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영광군 납품 담당 공무원 "장세일 군수 지시로 수의계약" 경찰 진술
에이텍 우회 납품·리베이트·맹지 7억 매입까지, 윤리감찰단 면죄부 뒤 잇단 정황 드러나
납품 담당 공무원, 경찰 조사서 "비서실장 통해 군수 지시 받았다" 진술
에이텍→협동조합 우회 수의계약 구조, 리베이트 자금 흐름 확인
7천만원에 취득한 맹지를 7억원에 군비로 매입, 공시지가 다섯 배
윤리감찰단, 제보자에게 "돈 나가는 영상 있느냐"며 취조식 전화만
장세일 영광군수의 수의계약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전남경찰청이 납품 담당 공무원을 불러 조사한 결과, 해당 공무원이 "군수의 지시를 받아 계약을 진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세일 군수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해명해 왔지만, 비서실장을 통해 구체적인 업체명까지 지목하며 계약을 지시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민주당 윤리감찰단이 "근거 없는 사안"이라며 면죄부를 발급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나온 결과다.
뉴탐사 취재를 종합하면, 영광군에서 마을방송 장비 납품 계약을 담당했던 공무원 최길성 씨는 경찰에 두 차례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최길성 씨는 당시 비서실장이 전화를 걸어 "군수님 지시"라며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 진행을 요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일 군수가 해당 업체명을 처음에 '에이스'로 잘못 알고 있다가 '에이텍'으로 바로잡는 과정까지 비서실장과 최길성 씨 사이에서 오갔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나왔다. 경찰 조사 전 비서실장이 최길성 씨에게 "우리 둘이 한 것으로 하자"고 회유했으나, 최길성 씨가 이를 거부하고 사실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돈봉투 영상 제보자 정운성 씨도 "최길성 씨가 비서실장을 통해 군수 지시를 받아 계약을 진행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정청래 대표가 가장 아끼는 특보
장세일 군수는 지난 1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특보로 임명됐다. 수많은 특보 가운데서도 유독 눈에 띄는 대우를 받았다. 설 연휴 정청래 대표가 백양사를 방문했을 때 장세일 군수는 지역구 의원인 이개호 의원을 제치고 대표 바로 옆에서 수행했다. 영광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선호 PD가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에는 장세일 군수가 정청래 대표를 향해 뛰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이개호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도 정청래 대표는 영상 축사를 통해 다른 지역 단체장은 언급하지 않고 장세일 군수만 이름을 불렀다. "우리 장세일 군수도 안녕하신지"라는 발언은 사실상 장세일 군수의 공천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돈봉투 영상이 공개된 뒤에도 정청래 대표가 장세일 군수를 손절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이런 밀착 관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장세일 군수에게는 사기 전과도 있다. 뉴탐사가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장세일 군수는 다른 사람에게서 6천만원을 빌려 잔액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즉시 돈을 돌려주고, 마치 자부담금을 마련한 것처럼 영광군에 서류를 제출해 보조금 9천만원을 교부받았다. 혐의는 '사기'였다. 1심에서 징역 10월이 선고됐고, 2심에서 벌금 900만원으로 감형됐다. 피해자가 영광군이었는데, 그 영광군의 군수가 된 셈이다.
돈봉투 영상과 면죄부
뉴탐사가 호남 공천 검증 취재를 시작한 첫날, 장세일 군수의 딸이 수표 3천만원을 수수하는 장면이 촬영된 영상이 제보됐다. 영상에는 제보자 정운성 씨가 장세일 군수 딸에게 봉투를 건네며 "삼촌한테 전달해 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정운성 씨의 자수 영상에 따르면, 2024년 9월 장세일 군수 후보의 딸에게 "군수가 되면 사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말과 함께 선거비용 명목으로 3천만원을 전달했다. 이후 장세일 군수가 당선된 뒤 3억5천만원 규모의 사업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장세일 군수 측은 "조작된 영상"이라며 거절 문자를 공개했다. 그러나 뉴탐사가 확인한 문자 전문에는 "오빠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고 꼭 말씀드릴게요"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거절한 사람이 쓸 문자가 아니다. 부정한 청탁을 전달한 정황이 문자에 남아 있는 셈이다. 조작 영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장세일 군수 측은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뉴탐사 보도 직후 이개호 의원실 산하 영광 지역사무소는 윤리감찰단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뉴탐사를 상대로 수사 촉구서를 보냈다. 고소나 고발이 아닌 수사 촉구서였다. 무고 처벌 위험을 감수할 자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리감찰단, 진상 조사인가 면죄부 발급인가
정청래 대표는 윤리감찰단에 감찰을 지시했다. 지시문에는 "뉴탐사 보도에 대해"라고 매체명을 명기했다. 보통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이라고 쓴다. 처음부터 보도의 신뢰성에 의문을 심으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리감찰단 장인재 부단장은 그날 오후 제보자 정운성 씨에게 연락했다. 정운성 씨의 증언에 따르면, 장인재 부단장은 첫 통화에서 "영상 왜 찍었냐", "돈 갖고 나가는 거 찍었냐"라고 물었다. 윤리를 따지는 게 아니라 장세일 군수의 변명이 유효한지만 확인하는 취조식 전화였다. 정운성 씨는 "윤리감찰단이 윤리를 따져야지 왜 나한테 취조를 하느냐"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통화에서는 "문자 있느냐"고만 물었다. 없다는 답을 듣고 끝이었다. 통화 시간은 1분도 안 됐다.
