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난해 영업이익 47조2,063억원, 순이익 42조9,479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최대다. 언론 보도는 세 가지에 집중됐다. 역대 최대 실적, 직원 평균 연봉 1억8,500만원, 자사주 12.2조 소각. 사업보고서는 411쪽이다. 이 세 가지 너머에 있는 숫자들을 추적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공시된 제78기 사업보고서(2025년 실적)와 회사가 2024년 11월 발표한 '2025~2027년 주주환원 정책'을 함께 살펴봤다.
총주주환원 33%, 구조를 뜯어 보면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주주에게 돌려준 돈은 총 14조3,000억원이다. 현금배당 2조1,086억원에 자사주 소각 12조2,400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순이익 대비 33.3%. 같은 해 삼성전자(25.1%)보다 높고, 현대차(27.7%)도 웃돈다.
다만 이 33.3%의 구성이 삼성전자·현대차와 다르다. 14.3조원 가운데 현금으로 주주 통장에 들어간 돈은 2.1조원이다. 나머지 12.2조원은 회사가 쌓아두고 있던 자기주식을 없앤 것이다. 주식을 소각하면 시장에 도는 주식 수가 줄어 한 주의 가치가 올라간다. 주주에게 분명한 이득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25.1%는 대부분이 해마다 반복되는 현금배당이다. 일회성 소각과 반복되는 현금배당은 성격이 다르다.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 원칙은 명확하다. 회사는 2024년 11월 "3년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쓰겠다"고 공시했다. FCF란 영업으로 번 돈에서 설비투자를 뺀 나머지다. 주당 고정배당금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올렸다. 삼성전자도 "FCF의 50%를 환원한다"는 원칙을 쓰고 있어 기준 자체는 사실상 같다.
다만 이 원칙이 작동하는 환경이 다르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는 30조2,000억원이다. 전년(18조원)보다 68% 늘었다. 회사는 밸류업 계획에서 "설비투자를 매출의 30%대 중반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이 커질수록 투자도 커지는 구조다. FCF 50% 환원이라는 원칙은 투자를 많이 할수록 환원 재원이 줄어드는 구조적 특성을 갖는다. 증권가는 2026년 말까지 누적 주주환원 재원이 2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전망이 실현되려면 투자와 이익의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현금배당만 떼어 보면

현금배당 비율만 따로 보면 풍경이 달라진다. SK하이닉스의 현금배당성향은 4.91%다. 삼성전자 25.1%, 현대차 27.7%와 큰 차이가 난다.
3년 치 추이를 보면 흐름이 보인다. 2023년 SK하이닉스는 9,137억원 적자였다. 그런데도 배당했다. 8,256억원. 쌓아둔 이익에서 꺼내 줬다. 2024년 흑자 전환 후 배당성향은 7.68%. 2025년 순이익이 2배 넘게 뛰었지만 배당성향은 4.91%로 떨어졌다. 주당 배당금은 2,204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지만, 주당순이익이 6만378원으로 더 빠르게 뛰었기 때문이다.
현금배당이 낮은 데는 이유가 있다. 반도체는 이익이 많을 때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산업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해도 12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가 계획되어 있다. 다만 118만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주주총회에서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 있다. 현금배당이 이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인지, 2027년 정책 만기 전에 조기 환원을 검토할 구체적 기준이 있는지다.
경영자문위원 96억, 대표이사의 2.3배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사람은 곽노정 대표이사(42억3,900만원)가 아니다. 최태원 회장(47억5,000만원)도 아니다. 박정호 경영자문위원이다. 96억1,000만원. 직원 평균 연봉의 52배다.
박정호 전 부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미등기임원인 경영자문위원으로 남아 있다. 보수의 대부분인 77억7,000만원은 등기이사 시절 부여받은 장기 인센티브 정산이다. 주가 상승과 배당을 합친 총주주수익률(TSR)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는 구조로, 경영 성과와 보수를 연동시키는 제도다. 주가가 오르면 더 많이, 떨어지면 덜 받는다.
