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징계 취소 소송에서 한동훈 법무부가 보인 이상한 행동을 기억하는가. 1심에서 "징계처분의 타당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승소했던 사건에서, 2심 과정에서 갑자기 변호사를 교체하고 부실한 변론을 펼쳤다. 재판부로부터 여러 차례 질책을 받으면서도 말이다. 당시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이길 수 있는 소송을 져주려 하는 걸까?
1년 반이 지난 2025년 7월, 비슷한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윤석열X파일 출판 사기 사건에서 김두일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보면서 말이다. 이번에도 명백한 증거가 있었던 사건이 갑자기 무죄로 뒤바뀌었다. 두 사건 사이에는 묘한 데자뷔가 있었다. 마치 같은 각본을 보고 연출된 듯한 기묘한 일치감 말이다.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하다
고소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건의 본질이 보인다. 김두일은 계약서를 위조했다. 원본에는 "서점 수익을 제외한 도서 판매가 15%"라고 되어 있었는데, 위조본에서는 "총매출의 15%"로 바뀌어 있었다. 이 차이로 그는 5천4백만원을 더 받아갔다. 증거는 명백했다. 계약서 날인본과 위조본이 있고, 텔레그램 대화 내용도 있고, "법인통장에 들어가면 빼지 못할 테니까"라는 김두일의 발언까지 있었다.
당시 더탐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두일은 총 1억 5,700만원을 가져갔는데, 이는 순수익 4억원 중 39%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정천수 역시 1억 3,700만원을 챙겨 두 사람이 전체 수익의 73.5%를 가져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법인과 시민의 재산을 사유화한 것"이라고 더탐사는 평가했다. 그런데 이토록 명백한 증거가 있었는데도 무혐의가 나왔다. 왜일까?
2023년 5월 말의 분수령
사건의 전환점은 2023년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있었다. 김두일이 강진구와 박대용에게 보낸 문자들을 보면 그의 치밀한 계산을 엿볼 수 있다. 2023년 5월 30일 박대용에게 보낸 문자: "정천수가 잘되는 일은 정말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다음 날인 5월 31일 강진구에게는 "정천수가 웃을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보냈다.
그런데 일주일 뒤인 6월 6일, 김두일은 사실상 정천수 편에 섰음을 암시하는 문자를 보냈다: "정천수 좋은 일 시키지 말자고 호소하고 부탁드렸는데" 마치 자신이 계속 정천수를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천수에게 이로운 행위를 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는 갑작스러운 마음의 변화가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압박이었다. 강진구와 박대용을 향해 '내가 정천수 편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게 만든 건 너희들이다'라는 책임 전가와 함께 자신의 향후 행보를 미리 정당화한 것이다.
윤석열-한동훈 공식의 재현
이제 두 사건의 공통점이 선명해진다. 윤석열 징계 소송에서는 문재인 정부 법무부가 적극 추진했던 사건을 윤석열 정부 법무부(한동훈)가 사실상 포기했다. 한동훈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였기에 윤석열을 이기려 할 이유가 없었다. 형식적으로는 소송을 진행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패배를 위한 변론을 펼쳤다. 1심 승소 변호사들을 교체하고, 새로 투입된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들은 재판부로부터 "신문이 부실하다"며 질책을 받았다.
