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정천수 거짓말 검증] 27일엔 몰랐던 제보자, 29일엔 "복수의 증언자"... 정천수의 48시간
5월 '취재 첩보원'과 9월 '김충식 측근' 음성 서로 달라...전언의 전언에서 김충식 직접 들은 사람으로 구조 변경
조희대 대법원장 국회 청문회를 촉발한 '4자 회동설'의 제보 구조가 단 48시간 만에 극적으로 변했다. 뉴탐사가 정천수의 방송을 시간대별로 추적한 결과, 9월 27일까지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김충식 측근 제보자'가 9월 29일 갑자기 등장했다. 음성 분석 결과, 이 인물은 김충식 측에 '이어령 손녀'라고 자신을 소개해왔던 여성과 동일인물로 추정된다.
정천수는 지난 5월 10일 열린공감TV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한덕수 전 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충식이 비밀 회동했다는 주장을 처음 제기했다. 당시 핵심 근거는 음성변조를 한 '취재 첩보원'의 독백이었다. 정천수는 이를 단정적 사실이 아닌 "주장"이라고 표현했지만, 이후 정치권과 언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9월 27일: "전언의 전언"이라고 설명
4개월이 지난 9월 27일, 정천수는 뉴스버스 '이진동의 속터뷰'에 출연해 제보 경로를 설명했다. "그분이 직접 현장을 목격한 분은 아니고 전언, 누군가로부터 얘기를 들은 사실을 저희한테 전달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날 정천수가 밝힌 구조는 '과거 정권 사람'이 원 정보원이고, 이를 '취재 첩보원'이 전달받아 정천수에게 알려준 3단계 구조였다. 제보자는 "김충식 주변 인물과 친분 있는"이라고 표현했는데, 단수인지 복수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문맥상 단수인 것처럼 들렸다.
주목할 점은 이날까지도 정천수가 '김충식과 직접 대화한 제보자'나 '김충식 측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그런 중요한 제보자가 있었다면, 언론과의 공식 인터뷰에서 숨길 이유가 없다.

9월 29일: 김충식으로부터 직접 들은 사람으로 구조 변경
불과 48시간 후인 9월 29일, 정천수의 설명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첫째, '김충식 측근 제보자'가 갑자기 등장했다. 한원섭으로 추정되는 인터뷰어가 이 인물과 통화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 인물은 김충식과 직접 대화를 나눈 것처럼 증언했다.
둘째, 제보자가 명확히 복수로 바뀌었다. 정천수는 "취재 첩보원 외에 또 다른 복수의 증언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셋째, 제보 경로에서 '과거 정권 사람'이라는 중간 단계가 사라졌다. 3단계 구조가 2단계로 축소된 것이다.

음성변조 벗겨내니... 9월 9일 여성과 29일 제보자 '동일인물'
뉴탐사가 변조된 음성을 복원해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정황이 포착됐다. 9월 9일 방송에서 김충식 비서 이재성과 통화한 여성(정천수가 자막에 '김충식 지인'이라고 표기)과 9월 29일 등장한 '김충식 측근 제보자'의 음성이 동일인물로 추정되는 것이다.(영상 확인)

음성변조 때문에 방송 당시에는 알아차리기 어려웠지만, 원음을 복원해 비교한 결과 음높이, 억양, 발음 습관, 말투의 특징이 매우 유사했다.
이 여성은 김충식 측에 자신을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손녀'라고 소개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잠적하기 전까지 김충식과 그의 주변 인물들에게 이런 신원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이어령 손녀' 신원의 허구성
이 여성이 실제 이어령 손녀가 아니라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이어령 전 장관의 손녀는 장남 이승무(1963년생)의 두 딸(이다인, 이지인)뿐이다. 그런데 김충식 비서 이재성에 따르면 이 여성은 50대 중년이다. 1963년생인 이승무 씨의 딸들이 50대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
더 결정적인 것은 이름이다. 이 여성의 이름은 '나'자로 끝난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손녀들은 모두 '인'자 돌림이다. 이어령 전 장관의 손녀 중 이름이 '나'로 끝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혁진 "매우 신뢰할 만해" → 다음날 "누군지 몰라"
정천수와 최혁진 의원이 이 제보자를 "신뢰할 만한 사람" "좋은 가문" "구여권 고위직"이라고 극찬하면서도 구체적 신원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혁진 의원은 9월 19일 매불쇼에서 "아주 신뢰할 만하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다음날 뉴탐사와의 통화에서는 "구여권 고위직이 누군지 모른다"고 말을 바꿨다. 심지어 "4인 회동 원본 파일도 듣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들이 제보자의 실체를 알면서도 계속 '신뢰할 만한 제보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 여성이 4자 회동설의 유일한 실질적 근거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왜 김충식을 뺄 수 없는가
정천수가 4자 회동설에서 김충식을 계속 거론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여기서 드러난다. '이어령 손녀'라고 자신을 소개해온 여성이 유일한 실질적 정보원이고, 이 여성은 김충식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신뢰성을 주장할 수 있다. 김충식이 빠지는 순간 이 여성의 증언은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 전체 스토리가 무너진다.
5월 인터뷰인데 왜 9월에 '새 증언'처럼 공개했나
한원섭과 '김충식 측근 제보자'의 통화 내용을 분석하면 시점상 의문이 제기된다. 일부는 9월의 대화가 분명하지만, 다른 부분들은 이미 5월경에 진행된 인터뷰로 보인다.
정천수는 5월 7일 방송에서 "민주당에 이미 제보했고 법사위원과 크로스체크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5월부터 이런 제보자가 있었다면, 왜 4개월 동안 숨겨두었다가 9월 29일에야 공개한 것일까?
9월 27일 뉴스버스 인터뷰에서도 언급하지 않았던 제보자가 48시간 후 갑자기 등장한 것은, 급하게 증거를 보강해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부석사 주지의 '독립 증언'? 알고보니 "뉴스 보고 추측"
정천수가 "복수의 증언자"라며 내세운 또 다른 인물은 부석사 주지였다. 그런데 주지의 발언은 독립적 증언과는 거리가 멀었다.
"며칠 전에 뉴스를 보니까 조희대하고 정상명하고 김충식이 만났다는 보도를 봤거든요."
주지는 정천수의 방송이나 관련 보도를 본 후 추측한 것을 말했을 뿐이다. 자신이 퍼뜨린 정보를 다시 증거로 인용하는 순환논리의 전형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안정을 못찾고" → "이재명 대통령을 안잡고 못잡고"
9월 29일 방송에서는 발언 해석 논란도 있었다. 김충식의 "대통령이 안정을 못 찾고 있으니까"라는 발언을 정천수가 "이재명 대통령을 안 잡고 못 잡고 있으니까"로 해석한 것이다.

