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명'의 제작비를 둘러싼 의혹이 구체화되고 있다. 열린공감TV 정천수가 영화 개봉 후에도 "순제작비 15억"이라고 확언했다가, 투자자 수익 정산 시점인 6개월 후에는 "제작비 27~28억"이라며 말을 바꾼 정황이 포착됐다. 개봉 후라면 모든 제작비 지출이 끝난 상태다. 12억 원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왜 하필 정산 시점에 제작비가 급등했는지 석연치 않다.
5월 "총제작비 15억", 6월 "순제작비 15억"
정천수는 5월 16일 방송에서 영화 '신명'에 대해 "총제작비 15억원"이라고 말했다. 개봉을 앞둔 시점이었다.

그리고 영화 개봉(6월 2일) 후인 6월 6일, 정천수는 다시 한번 제작비를 언급했다. "홍보비 빼고 순수제작비 15억 들었다"고.

개봉 후라는 것은 영화 제작의 모든 과정이 끝났다는 뜻이다. 촬영은 4월 30일에 종료됐고, 후반작업도 개봉 전에 마무리됐다. 배우 출연료, 스태프 인건비, 장비 대여료 등 제작비의 핵심 항목들은 이미 정산이 끝난 상태였다. 6월 6일에 "순제작비 15억"이라고 말했다면, 그건 실제로 쓴 돈을 확인하고 말한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
12월 "순제작비 27~28억"
그런데 6개월 후인 12월 19일, 정천수는 전혀 다른 숫자를 내놓았다. 방송에서 정천수는 이렇게 말했다. "외부 회계 감사 자료에 의거해서 최초 예상했던 예상치 15억에 대한 순제작비가 약 27, 8억 정도로 초과됐거든요."

주목할 점은 정천수가 '총제작비'가 아니라 '순제작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마케팅비 등을 포함한 총제작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영화를 찍는 데 들어간 순수 제작비 자체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6월 5일에도 "순제작비 15억", 12월 19일에도 "순제작비 27~28억". 같은 항목을 말하고 있다. 12억 원이 추가된 셈이다.
"급하게 만들었다"는 해명의 허점
정천수는 비용 증가의 원인으로 단기 제작을 들었다. 남들이 2년 걸릴 작업을 3개월 만에 밤새워 만드느라 비용이 두 배로 늘었다는 취지였다. 물론 야간 촬영이나 급행 작업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해명은 타임라인과 충돌한다. 단기 촬영과 야간 작업은 4월에 끝났다. 급행료나 야간 할증비가 발생했다면 4월과 5월 사이에 이미 집행됐다. 그런데 정천수는 개봉 후인 6월 5일에도 "순제작비 15억"이라고 말했다. 단기 제작 비용이 12억 원이나 추가로 들었다면 6월에 그걸 몰랐을 리 없다.
정산 시점에 제작비가 늘면 누가 손해인가
영화 수익 배분 구조를 보면 제작비 증가의 의미가 달라진다. 영화 흥행 수익은 '매출에서 제작비를 뺀 순이익'을 기준으로 투자자와 제작사가 나눠 갖는다. 손익분기점이 높아지면 순이익이 줄어들고,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당금도 줄어든다.
영화 매출이 20억 원이라고 가정하자. 제작비 15억 원을 적용하면 순이익은 5억 원이다.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제작비를 27억 원으로 산정하면 마이너스 7억 원, 적자가 된다. 적자 상황에서는 투자자에게 줄 배당금이 없다.
12억 원은 어디서 왔나
이미 확정된 15억 원에 6개월 후 12억 원을 추가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대표 인건비 책정 문제다. 기획료, 제작 관리비 등을 제작비에 포함시키는 것은 관행적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6월 시점에는 계상하지 않았던 항목을 12월에 추가한 것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 둘째, 법인 운영비 처리 문제다. 사무실 임대료, 직원 급여 등을 영화 제작 간접비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금융 비용 처리 문제다. 정천수는 방송에서 2금융권 대출과 지인에게 빌린 7천만 원 등을 언급한 바 있다. 금융 비용은 통상적으로 제작 원가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이다.
정천수 측은 외부 회계 감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부 감사인은 지출의 적격성, 즉 증빙이 있는지를 확인할 뿐이다. 지출이 영화 제작에 꼭 필요한 돈이었는지, 금액이 적정한지까지 판단하지는 않는다.
해명이 필요하다
타임라인을 정리하면 이렇다. 촬영은 4월 30일에 종료됐다. 5월 16일 정천수는 "총제작비 15억원"이라고 말했다. 6월 2일 영화가 개봉했다. 6월 6일 정천수는 "홍보비 빼고 순제작비 15억"이라고 확언했다. 그리고 12월 19일, 정산 시점에 "순제작비가 27~28억으로 초과됐다"고 말을 바꿨다.
6월에 순제작비 15억이라고 말한 것과 12월에 순제작비 27억이라고 말한 것. 둘 다 같은 '순제작비'를 말하고 있다. 정천수는 이 12억 원의 차이가 어디서 발생했는지 해명해야 한다.
12억 원은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 아니다.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라면 6월에 이미 알았어야 한다. 6월 5일에 "순제작비 15억"이라고 확언했다는 사실, 그리고 12월 정산 시점에 같은 순제작비가 27억이 됐다는 사실. 이 두 가지 팩트가 충돌하는 한, 투자자 수익을 줄이기 위해 제작비를 부풀렸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천수는 단순한 도덕적 비난을 넘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투자자를 속여 배당금 지급을 회피했다면 사기죄가, 영화 제작과 무관한 법인 운영비나 개인 채무를 제작비로 전가했다면 업무상 배임·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 허위 영수증이나 계약서를 작성해 회계 감사를 통과했다면 사문서 위조 혐의도 추가된다. 형사 처벌과 별개로 투자자들은 민사 소송을 통해 정당한 배당금이나 투자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정천수가 이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과 증빙을 내놓지 못한다면, 법적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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