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거북이 매관매직' 사건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김건희 씨를 사로잡기 위해 한지를 미끼로 사용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특검이 27일 한지살리기 재단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가운데, 취재 결과 이배용은 한지라는 도구를 통해 김건희와 유착 관계를 형성했고, 이 과정에서 조계종 성파 종정과 극우 정치인 출신 정준길 변호사까지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배용은 국가교육위원장 재직 시절부터 근태 논란에 휩싸였다. 김건희와 손잡고 고궁을 다니며 제대로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국가교육위원장이 되기 전부터 한지살리기 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었는데, 이 재단이 특검 수사의 표적이 됐다. 이화여대 총장과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역임한 이배용은 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올 때가 됐음에도 윤석열 정권에 줄을 대기 위해 한지를 도구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UAE와 체코 순방 때 종이백의 비밀
김건희가 UAE와 체코 순방 당시 들고 다닌 종이백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김건희는 해외 순방 때마다 한지로 만든 종이백을 들고 다니며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것처럼 포장됐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 종이백 아이디어는 김건희 본인이 아닌 이배용에게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배용은 한지살리기 재단 이사장으로서 한지를 홍보 수단으로 삼았고, 김건희를 통해 이를 국가 행사에까지 활용한 것이다.
한지살리기 재단은 이배용이 운영하는 조직이다. 이 재단의 자문위원 중 김종규가 월단회 좌장을 맡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김건희가 애초에 한지에 1도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주변 인사들은 김건희가 한지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이배용이 한지를 매개로 김건희를 끌어들였다고 증언한다. 이배용은 한지라는 명분 좋은 소재를 활용해 김건희와의 접점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권력 핵심부에 파고든 것으로 풀이된다.
김건희 여왕놀이마다 등장한 이배용
김건희의 각종 행사와 모임에 이배용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국가교육위원장이라는 공직을 수행하면서도 김건희의 사적 모임에 수시로 참석했다는 것이다. 특검 소환을 앞둔 이배용의 집 앞에는 우편물만 가득했다. 본인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배용이 얼마나 김건희 곁을 맴돌았는지는 여러 정황으로 드러난다. 한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권력에 줄을 대기 위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통도사와 성파 종정, 그리고 정준길 변호사
이배용과 김건희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고리는 조계종 성파 종정과 통도사다. 취재 과정에서 이배용이 통도사에 자주 나타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성파 종정은 대한불교 조계종의 정신적 지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성파 스님의 자문변호사가 극우 정치인 출신의 정준길 변호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준길은 전광훈 목사를 변호했던 인물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변인을 지내는 등 보수 진영에서 활동해온 정치인이다.
기자가 성파 종정 인터뷰를 요청하자 정준길 변호사가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정준길은 기자에게 "본인이 기자라고 아무거나 물어봐도 되느냐"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질문 사항 있으면 보내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통도사는 이후 "일신상의 이유로 인터뷰가 어렵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정준길은 전광훈 변호사 경력에 대해 묻자 "기억을 그것밖에 못 하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금태섭 변호사와 함께 86학번 서울 법대 동문으로 검사 출신이다. 2012년 대선 당시 금태섭이 정준길을 "안철수 후보의 불출마를 종용하며 협박했다"고 폭로하면서 20년 친구 관계가 깨진 바 있다.
정준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조롱하고, 유시민 작가를 고발하는 등 보수 진영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광진구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추미애 의원에게 패배했다. 이런 인물이 통도사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는 것은 성파 스님의 정치적 성향을 짐작하게 한다. 종교 지도자가 특정 정치 진영에 기울어져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지를 매개로 한 권력 유착의 실체
이배용은 이화여대 총장과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지낸 학자다. 연구자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누렸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권 출범 후 국가교육위원장이라는 자리를 얻었고, 김건희와의 관계를 통해 권력 핵심부에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한지살리기라는 명분 좋은 사업을 앞세웠지만, 실상은 권력 유착의 도구였다는 의혹이 짙다.
특검이 한지살리기 재단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 재단이 단순한 문화 단체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페이퍼 컴퍼니 같은 형태의 재단을 굳이 압수수색한 이유가 바로 이런 권력 유착 고리를 추적하기 위함이다. 금거북이 매관매직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 그 이면에는 한지를 매개로 한 더 복잡한 권력 카르텔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성파 스님의 침묵도 의미심장하다. 불교계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인물이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고, 극우 성향의 정준길 변호사를 통해 기자의 신원을 파악하려 한 것은 뭔가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는 방증이다. 만약 이배용과 무관하다면, 혹은 떳떳하다면 인터뷰에 응해 해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종교 지도자는 정치인만 만날 필요가 없다. 일개 기자에게도 문을 열어줄 수 있어야 한다.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구속된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과 종교 지도자들의 유착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배용을 중심으로 한 한지 카르텔,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성파 스님과 정준길 변호사라는 연결고리는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특검 수사가 이배용에서 멈추지 않고 더 깊은 곳까지 파고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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