김두일 사기 사건에서도 똑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강진구/최영민 체제 더탐사가 적극 고발했던 사건을 정천수 체제 열린공감티브이가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피해자인 회사의 경영권이 바뀌면서 가해자에 대한 태도도 180도 바뀌었다. 핵심은 경영권의 변화였다. 조직의 주인이 바뀌면 과거의 적이 갑자기 동지가 되는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해관계 충돌의 완벽한 설계
더욱 주목할 점은 김두일 사건을 담당한 서울북부지검의 김영철 차장검사다. 그는 장시호 녹취파일의 주인공이며, 현재 강진구, 박대용과 별도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자신과 분쟁 중인 사람들이 고발한 사건을 자신이 지휘하는 검찰청에서 처리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김영철 차장검사가 직접 수사를 지휘하지는 않지만, 검사장 바로 아래 서열 2위로서 모든 중요한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여기에 더욱 기가 막힌 우연이 있다. 김두일의 변호사가 바로 이제일 변호사라는 점이다. 이제일 변호사는 현재 뉴탐사 기자들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23년 2월 녹취에서 자신을 "내부자"라고 지칭하며 "싸움상대가 강진구라면 해볼 만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또한 한동훈 변호인과 문서를 주고받으며 내통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완벽한 배치였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해관계 충돌 상황을 만들어낸 것처럼 보였다. 윤석열 징계 소송에서 한동훈이 윤석열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것과 같은 구조적 모순이 김두일 사건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불기소 이유서는 공개되지 않을 것이다
정천수와 김두일이 불기소 이유서를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내용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계약서 해석을 둘러싼 분쟁에서 정천수가 김두일 편을 들어주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15%가 총매출 기준이 맞다"고 피해자인 회사가 인정하면 그만이다. 또한 피해자인 회사가 "우리는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공개하면 두 사람이 사전에 짜고 쳤다는 것이 너무 명백해진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합의해서 범죄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는 식의 불기소 이유서를 공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다. 진실을 말하는 순간 자신들의 거래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범죄 공식의 완성
두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한국 사법시스템의 새로운 취약점이다. 1단계: 범죄를 저지른다. 2단계: 피해 조직의 경영권을 확보한다. 3단계: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팀이 된다. 4단계: 수사기관에서 자동으로 무죄 처리된다. 윤석열과 한동훈이 보여준 길을, 정천수와 김두일이 그대로 따라 걸은 것이다.
이 공식의 핵심은 '이해관계의 역전'이다. 본래 대립 관계에 있던 피해자와 가해자가 어떤 계기로 이해관계를 같이하게 되면, 과거의 범죄는 자동으로 소거된다.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피해자가 "괜찮다"고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상식적으로, 도덕적으로는 완전히 썩은 구조다.
거래의 냄새가 나는 증언 변경
더욱 의심스러운 것은 주식 소송에서 드러난 김두일의 태도 변화다. 2023년 8월까지 김두일은 "정천수가 주겠다고 한 거 맞아요. 저도 들었어요"라고 증언했다. 2022년 10월에는 더욱 구체적으로 "정천수가 최영민과 함께 구주 1/3을 주겠다고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2025년 7월 탄원서에서는 완전히 정반대 주장을 했다. "최동석이라는 증인 1인의 진술에만 의존해서 그 결과를 뒤바꾸려고 하는 것은 심각한 '기망행위'"라고 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정반대 증언을 한 김두일. 이는 단순한 기억 착오가 아니라 계산된 배신이었다. 현재 김두일은 정천수가 운영하는 열린공감티브이의 고정 출연자로 활동하며 출연료를 받고 있다. 정천수와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5천4백만원 편취 사건에서 무혐의를 받은 것과 주식 소송에서 정천수를 도운 것, 이 두 사건 사이에는 명백한 거래의 냄새가 난다.
반복되는 패턴
그동안 우리는 개별 사건들을 따로따로 봤다. 윤석열 징계는 정치적 사건으로, 김두일 사기는 단순한 출판업계 분쟁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두 사건을 연결해서 보면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직의 경영권이 바뀌면 과거의 모든 것이 뒤바뀐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어제의 범죄가 오늘의 무죄가 된다. 어제의 증언이 오늘의 기망행위가 된다. 윤석열과 한동훈이 그랬고, 정천수와 김두일이 그랬다. 이제 이런 일이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오히려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질 정도다.
진실은 결국 드러날 것이다
정천수와 김두일에게 묻고 싶다. 2023년 6월 정확히 무슨 약속을 했는가? 왜 김두일은 그토록 치밀하게 자신의 전향을 예고하고 정당화할 수 있었는가? 5월 30일 "정천수가 잘되는 일은 정말 만들고 싶지 않다"던 사람이 일주일 만에 강진구와 박대용을 압박하면서 "정천수에게 이로운 행위를 할 것"이라고 선언할 수 있었던 치밀한 계산은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5천4백만원 편취 무혐의와 주식 소송에서의 180도 돌변 사이에는 어떤 거래가 있었는가?
하지만 굳이 답변을 기다릴 필요는 없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으니까. 경영진만 바뀌면 범죄자도 무죄가 되고, 증언도 기망행위가 되는 세상에서, 과연 누가 안전할 수 있을까. 내일은 더 큰 사기꾼들이 더 뻔뻔하게 이 공식을 악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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