다만 이 보수가 이사회 결의만으로 결정된다는 점은 주주 입장에서 알아둘 필요가 있다. 미등기임원은 상법상 임원이 아닌 근로자 신분이어서 주주총회 승인 대상이 아니다. 미등기임원 203명의 연간급여 총액은 1,832억원, 1인 평균 9억200만원이다. 직원 평균 1억8,500만원의 4.9배다.
김동섭 경영자문위원도 27억3,000만원을 받았다. 이 중 6억4,800만원은 스톡옵션 행사이익이다. 행사가 13만6,060원, 행사일 종가 20만8,000원. 주가가 53% 오른 차익이다.
여성이 3년 더 일해도 남성의 80%
같은 보고서에 남녀 임금격차가 적혀 있다. 남성 직원 평균 급여 1억9,800만원, 여성 1억5,900만원. 여성은 남성의 80.3%를 받는다. 그런데 근속연수를 보면 여성이 15.7년, 남성이 12.3년이다. 여성이 3.4년 더 오래 일한다.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현장직과 사무·연구직의 비율이 남녀 간에 다를 수 있고, 같은 근속이라도 직급이 다르면 급여가 달라진다. 사업보고서에는 직종별 남녀 비율이 나오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2022년 남녀 급여 차이는 3,275만원이었다. 2025년에는 3,900만원이다. 실적이 좋아질수록, 성과급 비중이 높은 직급에 남성이 집중된 구조가 격차를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
10명 중 3명은 공시 사각지대
전체 인력 구성도 눈에 띈다. 파견·용역·도급 등 소속 외 근로자가 1만4,490명이다. 정규직(3만4,549명)까지 합치면 전체 4만9,039명 중 29.5%다. 10명 중 3명이 SK하이닉스 직원이 아닌 셈이다. 이들의 급여 수준이나 어떤 공정에 투입되는지는 사업보고서에 나오지 않는다.
반도체 공정에는 화학물질을 다루는 고위험 작업이 포함된다. 같은 보고서의 제재 현황에는 불산 취급 도급작업 신고 누락(과태료 300만원), 화학물질관리법 위반(과태료 480만원), 공정안전보고서 미이행(과태료 480만원) 등이 기록되어 있다. 현대차처럼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소속 외 근로자가 이 작업에 투입되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2.0%다. 현대차(12%)의 6분의 1 수준이다. 3년 추이를 보면 2023년 2.8%, 2024년 2.1%, 2025년 2.0%로 오히려 줄고 있다.
118만 주주가 펼쳐 봐야 할 나머지 400쪽
SK하이닉스의 정기주주총회가 이달말 예정되어 있다. 소액주주가 118만 명을 넘었다. 이들이 사업보고서를 펼쳐 들면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 생긴다.
가장 현실적인 질문은 현금배당의 미래다. FCF 50% 환원 원칙이 있다고 해도, 설비투자가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실제로 FCF가 얼마나 남을지는 매년 달라진다. 3년 누적 FCF 전망치를 회사가 어떻게 보고 있는지, 2027년 정책 만기 전에 조기 환원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소액주주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교환사채 발행으로 예탁된 893만주의 만기 후 처리 계획도 주당 가치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단체교섭 테이블에서도 이 보고서의 숫자가 쓰인다. SK하이닉스 노동조합은 2021년 노사 합의에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기로 했다. 영업이익 47조원의 10%면 4조7,000억원이다. 이 돈이 임원과 직원에게 실제로 어떤 비율로 나뉘었는지,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미등기임원 급여 총액과 직원 급여 총액을 대조하면 윤곽이 드러난다. 남녀 급여 차이 3,900만원의 원인이 직종 분포 때문인지, 같은 직급 안에서도 벌어지는 것인지도 추가 공시 없이는 확인할 수 없다.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헤드라인은 사업보고서 411쪽 가운데 첫 몇 쪽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나머지 400쪽에는 그 실적이 누구에게, 어떤 구조로 흘러가는지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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