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를 둘러싼 폭로전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김 원내대표가 크리스마스 당일 페이스북에 전직 보좌관들의 텔레그램 대화를 공개하면서 양측 간 공방이 격화됐다. 공개된 대화에는 12·3 비상계엄 당시 보좌관들이 "이재명 잡아가나" "민주당 다 깜방가냐" 등 엄중한 상황을 가볍게 여기는 듯한 발언이 담겨 있었다. 반면 해임된 보좌관들은 대화의 맥락이 왜곡됐다며 김 원내대표 측의 갑질과 부적절한 처신을 폭로하고 나섰다. 사태의 발단부터 현재까지의 전모를 추적했다.
텔레그램 대화 공개, 무엇이 담겼나
김병기 원내대표는 12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의도 맛도리'라는 이름의 전직 보좌관 단톡방 대화 12장을 공개했다. 대화는 주로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과 그 다음 날에 오간 내용이다. 공개된 대화에서 보좌관들은 "김민석이는 왜 계엄 같은 소리를" "이재명 잡아가나" "민주당 다 깜방가냐" 등의 발언을 주고받았다. 계엄 담화 직후인 밤 10시 39분경에는 "오늘 만원 전도 아닌데 진짜 웃긴다"며 웃음을 표시하는 내용도 있었다.
당시 시민들이 국회로 달려가 계엄군을 맨몸으로 막아내던 상황이었다. 그런 엄중한 시점에 민주당 의원실 보좌관들이 저런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는 점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짐싸서 튀어야 되나"라는 발언은 국회를 지키기 위해 달려간 시민들의 행동과 대비돼 더 큰 실망을 안겼다. 김병기 의원을 '병개'라고 부르며 조롱하는 표현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대화에는 김병기 의원 부인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담겼다. 보좌관들은 부인을 '사모총장'이라 부르며 "이빨 다 깨고 싶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김병기 의원 아들에 대해서도 '막내 영감'이라 칭하며 불만을 쏟아냈다. 의원과 그 가족을 '금수'라고 지칭한 대화도 공개됐다.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할 의원-보좌관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난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작구 여성 의원 촬영 논란
대화 중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동작구의회 이모 여성 의원에 대한 내용이다. 12월 4일 밤 10시 51분경, 보좌관들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사진을 공유하며 "남자랑 손 잡고 비틀대면서 들어간다" "손으로 볼 난리났다"는 등의 대화를 나눴다. "MJ 타입인가"라는 발언도 있었는데, 김병기 의원 측은 MJ가 김병기 의원 아들의 이니셜이라고 주장했다.
보좌관들은 이에 대해 해명을 내놨다. 김병기 의원과 이 구의원이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거주하기 때문에 의원 수행을 위해 대기하던 중 우연히 목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도촬 의도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다른 남성과 함께 있는 여성 의원의 모습을 촬영하고 성희롱적 발언을 주고받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부분은 형사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좌관들의 반박, "공개된 건 일부일 뿐"
해임된 보좌관 6명 중 김상욱 전 비서관이 뉴탐사에 입장문을 보내왔다. 핵심은 김병기 의원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화만 선별적으로 공개했다는 것이다. 보좌관들에 따르면 12월 3일 당시 자신들도 엄중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다. "가족들이 울며 국회 가는 걸 말렸으나 국회로 출발했다"는 내용의 대화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외 출장 중이던 보좌관의 아내가 국회로 가지 말라고 부탁했으나 이미 국회로 출발했다는 비장한 대화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보좌관들은 김병기 의원에 대한 폭로도 이어갔다. 계엄 당일 김병기 의원이 국회 봉쇄 상황을 보고 겁을 먹어 국회를 빙빙 돌다가 문이 열렸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계엄 다음 날인 12월 4일에 한수원 관계자를 불러 식당 운영과 관련한 청탁을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병기 의원이 김민석, 김병주 의원의 계엄 경고 발언에 대해 평소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주장도 있었다.
