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광주 사건, 7년 만에 드러난 충격적 실상
2018년 10월 광주에서 발생한 데이트 폭력 사건이 7년 만에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당시 20대 청년 손모군은 전 여자친구에 대한 납치, 감금, 상해, 성폭행 혐의로 8개월간 수감됐지만, 202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불법 증거수집과 CCTV 영상조작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공식 인정했다.
식당 CCTV가 보여준 진실
사건의 출발점은 2018년 10월 28일 늦은 밤 광주의 한 식당이다. 당시 상황을 담은 CCTV 영상을 보면,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명확히 드러난다.
영상 속에서 여성은 남성에게 "저 앞에 나가서 공연하고 돈 받아와서 네가 돈 내고 가라", "떨어진 고기 주워 먹어라"며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이어 술에 취한 여성이 남성을 수차례 폭행했고, 남성이 자리를 떠나려 하자 상의를 움켜잡아 저지했다.
남성이 일어나 나가려 할 때도 여성은 계속 옷을 잡고 있었다. 여성의 긴 인조손톱으로 인해 남성의 옷에는 구멍까지 났을 정도였다.
길거리에서도 계속된 폭행과 추격
식당 밖 길거리 CCTV는 더욱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여성은 넘어지면서도 남성의 옷을 놓지 않았고, 남성이 여성을 일으켜주는 상황이 벌어졌다. 남성이 혼자 건물 밖으로 나가려 하자 여성이 뒤쫓아 나오는 모습도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납치와 감금이라는 혐의가 어떻게 성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오히려 남성이 여성의 지속적인 폭행과 괴롭힘에서 벗어나려 도망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찰의 조작 수사, 컬러 CCTV를 흑백으로
경찰의 조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검찰에 제출된 CCTV 영상은 원본과 달리 흑백으로 변환되어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해당 CCTV는 주차단속용으로 실선과 중앙선의 색상을 확인해야 하므로 흑백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으며, 당시 흑백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도 않았다.
광주 서구청은 "주차단속용 CCTV는 실선의 색이 흰색인지 노란색인지 구분해야 하므로 흑백 영상을 사용할 수 없으며, 해당 영상을 흑백으로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명시했다.
인권위는 "컬러 영상을 흑백으로 전환한 것은 의도적인 정보 손실"이라고 판단했다. 채도값을 0으로 조정하고 밝기를 조절해 현장 확인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피의자 신문조사실의 충격적 실상
2018년 10월 29일과 30일, 이틀간 8시간에 걸친 피의자 신문조사 과정은 더욱 충격적이다. 당시 수사책임자 김모 경위는 손모군에게 "수사보고 쳐놓고 가만히 안 둬. 집도 없잖아."라며 노골적인 협박을 가했다.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김모 수사관은 20여 차례, 임모 수사관은 무려 104차례 욕설을 했다. 이는 명백한 인격권 침해로 규정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조작 수사의 결정적 증거가 담긴 장면이다. 다른 수사관이 A4 용지를 들고 와서 "팀장이 이렇게 하라고 해. 아무것도 물어보지 말고 써진 대로만 해. 엎어지면 안 되니까"라고 지시하는 모습이 녹화됐다.
이를 받아본 수사관은 "불기소하면 안 되니까. 지가 수사할 것이지 왜 나한테 시키냐"며 중얼거렸다. 팀장의 조작 지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시대적 배경, 문재인 대통령의 성범죄 엄단 촉구
사건 발생 3일 전인 2018년 10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73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여성 대상 성범죄 엄단을 촉구했다. 바로 3일 뒤 이 사건이 터진 것이다.
광주에서 오랜 경찰관 생활을 한 퇴직 경찰관은 양심선언을 통해 "처음부터 잘못됐다. 대통령이 전날 그런 말을 했는데 바로 사건이 터져서 경찰청에서 난리가 났다"고 증언했다.
CCTV 확인 지연과 불법 수집
손모군은 체포 당일부터 계속해서 식당 CCTV 확인을 요청했다. "제가 때린 게 아니라 제가 오히려 맞았습니다. 전 일어나서 나가고 싶은데 못 가게 여자친구가 잡았습니다"라며 울면서 호소했지만 경찰은 듣지 않았다.
경찰은 CCTV를 찾을 수 없다고 했지만, 손모군의 어머니는 30분 만에 해당 CCTV를 찾아냈다. 하지만 경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한 후에야 뒤늦게 CCTV를 확인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찰이 적법한 절차 없이 CCTV를 수집했다는 점이다. 차량번호 자동판독기 조회 공문만 발송했을 뿐 방범용 CCTV 요청 공문은 없었다. 경찰관들이 개인 휴대폰으로 통합관제센터에서 직접 촬영한 사실도 확인됐다.
