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정천수, 제보자 '모른다' 답변 도려내 방송…영상 편집 수법 확인
의정부지법 1심 정천수 벌금 2000만원…불리한 발언 삭제하고 무관한 얼굴 끌어다 붙여, 현재 항소심 진행
제보자 "모르지 그건" 답변 삭제, 이낙연 부동산 정보 제공처럼 뒤집어
슈퍼챗 발언에 김한메 얼굴·채널 띄워 손혜원 카르텔 일원으로 엮어
강진구가 황희석 아들 집에 산다는 보도는 허위…명예훼손은 무죄
정천수가 유튜브 영상을 어떻게 편집해 사실을 뒤집어 왔는지가 법원 판결로 드러났다. 핵심은 제보자조차 "모른다"고 한 답변을 통째로 도려낸 편집이다. 의정부지방법원 최종진 판사는 지난해 2월 14일 이런 방식으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의 명예를 훼손한 정천수에게 1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제보자가 "모른다"고 한 대목을 잘라냈다
수법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 방송은 2023년 7월 14일 올라온 영상이다. 썸네일은 '녹취! 이낙연, 양정철 윤석열과 어떠한 사이인가'였다. 제목은 '김건희 집에 들락거린 사람들?_주장'이었다. 정천수는 영상에 "최은순의 오랜 지인의 충격적인 녹취를 열린공감TV에서 단독으로 공개한다"는 글을 띄운 뒤, 최은순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제보자의 인터뷰 녹취를 송출했다.

그런데 송출된 녹취는 원본이 아니었다. 재판부가 확인한 원본 대화는 이렇다. 정천수가 제보자에게 "정보를 어떻게 알려주냐"고 물었다. 제보자는 "모르지 그건"이라고 답했다. 최은순에게 부동산 정보를 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뜻이었다. 정천수는 바로 이 "모르지 그건"이라는 답변을 삭제한 채 녹취를 편집했다. 제보자가 핵심을 모른다고 인정한 대목을 도려낸 것이다.
잘라내고 나니 방송은 정반대 이야기가 됐다. 마치 이낙연 전 대표가 대선 상대편이던 윤석열·김건희씨 집을 자주 드나든 것처럼 비쳤다. 그 과정에서 김건희씨나 최은순에게 부동산 정보를 줘 최은순이 땅을 산 것처럼도 보였다. 김건희씨가 부동산 정보를 주는 사람들을 잘 알고 지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편집 생략을 유죄의 핵심 근거로 짚었다. 실제로는 이낙연 전 대표가 김건희씨 집을 방문한 적도, 부동산 정보를 준 적도 없었다.
슈퍼챗과 무관한 얼굴을 화면에 끌어다 붙였다
두 번째 수법은 무관한 인물을 화면에서 엮는 방식이었다. 피해자는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 상임대표이자 유튜브 채널 '사법정의TV'를 운영하는 김한메씨다. 2023년 9월 7일 밤 10시쯤, 정천수는 '손혜원과 더탐사 카르텔'이라는 제목으로 방송했다. 손혜원 전 의원이 신당 창당을 위한 카르텔을 만들고 있고, 불법 유사수신 업체와 유튜브 채널 '더탐사' 등이 그 일원이라는 의혹이었다.

정천수는 손혜원 전 의원이 슈퍼챗을 뿌린다고 말하면서 그 위에 김한메씨를 얹었다. "손혜원 씨는 진보진영에 있는 대형 유튜버들부터 중소형 유튜버들까지 그냥 마구잡이로 슈퍼챗을 남발합니다. 고액 슈퍼챗을 남발하면서 자신을 따라올 수 있는 사람들을 선별하기를 시작합니다. 바로 이 사람들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순간 화면에는 김한메씨의 얼굴 사진과 이름, 채널명 '사법정의TV'가 떴다. 김한메씨가 손혜원 전 의원에게서 슈퍼챗을 받고 손혜원 전 의원을 지지하는 방송을 해주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러나 김한메씨는 손혜원 전 의원에게서 슈퍼챗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수사기관에서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정천수는 제보자가 누구인지도 특정하지 못했다. 김한메씨가 슈퍼챗을 받았다는 근거 자료도 내놓지 못했다.
취재도 근거도 없었다
두 방송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재판부는 정천수가 두 사건 모두 직접 취재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제보자의 말을 진실로 믿을 근거도 없었다. 정천수는 이낙연 전 대표를 겨냥한 영상을 이번 건 이전에도 여러 개 올려 둔 상태였다. 김한메씨 건에서는 동기까지 드러났다. 정천수와 강진구 기자 사이의 경영권 분쟁에서 김한메씨가 강진구 기자 편에 서서 여러 방송을 진행하자, 정천수가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봤다.
정천수와 변호인은 보도가 허위라는 객관적 증거가 없고, 진실이라고 믿었으니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설령 일부가 허위라도 충분히 취재했으니 위법성이 조각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직접 취재가 없었고, 제보자를 특정하지 못했으며, 근거 자료도 제시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적용된 법 조항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이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다수 구독자를 둔 유튜브 채널에 허위 사실을 올린 책임이 가볍지 않고, 피해자들이 입은 명예훼손의 정도도 가볍지 않으며,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을 들었다.
강진구가 황희석 아들 집에 산다는 보도는 허위
같은 사건에서 강진구 기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만 무죄가 났다. 다만 보도 자체가 사실이었던 것은 아니다. 정천수는 2023년 11월 27일 방송에서 강진구 기자가 황희석 변호사의 아들 집에 사는 것처럼 보도했다. 강 기자가 안양의 한 브랜드 아파트에 들어가 사는데, 그 집주인의 아버지가 황희석 변호사라는 내용이었다. 강 기자는 그 집에 산 적이 없다.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특정인을 겨냥한 보도였고, 재판부도 거주 사실이 허위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런데도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누구의 집에 사는지에 관한 내용만으로는 사회적 평가가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정천수가 "이게 만약에 사실이라면 그동안 단순히 음모론으로만 알려졌던 내용들… 매듭이 하나씩 풀리는 그런 순간일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 부분도 가정 아래 의견을 적은 것이어서 사실을 적시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단정해 잘라 붙인 편집과, 가정법으로 흘린 의혹 사이에 법원이 선을 그었다.
정천수 불복해 항소…의정부지법서 항소심 재개
정천수는 1심 벌금형에 불복해 항소했다. 사건은 의정부지방법원 제3형사부에 2025노549로 접수됐다. 지난해 3월 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낸 뒤 멈춰 있던 항소심 재판이 최근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항소심 공판이 진행됐고, 정천수가 직접 출석했다. 재판부는 심리를 더 하기로 하고 다음 공판을 다음 달 10일로 잡았다.
최신뉴스
여러분의 회비는 권력감시와 사법정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취재 및 제작에 사용되며, 뉴탐사가 우리사회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뉴탐사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