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뉴탐사
김산 무안군수, 세계유산 갯벌 완충구역에 400MW 태양광 허가
등재 심사 막바지에 대규모 발전 묵인, 쪼개진 다섯 법인엔 임원·주소 겹쳐
무안갯벌 세계유산 등재 한 달 앞두고 완충구역에 400MW 태양광 조건부 허가
반대하던 해제면 주민, 마을당 1억2500만원 제시에 조건부 찬성으로 돌아서
다섯 법인 임원·주소 겹쳐 쪼개기 정황, 세계유산추진단도 허가 사실 몰라
무안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한 달 앞두고 있다. 그 갯벌을 지키는 완충구역에 400MW(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이 허가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전기위원회는 지난 5월 13일 무안 해제면 양월리 일대 태양광 사업 다섯 건에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허가 과정에서 김산 무안군수는 사실상 찬성 의견을 냈다. 세계유산으로 가던 갯벌이 발전 사업 부지로 바뀔 처지에 놓였다.
이 사안은 무안타임스 정영호 편집국장이 발제했고, 뉴탐사 취재진이 등기부와 행정 문서, 관계 기관 통화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등재 한 달 앞, 완충구역에 400MW
무안갯벌은 함평만과 탄도만 갯벌을 말한다. 국가유산청과 해양수산부는 이 갯벌을 한국의 갯벌 2단계로 세계유산에 확대 등재하려 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해 현장실사를 마치고 등재를 권고했다. 최종 결정은 다음 달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내려진다. 등재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남짓이다.
무안군은 지난해 1월 해제면 양월리 일대를 완충구역으로 신청했다. 완충구역은 갯벌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보호 띠다. 논과 하천이 겨울 철새의 먹이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유네스코가 완충구역 설정을 요구했고, 무안군이 직접 그 구역을 넣었다. 그런데 바로 그 땅에 100만평 규모 태양광이 들어선다. 무안군이 보호하겠다고 그어 놓은 선 안쪽이다.
반대하던 주민, 마을당 1억2500만원에 돌아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11월 무안군에 검토 의견을 요청했다. 발전소 건설에 문제가 없는지, 지역 주민이 받아들이는지 물었다. 해제면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27일 1차 의견에서 대부분 반대했다. 혐오시설 우려와 땅값 하락, 자연환경 파괴, 인근 사찰 훼손을 이유로 들었다.
한 달 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사업자가 인근 다섯 개 마을에 마을당 1억2500만원씩 20년 동안 주겠다고 제안했다. 2차 의견에서 주민 대표들은 조건부 찬성으로 돌아섰다. 사업자가 20년간 매해 400억원대 수익을 올리는 사업에서 주민 몫은 5억원 안팎이다. 전체의 2.5% 수준이다. 이익을 나누는 게 아니라 부스러기를 던지는 구조에 가깝다.
망운면에서는 같은 사업이 막혔다. 피해가 예상되는 마을 주민들이 총회에서 100% 반대했다. 해제면은 달랐다. 마을 대표 세 명씩 꾸린 협의체가 동의했다. 주민 총회를 거친 결정이 아니었다. 무안타임즈 정영호 기자가 통화한 이장들은 사업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자신들의 동의가 옳았는지조차 헷갈려 했다.
무안군은 이 2차 의견을 받아 종합 의견을 냈다. 문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해제면 주민들의 일부 부정적인 의견도 있으나 인근 다수 마을 주민들이 이익공유 지급 등의 조건부 찬성으로 긍정적인 의견이 반영되었음." 부정 의견을 뒤로 밀고 사실상 찬성으로 정리했다.
쪼갠 다섯 법인, 임원과 주소가 겹친다
허가를 받은 회사는 다섯 곳이다. 무안 자연청정에너지, 무안 청정에너지, 무안 대월에너지, 무안 산들에너지, 무안 왕산에너지다. 다섯 곳을 합치면 400MW가 된다. 네 곳은 2034년 10월, 한 곳은 2033년 12월까지 송전망이 확보되면 연계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한 회사가 한꺼번에 신청하면 허가가 어렵다. 잘게 쪼갠 정황이 짙다.
뉴탐사 취재진은 다섯 법인의 등기부를 확인했다. 무안 청정에너지의 감사는 무안 왕산에너지의 유일한 임원이었다. 무안 대월에너지와 무안 산들에너지는 등기 임원 네 명이 똑같았다. 두 법인의 자본금도 10억원으로 같았다. 무안 청정에너지와 무안 자연청정에너지는 주소가 같았다. 무안 왕산에너지와 무안 대월에너지도 주소가 같았다. 다섯 법인이 한 팀에서 나왔다는 정황이다.
