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권성동, 옥중에서 ‘쓰레기 처리장’ 예산 확보 자랑…임곡1리 주민들 “13년간 속아왔다”
강릉시 자원순환센터 주변 주민들 “의료폐기물 불법 매립, 침출수 오염” 호소…불법 건축물 13년 운영 뒤늦게 인정
통일교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강릉시 생활자원회수센터 설치 사업 예산 5억 원을 확보했다며 치적을 자랑했다. 권 의원은 총 500억 원 이상의 특별교부세를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그중 5억 원짜리 사업을 대표 치적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 생활자원회수센터는 기존 자원순환센터가 위치한 임곡동 일대에 추가로 들어설 쓰레기 처리시설이다. 그런데 현재 운영 중인 자원순환센터 주변 주민들은 수십 년간 피해를 호소하며 강릉시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임곡1리 주민들은 의료폐기물 불법 매립, 침출수로 인한 하천 오염, 불법 건축물 운영 등의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강릉시는 이를 부인하거나 묵살해왔다. 새로운 쓰레기 처리시설 예산 확보를 자랑하기 전에, 기존 시설로 인한 주민 피해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광산 갱도 위에 쓰레기장…침출수가 하천으로 흘러
강릉시 자원순환센터는 임곡리 일대에 위치해 있다. 2000년대 이전에 들어선 이 시설은 쓰레기 매립장과 소각장을 갖추고 있다. 외형은 깔끔하게 지어져 있지만, 주민들이 겪는 현실은 다르다.
임곡1리 주민들에 따르면, 이 지역은 원래 광산 지역이었다. 지하에 광산 갱도가 아홉 개 정도 있었는데, 광해사업단에서 갱도를 완벽하게 복구해 침출수가 나오지 않도록 처리해놨다고 한다. 문제는 강릉시가 쓰레기 매립장을 조성하면서 이 구조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강릉시에서 쓰레기 매립장을 하면서 그걸 다 파손했을 거 아니에요. 갱도를 완전 복구하지 않고 쓰레기를 묻다 보니 침출수가 계속 나온다”고 증언했다.
주민들은 매립장 아래 하천이 빨갛게 변한다고 주장한다. “100m 위에는 산천어가 살고 참게가 살고 버들치가 살아요. 물을 정화해서 깨끗합니다. 그런데 쓰레기 매립장 아래부터는 새빨개요.” 주민들은 사진과 영상 증거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매립장 앞을 흐르는 하천이 구정물처럼 변한 모습,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맑은 물이 흐르는 모습 등이다. 주민들이 이 사진을 강릉시에 제출하자, 시 관계자는 “이게 여기서 찍은 건지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사진에는 촬영 위치와 시간이 기록된 메타데이터가 남아 있다.
의료폐기물 불법 매립…“코로나 시기에 어마어마하게 심각했다”
주민들이 가장 심각하게 문제 삼는 것은 의료폐기물 불법 매립이다. 자원순환센터 감시원 활동을 오래 했던 한 주민은 이렇게 증언했다. “병원에서 들어오는 폐기물,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치료하고 그냥 그대로 다 들어온다. 감염성 의료폐기물이잖아요. 이게 상당히 중요한 거란 말이에요.” 주민들이 항의해도 강릉시는 “없다”며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주민들이 촬영한 사진에는 치료용 장갑, 수액 팩, 보건소 폐기물, 신경계 질환 환자용 약봉지, 중증환자용 기저귀 패드 등이 담겨 있다. 한 주민은 “코로나 시기에 어마어마하게 심각했다”고 말했다. 의료폐기물은 별도 봉투에 담아 특수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병원에서 일반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반입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강릉시 자원순환과 과장은 이에 대해 “가정에서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것은 법적으로 의료폐기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가정집에서 누가 이렇게 봉투를 많이 갖다 버리느냐”며 반박했다. 2023년 7월에는 대형 고래가 비닐로 제대로 포장되지 않은 채 매립되어 피가 흘러나오는 일도 있었다. 감시원이 적발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강릉시 공무원 6명이 현장에 나와 있으면서도 그냥 방관했다고 한다.
13년간 불법 건축물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우리를 속여왔다”
주민들이 오랫동안 문제 삼아온 것 중 하나가 불법 건축물이다. 강릉시는 자원순환센터 내에 음식물 쓰레기 저장시설인 ‘적환장’을 만들어 운영해왔다. 하루 평균 30톤에서 50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보관했던 곳이다.
주민들은 2016년부터 이 시설이 불법 건축물이라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당시 운영위원회에서 “불법으로 이렇게 자꾸 운영을 하지 말아라. 하천을 오염시키고 무단으로 방류하고 쓰레기를 건져서 마구잡이로 매립하면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주민들한테 어마어마한 피해를 준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강릉시와 강릉시의회는 “불법 건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주민들을 무시했다.
한 주민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강릉시 자원순환과나 건축과에서는 불법이 아니라고 했다. 저 사람들이 미친 사람들 아니냐, 어떻게 관에서 불법 건물을 운영하냐 이런 식으로 우리를 바보로 만들었다.” 주민들은 결국 강원도청에 직접 전화해 확인했다. 처음에는 도청 담당자도 “그런 사례가 있을 수 없다”고 했지만, 3일 뒤 전화가 왔다. “죄송합니다. 불법 건물 맞습니다.”
