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조문도 없이 기자회견부터 열었다. 8월 11일,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김충식 특검법을 발의하며 벌인 일이다. 6월 24일 열린공감TV가 김충식을 검찰에 고발한 지 겨우 49일. 검찰이 고발장을 제대로 들여다볼 시간도 주지 않고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다"며 특검을 요구했다. 더 기막힌 것은 김건희 구속 하루 전이라는 타이밍이다. 이것이 정의 구현인가, 아니면 영화 마케팅인가.

7주의 조급함이 드러내는 진실
특검은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요구하는 것이다. 최소한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그런데 7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고 특검법을 들고 나왔다.
왜 이렇게 조급했을까. 답은 타이밍에 있다. 8월 12일 김건희 구속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이슈를 만들어야 했다. 김건희가 구속되면 모든 관심이 그쪽으로 쏠린다. 그 전에 김충식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띄워야 했다.
실제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법안명과 제안이유, 12명의 제안자 명단만 있을 뿐 법안 조문은 없다. 법안 내용도 만들지 못할 만큼 급했던 것이다. 이것은 입법이 아니라 이벤트다.

영화 '신명' 후속작의 프리프로덕션
정천수는 이미 영화 '신명'으로 이런 방식을 증명했다. 대통령 선거일에 맞춰 개봉해 12·3 내란을 무당의 주술로 해석한 이 영화는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이제 후속작이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은 김충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 '신명'에서 김충식 역을 맡았던 명계남이 현재 열린공감TV 고정 출연자라는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명계남이 윤석열-김건희 정권의 그림자 실세를 연기했고, 이제는 열린공감TV의 일원이 되었다. 후속작의 주연 배우가 이미 확보된 셈이다.
6월 24일 고발 기자회견은 영화의 첫 번째 티저였다. 7월 양평 산골 취재는 캐릭터 소개 영상이었다. 8월 11일 특검법 기자회견은 본격적인 예고편이다. 완벽한 영화 마케팅 시퀀스다.
"독재"를 "권총"으로, 발언 조작의 정점
정천수의 콘텐츠 제작 방식이 얼마나 문제적인지는 2025년 5월 사건이 잘 보여준다. 김충식이 "이재명이 되면 데모가 일어나고 독재를 쓸 수밖에 없다"고 한 발언을 정천수는 "권총을 쏠 수밖에 없다"로 조작했다. AI 음성인식도 "독재"로 확인했지만, 정천수는 이를 "권총"으로 바꿔 이재명 저격설과 연결시켰다.(관련 기사)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런 조작을 바탕으로 강진구 뉴탐사 기자를 '밀정'으로 몰아간 것이다. 강진구 기자는 정천수의 허위 보도를 사실 확인하려 김충식에게 전화했을 뿐인데, 정천수는 이를 이재명 저격 배후설로 둔갑시켰다. 발언을 조작하고, 그 조작을 근거로 동료 언론인을 매장하려 한 것이다.
86세 노인, 차기작 최종 빌런으로 변신
정천수가 7월 양평 산골에서 만난 김충식은 86세 노인이었다. "나는 인생 다 산 놈이야, 90이야"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특검법 제안이유는 그를 "검찰, 경찰, 법원, 관료, 종교 세력과 유착한 실세 중 실세"라고 규정한다.

영화적 상상력으로는 완벽한 캐릭터다. 영화적 상상력으로는 완벽한 캐릭터다. 겉으로는 무력한 노인이지만 실제로는 국가 시스템을 좌우하는 최종 빌런. 명계남이 연기하기에 적합한 역할이다. 이미 '신명'에서 조연으로 등장했던 김충식이 후속작에서는 주인공으로 격상되는 것이다.
더 충격적인 설정도 준비되어 있다. 무안공항의 제주항공 참사를 "보잉 737-800의 숫자를 맞춰" 일으켰다는 주장. 179명의 희생을 음모론으로 엮는 대담함.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테러 사건까지 김충식을 끌어들이는 음모론. 국가적 참사와 정치 테러를 한 명의 86세 노인이 배후 조종했다는 설정. 영화라면 충격적인 블록버스터가 될 소재다.
검찰 수사를 믿지 않는다면서 왜 고발했나
6월 24일 열린공감TV는 김충식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7주 만에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애초에 검찰을 믿지 않았다면 왜 고발했을까.
답은 명확하다. 고발과 특검법 발의는 처음부터 세트였다. 영화 제작에서 말하는 '빌드업'이다. 고발로 캐릭터를 소개하고, 특검법으로 갈등을 고조시킨다. 검찰 수사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미 충분한 특검, 왜 또 필요한가
현재 김건희 특검법은 15개 의혹을 다룬다. 내란 특검법은 12·3 관련 모든 사안을 수사한다. 김충식이 최은순의 내연남이라면 김건희 특검이, 내란과 관련 있다면 내란 특검이 수사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별도 특검인가. 12명의 공동발의로는 통과가 불가능하다. 188명이 참여한 다른 특검법들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이들도 알고 있다. 통과가 목적이 아니라 화제가 목적이다. 영화 마케팅에서는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최혁진 의원, 조연 캐스팅 완료
최혁진 의원은 기본소득당 추천 비례대표였지만 약속을 어기고 민주당 잔류를 시도하다 제명됐다. 무소속이 된 그에게 김충식 특검법은 존재감을 드러낼 첫 법안이다. 영화로 치면 중요한 조연이다. 정의로운 국회의원 역할.
"김건희가 귀신을 먹여 대통령을 만들었다", "전국 5대 명산에서 굿을 했다"는 주장들. 이런 것들이 특검 사유가 된다. 법정 스릴러가 아니라 오컬트 영화의 시놉시스다.
7주짜리 영화 마케팅의 완성
6월 24일 고발 기자회견. 7월 양평 산골 취재. 8월 11일 특검법 기자회견. 영화 제작 발표회, 촬영 현장 공개, 제작보고회의 순서처럼 보인다.
검찰 수사 결과? 필요 없다. 법안 조문? 그것도 필요 없다. 김건희 구속 하루 전이라는 타이밍만 있으면 된다. 유튜브 조회수가 오르고, 언론이 주목하고, 다음 영화의 관객이 모인다.
7주. 이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영화 제작에서 티저 공개부터 본 예고편까지의 기간과 비슷하다. 우연일까.
결국 이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마케팅이었다. 86세 노인이 주인공이 되고, 검찰이 악역이 되며, 특검은 관객을 끌어모으는 미끼가 되는 정치 스릴러. 명계남이 열린공감TV 고정 출연자가 된 지금, 정천수 감독의 차기작은 이미 프리프로덕션에 들어갔다. 발언을 조작하고, 동료를 매장하고, 법안도 없이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도 기다리지 않고 특검을 요구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영화 '신명' 후속작을 위한 대대적인 마케팅 캠페인이었다.
우리는 관객인가, 아니면 엑스트라인가.
[정정보도] <김충식 특검법 기자회견, 영화 '신명' 후속작 마케팅인가> 관련
본 매체의 위 보도는 당시 의안이 등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되었으나, 확인 결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의 '문서'란에 법안의 등재가 늦어져 발의 딩일에 법안이 즉시 게시되지 않았을 뿐이고, 2025.8.11. 법조문을 포함하여 발의되었음이 밝혀져 이 부분을 바로 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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