이 가운데 두 법인의 등기 주소는 광주 북구 첨단연신로다. 무안 주민들은 다섯 법인을 모두 탑솔라의 자회사로 본다. 뉴탐사 취재진은 탑솔라와의 직접 연계 여부를 더 확인하고 있다.
"막을 법령 없다"는 검토의견, 추진단은 허가도 몰랐다
무안군 생태갯벌사업소의 검토 의견이 핵심이다. 사업소는 이 땅이 세계유산 완충구역에 포함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정반대 문장을 바로 덧붙였다. "세계유산이 등재 전까지는 관련 법령상 사업 추진을 제한하는 사항은 없는 것으로 검토됨." 보존 구역이 맞지만 등재 전이라 막을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등재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나온 의견이다.
뉴탐사 취재진이 사업소에 전화로 따져 물었다. 담당자는 그렇게 읽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했다. "지금 당장 현행법에 어떤 제재가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보존을 책임지는 부서가 정작 보존을 막을 근거는 없다고 답했다.
세계유산 추진단도 이 허가를 몰랐다. 무안 남악에는 국가유산청이 세운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이 있다. 무안군 6급 공무원도 파견돼 일한다. 그런데 추진단은 전기위원회 허가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 추진단 담당자는 "발전사업 허가가 난 거지 (개발) 허가가 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음 달 등재를 "성공적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국가유산청에도 공식 협의는 들어오지 않았다.
대통령은 주민 햇빛, 현장은 사업자 배불리기
이재명 정부는 주민이 주인이 되는 재생에너지를 내세운다. 2030년까지 햇빛소득마을 2500곳을 목표로 잡았다. 발전 허가 권한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넘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대규모 난개발을 걸러내고 이익을 주민에게 돌리겠다는 취지였다. 무안 현장은 거꾸로 갔다. 사업자가 20년간 매해 400억원을 벌고 주민은 5억원을 받는 그림이다.
무안군의 군정 방향도 바뀌었다. 재선 뒤 세계유산 등재에 공들이던 김산 군수다. 지난 5월 대규모 태양광 허가가 떨어진 시점은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때였다. 세계유산으로 가던 군정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태양광 쪽으로 돌아선 배경을 두고 의문이 인다. 발전사업 허가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내지만, 다음 단계인 개발행위 허가권은 무안군이 쥐고 있다.
해남 혈도도 판박이
해남에서도 닮은 일이 벌어진다. 문내면 혈도 간척지다. 583ha, 176만평 부지에 400MW 태양광이 추진된다. 이 땅의 내력은 한국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52년 농지 확보를 명목으로 한 개인에게 간척 면허가 났다. 근거는 1923년 일제의 조선공유수면매립령이었다. 어업권을 잃은 주민에게는 보상이 없었다. 간척지는 사업자 가족에게 상속됐고, 경매를 거쳐 지금 소유자에게 넘어갔다.
70여 년간 임대농으로 살던 주민들은 농지마저 잃게 됐다. 주민들은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상대로 매립면허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이들의 요구는 태양광 반대를 넘어선다. 빼앗긴 바다를 되돌리는 역간척, 그리고 울돌목 조류를 이용한 발전이 대안이다.
자연환경국민신탁 전재경 대표는 주민들의 처지를 이렇게 짚었다. "명량의 후예들은 미래 세대 몫은 고사하고 생존권을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사업자가 내건 보상에 대해서는 "햇빛협동조합의 약간의 푼돈을 지급하여 주민들의 삼중고를 달래겠다는 사업자들의 발상은 참으로 우매한 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4월 16일 혈도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했다. 주민들이 승인을 유보해 달라며 낸 청원의 답변은 6월 5일에야 도착했다. 승인이 끝난 뒤 온 답변이었다.
무안군은 다음 달 등재를 기다린다. 발전 허가가 났는데도 등재가 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이라는 태도가 읽힌다. 무안군 미래성장에너지팀은 추진단 보고 여부를 "그쪽 부서와 얘기해 봐야 한다"고 답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전기위원회는 뉴탐사 취재진의 전화를 며칠째 받지 않았다. 취재진은 지난 25일 완충구역 인지 여부와 다섯 법인의 특수관계 검토 여부 등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오는 30일까지 답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 회신은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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