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정청래 연임 노린 부산 6인회, 공천기구까지 짰다
김두영 부산시당 수석부위원장·김병수 전 사무처장 1월 통화 녹취 확인… 6인회 정점엔 미키루크 이상호
"지역위원장 일단 받아주고 최고위서 부결" 공천관리위 구성 조율 녹취
중앙당 차단 창구로 문정복 최고위원 지목… 변성환 시당위원장은 협의에서 빠져
차상호 "6인회 아닌 7인회, 이상호는 없다" 반박… 박재범·변성환은 무응답
민주당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경선을 하루 앞둔 밤, 이상호씨가 페이스북에 짧은 글을 올렸다. 경쟁 후보인 김민석 후보가 충청권 경선에서 303표 차로 1위를 한 직후였다. "기분 좋으시죠. 하룻밤만 기쁨을 허용할게요." 다음 날 부산에서는 정청래 후보가 1위를 했다.
노사모 출신으로 정청래 대표와 오랜 정치적 행보를 함께해온 이상호씨, 이른바 미키루크다. 그는 부산 승리를 확신한 근거를 두고 "나의 뇌피셜"이었다고 밝혔다. 뉴탐사가 2주 가까이 부산을 오가며 확인한 사정은 그렇지 않다. 전당대회보다 훨씬 앞서, 정청래 대표의 연임을 겨냥한 조직이 6·3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깔리고 있었다.
그 물증이 통화 녹취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의 김두영 수석부위원장과 김병수 당시 사무처장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놓고 통화한다. 지역위원장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자 두 사람은 이렇게 정리했다. 시당은 일단 받아주고, 중앙당 최고위원회에서 부결시키자는 것이었다. 그 창구로 지목된 인물은 정청래 당시 대표 체제의 문정복 최고위원이었다.
"전혀 들어가면 안 돼"… 공천위 문턱을 막는 방법
녹취에서 김병수 사무처장은 부산 지역위원장들이 공심위에 한 명씩 들어가겠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김두영 수석부위원장의 반응은 단호했다. "전혀 들어가면 안 돼"라고 잘랐다. 그러면서 방법을 제시한다. "너 받아 줘. 받아주고 최고위에서 통과 안 되게 해 줄게." 이어 "내가 문정복이하고 이쪽 얘기해서 사전에 차단할게"라고 말한다. 김 사무처장도 "받아주고 최고위에서 거부되도록 할게요"라고 답한다.
민주당 중앙당은 1월 12일 각 시·도당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기구에 전·현직 지역위원장 참여 비중을 최소화하라는 내용이다. 최소화이지 전면 배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통화 속 두 사람은 100% 차단을 전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시당 차원에서 막으면 명분이 없으니 중앙당 손을 빌리자는 구도였다.
같은 통화에서는 공심위 '키맨'을 누구로 앉힐지도 오간다. 차상호 전 수석부위원장은 세 번 연속이라 반대가 심할 것이라는 이유로 제외된다. 대신 박영화, 정상래 부산환경운동연합 이사장, 노무현재단 직책을 맡고 있는 인사 등의 이름이 차례로 오르내린다. 김 사무처장이 "급이 좀 돼야 되거든요"라고 하자 김 수석부위원장은 "누구도 문제를 못 삼을 거야"라며 특정 인물을 밀어 올린다.
마이크 빼앗긴 시당위원장, 배지를 노린 수석부위원장
이 대화에서 정작 등장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변성환 당시 부산시당 위원장이다. 공심위 구성은 시당위원장의 권한이다. 그런데 협의는 수석부위원장과 사무처장 사이에서 끝난다. 변 위원장에게는 "그냥 받아주라고 해"라는 지시만 전달되는 구조다.
부산시당 사정을 아는 인사들의 증언도 같은 방향이다. 김 수석부위원장이 회의 도중 변 위원장의 마이크를 빼앗아 직접 진행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김 사무처장이 다른 당직자와 나눈 대화에서도 "그 양반은 계속 변성환을 무시하는 워딩이 나와요"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두영 수석부위원장은 SK해운노조 위원장 출신이다. 2018년 민주당 부산시당 노동위원으로 선임된 뒤 7년 만에 시당 2인자 자리에 올랐다. 그의 목표에 대해 김 사무처장은 이렇게 말했다. "노동위원장하고 배지다 이거거든." 정청래 대표가 연임하면 중앙당 노동위원장을 맡고, 다음 총선에서 노동계 몫 비례대표 공천을 노린다는 것이다. 김 사무처장은 "정청래 연임시키고 자기는 중앙당 노동위원장 하는 거야"라고 정리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정청래 대표 관련 서울 행사에 부산에서 50명을 기차에 태워 데려간 적도 있다고 했다.