정천수는 "대통령이 안정을 못찾고"를 "이재명 대통령을 안잡고 못잡고"로 바꿔치기했다. "안정을 못 찾고"는 정치적 안정을 찾지 못한다는 의미지만, "이재명을 안 잡고"는 물리적 체포나 제거를 의미하는 것처럼 들린다.
동거녀가 "그런 소리 좀 하지마"라고 한 것은 김충식이 "유인촌이도 나를 잘 알아요"라며 인맥을 과장되게 자랑하는 것을 제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천수는 이를 암살 계획을 말린 것처럼 해석했다.
뉴탐사는 지난 5월 27일 김충식이 "독재를 쓸 수밖에 없잖아"라고 말한 것을 정천수가 "권총을 쏠 수밖에 없잖아"로 바꿨다고 보도했다. 이번에도 같은 수법이 반복됐다.
제보자 발언 확대 해석해 단정
정천수는 9월 29일 방송에서 "김충식이 그들과 만남을 가진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대화는 달랐다.
정천수가 인터뷰한 부분에서 제보자가 "(김충식이) 추천한 거죠"라고 말하자, 정천수는 "윤석열에게 조희대를 천거한 사람은 김충식이죠라고 단언하는 저 말은 저에겐 또 다른 충격이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제보자의 애매한 답변을 본인 스스로 "천거한 사람은 김충식"이라고 단정하면서도, 이를 마치 제보자가 한 말인 것처럼 포장한 것이다.

한원섭이 인터뷰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한원섭이 "김충식 원장님이 조희대 대법원장하고 서로 잘 알고 있다고 언급은 여러 번 했던 걸로 기억하십니까?"라고 묻자, 제보자는 "네네네, 핸드폰에도 대법관 네 옛날부터 알고 지냈던 이 얘기 나오잖아요"라고 답했다.
제보자가 "그러면 대법관 누구예요? 조희대지"라고 말한 것은 제보자 본인의 추론이다. 김충식이 조희대를 특정해서 말했다는 증거가 없다.

한원섭이 "그때 김충식 원장이 조희대하고 친하다고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라고 다시 묻자, 제보자는 "그렇죠 나 누구랑 누구랑 친해 뭐 이런 거 다 얘기를 해요"라고 답했다. 이것은 김충식이 조희대와 친하다고 직접 말했다는 답변이 아니다. 김충식이 여러 사람과의 친분을 자랑한다는 식으로 주변을 맴도는 답변이다.
경찰 조사 앞두고 변명만 반복
뉴탐사의 음성 분석과 신원 검증 결과는 일관된 패턴을 보여준다. 9월 27일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김충식 측근 제보자'가 48시간 후 갑자기 등장했고, 이 인물은 김충식 측에 '이어령 손녀'라고 자신을 소개해온 여성과 동일인물로 추정된다.
제보자 숫자가 애매모호한 단수 표현에서 명확한 복수로 바뀌었고, 전언의 전언이 직접 증언으로 둔갑했으며, 실제로는 이어령 가계와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보이는 여성이 핵심 증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언론의 생명은 정확한 사실 확인과 투명한 취재 과정이다. 제보자의 신원이 의심스럽고, 증언 구조를 48시간 만에 바꾸며, 음성변조로 같은 인물을 다른 사람처럼 포장하는 행위는 언론 윤리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최근 중국 간첩 선거 개입설로 논란을 빚은 스카이데일리가 폐간 수순을 밟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주장과 의심스러운 제보자로 여론을 호도하는 매체의 운명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천수의 열린공감TV도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언론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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