여성 비서관이 김병기 의원에게 거짓말을 한 경위에 대한 해명도 나왔다. 해당 비서관은 여름 휴가도 가지 못한 상태에서 가족들과 항공권을 예약해뒀는데, 갑작스럽게 수행 지시가 내려왔다. 다른 보좌관들이 합심해 "너는 휴가를 가라"며 거짓말을 하도록 도운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좌관들은 "오죽하면 이런 거짓말까지 했겠냐"고 항변했다.
대한변협 3인방, 국회 입법 로비 담당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들은 해임된 보좌관 중 세 명이다. 이용명 전 보좌관은 대한변협 정무이사이자 쿠팡 전 상무다. 김상욱 전 비서관은 대한변협 부회장이며 미래전략센터장을 맡았다. 박OO 전 비서관은 서울지방변호사회 대협력실장이었다. 세 사람 모두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으며, 지난 2월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서 로스쿨 출신 김정욱 후보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 3월 신임 집행부 출범과 함께 세 사람은 대한변협의 요직을 맡았다. 5월에는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동으로 설립한 '미래전략센터'에 합류했다. 이 센터는 사실상 국회 입법 로비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김상욱 전 비서관이 센터장을, 나머지 두 명이 운영위원을 맡았다. 김병기 의원에게 해임당한 뒤에도 국회와의 관계를 유지한 셈이다.
이용명 전 보좌관의 행보가 논란이다. 그는 대한변협 정무이사직을 유지한 채 쿠팡 상무로 이직했다. 대기업 임원이 변협 이사직을 겸직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후 쿠팡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영교 의원과 면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면담이 '쿠팡 상무가 서영교 의원을 만났다'는 식으로 왜곡돼 언론에 제보됐다.
김병기-보좌관 갈등의 타임라인
사건의 발단은 2024년 12월 9일이다. 김병기 의원이 보좌관들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입수하고 6명 전원에 대해 해임 통보를 했다. 보좌관들은 대화 내용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취득 경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임 이후 세 명의 변호사 출신 보좌관들은 대한변협 요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2월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서 로스쿨 출신 김정욱 후보가 당선됐다. 6월에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졌다. 선거 직전 MBC를 통해 김병기 의원 부인의 국정원 취업 청탁 의혹이 보도됐다. 제보자는 전직 보좌관들로 추정된다. 그러나 김병기 의원은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9월 4일 뉴스타파에서 김병기 의원 아들의 숭실대 편입 특혜 및 갑질 의혹이 보도됐다. 다음 날인 9월 5일 김병기 의원은 쿠팡 부사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용명 변호사가 쿠팡에서 대관 업무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압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약 한 달 후 이용명 씨는 중국 발령 통보를 받았고, 결국 쿠팡을 떠났다.
11월 18일 서영교 의원과 대한변협 임원들의 면담이 있었다. 이 자리에 이용명 변호사가 참석했는데, 누군가가 '쿠팡 상무가 서영교 의원을 만난다'는 식으로 KBS와 김병기 의원 측에 제보했다. 당시 이용명 씨는 쿠팡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였으나 수리되지 않아 형식상 쿠팡 임원이었다. 서영교 의원은 법사위에서 대한변협 담당 의원이므로 변협 정무이사 자격으로 만난 것인데, 마치 쿠팡 로비처럼 왜곡된 셈이다.
정청래 대표 "매우 심각하게 본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김병기 원내대표 의혹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강선우 의원 사태 때 "동질한 비 오면 함께 맞는 것"이라며 적극 옹호했던 것과 대비되는 태도다. 사실상 김병기 원내대표의 사퇴를 바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주민 의원도 지난 27일 김병기 원내대표 사퇴를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여론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뒤 숟가락을 올려놓는 방식은 비판받을 수 있다. 김병기 의원이 스스로 용퇴하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한데, 굳이 등을 떠미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김병기 의원실은 "사퇴는 일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보좌관들은 김병기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시민단체 사세행은 김병기 의원을 청탁금지법 등 혐의로 고발했다. 양측 간 맞고발전이 진행 중이다. 언론은 김병기 원내대표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며 차기 원내대표 물망에 박정, 백혜련, 한병도, 조승래, 이원주 등을 거론하고 있다.