돈봉투를 받아 나가는 영상이 없고, 거절 문자를 반박할 증거도 없다. 윤리감찰단은 이것만으로 "근거 없는 사안"이라고 결론 내렸다. 지난달 26일 민주당 공보국은 "해당 의혹이 근거 없음을 확인했다"며 장세일 군수의 공천 절차를 밀어붙였다. 장세일 군수는 같은 날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과 그다음 날, 경찰이 장세일 군수 딸과 정운성 씨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에이텍 우회 수의계약의 실체
뉴탐사가 영광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수의계약 내역에 따르면, 마을방송 장비 납품은 '에이텍 시스템'이 아닌 '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명의로 이뤄졌다. 지난해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친 계약이었고, 계약 담당자는 최길성 씨였다. 왜 에이텍이 직접 계약하지 않고 협동조합을 끼웠을까.
뉴탐사가 협동조합을 직접 찾아가 취재한 결과가 이유를 설명한다. 일반 수의계약 한도는 2천만원이다. 하지만 우수조달 공동상표를 보유한 협동조합을 통하면 한도가 2억원으로 올라간다. 에이텍이 영광군에 가서 설계하고 영업한 뒤, 계약은 협동조합 명의로 체결하는 구조다. 협동조합은 3% 수수료만 받는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에이텍이 실제로 영광군에서 설계와 영업을 했고, 조합은 계약을 대행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세일 군수는 언론에 "해당 제품은 전임 군수 시절부터 사용돼 왔고, 에이텍이 아닌 협동조합과 계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협동조합 관계자의 증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영광군에 처음 납품한 것은 지난해였고, 실제 시공은 에이텍이 했다. 장세일 군수의 해명은 두 가지 모두 거짓인 셈이다.
리베이트 자금 흐름도 확인됐다. 에이텍 시스템에서 영광 소재 신안설비로 4,300만원이 이체됐다. 실제 공사는 에이텍이 했는데 신안설비가 한 것처럼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이다. 신안설비 계좌에서 수수료를 뺀 3,700만원이 정운성 씨 부인 명의로 인출됐다. 정운성 씨는 "신안설비는 선배에게 부탁해서 수수료를 받기 위한 통로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가짜 세금계산서까지 동원된 리베이트 구조가 드러났지만, 윤리감찰단은 이런 사안을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
맹지 7억 매입, 자수의 도화선
비리는 수의계약에서 끝나지 않았다. 뉴탐사 취재 결과, 영광군은 정O진 씨의 배우자 임O숙 씨 소유 토지를 '공공용지 협의취득' 명목으로 7억1,100만원에 매입했다. 해당 토지는 영광군 녹사리 62번지, 약 400평 규모다. 10년 전 취득가는 7천만원. 현재 공시지가의 다섯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뉴탐사 취재진이 직접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이 땅은 길이 없는 맹지였다. 개울이 흐르고 주변은 경사지로 둘러싸여 있었다. 농기계도 들어갈 수 없는 땅이다. 영광군은 이 땅에 만원주택(청년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명분을 붙였다. 바로 옆에 키즈카페 부지를 별도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정O진 씨 소유 맹지만 따로 떼어 비싼 값에 매입한 것이다.
정O진 씨는 에이텍의 납품 계약을 중간에서 밀어주던 인물이다. 계약을 계속 진행하는 대신 자신의 땅을 군비로 매입하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운성 씨는 정O진 씨가 약속한 사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자기 땅 매각으로 이익을 챙긴 사실을 알게 된 뒤 자수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강필구 군의원 돈봉투, 영광의 또 다른 민낯
장세일 군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영광군의회 강필구 의장이 주민들에게 악수를 하면서 손바닥에 5만원권을 끼워주는 방식으로 현금을 살포하다 적발됐다. 지역 언론 '뉴데이앤포커스'와 '폭로닷컴'이 이를 보도했다. 강필구 의장은 구선 의원으로, 지방자치 시작 이래 지금까지 의원직을 유지해 온 인물이다.
보도가 나간 뒤 강필구 의장은 뉴데이앤포커스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300만원을 건넸다. 해당 기자는 이 돈이 보도 무마 목적이라고 판단하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강필구 의장이 기자를 찾아간 날짜는 지난달 27일이다. 공교롭게 민주당 윤리감찰단이 장세일 군수 돈봉투 영상을 "근거 없음"으로 결론 내린 직후였다. 돈봉투가 터져도 덮어주는 당의 태도가 영광 지역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선에 나선 다른 후보들의 반발도 거세다. 영광군수 경선 후보들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편파 경선을 중단하라"며 장세일 군수의 경선 배제를 요구했다. 예비후보 김혜영 씨는 삭발까지 감행했다. "자격 없는 후보가 군수가 되는 것을 온몸을 던져서라도 막겠다"고 했다.
전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민주당 윤리감찰단의 조사 결과에 무게를 두지 않고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뉴탐사에 밝혔다. 장세일 군수에 대한 경찰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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