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양팔 잡은 장면뿐인데 헤드락… 2심은 "정확히 촬영 안 됐지만" 유죄

1심 "양 손목 잡은 사실만 확인"… 판결문엔 "정천수가 먼저 유형력 행사"

두 판결문이 영상에서 확인했다고 적은 장면은 같아

항소심, 영상이 정확히 촬영되지 않았다고 쓰면서 "넉넉히 인정" 판시

정천수는 1심 법정서 "어디를 부상 입었다고 말할 수 없다"

2026-08-24 23:48:09

영상에는 팔을 잡은 장면이 찍혀 있다.


1심은 그것만으로 헤드락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항소심은 같은 장면을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의정부지방법원 제5-2형사부는 8월 20일 박대용 기자에게 벌금 20만원을 선고했다. 2023년 3월 14일 남양주 더탐사 사무실 회의실에서 정천수의 머리를 팔로 감싸 안고 눌렀다는 것이다. 1심에서 전부 무죄였던 부분이다.


두 재판부가 본 장면은 같다


1심 판결문 8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피해자가 직접 촬영한 동영상에는 "피고인 박대용이 피해자의 양 손목을 붙잡은 사실만 확인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어 촬영 구도와 화질상 머리를 팔로 감싸 안고 누르는 장면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최영민 PD가 뒤통수를 가격했다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항소심 판결문 4면이 영상에서 확인했다고 적은 장면도 둘뿐이다.


하나는 박 기자가 "사람을 때려~"라고 하며 "위 피해자의 양 팔을 잡는 장면"이다. 다른 하나는 "위 피해자의 얼굴이 바닥쪽을 향하여 내려가고 피고인 박대용의 팔에 둘러싸여 있는 장면"이다.

▲박대용의 왼팔이 정천수 오른팔을 잡고 있고, 박대용의 오른팔은 정천수 왼손을 향하고 있다. 박대용 오른팔 위에 정천수 턱이 보이고, 바로 서 있는 박대용 얼굴이 보인다. 헤드락을 걸 수 있는 자세가 전혀 아니다.


앞의 것은 1심이 인정한 것과 같다. 뒤의 것은 상태를 적은 문장이다. 그 상태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문장에 없다.


그런데 항소심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머리를 팔로 감싸 안고 "누르는" 행위다. 누르는 동작은 두 장면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정확하게 촬영되지는 않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영상의 한계를 적었다.


판결문 4면이다. 정천수가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는 카메라가 흔들려 "그 영상이 정확하게 촬영되지는 않지만"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같은 문단 끝에서 헤드락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정확히 찍히지 않았다고 쓴 영상으로 유죄가 됐다.


1심은 여기서 다른 결론을 냈다.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 전부가 정천수가 카메라 삼각대에 걸려 휘청했다고 진술한 점을 들었다. 여러 사람이 뒤엉키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접촉이 생기고 정천수가 이를 폭행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얼굴이 아래로 내려간 것이 눌려서인지 균형을 잃어서인지, 그 판단이 유무죄를 갈랐다.


민사 재판도 증거가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1심도 같은 결론이었다. 지난 1월 22일 판결이다.


재판부는 물을 뿌리거나 안면을 가격한 사실이 증거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 기자가 헤드락을 걸었다거나 최 PD가 뒤통수를 가격했다는 주장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명시했다.


정천수는 이 소송에서 1억원을 청구했다. 인정된 금액은 300만원이다. 재판부는 본소 비용의 90%를 그에게 물렸다. 300만원의 근거도 폭행이 아니었다. 네 사람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나가지 못하게 막은 행위, 최 PD의 욕설이 인정됐을 뿐이다.


형사와 민사, 두 재판이 헤드락에 관해 같은 말을 했다.


영상 한 번 틀고 당일 결심


항소심은 달랐다.


공판조서를 보면 심리는 7월 16일 하루다. 재판부는 검사가 낸 영상 시디를 재생하고 시청했다. 1심에서 이미 조사된 영상이다. 그리고 같은 날 변론을 종결했다.


증인신문은 없었다. 피고인신문도 없었다. 새로 제출된 증거도 조서에 나타나지 않는다.


정천수는 항소심 법정에 서지 않았다.


폭행 당했다는 부위가 왜 네 번 바뀌었나


영상으로 확정되지 않는 이상 남는 것은 진술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7일 정천수를 증인석에 세웠다. 변호인이 수사 과정에서 낸 문서를 하나씩 제시했다.


사건 당일 쓴 진술서에는 헤드락을 당했다는 기재가 없었다. 고소인 진술조서에는 머리, 1차 피의자신문조서에는 목, 2차 피의자신문조서에는 얼굴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네 문서의 기재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변호인이 물었다. 머리인지 목인지 얼굴인지 구체적인 부위는 기억이 모호해서 표현이 달라진 것이냐고.


"예, 그렇습니다."


당시 상황도 설명했다. "박대용 씨가 갑자기 저를 힘으로 저지를 하는데 그 사람이 손으로 막는지 어떻게 하는지를 제가 기억을 할 수 없었고, 나중에 영상을 통해서…"


변호인이 캡처화면을 제시했다. 박 기자가 왼손으로 팔을 잡고 있고, 정천수가 오른팔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장면이다. 이 화면에서 헤드락이 확인되느냐고 묻자 그는 "저렇게 머리를 감싸면서 헤드락을 건 겁니다"라고 답했다.