박우량 전 신안군수, 양재택 친분 의혹 해명했지만
박우량 전 신안군수가 양재택 변호사에게 아파트를 싸게 전세 줬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에 나섰다. 박 전 군수는 지역 언론을 통해 2009년 5월 4억5천만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한 계약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핵심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재산 신고 자료를 보면 2007년 전세 보증금이 4억3500만 원이었다. 그런데 2008년에 갑자기 1억5천만 원으로 급감했다. 4억3500만 원짜리 전세를 1억5천만 원으로 깎아준 것이다. 어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저렇게 파격적인 할인을 해주겠는가. 2009년에 다시 4억5천만 원으로 올랐다. 박 전 군수가 공개한 계약서는 4억5천만 원짜리뿐이다.

2008년 1억5천만 원짜리 전세 계약의 세입자가 누구냐가 핵심이다. 양재택 변호사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2006년부터 박우량 군수 재임 시절 가거도 방파제 보수공사를 삼부토건이 맡았다. 과거 보도를 보면 지방 공사에 양재택이 브로커 역할을 한 정황이 있다. 양재택이 삼부토건과 박우량 군수를 연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군수에게 "2008년 1억5천만 원 전세 준 사람이 누구냐"고 질문했으나 답변이 없다.
이혜훈 기획재정부 장관 발탁, 국힘 충격
이재명 대통령이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을 발탁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파격 인사였다. 이혜훈 전 의원은 보수 정권에서도 경제 관련 장관 인선 때마다 물망에 오르던 경제통이다. 합리적 보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윤석열 정권에서는 조은희와의 공천 경쟁에서 밀려나 한직으로 밀려났던 인물이다.
국민의힘은 충격에 빠졌다. 이날 바로 이혜훈 전 의원을 제명했다. 한동훈, 주진우 등이 온갖 악담을 퍼부었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따로 없다면 이혜훈 장관 발탁에 협력하겠다는 논평이 나올 법도 한데, 국민의힘은 배신자 취급에 급급했다. 명태균이 조은희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이혜훈 발탁은 국민의힘에 더 아픈 타격이 됐다.
조정식 의원의 정무특보 임명도 눈길을 끈다. 불과 열흘 전 하반기 국회의장 도전을 선언했던 인물이다. 정무특보를 맡으면 사실상 국회의장 도전은 어려워진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이 입법부 수장이 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장 경선 구도가 박지원, 김태년 양자 대결로 좁혀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장한석' 연대론 삐걱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이 장동혁-한동훈-이준석의 '장한석 연대'를 띄우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장동혁 대표는 "외연 확장보다 단일대오를 꾸리는 게 중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한동훈과의 연대에 미온적인 태도다. 극우 유튜버 서정욱 변호사는 "한동훈만 아니면 된다"며 한동훈 대신 이낙연, 이준석과의 연대를 주장했다.
극우 세력 입장에서 한동훈은 배신자다. 윤석열 탄핵에 찬성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확실하게 배신자를 처단해야 당의 색깔이 분명해진다는 논리다. 고성국, 성창경 등 극우 유튜버들은 한동훈에 대한 징계를 서두르라고 압박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과 손을 잡는 순간 극우 세력은 장동혁도 내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극우 유튜버들이 '대한자유튜브총연합회'를 결성했다. 나경원 의원이 이 자리에 참석해 상까지 받았다. 김장겸, 임종득, 김민전, 최수진, 이진숙 등도 함께했다. 국민의힘이 조중동이 아니라 극우 유튜버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당이 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조중동이 바라는 방향으로 국민의힘이 재편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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