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뉴탐사
호남, 김민석 57.5% 압승…정청래 25%p 참패
정청래는 서울·경기에서 36%포인트를 이겨야 역전 가능
김민석 호남 13만9307표 57.54%, 누적 52.21%로 과반
최고위원 박선원 누적 1위, 최민희 3400여표 차로 밀려
신천지 전남 베드로지파 중립 선회, 전북 도마지파만 부분 가담 정황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호남 순회경선에서 김민석 후보가 57.54%를 얻었다. 정청래 후보는 32.65%에 그쳤다. 두 사람의 격차는 24.89%포인트다. 1년 가까이 호남에 공을 들여온 직전 당대표가 호남에서 자기 표의 절반도 지키지 못했다.
소병훈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이 15일 전북 익산 원광대 문화체육관에서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13만9307표, 정 후보는 7만9033표, 송영길 후보는 2만3749표를 받았다. 광주전남에서 김 후보가 57.04%, 정 후보가 31.84%였다. 전북에서는 58.39%대 34.00%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정 후보는 지난해 전북을 겨냥한 발언으로 갈라치기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전남과 전북의 표심은 갈리지 않았다.
누적 득표율은 김 후보 52.21%, 정 후보 38.14%, 송 후보 9.65%다. 지난주까지 1%포인트대였던 격차가 14%포인트로 벌어졌다. 김 후보는 1순위 누적에서 과반을 넘겼다. 이 수치가 유지되면 선호투표 재배분 없이 승부가 끝난다.
당대표 개표에 앞서 광주전남 시도당위원장 선거 결과가 먼저 나왔다. 친명계 안도걸 의원이 60% 중후반, 친청계 권향엽 의원이 30% 초중반을 얻었다. 정 후보의 표정은 당대표 개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굳어 있었다. 앞서 치러진 제주 경선도 비슷했다. 제주에서 김 후보는 52.64%, 정 후보는 39.89%를 얻었다.
정청래, 서울·경기서 6만3360표를 더 얻어야 한다
정 후보가 1순위 득표에서 김 후보를 넘어서려면 서울·경기에서 6만3360표를 더 얻어야 한다. 선호투표 재배분까지 감안하면 10만56표다. 비율로 따지면 35.9%포인트를 벌려야 한다. 투표자 규모를 달리 잡아도 답은 비슷하다. 서울·경기 투표자가 20만명이면 31.68%포인트, 24만명이면 26.4%포인트, 28만명이면 22.63%포인트, 32만명이면 19.8%포인트다. 여기에 대의원 투표와 여론조사 반영분이 남아 있다. 이를 다 합치면 필요한 표는 12만~13만표까지 늘어난다.
정 후보가 넘어야 할 문턱은 하나 더 있다. 김 후보의 1순위 누적 득표율이 이미 52.21%다. 서울·경기에서 김 후보를 46%대로 눌러놓지 못하면 선호투표 재배분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 경선 내내 선호투표제에 반대해온 쪽이 이제는 선호투표까지 가기를 바라게 됐다.
정 후보 캠프는 일주일 전만 해도 호남에서 11~12%포인트 안으로 막는 것을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실제 격차는 그 두 배를 넘었다. 캠프 내부 관계자는 개표 뒤 통화에서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 다만 정 후보 쪽은 경기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정 후보 지지를 밝혔고, 옛 이낙연계 조직이 권리당원 사이에서 여전히 작동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개표 직후 기자들 앞에서 "경기·서울"이라고 말했다. 흔히 쓰는 "서울·경기"가 아니었다. 서울보다 경기 쪽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이날 밤 페이스북에 "호남에서 크게 졌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호남의 선택은 항상 옳습니다. 겸허하게 존중하고 수용합니다"라고 썼다. 승패와 관계없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문장도 붙였다. 낙선의 변에 가깝다. 김 후보는 "겸손히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겠다"는 짧은 글을 올렸다.
최민희 1위 반납, 한민수는 당선권 밖으로
최고위원 경선은 낙차가 더 컸다. 박선원 후보가 광주전남에서 20%를 넘기며 1위에 올랐다. 서미화 후보가 2위, 최민희 후보가 3위였다. 직전까지 18~20%를 오르내리던 최 후보의 득표율은 15%대로 내려앉았다. 김용 후보는 13.6%로 4위에 올라 이성윤·한민수 후보를 모두 제쳤다. 한민수 후보는 호남에서 6위에 그쳐 당선권 밖으로 처음 밀려났다.
누적 순위도 뒤집혔다. 박 후보가 15만9000여표를 얻어 15만6000여표의 최 후보를 3400여표 차로 앞섰다. 한 후보는 12개 시도 누적 3위에서 5위로 두 계단 내려갔다. 이제 한 후보의 경쟁 상대는 친명계가 아니라 같은 친청계인 이성윤 후보다. 이 후보는 지역구가 있는 전북에서 17.57%로 1위를 했다. 광주전남에서 표가 따라오지 않아 호남 합산으로는 5위에 머물렀다.
계파별로 묶으면 차이가 더 크다. 호남에서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이 29만표, 친청계가 18만표를 얻었다. 격차는 21.84%포인트다. 광주전남은 64대 36, 전북은 56대 44였다. 친명 후보 셋은 모두 순위를 올렸고 친청 후보 셋은 모두 내려갔다. 12개 시도 누적으로도 친명 51만7000여표, 친청 38만3000여표다.