이 불법 건축물은 2013년경부터 운영되어 13년 넘게 유지됐다. 주민들이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한 끝에 2024년 3월에야 철거됐다. 주민들은 “13년 동안 우리를 속여왔다”며 분노하고 있다. 시설 건립에 투입된 예산은 어디서 나왔는지, 철거 비용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강릉시 자원순환과 과장은 “기둥을 설치하고 지붕을 씌우면서부터 건축법에 저촉됐다. 그때는 신경을 안 썼다”고 해명했다.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2016년 운영위원회 회의록에는 주민들의 항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피해지역 확대로 주민 목소리 축소…“운영위에서 3분의 1도 안 돼”
주민들은 또 다른 문제를 지적한다. 원래 피해지역 범위가 좁게 설정되어 있었는데, 강릉시가 이를 넓혔다는 것이다. 임곡1리가 실제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인데, 피해지역을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다른 마을들까지 포함됐다.
한 주민은 이렇게 설명했다. “대한민국 폐기물촉진법상 실거주 반경 2km 안에 52가구예요. 임곡1리가 가구 수도 제일 많고 당해 마을이잖아요. 그런데 범위를 살짝 넓혀버렸어. 저 마을은 쓰레기가 보고 침출수 의료폐기물 이런 거 직접 겪는데, 상관없는 마을 사람들이 다 나눠 쓰게 되니까 우리 목소리를 못 내게끔 만드는 겁니다.”
운영위원회 구성도 마을별로 균등하게 배분되다 보니, 정작 피해가 큰 임곡1리 주민들의 목소리가 축소되는 결과가 나왔다. 임곡1리 주민들은 전체의 3분의 1도 안 되는 비율을 갖게 됐다. 30년 전 강릉시와 마을 단위로 합의했다고 하지만, 폐기물 관련 법에서 정한 반경 기준이 우선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들의 피해 보상금 문제도 꼬여 있다. 전 이장이 법적 대응을 하면서 3년간 반입 자금을 받지 않았는데, 매립장 측에서는 “당해 연도에 사용하지 않으면 국고로 환수하겠다”며 3년 치를 주지 않고 있다. 가구당 400만 원에서 450만 원가량을 못 받고 있다고 한다.
쓰레기 처리 사업, 누군가에게는 “황금알 낳는 거위”
강릉시 쓰레기 수집·운반 업체는 6곳이다. 이 중 ‘생활쓰레기협회’라는 곳이 있는데, 이름만 협회지 사실상 하나의 주식회사다. 강릉시 관계자도 “그냥 업체”라고 인정했다. 이 협회는 재활용품 수거 13개 동, 음식물 쓰레기 처리 7개 면 등 수익성 높은 사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매출액은 60억 원대, 평균 연봉은 6,800만 원 수준이다.
내부 사정을 아는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원래 5개 청소업체가 20%씩 출자해 협회를 만들었다. “5개 업체에서 20%씩 출자하면 될 거 아닙니까. 하다 보니까 이제 각 업체에서 10%씩 지분을 빼왔다”고 한다. 누군가가 50%의 지분을 갖게 된 것이다. 그 조건으로 다른 업체들이 새로 진입하지 못하게 막아주고, 5개 업체가 독점 구조를 유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50% 지분의 실소유자가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권성동 의원과 쓰레기 처리업자들의 관계도 주목된다. 지난 8월 뉴탐사 보도로 권성동 의원이 골프를 치는 영상이 공개된 적 있다. 당시 함께 골프를 친 사람 중 폐기물 처리업자가 있었다. 이 업자는 자원순환센터에서 나오는 폐목재를 압축해 화력발전소에 납품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방송에서 공개된 녹취에서 이 업자는 폐목재 처리 사업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김홍규 시장 “직원들이 문제없다고 한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이 문제를 알고 있다. 시청에서 마주친 자리에서 김 시장은 “내가 오기 전부터 있던 일”이라며 “직원들은 별 문제없다고 보고한다. 내가 다 살필 수는 없잖아요”라고 말했다. 과장급 직원들이 “문제없다”고 보고하니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태도다. 취재진이 자원순환센터 내부를 들어가 확인해보겠다고 하자 김 시장은 “한번 확인해 보세요. 들어가게 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김홍규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권성동 의원과 함께 ‘세 친구’로 알려져 있다. 2021년 대선 당시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됐다. 두 친구가 구속된 지금, 김 시장만 남았다. 주민들은 강릉시장이 임곡1리 주민들의 고통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몇 가구 안 되는 마을이라 선거에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한편 강릉시는 주문진에 쓰레기 처리시설이 들어서려 했을 때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침출수로 인한 하천 해양 오염의 우려가 있고, 시민들에게 유무형의 환경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임곡1리에 대해서는 왜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느냐는 것이 주민들의 항변이다.
강릉시 자원순환센터 문제는 단순한 환경 민원이 아니다. 불법 건축물 13년 운영, 의료폐기물 불법 매립 의혹, 침출수 오염 문제, 그리고 쓰레기 처리 사업을 둘러싼 이권 구조까지 얽혀 있다. 권성동 의원이 옥중에서까지 자랑하는 새 쓰레기 처리시설 예산 5억 원. 이 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임곡1리 주민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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