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행어사

영화 '소주 전쟁' 둘러싼 3년간의 진실공방, 권력형 갑질인가 저작권 탈취인가

한국영화사 초유 '감독 크레딧 박탈' 사건, 소주 전쟁의 진실을 파헤치다

2025-07-21 17:36:58

지난 5월 30일 개봉한 영화 '소주 전쟁'이 한국 영화사상 전례 없는 '감독 없는 영화'로 남게 됐다. 2023년부터 시작된 이 논란은 3년째 지속되며 영화계를 양분시키고 있다. 한편에서는 "영화계의 전청조 사건"이라 부르고, 다른 한편에서는 "조현아의 땅콩 회항 사건을 연상케 하는 갑질"이라고 규정한다.


더 램프 "단독 작가 표기는 원작자 숨긴 기망" vs 감독 "갑질 연장선상 해고"


원래 시나리오 제목이었던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는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에게 더 친숙한 '소주 전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제목 변경보다 더 큰 문제는 감독 해고와 크레딧 논란이었다.

더 램프 제작사는 입장문을 통해 사건의 발단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윤진 대표는 2020년 더 램프에 접근하여 자신이 단독 작가로 표시된 소주 전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런데 소주 전쟁의 원작자가 따로 있다면 이는 감독 계약의 중대한 위반일뿐 아니라 원작가의 성명 표시권 침해를 구성한다."

더 램프는 최윤진 감독이 제작사에 보낸 시나리오 표지를 증거로 제시했다. 모럴 헤저드 시나리오 표지에는 '각본 연출 최윤진'이라고 기입돼 있었다. 제작사 측은 이를 근거로 최윤진 감독이 원작가 박현우의 존재를 숨겼다고 주장했다.


영화계 관행상 완성본 나와야 크레딧 확정 - 시나리오 표지는 작업 버전 표시일뿐


한국저작권위원회 분쟁 사례집에 따르면, 저작인격권의 하나인 성명 표시권은 통상 예술계에서 크레딧으로 나타난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크레딧의 최종 확정은 촬영과 후반 작업을 마치고 완성본이 나오는 시점에 이루어진다"고 답변했다.

영화계에서는 보통 한 작품에 여러 작가가 참여한다.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영화의 특성상 투자사나 배우들의 요구에 맞춰 장르나 내용이 변경되기 때문이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덕혜옹주'의 경우 시나리오 각본에만 5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각색 2명, 윤색 2명이 추가로 크레딧에 올랐다.

하지만 각 작가가 작업한 시나리오 표지에는 본인 이름만 단독으로 기입된다. 이는 자신이 작업한 버전임을 명시하는 것이지, 최종 크레딧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서에 '박현우 2천만원' 명시 - 제작사가 원작가 존재 몰랐다는 주장 모순


최윤진 감독과 더 램프 간의 감독 및 공동제작 계약서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계약서에는 '에너미 각본 박현우 2천만원', '모럴헤저드 각본 최윤진'이라고 명시돼 있다. 더 램프는 이 계약을 체결하면서 박현우 작가의 존재를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최윤진 감독은 "박은경 대표는 에너미와 모럴헤저드 시나리오의 연관성을 충분히 설명받았다"며 "에너미의 인범이라는 인물이 소주 전쟁에서 이재훈이 연기한 인물의 기원이 된다고 명확히 알려드렸다"고 해명했다.


'블랙머니' 흥행으로 '에너미' 무산, 홀로 '소주 전쟁' 완성한 최윤진


사건의 핵심은 '에너미'라는 작품에서 출발한다. 최윤진 감독과 박현우 작가는 2019년 론스타게이트 사건을 다룬 '에너미'를 공동 작업했다. 하지만 같은 소재의 영화 '블랙머니'가 흥행하면서 투자사가 발을 뺐다.

투자사로부터 3억 3천만원을 받았던 최윤진 감독은 급히 다른 시나리오로 전환해야 했다. 이때 박현우 작가는 개인 사정으로 에너미 2고까지만 작업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최윤진 감독은 홀로 새로운 소재인 '진로와 골드맨삭스' 사건을 바탕으로 '모럴헤저드(소주 전쟁)'를 완성했다.


AI 분석 결과도 "서로 다른 작품" - 제작사는 초기 버전으로 유사성 과장


뉴시스가 AI를 통해 에너미와 소주 전쟁 시나리오의 유사성을 검증한 결과는 명확했다. 제미니 2.5와 ChatGPT 모두 "공통점은 있지만 핵심적 서사 구조가 다르다"고 판단했다.

