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정청래-김어준 '합당 쿠데타' 진압…딴지 게시판을 민심으로 착각한 대가

집권여당 대표와 언론사 사주의 공사 구분 없는 밀착, 합당 참사의 뿌리였다

2026-02-11 08:28:13

지난 1월 22일부터 민주당을 뒤흔들었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2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 중단됐다. 정청래 대표가 사전 논의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했던 합당 제안은 20일 만에 의원총회의 사실상 불신임으로 막을 내렸다. 전준철 특검 추천 파동, 대통령실의 경고, 당내 중진 의원들의 잇따른 반발이 겹치면서 정청래 대표는 가장 치욕스러운 방식으로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뉴탐사 취재진이 정청래 대표가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올린 1528개 게시글을 전수 분석한 결과, 합당 참사의 뿌리에는 김어준 씨와의 공사 구분 없는 밀착 관계가 자리하고 있었다.


합당 쿠데타, 첫 단추부터 잘못 꿰다


정청래 대표의 기습적인 합당 발표는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에서 지난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당시와 판박이였다는 비판을 샀다. 최고위원들에게 불과 20분 전 통보한 뒤 일방적으로 담화를 발표했다. 형식적인 국무회의에 국무위원들을 앉혀놓고 곧바로 계엄을 선포했던 것과 판박이였다. 사전에 최고위원은 물론 당내 누구와도 상의가 없었다. 이런 뜬금포식 발표 탓에 합당의 순수성을 인정하기 어려웠고, "정청래 당권, 조국 대권"이라는 밀약설이 불거졌다.


절차는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 합당 절차를 어긴 채 좋은 내용의 합당 논의를 담으려 한 것은 깨진 그릇에 물을 붓는 격이었다. 유시민 작가는 "합당을 반대할 이유가 없으니 절차를 문제 삼는 것"이라고 했지만, 절차가 잘못되면 결과가 좋게 나올 수 없다. 정청래 대표에게는 명예롭게 합당 논의를 중단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강유정 대변인의 "합당에 대해 사전 논의된 바 없다"라는 발표, 김민석 총리의 신년 기자회견을 통한 우회적 경고,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입법 속도를 내달라"는 질책까지. 번번이 놓쳤다. 아니, 무시했다.


전준철 특검 추천, 회복 불가능한 실수


합당 국면을 결정적으로 뒤집은 사건은 제2종합특검 임명 과정에서 터졌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준철 변호사를 이재명 대통령이 거부한 것이다. 전준철 변호사는 쌍방울 김성태의 변호인이었다. 김성태가 태국에서 압송된 2023년 1월부터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한 인물이었다.


뉴스공장에서는 이 문제를 수습하려 했다. 이성윤 최고위원을 불러 해명의 자리를 마련해줬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전준철 변호사가 "대북송금 사건과 무관하고 횡령·배임만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어준 씨도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매불쇼와 뉴탐사 보도를 통해 이 해명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전준철 변호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를 찾아가 회유·압박했던 4명의 전관 변호사 중 한 명이었다. 배임·횡령과 대북송금 사건은 분리할 수 없는 구조였다. 검찰이 김성태에게 "배임·횡령 감형 대가로 대북송금 허위 진술을 협조하라"고 압박하는 틀 안에서 두 사건은 하나로 엮여 있었다. "횡령·배임만 맡았다"는 해명은 이 사건의 흐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변명이 될 수 없었다.


추천 과정도 엉터리였다. 정청래 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 두 사람만 속닥거리며 전준철 변호사를 특검으로 추천했다. 다른 누구에게도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 공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정청래 대표는 대통령에게 사과하면서도 "당내에 특검 추천 절차가 없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는 변명을 덧붙였다. 사과가 빛을 발하려면 변명 없이 했어야 했다.