허위 공문서 작성과 112 신고 조작
경찰의 조작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경찰은 수사보고서에 "피해자를 끌고 나오는 남자"라고 기록했지만, CCTV에는 여성이 남성을 잡고 따라나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손모군이 휴대폰을 제출했음에도 "피의자가 휴대폰 제출을 거부했다"고 허위 보고했다. 손모군이 이전에 폭행 피해자였던 사실을 가해자로 둔갑시켜 보고하기도 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112 신고마저 조작됐다는 점이다. 경찰 사건처리부에는 상세한 신고 내용과 녹취 시간이 기록되어 있지만, 실제 정보공개 요청 결과 "112 신고 내용 없음, 녹취록도 없음"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재판부의 판단과 경찰의 수사과오 인정
재판 결과 손모군은 납치, 성폭행 혐의는 무죄를 받았다. 다만 4분 정도의 감금만 인정되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박모양은 상해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과 보호관찰 80시간 사회봉사를, 무고·모해위증 혐의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9년 광주지방경찰청은 내부 조사를 통해 6가지 수사과오를 인정했다. ▲스스로 차에 탄 여성을 납치했다고 판단한 것 ▲피해자인 남성이 맞았는데도 여성이 맞았다고 보고한 것 ▲CCTV를 사건 송치 후에 확인한 것 ▲피해자가 휴대폰 제출을 거부했다고 거짓 보고한 것 ▲피해자였던 예전 사건을 가해자로 보고한 것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욕설을 한 것 등이다.
하지만 관련 수사관들은 견책과 경고라는 가벼운 징계만 받았다.
세 차례 고소도 모두 불송치
손모군 어머니 이순란 씨는 2019년, 2022년, 2024년 세 차례에 걸쳐 관련 수사관들을 고소했지만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판정을 받았다.
특히 세 번째 고소는 국가인권위 결정문이 나온 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불송치됐다. 더욱 황당한 것은 불송치 결정서가 공소시효 만료를 코앞에 두고 늦게 발부됐다는 점이다.
수사관들의 뻔뻔한 태도
해당 수사관들을 만나 취재한 결과, 이들은 여전히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CCTV를 휴대폰으로 불법 촬영한 수사관은 "기술이 없어서 그런 조작을 할 수 없다"고 부인했다.
당시 수사책임자 김모 경위는 "7년 동안 그 어머니한테 당하고 있다"며 오히려 피해자인 척했다. 또 다른 수사관은 "적법한 수사였다"고 주장하며 사과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전직 경찰관의 양심선언
30년 넘게 경찰 생활을 한 전직 경찰관은 양심선언을 통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사건 당일 손모군을 만났을 때 긴급체포하지 않고 놔준 후 하루 뒤 체포한 것은 불법체포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둘째, 손모군이 요청한 식당 CCTV와 버스기사 참고인 조사 등 핵심 증거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만 확인했다면 즉시 석방됐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셋째, CCTV를 보지 않고서는 범죄시각을 새벽 4시 20분으로 특정할 수 없는데 어떻게 정확한 시간을 알았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검사의 증언, "증거조작이 핵심"
최근 사건을 재검토한 검사는 피해자 어머니와의 면담에서 "이 사건은 보통 강압수사, 편파수사, 조작수사 중 한 가지만 하는데 세 가지를 다 했다."라고 어머니가 주장하자, 검사는 이 사건의 핵심은 '증거조작'이라고 단언했다.
이 검사는 반부패수사 5팀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보완수사를 명령했지만, 경찰은 또다시 불송치 의견을 냈다.
국가시스템의 근본적 문제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분쟁이 아니다. 허위 고발과 조작 수사, 인권침해가 얽힌 국가적 문제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오히려 무고한 시민을 해치고, 잘못이 드러나도 조직 보호에만 급급해 진정한 사과 한 마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할 것인가.
손모군 어머니 이순란 씨는 "좋은 나라는 국민이 억울하다고 외쳤을 때 신속하게 풀어주고, 국민이 제자리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7년간의 고통이 나라 시스템을 바로잡는 디딤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그의 말이 가슴 깊이 와닿는다. 곳곳에 숨어있는 정의로운 이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 없었다면 이 진실은 영영 묻혔을 것이다.
이제라도 경찰은 조직의 이익보다 국민의 인권을 우선하는 진정한 변화를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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