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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묵살 속 전북 8개 시군 여론조사 조작…경찰 수사 결론 임박

인구 2만 진안군 안심번호가 한 달 새 3000개 급증

전북 8개 시군 여론조사 조작 의혹, 전북경찰청 전담팀 수사 중

진안군 안심번호 7421개서 1만개로…1위 후보 지지율 29.8%→15.9% 급락

예비후보들 경선 방식 변경 요구했으나 정청래 당시 대표 측 묵살

2026-09-06 09:01:39

6·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전북 8개 시군에서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동시다발로 터졌지만, 정청래 당시 민주당 대표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비후보들과 시민단체가 경선 전에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고 경찰이 이동통신 3사를 압수수색하는 상황까지 갔는데도, 중앙당은 원래 방식대로 경선을 밀어붙였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8개 시군 전체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며, 이르면 오는 9월, 늦어도 10월 중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인구는 줄고 여론조사용 안심번호만 3000개 증가


가장 뚜렷한 흔적이 남은 곳은 진안군이다. 여론조사에 쓰이는 안심번호, 즉 통신사가 제공하는 가상번호 개수는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7400~7500개 선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추석을 앞둔 지난해 9월 갑자기 1만개로 뛰었다. 한 달 사이 3000개가 불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여론조사 세부 자료에는 통신사별 증가분까지 적혀 있다. SK 600개, KT 1000개, LG 1400개다. 진안군 인구는 2만여명이다. 한 해 400명 안팎이 숨지고 실제로 정착해 사는 신생아는 20명 남짓이다. 인구는 해마다 수백명씩 줄어드는데 안심번호만 3000개가 늘었다.


이 숫자가 왜 조작의 증거가 되는지는 안심번호 산출 방식을 보면 드러난다. 통신사는 여론조사기관 요청을 받으면 해당 지역 가입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가상번호로 바꿔 제공한다. 이때 개통한 지 오래된 번호일수록 실제 거주지가 다를 가능성이 커 최근 2년 안에 개통한 번호를 우선 뽑는다. 그래서 조사 직전에 개통된 번호는 안심번호에 포함될 확률이 매우 높다. 서울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하면서 요금청구지 주소만 진안으로 적어도 그 번호는 진안군 안심번호로 잡힌다.


여론조사 응답률 48.6%에 조사 30분만에 종료


지지율은 안심번호가 늘어난 시점을 정확히 따라 움직였다. 지난해 1월 조사에서 한수용 예비후보는 26.4%로 전춘성 현 군수(26.2%)를 근소하게 앞섰다. 8월에도 한 후보 29.8%, 전 군수 29.5%로 접전이었다. 그런데 안심번호가 3000개 늘어난 9월 조사에서 한 후보는 15.9%로 반토막 났고, 전 군수는 34.1%로 치솟았다. 올해 1월 조사에서 한 후보는 10.7%까지 떨어졌다. 그사이 한 후보에게 별다른 악재는 없었다.


응답률도 함께 뛰었다. 지난해 1월 14.2%였던 진안군 응답률은 8월 18.4%, 9월 25.8%를 거쳐 올해 3월 48.6%를 찍었다. 이 시점 안심번호는 1만1000개로 최고치였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무주는 응답률이 50%를 넘겼고 장수는 49~51%, 임실은 52.3%로 8개 시군 가운데 가장 높았다. KBS전주총국과 전북일보가 각각 실시한 조사 모두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민주당 6·3 지방선거 평가위원인 최종호 FM아키텍트 대표는 이 수치를 조작 정황으로 봤다. 한 달 사이 지역 인구가 늘어날 이유가 없는데 안심번호만 수천개 불어났다면 "조직적으로 그렇게 사람들이 가입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 최 대표의 판단이다. 무선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의 통상 응답률은 5~10% 수준이고,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5%에 그치는 경우도 흔하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농촌 지역이라 해도 응답률 50%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치이며, 응답자들이 전화를 기다리고 있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최 대표는 정청래 대표 시절 조승래 사무총장이 지명해 평가위원이 된 인물이다.


진안군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조사는 시작한 지 30분 안에 끝났다.


압수수색 영장 세 차례 기각


한수용 예비후보는 지난해 9월 말 지인이 고발장을 낸 뒤 수사가 어떻게 굴러갔는지를 지켜봤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전북경찰청은 10월부터 통신사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번번이 기각됐다. 한 후보가 확인한 것만 세 차례다. 영장이 나오지 않는 동안 안심번호는 다시 늘기 시작했다.


"1천 개, 1500개가 그 안심번호가 하루 사이에 날아갔다가 도깨비처럼 또 들어왔다가" 한다는 게 한 후보의 말이다. 실제로 진안군 안심번호는 지난해 9월 1만개까지 갔다가 12월 8000개로 줄었고, 12월 30일 다시 1만개로 돌아왔다. 고발과 수사 소식에 몸을 사렸다가 별일 없자 되돌린 흐름이다.