"호들갑 떨 일 아니다"던 뉴스공장, 하루 만에 입을 닫다


10일 뉴스공장 방송에서는 합당의 '합'자도 나오지 않았다. 전날까지 합당 반대론자들을 향해 "허수아비를 때리는 것"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던 김어준 씨가 하루아침에 침묵한 것이다. 전준철 변호사 관련 오보에 대해서도 사과는 없었다. 홍사훈 기자는 어제 방송 얘기는 꺼내지 않은 채 "매불쇼에서 이런 게 나오더라"며 마치 남의 일처럼 전했다. 뉴탐사 방송 중 실시간 댓글에는 '세탁공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다만 전준철 변호사가 이화영 전 부지사 면담 시 동석했다는 새로운 사실에 대해서는 다뤘다. 김어준 씨는 "이화영 부지사의 주장일 뿐"이라며 여전히 신중론을 폈다. 진작부터 저렇게 균형 잡힌 보도 태도를 보였다면 모르겠다. 본인들의 실수를 온전히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에 이화영 전 부지사의 증언에 무게를 싣지 않는 방식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손바닥 뒤집은 박주민, 하루에 입장 두 개 낸 박지원


합당 정국은 민주당 내부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가장 극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박주민 최고위원이었다. 1월 22일 첫날에는 "합당을 당대표 혼자 결정한다는 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혁신당과 합당할 수 있으면 가급적 빨리 해야 된다"로 입장을 바꿨다. 뉴스공장에 자주 출연해야 하는 서울시장 출마 예정자로서 방송의 분위기를 거스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의원은 더 심했다. 합당 처음에는 적극 지지, 2월 3일에는 김민석 총리의 신년 기자회견을 보고 신중론으로 선회, 2월 5일에는 하루에 두 개의 상반된 입장이 나왔다. 국회의장 출마를 염두에 둔 탓에 찬성·반대 양쪽의 표심을 다 모아야 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극단적 좌파 이념으로 가면 중도 확장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 쪽에 섰다.


반면 박홍근 의원은 한준호 의원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소신 있는 목소리를 냈다. 의원총회가 끝난 뒤 페이스북에 본인이 보고 들은 내용을 정리해 올렸는데, 갤럽 조사 분석을 통해 확인됐던 "합당이 지방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정확히 지적했다. 정청래 대표의 체면까지 생각하면서 당을 추스르는 차원의 글이었다.


1528개 게시글이 증명하는 것…'단심'은 이재명이 아니라 김어준이었다


뉴탐사 취재진은 정청래 대표가 2016년 10월부터 2026년 1월 26일까지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올린 1528개 게시글을 전수 다운로드해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바이브 코딩 방식으로 AI의 도움을 받아 직접 코딩 작업을 한 뒤, 인물별 언급 횟수와 연도별 트렌드를 정밀 추적했다. 그 결과, 김어준 씨가 뉴스공장에서 주장한 정청래 대표의 '이재명 단심(丹心)'은 데이터로 뒷받침되지 않았다.


정청래 대표의 시선은 '이재명 단심'이라기보다 그때그때의 권력 중심을 향해 있었다. 대여 공격 대상인 윤석열(609회)을 제외하고, 당내 인물인 문재인과 이재명의 언급 추이를 비교하면 이 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정청래 대표는 스스로 친노, 문빠를 자처해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523회)이 2016년부터 2020년 사이에 압도적으로 몰려 있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567회)이다. '이재명 단심'이라는 주장과 달리 2021년 대선 후보 확정 전까지 이재명은 5위권 밖이었다. 언급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점은 2025년 윤석열 파면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대권 가도에서 독주 체제를 굳힌 뒤였다. 친노에서 문빠로, 문빠에서 이재명 단심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길목을 따라 관심이 움직였음을 데이터가 보여주고 있다.

▲2017년 12월 21일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올린 정청래 게시글


정청래 대표 딴지 게시글 인물 언급 트렌드 분석


아래 차트는 정청래 대표가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올린 1,528개 게시글을 바탕으로, 주요 인물별 월별 언급 빈도를 6개월 이동평균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월별로 크게 출렁이는 값을 일정 기간 묶어 평균함으로써, 일시적인 급증·급감을 제거하고 인물별 관심도의 중장기 흐름을 한눈에 드러내도록 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문재인(초록색) 언급이 압도적이다. 윤석열(주황색)은 2021년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치솟는다. 이재명(파란색)은 2021년 말 대선 후보 확정 이후에야 비로소 그래프에 모습을 드러낸다. 2022년 대선 전후로 잠시 상승하지만 2023년에는 다시 주춤한다. 이재명 언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은 2025년 윤석열 파면 이후다. 대통령이 될 것이 확실해진 뒤에야 언급량이 치솟은 셈이다.