더 램프가 제시한 AI 분석 결과와 다른 이유는 분석 대상의 차이 때문이다. 뉴시스는 최종 완성본인 11고를 분석했지만, 더 램프는 계약 당시의 모럴헤저드 2고를 사용했다. 당연히 초기 버전일수록 에너미와의 유사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통화 녹음의 숨겨진 맥락


더 램프가 공개한 통화 녹음에서 최윤진 감독은 "모럴헤저드는 내가 혼자 썼고, 모럴헤저드의 작가는 나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박은경 대표가 또 다른 작품 '심해'로 김기용 작가에게 로펌을 소개해 내용증명을 보내게 한 직후였다.

최윤진 감독은 "저작권 분쟁을 또 만들려고 한다는 우려에서 강변한 것"이라며 "전후 맥락을 모르고 듣다 보면 오해할 수 있지만, 모럴헤저드는 내가 집필한 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현우 작가 "크레딧 순서는 내 권한 아닌 걸 알고 있었다"


박현우 작가는 직접 인터뷰에서 "에너미는 최윤진 영화사 꽃에서 아이템 설정만 했을 뿐, 실제 기획은 내가 했다"며 "나는 원작이라고 말하기에는 시나리오를 두 개나 썼으니까 크레딧을 받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순서에 대해서는 제 권한이 아닌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며 박은경 대표의 일방적 주장과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심해' 사건도 마찬가지 - 계약 초기부터 공동작가 존재 이메일로 통지


더 램프는 최윤진 감독이 '심해'라는 작품에서도 김기용 작가의 저작권을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윤진 감독은 계약 초기부터 박은경 대표에게 "심해 시나리오는 원작가가 따로 있고, 초고까지 같이 작업을 진행했으며 엔딩 크레딧에 각본을 올려주겠다"고 이메일로 명시했다고 밝혔다.

형사부에서는 "두 시나리오가 모두 동일한 트리트먼트를 토대로 한 결과"라며 김기용 작가의 단독 저작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민사부에서는 일부 유사성을 인정했지만 김기용 작가의 작가 계약서 무효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의 편파적 판정 논란 - 협박 이메일까지 동원한 압박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은 "소주 전쟁은 박현우가 1크레딧, 최윤진이 2크레딧"이라고 판정했다. 하지만 공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병인 작가조합 대표는 최윤진 감독에게 "호랑이가 사냥을 하는 건 사냥감을 증오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호랑이의 존재적 특징이자 삶의 방식일 뿐이죠"라며 협박성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영화인신문고에서는 영화 창작 3단체의 전문 의견을 들었는데, 2대 1로 "최윤진이 1크레딧"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전해진다.


과거 작업 작가들까지 접촉해 압박 - 영진위 10년 전수조사도 진행


박은경 대표는 최윤진 감독과 작업했던 모든 작가들에게 연락을 취해 압박을 가했다. '백두산' 시나리오 작가와의 통화에서는 "박은경 대표를 만나서 '백두산'도 같은 케이스라고 엮고 싶어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최윤진 감독의 10년간 모든 작품을 전수조사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영진위 관계자도 "일상적으로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인정했다.


천만 제작사 대표의 권력, "25년 경력에 처음" vs "계약서에 다 적혀있는데"


박은경 대표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를 제작한 유명 제작사 대표이다. 하지만 그의 행태는 권력을 이용한 갑질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윤진 감독은 "박은경 대표로부터 지속된 갑질 행위의 연장선상에서 감독 해고가 있었다"며 "이는 조현아의 땅콩 회항 사건과 유사한 권력형 횡포"라고 규정했다.

박은경 대표는 인터뷰에서 "25년 경력에 이런 저작권 탈취 사례는 처음 봤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자신이 계약서에 박현우 작가의 이름과 작가료를 명기해놓고도 "박현우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모순을 보였다.


결국 '현장연출'로 격하된 감독 - "사회적 살인 당했다"


영화 '소주 전쟁'의 실제 크레딧을 보면 원작은 박현우, 각본은 박현우·최윤진 순으로 표기됐다. 하지만 실제 영화 현장에서 촬영하고 1차 편집까지 마친 최윤진 감독은 '감독' 크레딧을 박탈당하고 '현장연출'이라는 생소한 직책으로 격하됐다.

모든 증거와 증언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은 저작권 탈취보다는 제작사의 권력형 갑질에 가깝다. 계약 당시부터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던 제작사가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며 감독을 해고한 것은 합리적 의심을 받을 만하다.

한 영화 감독은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감독이라는 크레딧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권력에 의해 예술가의 창작 권리가 침해받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영화계 양심 세력의 공통된 목소리다.

최윤진 감독은 "2년간 사회적 살인을 당해 왔다"며 "영화가 개봉을 마친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절규했다. 한국 영화계가 진정한 창작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권력보다 진심이, 갑질보다 상생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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