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김두겸 캠프 '비밀의 방'…지인 휴대폰 받아 본인 명의 지지 문자

컴퓨터에 휴대폰 꽂자 연락처 수천 명 추출…동의서엔 카톡 비밀번호까지

김두겸 캠프, '관계자 외 출입 금지' 별실서 지지자 휴대폰·비밀번호 수집

한 명당 150명·400명·800명…지인 명의로 김두겸 지지 문자 다량 발송

임현철 남구청장 경선 때도 같은 프로그램, 캠프 관계자 사실상 시인

2026-05-20 05:47:05

울산 김두겸 시장 후보 캠프 안에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고 적힌 별도의 방이 있다. 캠프 관계자들이 자신의 지인을 이 방으로 데려간다. 안에서는 종이 한 장을 내민다. 개인정보 동의서다. 동의서 하단에는 이름과 휴대폰 번호, 휴대폰 비밀번호, 카톡 비밀번호를 적는 칸이 있다. 패턴 잠금이면 패턴까지 그리게 한다. 휴대폰을 컴퓨터에 꽂으면 연락처 수백에서 수천 명이 화면에 뜬다. 캠프 직원이 그 명단을 분류해 본인의 휴대폰으로 김두겸 지지 문자를 일제히 발송한다. 19일 뉴탐사가 확보한 복수의 시민 증언과 캠프 본부장 답변을 종합한 결과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캠프 입구 옆의 그 방


캠프 사무실에 들어서면 입구 바로 옆에 그 방이 있다. 후보실 명패가 따로 붙어 있지 않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안내문만 붙어 있다. 안에는 컴퓨터 대여섯 대가 놓여 있다. 직원 서너 명이 그 자리에 대기한다.


지지자 A씨는 캠프 관계자의 부탁으로 이 방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지인 찾기 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직원이 종이를 내밀었다. 동의서였다. A씨는 "내용을 읽어볼 새도 없이 옆에서 '동의한다' 항목에 체크만 했다"고 말했다. 그 밑이 문제였다. 이름, 전화번호, 휴대폰 비밀번호, 카톡 비밀번호를 적어내라고 했다.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적었다.


비밀번호를 적자 직원이 잭을 꽂아 A씨의 휴대폰을 컴퓨터에 연결했다. 화면에 A씨가 저장해둔 연락처가 가나다순으로 주르륵 떴다. 3천 명 가까운 명단이었다. 직원은 "보낼 만한 사람을 체크해 달라"고 했다. A씨는 1번부터 차례대로 동그라미를 쳤다. 작업이 끝나자 직원은 선별된 명단만 따로 빼서 다시 A씨의 휴대폰으로 옮겼다. 그러고는 A씨의 휴대폰을 들고 문자를 직접 발송했다.


동의서엔 휴대폰 비번에 카톡 비번까지


지지자 B씨는 "컴퓨터 작업을 도와달라"는 말에 그 방에 들어갔다. B씨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들어갔다 나오는데 표정이 다 안 좋았다"고 했다. B씨도 동의서를 작성하고 휴대폰을 넘겼다. B씨는 "기분이 나쁘고 이거 뭐 하는 거지 싶었다"고 했다. 그날 B씨의 휴대폰으로 약 150명에게 김두겸 지지 문자가 발송됐다.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 중에는 400명, 800명, 1천명을 보낸 경우도 있었다.


세 명의 증언은 거의 일치한다. 동의서 양식, 비밀번호 요구 항목, 컴퓨터 연결 방식, 문자 발송 순서까지 같다. 가장 이상한 대목은 동의서다. 일반적인 개인정보 동의서는 한 부를 본인에게 준다. 캠프는 사본을 주지 않았다. B씨는 "안 그래도 이거 고발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우리끼리 그랬다"고 했다. "근데 우리가 사인해 버렸잖아 하면서 그냥 넘겼다."


문자를 안 보내려면 거부하면 그만 아니냐는 물음에 B씨는 분위기를 들었다. "방이 따로 있고, 안에 들어가서 처음부터 이걸 해야 한다는 말은 안 한다." "컴퓨터 작업을 도와달라"는 말에 따라 들어간 뒤에야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주변에 모르는 사람들 있고, 같이 간 지인도 있고, 사인까지 한 뒤라 거부하기가 어렵다." B씨는 자신을 부른 지인의 체면을 생각해 그냥 작업에 응했다.


한 명이 150명, 800명, 1천명…메시지는 모두 똑같다


방을 거쳐 간 사람들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발송한 문자 내용은 모두 비슷하다. "반갑습니다. 저는 일 잘하는 시장 김두겸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김두겸 후보를 선택해 주시고 주변 지인께 추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여기에 KBS 울산과 울산매일이 여론조사 공정에 의뢰해 진행한 김두겸 37.1%, 김상욱 32.9% 조사 결과가 첨부된다. 같은 여론조사 결과 이미지가 다른 발신자 이름으로 같은 수신자에게 반복 도착한다.