신천지, 광주전남에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신천지 전남 베드로지파는 한 캠프 쪽에 이번에는 중립을 지키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천지 문제를 더는 거론하지 말아달라는 요청도 함께 있었다고 한다. 광주 지역 경찰 정보과 관계자들도 신천지 쪽 움직임이 잡히지 않는다고 전했다. 신천지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전북 도마지파에서 6000~7000명가량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알려왔다. 광주전남에서는 조직적 개입의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다.
전북 개표에는 다른 지역과 어긋나는 대목이 있다. 개표를 마친 12개 시도에서는 최고위원 계파 격차가 당대표 격차보다 항상 컸다. 전북만 거꾸로였다. 전북의 당대표 격차는 24.4%포인트, 최고위원 계파 격차는 11.41%포인트다. 13%포인트가 어긋난다. 최고위원은 이성윤 후보를 찍으면서 당대표는 김민석이나 송영길을 찍은 표가 있었다는 뜻이다. 조직표가 이성윤 후보까지는 닿았지만 정청래 후보까지는 가지 않았다.
투표율은 47.82%였다. 지난해 51.24%보다 3.4%포인트 낮다. 호남 권리당원 선거인단은 광주전남 31만4184명, 전북 19만2020명을 합쳐 50만6204명이다. 1년 새 15만명가량 늘었다. 그런데 투표자는 5만4617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분모가 38% 커지는 동안 분자는 29% 커졌다.
지난해 수준인 51.24%로 기존 당원이 투표했다고 놓으면, 새로 들어온 당원은 38.9%만 투표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대로 신규 당원이 한 명도 투표하지 않았다고 놓으면 기존 당원 투표율은 66%가 된다. 어느 쪽으로 잡아도 신규 당원 참여가 낮다. 지난해 이후 입당한 신천지 신도가 있다면 그 표도 신규 당원 쪽에 들어간다.
시도별 투표율은 대구가 72%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북, 부산, 인천 순이었다. 광주전남은 48.30%, 전북은 47.04%로 중간이었다. 제주가 가장 낮았다. 그동안은 선거인단이 작은 곳일수록 투표율이 높았다. 선거인단이 가장 큰 호남이 중간을 기록하면서 그 흐름이 깨졌다.
김어준은 전화면접만 앞세우고 ARS는 짚지 않았다
여론조사 꽃이 이번 주 공표한 171차 조사에서 호남 전화면접 결과는 정청래 31.6%, 김민석 35.2%였다. 격차 3.6%포인트다. 김어준씨는 방송에서 이 전화면접 결과를 앞세웠다. 인천·경기와 대전·세종·충청에서 전화면접이 실제 결과와 잘 맞았다는 이유였다. 호남도 전화면접이 맞아떨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실었다. 민주당 지지층만 떼어놓고 보면 정 후보가 전화면접에서 처음 앞섰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울 조사에서는 정 후보 31.7%, 김 후보 20.1%였다.
같은 조사의 ARS 결과에서는 김 후보가 큰 폭으로 앞섰다. 김씨는 두 조사가 다르게 나온 이유를 경선이 끝난 뒤 분석해보겠다며 넘겼다.
실제 호남 개표는 32.65%대 57.54%였다. 24.89%포인트 차다. 전화면접이 아니라 ARS가 실제에 가까웠다. 이 조사의 호남 표본은 80여명, 서울 표본은 109명이었다. 표본 오차를 감안하면 이런 수치로 지역 판세를 말하기 어렵다. 전국 기준으로는 여덟 개 조사 중 네 개에서 정 후보가 앞섰지만, 호남에서 앞선 조사는 하나도 없었다.
정청래가 '사위'를 반복하자 송영길이 '아들'로 받아쳐
합동연설회에서 정 후보는 자신을 강진에 처가를 둔 "호남의 사위"라고 소개했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송영길 후보는 "호남의 아들"을 내세웠다. 송 후보는 "안철수 사위에 속지 말고 또다시 속지 말고 아들에게 힘을 주십시오"라고 했다. 정 후보가 먼저 사위를 말한 뒤였다.
송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를 두고 "분식회계"라고 했다. 14개 선거구 가운데 4곳을 국민의힘에 내주고도 이겼다고 말하는 것이 분식회계라는 지적이다. 분식회계에 기초해 새 경영진을 뽑으면 다음 총선과 서울시장 선거도 어렵다고 했다. 정 후보 지지자들은 정 후보 연설이 끝나자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두 후보의 연설은 빈자리를 앞에 두고 진행됐다.
마지막 주 행보도 표에 영향을 줬다. 한민수 후보는 광명 유세 현장에서 정 후보 처남의 신천지 신도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정청래 후보에게 물어보라는 취지로 답했다. 정 후보의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성윤 후보는 비서관 갑질 의혹 보도가 나온 뒤 법적 조치를 거론했을 뿐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송 후보는 경선 전날 인터뷰에서 신천지 문제를 전당대회 뒤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신이 대표가 되면 당연히 조사할 것이고, 김민석 후보가 대표가 되더라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단 종교가 정당 활동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전당대회 뒤 통합을 명분으로 이 문제를 덮으면 새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겠다고도 했다.
서울·경기 순회경선은 16일 치러진다. 대의원 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는 17일 전당대회에서 합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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