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김영환 한옥 73억 근저당, 폐기물업체 돈줄 의혹
가회동 한옥 담보로 30억 차입에 40억 추가…경찰 불송치 뒤 사건은 공수처로
김영환 충북지사 가회동 한옥에 채권최고액 73억원 근저당
33억원 채권자는 매출 0원 폐기물 관계사 미래에너지산업
40억원은 선거 앞두고 추가…경찰 불송치 뒤 공수처 수사 중
김영환 충북지사 소유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에 근저당이 73억원어치 걸려 있다. 채권최고액 기준이다. 지난 2023년 잡힌 33억원과 올해 1월 추가된 40억원을 더한 액수다. 33억원의 채권자는 청주의 폐기물업체와 얽힌 회사다. 이 회사는 7년 동안 매출이 0원이었다. 김 지사는 한옥을 담보로 거액을 빌렸지만 지금도 갚지 못한 상태다. 권지연 기자가 등기부와 법인 공시 자료를 따라가 봤다.
한옥 담보로 끌어온 돈, 어디서 왔나
김 지사는 가회동 한옥 세 채를 다른 시점에 따로 사들였다. 지난 2005년 6월 첫 채를 산 뒤, 1년 반쯤 지나 두 번째 채를, 지난 2019년 10월 세 번째 채를 매입했다. 세 채를 합친 값은 20억원 안팎이었다. 김 지사는 지난 2022년 지사에 당선된 뒤 이 한옥을 75억원에 파는 계약을 맺었다. 매수자에게서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65억원을 받아 기존 빚을 갚는 데 썼다고 그는 설명해 왔다.
거래는 끝까지 가지 못했다. 매매가가 시세보다 높다는 비판이 일자 매수자가 계약 파기를 요청했다. 김 지사는 받은 돈을 돌려줘야 했다. 그 무렵인 지난 2023년 10월, 김 지사는 청주의 미래에너지산업에서 30억원을 빌렸다. 한옥에는 채권최고액 33억원의 근저당이 설정됐고, 등기부상 채권자는 미래에너지산업으로 확인된다. 빌린 돈은 매수자에게 일부 돌려주는 데 쓴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계약 상대였던 매수자는 지난해 숨졌고, 받은 65억원 가운데 35억원은 아직 돌아가지 못했다.
33억 채권자 미래에너지산업, 매출 0원에 87억이 들어왔다
미래에너지산업이 어떤 회사인지 들여다보면 의문이 생긴다. 청주 옥산의 한 산업단지에 주소를 둔 이 회사는 지난 2013년 7월 세워졌다. 목적 사업에는 금속공업, 부동산임대업 등이 적혀 있다. 그런데 지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매출이 0원이었다. 김 지사에게 돈을 빌려주기 직전까지 영업 실적이 사실상 없던 회사다. 그러던 이 회사에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한 해 동안 87억원이 들어왔다. 권 기자가 찾아간 사무실은 여러 법인이 뒤섞인 채 거의 비어 있었고, 직원들은 미래에너지산업과의 관계를 모른다고 답했다.
같은 주소에 몰린 폐기물업체, 도지사 인허가와 맞닿은 사업
미래에너지산업의 주소에는 이 회사만 있지 않았다. 한 곳에 일곱 개 안팎의 법인이 함께 등기돼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폐기물 사업을 하는 업체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청주에서 소각장을 운영했고, 일가와 함께 여러 회사의 지분을 쥐고 있다. 부인이 대표로 있는 NT기업경영연구소, 단양에서 소각장을 추진하다 주민 반발로 접은 미래레저가 같은 주소에 모여 있다. 청주산업단지 관리공단의 대행 사업자로 세워진 한국산단개발도 이 대표와 연결된다. 한국산단개발 공시의 특수관계인 명단에는 미래에너지산업과 미래레저가 나란히 올라 있다.
직무관련성 논란은 여기서 비롯됐다. 이 대표 측 관계사가 충북도 산하기관이 추진하는 산업단지 안에서 폐기물처리시설을 늘리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인허가권을 쥔 도지사와 그 사업을 벌이는 업체 사이에 거액이 오갔다는 점이 의혹의 핵심이다. 방송에서는 이 거래가 실제 매매였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심도 나왔다. 큰돈이 오갔는데도 소유권은 넘어가지 않았고, 한옥에는 근저당만 남았기 때문이다. 진행자는 "사실상 뇌물성 대여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이 금전거래를 적법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불송치 결론을 냈다.
선거 앞두고 40억 더, 채권자 회사도 텅 비어
한옥에는 근저당이 하나 더 걸렸다. 40억원짜리다. 근저당 설정 계약일은 지난해 12월 31일, 등기 접수일은 지난 1월 2일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다. 채권자는 대전에 사는 엄씨(76)다.
엄씨가 관련된 회사들도 정상 영업으로 보기 어려웠다. 그는 기계제조업체 CK스틸의 사내이사를 지냈고, 세강개발과 제일금속의 창립 멤버다. 두 회사를 합치면 자본총계가 1200억원을 넘고 연매출은 500억원 이상이다. 장부상으로는 작지 않은 기업들이다. 그런데 권 기자가 찾아간 현장은 달랐다. 사무실에는 책상 두어 개만 놓여 있었고 사람도 거의 없었다. 공장이라는 곳도 가동되는 기색이 없었다. 오전에 갔다가 오후에 다시 들렀는데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한 직원은 엄씨가 이사라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회사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끝내 설명하지 못했다.
경찰은 불송치, 사건은 공수처로
이 의혹은 이미 수사 선상에 올랐다. 충북지역 시민단체는 지난 2023년 12월 김 지사를 사전수뢰와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년6개월간 수사한 끝에 지난해 6월 불송치 결론을 냈다. 김 지사가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연 4.2%의 이자를 꾸준히 냈다는 점, 폐기물 회사가 충북도나 산하기관 사업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점, 폐기물처리시설 증설을 추진한 시점이 김 지사 취임 전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지사도 "돈을 빌린 업체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몰랐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사건은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시민단체는 불송치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냈고, 검찰이 이를 각하하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1부에 배당했다. 한옥을 담보로 30억원을 빌려준 폐기물업체 대표는 변제를 요구하고 있다.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경매로 회수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뉴탐사는 김 지사 캠프에 통화를 요청했다. 문자는 읽혔고 캠프 관계자와 통화도 했지만, 김 지사 본인의 답은 아직 오지 않았다. 김 지사가 한옥을 담보로 끌어온 70억원 안팎의 돈은 매출 없는 회사와 폐기물업체에서 흘러나왔다. 경찰은 적법한 거래라고 봤지만, 자금의 성격을 둘러싼 의문은 공수처 손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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