부상을 입었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박대용의 헤드락으로 제가 어디를 부상을 입었다고는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헤드락을 입증할 영상 증거가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현재 보시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눈앞의 캡처화면을 가리킨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이 신문을 마친 뒤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정천수 진술이 일관됐다고 판단


항소심 판결문 5면에는 정천수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주장했다고 적혀 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 삼아 헤드락을 인정했다.


원심 법정에서 부위 변경을 인정하고 기억이 모호했다고 답한 대목은 판결문에 없다. 부상을 특정하지 못한 답변도 없다.


1심이 무죄 근거로 든 사정들도 다뤄지지 않았다. 삼각대에 걸려 휘청했다는 진술, 폭행으로 오인했을 가능성, 정천수가 동영상과 녹음파일을 편집해 수사기관에 낸 점이다.


법정 출석 없이 엄벌 탄원서만 두번 제출


법정에 서지 않은 대신 그는 서면을 냈다.


6월 10일 엄벌탄원서다. 7면 분량에 증거영상을 첨부하고 프레임 캡처 여러 장을 붙였다. 헤드락 장면이 "뚜렷하게 찍혀 있습니다"라고 썼다. 마지막 장에는 해당 구간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봐 달라고 적었다.


7월 28일 두 번째 탄원서를 냈다. 변론이 끝난 지 12일 뒤다. 사건진행내역에 변론을 다시 열었다는 기재는 없다.


법정에서 기억이 모호하다고 인정했던 부위가 서면에서는 단정으로 돌아왔다.


폭행 사건 당일 병원에 간 사람은 따로 있다


그날 왼쪽 팔꿈치 인대가 파열된 사람은 안선화 PD다. 좌측 주관절 척측측부인대 부분 파열, 전치 3주다.


정천수가 밀쳤다. 서울중앙지법은 민사 1심에서 이 상해를 인정했다. 다만 그가 빠져나오려는 과정이었다며 위법하지는 않다고 봤다.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도 순서는 인정했다. 판결문 9면 양형의 이유다.


"피해자 정천수가 여성인 피고인 안선화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려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일부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 범행의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피고인들이 행사한 폭력의 정도가 심하지 아니하다."


인대가 파열된 안 PD는 벌금 30만원을 받았다. 다친 곳을 대지 못한 정천수는 배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정천수의 불륜 의혹 방송이 사건의 발단


물리적 충돌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정천수는 2023년 3월 5일 밤 열린공감TV 생방송에서 직원 두 사람을 거론했다. 부부 사이인 줄 알았다고 했다. 남녀관계 누가 알겠느냐고도 했다. 두 사람은 각각 기혼자였다.


경기 양주경찰서는 지난 5월 20일 이 발언을 명예훼손으로 보고 정천수를 검찰에 넘겼다. 송치결정서에는 비방할 목적으로 거짓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했다고 적혀 있다.


이사회는 그 9일 뒤였다. 사과를 요구받자 그는 "법대로 하라"고 했다. 실랑이는 그 직후 시작됐다.


폭행 사건은 이제 대법원 판결을 남겨 두고 있다. 박 기자는 1심에서 전부 무죄를 받아 항소인도 아니었다. 검사의 항소만으로 유죄가 됐고, 피고인들은 상고할 예정이다.


정천수, 판결문 띄우고 액수만 가렸다


정천수는 8월 24일 열린공감TV 생방송에서 이 판결문을 화면에 띄웠다.


주문이 나오는 두 번째 장이었다. 원심 사건번호와 선고일이 보였다.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10만원을 하루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한다는 대목도, 가납을 명한다는 대목도 그대로 있었다.


벌금 액수 세 곳만 검게 칠해져 있었다.

▲정천수는 판결문을 공개하면서 벌금액을 가리고, 읽을 때도 '땡땡'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주문을 읽으며 그 부분을 이렇게 넘겼다. "피고인 최영민을 벌금 땡땡 원에, 피고인 안선화를 벌금 땡땡 원에, 피고인 박대용을 벌금 땡땡 원에 각 처한다."


이어 이렇게 말했다. "각각 벌금형에 처해졌는데 벌금의 액수는 되게 미미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벌금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벌금은 어차피 국가에 내는 거기 때문에 저하고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가 가린 액수는 최 PD 50만원, 안 PD 30만원, 박 기자 20만원이다. 세 사람 총액 100만원. 1심과 같다. 안 PD는 1심 50만원에서 20만원 줄었다. 검찰 구형 총액은 500만원이었다.


판결문은 그가 직접 의정부지방법원 민원실에서 받아왔다고 방송에서 밝혔다.


Copyright ⓒ 시민언론뉴탐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뉴스

주요 태그

시민언론 뉴탐사 회원이 되어주세요.
여러분의 회비는 권력감시와 사법정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취재 및 제작에 사용되며, 뉴탐사가 우리사회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뉴탐사 회원가입
Image Descrip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