이 그래프가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정청래 대표의 관심은 그때그때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향했다. '이재명 단심'이라는 수식어는 데이터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김어준 씨에 대한 게시글은 질적으로 남달랐다. "내가 김어준을 업어 키울 때"(2019년 12월), "나는 세상이 뭐라 해도 김어준이 옳기에 변함없이 김어준을 응원한다"(2020년 4월), "김어준 귀한 줄 알자"(반복 사용), "김어준 총수와 통화했습니다"(수시 게재). 찬사와 친분 과시가 끊이지 않았다. 2020년 4·15 총선 당선 직후에는 "이 시대의 참딴게이 정청래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참딴게이'란 '진정한 딴지일보 게시판 유저'를 줄인 말이다. 그 글 맨 끝에 "김어준 땡큐"를 적었다. 가장 영예로운 순간에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김어준을 지목한 것이다.

▲4.15 총선 당선 직후 정청래 의원이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당선 인사를 하면서 김어준에게 감사 표시를 했다(2020.4.16)


장례식장에서도 과시한 '패밀리' 관계


두 사람의 밀착은 사적 친분을 넘어 공적 영역을 침범했다. 2020년 7월 김어준 씨 어머니 장례 때 정청래 대표는 상주처럼 나섰다. 딴지 게시판에 "김어준을 대신해 제가 감사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돌아가시는 순간부터 장례 진행 과정까지 거의 실시간으로 게시판에 중계했다. 장례를 마친 뒤에는 김용민, 정봉주, 주진우 씨와 함께 오붓하게 사진을 찍어 올렸다. 마치 5형제처럼. 사실상 가족 선언이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26년 1월, 이해찬 전 총리 장례식장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주진우 씨가 정청래 대표의 어깨와 목덜미를 감싸안고 어깨동무를 했다. 유튜버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상황에서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보란 듯이 자신들이 '패밀리'라는 것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5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정청래 의원이 일개 국회의원에서 민주당의 수장, 즉 집권당 대표가 됐다는 사실뿐이다.

▲2020년 7월 13일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좌), 2026년 1월 이해찬 전 총리 장례식(우)


2024년 12월 내란 직후에는 더 노골적이었다. 김어준 씨가 국회 과방위에 참고인으로 출석하자,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정청래 대표는 국회 후문 출입구까지 마중을 나갔다. 딴지 게시판에 "김어준은 내가 책임지고 안내하겠다. 김어준 쫄지마. 형아가 있잖아"라고 올렸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법사위원장실로 데려가 차를 함께 마시는 사진까지 공개했다. 만약 국민의힘 법사위원장이 조선일보 사장을 저런 식으로 맞이했다면 민주당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2024년 12월 13일 딴지일보 자유게시판. 정청래 당시 법사위원장이 김어준 씨를 마중나가서 법사위원장실로 안내했다고 적었다.


딴지가 민심이라는 착각


초선 의원들 앞에서 정청래 대표가 "민심의 척도는 딴지"라고 말한 것은 많은 의원에게 충격이었다.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은 김어준 씨의 팬덤이 주를 이루는 커뮤니티다. 거기서 정청래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면 일제히 공격이 쏟아지고, 정청래가 무언가를 주장하면 순식간에 우호적 여론이 형성된다. 이런 반복 속에서 정청래 대표는 그곳의 반응이 곧 국민 전체의 여론이라고 착각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자기에게 동의하는 목소리만 듣는 울타리 안에 갇히면, 비판하는 사람은 모두 적으로 보인다. 김어준 뉴스공장이 며칠만 밀어붙이면 여론을 바꿀 수 있고, 여론조사도 자기 쪽 업체에서 설계하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 그것이 합당을 끝까지 밀어붙이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당대표가 딴지만 보고 당을 운영하면 큰일이 난다.


서민석 변호사·박우량 전 군수, 남은 뇌관들


합당 논의는 중단됐지만 공천 시스템에는 뇌관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서민석 변호사는 이화영 전 부지사 측 변호인으로서 허위 진술을 권유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재명한테 보고했다, 딱 그것만 얘기하면 된다"고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증언을 하면 이재명은 주범이 되고 김성태와 이화영은 종범이 되니 자유로울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런 의혹을 받는 인물이 정청래 대표의 법률특보로 임명됐다가 논란 끝에 사임했다. 그런데 법률특보에서는 물러났어도 청주시장 후보로는 여전히 적격 판정을 받은 상태다.