영장은 올해 4월 6일에야 발부됐다. 전주지검이 아닌 다른 검찰청을 우회해 받았다는 게 한 후보가 전해 들은 내용이다. 경찰은 이튿날 SK·KT·LG 서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패턴은 진안군만의 일이 아니다. 임실군 안심번호는 2021년 10월 6800개였다가 2022년 지방선거 경선을 앞둔 그해 2월 1만개로 뛰었고, 선거가 끝나자 줄었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는 1만1000개로 다시 올랐다. 순창군은 2022년 2월 1만개로 뛰었다가 지선 종료 시점 6822개로 떨어졌고 지난해 추석에 4000개가 늘었다. 장수·고창·부안·무주·김제도 선거 직전에 늘었다가 선거가 끝나면 빠지는 흐름을 반복했다.


장수군은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곳이다. 2022년 11월 전주지검은 그해 지방선거 민주당 장수군수 경선 여론조사를 조작한 혐의로 3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타 지역 휴대전화 73대의 요금청구지를 장수군으로 바꿔 허위 응답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선자뿐 아니라 낙선자 측근과 가족까지 기소됐지만, 정작 후보자 본인들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꼬리 자르기가 가능하다는 신호가 그때 남았다.


전북도당 "기억 안 난다"…정책실장은 "정책만 담당"


전북 지역 예비후보들은 경선 전에 이 문제를 중앙당과 전북도당 양쪽에 알렸다. 진안군을 비롯한 예비후보들이 국회 기자회견을 열었고, '공정한 선거와 경선을 원하는 진안군민 모임'은 전북도의회 앞에서 검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남원에서도 김원종 예비후보가 안심번호 급증과 응답률 급등을 근거로 경선 연기나 방식 변경을 요구했다.


한 후보는 올해 3월 민주당 대표 앞으로 탄원서도 냈다. 제목은 '진안군수 관련 공천 경선 절차 신중 검토 요청'이었다. 요구는 하나였다. 오염 가능성이 있는 안심번호를 빼고 권리당원만으로 경선을 치러 달라는 요구였다. 조직이 없어 자신에게 불리한 방식이라는 점까지 감수하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이 요구가 최고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께서 일체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는 최고위원들에게 직접 들은 내용이라며, 정 대표 측이 전북경찰청에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요청했고 발표가 나오면 그때 논의하겠다는 선에서 정리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수사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중간 발표를 하지 않았고, 경선은 원래 방식대로 치러졌다.


전북도당을 찾아가 물었다. 부국장은 여론조사 이상 징후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도당이 중앙당에 어떻게 보고했고 중앙당에서 어떤 지시가 내려왔는지를 묻자 "그게 기억이 정확히 잘 안 나요"라고 답했다. 경선을 치르느라 바빴다고 했다. 경선 방식에 변경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경선 방식에는 변경이 없었죠"라고 했다.


도당 정책실장인 김도영 국장도 만났다. 그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정책당이라서"라고 답했다. 공천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진짜로 저는 공천만 했고, 그 공천 과정에서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말했다. 8개 시군 여론조사 조작 사건을 기억하느냐는 질문에는 "무슨 질문인지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르겠어요. 진짜로"라고 했다.


전춘성 군수 "저한테 여쭤보시면 안 되지"


안심번호 급증의 수혜자로 지목되는 전춘성 진안군수는 전북도청 앞에서 만났다. 여론조사가 공정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전 군수는 "저한테 여쭤보시면 안 되지. 왜 저한테 그걸 물어보세요"라고 했다. 안심번호가 7000개에서 1만개로 늘어난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전혀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이어 "여론 조사가 됐든 경선이 됐든 저는 그냥 했어요, 그대로"라며 당이 정한 기준대로 치렀을 뿐이라고 했다. 전 군수는 3선에 성공했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수사 상황에 대해 "지금 속도감 있게 하고 있어요"라고 밝혔다. 다만 "혐의가 좀 있는 부분이 있고 없는 부분이 있어서" 8개 시군을 놓고 "선택과 집중을 좀 해야 될 사건"이라고 했다. "양이 많은 사건"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소환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다. 6·3 지방선거 관련 사건은 12월 2일까지다. 검찰 검토 기간을 감안하면 경찰 결론은 9~10월 중 나올 가능성이 크다. 8개 시군에 공통으로 관여한 선거 브로커의 존재, 그리고 국회의원 전직 보좌관 출신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두고 계좌 압수수색과 통신 조회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자뿐 아니라 낙선자 측도 브로커와 접촉했을 정황이 있어, 최종 송치 인원은 예상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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