한 시민이 자신의 휴대폰에 도착한 김두겸 지지 문자를 갈무리해 뉴탐사에 보냈다. 발신자가 모두 다른 지인이다. 그런데 문구는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본인이 작성한 적 없는 문자가 본인의 이름으로 일제히 발송된 정황이다.


울산 지역에서 이 방식이 위력적인 이유를 한 시민은 이렇게 설명했다. "후보가 직접 보내는 문자는 스팸으로 본다. 그런데 친한 사람이 보낸 문자라면 다르다." 관계 중심적인 지역사회에서 친한 사람이 권한 후보는 중도층 표심에 직접 영향을 준다. 정치적 소신이 분명한 유권자는 영향을 덜 받지만, 후보 선택을 미뤄두고 있던 유권자에게는 가까운 지인의 권유가 그대로 변수가 된다.


임현철 남구청장 경선 때도 같은 방식


이 방식이 이번 본선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김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임현철 남구청장 후보의 경선 때 이미 같은 프로그램이 사용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같은 방식으로 문자 발송에 참여했던 한 인사에게 직접 통화를 시도하자 답변이 돌아왔다. "선거판에 뭐 선거 한두 번 합니까." 사실상의 시인이었다.


이 인사는 "내가 자발적으로 보낸 것이지 누가 시켜서 보낸 게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동의서를 작성한 사실, 휴대폰 비밀번호를 적은 사실, 캠프 컴퓨터에 휴대폰을 꽂아 명단을 분류한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또 다른 인사는 "지금은 안 보낸다, 보내지 말라 했다"고 답했다. 경선이 끝나면서 한차례 활용이 마무리됐다는 의미다.


김두겸 후보 "확인해봐야지"


뉴탐사는 김 후보에게 직접 통화를 시도했다. 김 후보는 첫 통화에서 "뭐가 괜찮다는 거냐"고 되묻고는 "확인해 봐야지"라고 답했다. 김 후보 본인이 이 방식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은 셈이다. 같은 사안을 다시 묻기 위해 재차 전화를 걸자 김 후보는 뉴탐사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통화를 끊었다. 기자가 보낸 입장 요청 문자는 '읽음'으로 표시됐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캠프에 직접 찾아간 뉴탐사 취재진에게 캠프 본부장은 "본인 동의서를 받고 한 메시지라 괜찮다"고 답했다. 동의서 사본을 달라는 요청은 거부했다. "캠프에 있다"는 이유였다. 캠프 측은 동의서 작성과 휴대폰 명단 추출, 본인 명의 문자 발송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


공직선거법 제59조는 자동 동보통신 방식의 문자 발송을 후보자와 예비후보자에 한해 허용한다. 동시 수신 대상자가 20명을 초과하거나 프로그램으로 수신자를 자동 선택해 발송하는 경우 모두 자동 동보통신에 해당한다. 횟수도 8회로 제한된다. 일반 지지자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수백 명에게 일제히 문자를 보내는 방식은 이 조항을 정면으로 위반할 소지가 있다.


캠프는 "각자 19명씩 쪼개서 보냈다"고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나 캠프의 컴퓨터에 휴대폰을 꽂아 캠프의 프로그램으로 명단을 추출하고, 캠프 직원이 분류와 발송을 주도한 정황 자체가 자동 동보통신의 본질에 닿는다. 발신 번호와 수신 거부 방법을 표기하지 않은 점도 공직선거법 제82조의5 위반 소지가 있다. 후보자가 아닌 일반인이 보낸 것처럼 가장한 점은 타인 명의 이용 부정선거운동 쟁점으로 이어진다.


개인정보보호법 쟁점은 더 무겁다. 동의서를 받았다고 해도 수집 목적, 항목, 보유 기간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 증언자들은 그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본인의 비밀번호와 카톡 비밀번호까지 적게 한 이유는 캠프도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본인이 아닌 지인의 연락처다. 휴대폰에 저장된 수천 명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본인들의 동의 없이 캠프 컴퓨터로 추출됐다. 무단 수집이다. 캠프가 그 데이터를 어디까지 보관하고 어디까지 활용하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문자를 받은 한 시민은 "내가 캠프에 간 적 없는 다른 지인 이름으로도 똑같은 메시지가 계속 도착한다"고 말했다. 캠프 컴퓨터에 한 번 옮겨진 연락처가 두고두고 본인 명의로 재활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 번의 동의서가 선거 기간 내내 면죄부로 쓰이는 구조다. 증언자들은 한결같이 같은 말을 했다. "다 털리고 나왔다."


울산 캠프의 그 방은 지금도 가동 중이다. 캠프 관계자들이 자신의 지인을 새로 불러들이고, 휴대폰을 받아 컴퓨터에 꽂고, 문자를 발송하는 작업은 평일 낮마다 이어지고 있다. 뉴탐사 취재진이 19일 오후 캠프 현장을 확인한 결과 방의 운용에는 사실상 변동이 없었다. 6월 3일 지방선거는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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