전준철 변호사가 김성태 측 변호인이었다면, 서민석 변호사는 이화영 측 변호인이었다. 대북송금 사건 조작 과정에 양쪽에서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인물들이 민주당 안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제2 체포동의안"이라고까지 표현한 이유다.


박우량 전 신안군수도 마찬가지다. 뉴탐사가 '탐관오리'로 보도한 인물인데, 정청래 대표는 당대표 특보로 임명했다. 후보자 적격 심사에서도 적격 판정이 났다. 박우량 전 군수는 신안군민들에게 "적격 판정 받았다"며 문자를 돌리고 있다. 전략공천위원장에는 지난 총선 의정활동 평가 최하위 등급을 받았던 황희 의원이 임명됐다. 경쟁 후보가 낙마하면서 극적으로 단수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달았던 인물이다. 이런 사람에게 개혁 공천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선거에는 먹을 게 많다"…손혜원의 경고


손혜원 전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에서 양정철 씨와 김어준 사단의 행태를 직접 증언했다. "양정철이 심부름꾼으로 와서 전령 노릇을 했다"며 "그 짓을 지금 정청래한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한다"고 했다. 정청래가 시키는 대로 총알받이를 하면서 끝까지 버티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됐지만 어이없다고도 했다.


손혜원 전 의원은 "이들이 왜 지금 무리수를 두느냐"고 물으며 "지방선거에는 먹을 게 많다"고 꼬집었다. 지난 총선은 이재명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했기에 김어준 사단이 손을 대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청래 대표가 당을 이끌고 있다. 합당이 성사됐다면 조국혁신당 출신 인사들의 자리 배치까지 김어준 사단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 있었다. 김어준 씨 입장에서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민주당에 관심 없다"던 탁현민, 여의도로 돌아오다


2023년 11월 뉴탐사와의 인터뷰에서 탁현민 씨는 "민주당이 제대로 된 개혁을 하든 말든 솔직히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의 민주당과 자신은 상관없다는 뜻이었다. 그런 탁현민 씨가 지난해 6월 국회의장실 행사기획자문관으로 여의도에 복귀했다. 두달 뒤인 8월 정청래 의원이 당대표에 오른 뒤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어준 씨와 함께 나꼼수 전국투어 콘서트까지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에 관심이 없다던 사람이 돌아온 배경에는 변화가 있다. 지난 총선 때 이재명 대표가 직접 공천권을 행사했던 것과 달리,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청래 대표 체제 아래 공천이 이루어진다. 김어준 씨는 언론사 사주로서 여론조사 업체를 갖고 있고, 탁현민 씨는 청와대 의전 경험을 가진 행사 기획자다. 지방선거 후보들 입장에서 이 조합은 당선에 직결되는 자원이다. 콘서트 무대에 누가 오르느냐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 손혜원 전 의원이 "선거 때마다 했던 버릇이 나오는 것"이라고 한 이유다.


합당은 끝났지만, 공천 싸움은 이제부터다


김어준 씨가 조중동이 주도하던 기울어진 언론 지형에서 민주·진보 진영의 균형추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 공로를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은 절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향력이 커진 만큼 팩트체크에 대한 책임도 커졌다. 소규모 인터넷 방송을 하던 시절과 수백만 구독자를 가진 지금은 무게가 다르다.


정청래 대표 역시 정치 낭인 시절 어려울 때 함께했던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적으로 당연하다. 그러나 집권여당 대표가 된 이상, 사적 인연과 공적 책임 사이에 선을 그어야 한다. 1528개 게시글이 보여주는 것은 김어준 팬덤의 '문고리 권력'으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려 했던 한 정치인의 모습이다. 정청래를 통하면 김어준에게 연결된다. 김어준에게 연결되면 뉴스공장에 출연할 수 있다. 선거를 앞둔 후보들에게 이것은 곧 생명줄이었다. 그 관성이 당대표 자리까지 이어진 결과가 합당 참사였다.


합당 논의는 중단됐지만, 정청래 대표가 심어둔 공천 시스템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서민석 변호사, 박우량 전 군수, 전략공천위원장 황희 의원 등 개혁 공천과 거리가 먼 인사들이 요직에 포진해 있다. 합당보다 더 큰 싸움이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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