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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수사 조작 의혹 드러나...엄희준·강백신 검사 대검 감찰 착수

증거 위조·참고인 진술 조작·핵심 혐의 기소 누락...민주당 감찰요청서 단독 입수

2025-10-18 10:27:52

대장동 사건 수사를 주도했던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와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위법 수사 혐의로 대검 감찰을 받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법무부에 제출한 감찰요청서를 입수한 결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석방 직전 24시간에 걸친 조서 없는 밀실 면담, 증거 위조, 참고인 진술 조작, 핵심 혐의 기소 누락 등 구체적인 위법 수사 정황이 담겨 있었다. 법무부는 이 사건을 수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감찰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석방 나흘 전 24시간 면담, 조서는 한 줄도 없다


감찰요청서에 따르면 2022년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검찰은 유동규를 총 24시간 동안 조사했다. 서울구치소 출정 기록을 보면 10월 14일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8시간, 15일 오전 10시부터 밤 8시까지 10시간, 16일 오전 10시부터 밤 8시까지 10시간이다. 유동규는 이 면담 나흘 뒤인 10월 20일 석방됐다. 같은 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구속됐다.


문제는 이 24시간 동안 단 한 줄의 조서도 작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형사소송법과 수사준칙 26조는 피의자 조사 시 조서를 작성하거나, 작성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명백히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김경완 검사는 조서는커녕 조서를 작성하지 않은 이유를 담은 서면조차 남기지 않았다.


국회 법사위 박균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당시 수사관을 추궁했다. 수사관은 "조서 작성 여부는 검사의 판단 사항"이라며 "사건에 대한 질의응답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고만 답했다. 24시간 동안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왜 조서를 남기지 않았는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검찰이 유동규에게 무언가 제안을 했고, 그 대가로 유동규가 석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사가 수기로 적어넣은 '평당 1500만 원'


베임액 산정 과정에서 증거 조작 의혹도 드러났다. 정영학 전 천하건설 대표가 검찰에 제출한 엑셀파일에 누군가 수기로 '평당 1500만 원'이라고 적어넣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재명 대통령의 베임액을 5000억 원 규모로 추산했다.


정영학은 법정에서 "처음엔 검사가 제시한 자료를 내가 쓴 줄 알았다"며 "검사가 하도 '네가 쓴 거 아니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기억은 평당 1400만 원"이라고 증언했다. 실제 분양가가 1400만 원이었다면 베임액은 대폭 줄어든다. 검찰이 베임액을 부풀리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2022년 10월 8일자로 작성된 유동규의 자술서에는 날짜가 미리 인쇄돼 있었다. 유동규가 자발적으로 작성했다기보다 검찰이 미리 준비한 양식에 따라 작성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영학은 법정에서 "수사관이 얼마냐고 하도 물어보니 '그렇지 않았겠느냐'고 답했는데 진술조서엔 명확하게 진술한 것처럼 써 있었다"고도 밝혔다.


월 10회 방문이 월 1~2회로, 6000만 원이 2000만 원으로


참고인 진술도 검찰이 임의로 작성하거나 과장한 정황이 나타났다. 검찰 수사관이 작성한 이모씨의 참고인 진술조서에는 "유동규가 정진상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함께 2009년 하반기부터 2010년 6월경까지 월평균 10회, 8개월 동안 총 80회 정도 술집을 방문하고, 유동규가 지불한 술값이 총 5000만 원에서 6000만 원에 이른다"고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이씨는 법정에서 "정진상은 2009년경부터 2010년 6월경 지방선거 때까지 8개월 동안 총 12~15차례 정도 지중해를 방문했고, 유동규가 지불한 총 외상값은 약 2000만 원 정도"라고 증언했다. 검찰 조서에는 월평균 10회, 8개월간 80회로 기재됐지만 실제로는 8개월간 12~15회였다. 술값도 5000만~6000만 원이 아니라 2000만 원 정도였다. 횟수는 5배 이상, 금액은 3배 가량 부풀려진 것이다.


또 다른 참고인 최모씨는 아예 "수사관이 물어본 내용이 사실인지 기억이 안 난다"며 "수사관이 불러주는 대로 진술서를 작성했다"고 법정에서 폭로했다. 검찰 조서가 참고인의 실제 진술이 아니라 검찰이 원하는 내용으로 채워졌음을 보여주는 증언이다.


돈 준 사람만 기소, 받은 사람은 증발


유동규가 받은 것으로 확인된 11억 8000만 원 뇌물과 호반건설이 건넨 30억 원 배임 혐의는 기소에서 빠졌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호반건설 임원들이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유동규에게 전달했다"고 명시했다. 보도자료에도 "다른 공범들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호반건설 관계자들은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유동규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검찰은 유동규를 '수수범'으로 기소했다가 재판부의 공소장 변경 권고를 끝내 따르지 않았다. 결과는 무죄. 돈을 준 사람은 유죄인데 받은 사람은 무죄가 됐다. 돈의 흐름이 명확한데도 받은 사람만 빠져나간 것이다.


감찰요청서는 이런 선택적 기소의 배경을 이렇게 분석했다. "유동규에게 유리한 대가를 제공하고 김용 부원장을 엮기 위한 허위 진술을 받아냈다." 검찰이 대장동 사건을 이재명을 겨냥한 정치 수사로 활용하면서 유동규를 협조자로 만들기 위해 각종 혜택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 후 입 연 남욱, "검사가 귤 까주며 회유"


정권이 바뀌자 진술도 바뀌기 시작했다. 남욱 변호사는 최근 법정에서 "검사들이 유동규와 내 주장이 다르면 계속 확인 과정을 거쳤다"며 "윽박도 지르고, 원하는 진술이 나오면 음식이나 과일을 먹게 해줬다"고 증언했다. 그는 "직접 경험 못한 사실도 하도 물어보니 '그렇지 않았겠느냐'고 답했는데 진술조서엔 명확하게 진술한 것처럼 써 있었다"고 밝혔다.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도 법정에서 "김용이 쇼핑백을 들고 나가는 걸 직접 본 게 아니라고 검사에게 말했다"며 "블라인드 때문에 상반신이 안 보였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검찰 조서에는 이런 내용이 빠져 있었다. 김용에게 유리한 진술은 조서에서 누락된 것이다.


남욱과 유동규는 정권 교체 전까지만 해도 검찰 수사에 협조적이었다. 두 사람 모두 위례 신도시 사건에 연루돼 있었고, 검찰은 이를 빌미로 협조를 압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끝나면서 검찰의 추가 기소 압박에서 벗어나자 법정에서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4년 전 1인 시위 기자의 반격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는 2021년 3월 대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엄희준의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모해위증 교사 의혹을 취재해 보도한 뒤였다. 당시 대검 감찰부는 엄희준이 재소자 11명에게 접근해 한명숙에게 불리한 허위 진술을 받아낸 정황을 포착하고 공소장까지 작성했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 않았고, 사건은 묻혔다.


2년 뒤 허 기자는 엄희준과 강백신이 지휘한 수사팀에 압수수색을 당했다.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였다. 허 기자가 대장동 사건 보도에서 윤석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허 기자는 "검찰 캐비닛에 묻혀야 할 감찰서류를 입수해 보도했고, 그 대가를 치렀다"며 "이젠 내가 엄희준을 감옥에 보낼 차례"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민주당의 감찰요청서를 받은 뒤 본격적인 감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찰요청서는 엄희준과 강백신을 '피의자'가 아닌 '피혐의자'로 명시했다. 수사에 준하는 감찰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검찰 적폐 청산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4년 전 묻혔던 엄희준 의혹이 이번엔 감찰을 넘어 수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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