지." 나무를 둘러싼 거래의 운명이 한 후보의 당락에 걸려 있다는 고백이다.


운송업자는 제주 부부에게 쏟아진 돈의 규모도 직접 셈해 말했다. "남편 이름으로 64억, 사장 이름으로 46억. 딱 110억이에요." 꿈에그린 대표 문모씨와 이사인 남편 한모씨에게 3년간 지급된 사례금과 맞아떨어지는 액수다. 뉴탐사가 공시 자료로 확인한 5년치 사례금은 139억원이 넘는다.


3월 19일 멈춰 선 묘목 트럭


녹취에는 선거를 의식해 묘목 운송을 멈춘 정황도 담겼다. 운송업자는 "3월 19일부터 나가기로 했는데 한 차도 못 나갔어요"라고 했다. 평소와 견주면 격차가 컸다. "작년에 200차 나갔으면 지금 20대도 안 나가요." 뉴탐사의 신안 보도가 이어지자 몸을 사린 것이다. 그는 "선거 끝나면 이제 나가겠죠. 박우량이가 돼야죠"라고 했다. 자금 집행 계획은 이미 다 잡혀 있다고도 했다.


운송업자에게 이 거래는 안정적인 밥줄이었다. 신안군과 거래한 지 10년이 됐고, 본격적으로는 6~7년이라고 했다. 한 달에 50차, 한 차당 10만원씩이면 운송 수수료만 월 500만원이다. 꿈에그린은 5~6년 전부터 다른 지역 거래를 모두 끊고 신안 물량만 맡았다고 한다. "서울 부산 막 보내다가 딱 접고 신안 것만." 운송업자는 이 회사가 그렇게 벌어 5층짜리 빌딩을 올렸다고 전했다. "다른 데는 나무를 주지도 않아."


꿈에그린이 사업장으로 등기한 곳은 제주 서귀포의 한 5층 건물 꼭대기 층이다. 1층은 빵집, 2층은 PC방, 그 위층에는 필라테스장이 들어선 상가다. 입주 상인들은 조경업체 사무실을 본 적이 없다고 했고, 5층은 건물주 부부의 살림집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제주 가는 담당 팀장


녹취에서 거듭 등장하는 이름이 신안군 정원살림총괄과 장 모 팀장이다. 운송업자는 그를 두고 "부군수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나무 사업은 장 팀장이 알아서 다 한다는 말이 신안에 퍼져 있다고도 했다. 장 팀장은 박 전 군수 선거 캠프에서 일하다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된 인물이다. 6급 팀장이지만 나무 사업의 실무를 쥐고 있다.


장 팀장이 제주를 오가는 빈도도 녹취에 나왔다. "집에도 거의 못 들어가. 제주도를 일주일에 한 번씩 다녀요. 나무 때문에." 운송업자는 자신이 그를 직접 챙겼다고 했다. "사장님이 힘들면 내가 태우러 가고 태워다 주고", "시간이 늦으면 배편으로 침대칸 해서 보내주고." 뉴탐사는 앞선 취재 때부터 제주 특급호텔 숙박 접대 의혹을 장 팀장에게 물었다. 그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사례금만 139억, 굴취비·운송비는 별도


기증수목 사례금 말고도 돈은 여러 갈래로 나갔다. 나무를 캐는 굴취비로 꿈에그린이 122건에 16억7000만원, 같은 부부가 운영하는 그린조경이 2억8000만원을 받았다. 한씨가 인건비 명목으로 받은 3900만원까지 더하면 굴취비만 20억원에 이른다. 제주에서 신안까지 나무를 실어 나르는 운송비도 따로 집행됐다.


사례금이 한 부부에게 쏠린 과정을 신안군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정원살림총괄과 담당 과장은 뉴탐사 취재에 사례금을 보통 감정가의 15%쯤 준다고 했다. 조례상 상한은 20%다. 110억원을 20%로 역산하면 이 부부가 신안군에 550억원어치 나무를 기증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5년치 139억원으로 따지면 700억원어치다. 과장은 "그건 확인을 해봐야 알겠다"고 했다.


기증수목의 성격도 석연치 않다. 과장은 50~60년 된 나무 100주를 한 번에 받거나, 아기동백을 밭떼기로 사 온다고 설명했다. 공개입찰 없이 '기증 수목 사례금' 명목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도 의문을 자아낸다.
 

박 전 군수는 2025년 3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군수직을 상실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사면을 받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특보로 임명됐다. 신안군의 한 해 예산의 한 갈래가 제주 부부와 담당 팀장을 거쳐 어디로 흘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운송업자는 통화 말미에 꿈에그린 사장이 자신에게 부탁한 일을 전했다. 신안 선거 여론을 알아봐 달라는 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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