6인회를 부인하며 7인회 명단을 꺼낸 차상호
부산 정가에서 이 모임은 '6인회'로 불린다. 뉴탐사가 확보한 증언에 따르면 미키루크 이상호를 정점으로 김두영, 박재범 현 남구청장, 박영화, 변성환, 해운대 지역 인사 등이 이름을 올린다. 한 증언자는 박재범 남구청장이 직접 찾아와 "선배들은 구파 아닙니까, 우리 신파한테 이제는 좀 일을 맡겨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해서 김두영을 수석부위원장에 앉혔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차상호 전 수석부위원장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박재범 구청장이 저한테 찾아온 적은 없어요"라며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다만 그는 먼저 다른 명단을 제시했다. "7인회입니다. 그 사람들이 원래 7인회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그가 부른 이름에는 변성환, 김두영, 박영화, 박재범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빠진 것은 이상호였다.
차 전 수석부위원장은 이들이 "변성환 시당위원장을 만든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밀려났다는 얘기에 대해서는 "전혀 팩트가 틀리는 겁니다"라고 했다. 문제 제기의 배경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놨다. 비례대표 경선에서 떨어진 인사들과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후보를 지지한 쪽이 반대편을 패거리로 묘사한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모임의 실체와 핵심 인물 상당수는 반론자의 입으로도 확인된다. 부인되는 지점은 두 가지다. 이상호가 포함되는지, 그리고 차 전 수석부위원장이 밀려난 것인지다.
유동철 컷오프, 그리고 문정복 "천둥벌거숭이"
시당 조직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시당위원장 선거에서 이미 터졌다. 친명계로 분류되던 유동철 예비후보가 경선에 오르지도 못하고 컷오프됐다. 당시 문종복 의원은 "위원들이 다 점수를 같이 냈는데 유동철 위원장만 컷오프로 나왔다"며 "집단지성"이라고 반박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조강특위가 원칙대로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증언자들의 설명은 다르다. 변성환 시당위원장 체제를 세우고 그 아래에서 김두영 수석부위원장이 시당을 운영하는 그림을 짜는 데 유동철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는 것이다. 한 증언자는 "유동철 컷오프 자체가 6인회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컷오프에 항의해 최고위원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를 향해 문정복 의원은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한다", "공직 당직도 못 맡는 천둥벌거숭이한테 언제까지 당이 끌려다닐 순 없다"고 했다. 문 의원은 정청래 대표 체제의 핵심 당권파로 분류된다. 앞선 통화에서 김두영 수석부위원장이 중앙당 창구로 지목한 인물과 같은 사람이다.
반론과 어긋나는 3월 6일 상무위 명단
김병수 전 사무처장은 통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사회생활"이라는 표현을 썼다. 김 수석부위원장의 요구를 마지못해 받아준 것이고, 자신은 "시당위원장과 얘기하라"고 넘겼다는 것이다. 비례 공관위 명단에 대해서도 "전부 다 변성환 위원장이 짰습니다"라며 "김두영 위원장이 원한 사람 한 명도 안 들어갔어요"라고 했다. 정상래 이사장이 들어갔는지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시당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 명단에는 정상래 부산환경운동연합 이사장의 이름이 있다. 이 명단은 3월 6일 상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김 전 사무처장이 부산을 떠난 것은 3월 27일이다.
김 전 사무처장은 자신의 오프라인 발언이 조직적으로 채집됐다고도 주장했다. 한 인사가 1월 통화 녹취를 들고 와 특정 예비후보의 컷오프를 되돌리라고 요구했고, 그 과정 역시 녹음돼 경찰에 제출됐다는 것이다.
미키루크 이상호는 반론을 통해 6인회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밝혔다. 이번 전당대회 때 누군가 페이스북에 쓴 글을 보고 처음 알았다는 것이다. 6·3 지방선거 기간에는 외국에 있어 공천 과정에 관심조차 없었고, 정청래 후보를 도운 것은 개인적 친분 때문이라고 했다. 전당대회 하루 전 부산 승리를 확신한 글을 올린 데 대해서도 "나의 뇌피셜"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재범 남구청장에게는 취재진이 두 차례 사무실을 찾아가고 문자를 남겼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변성환 전 시당위원장에게도 비례 공관위 명단 작성 경위와 사상구 공천 관련 녹취를 중앙당으로 넘긴 이유를 물었으나 문자는 읽히지 않았다.
부산시당 사무처장은 3월 말 교체됐다. 후임으로 온 정경원 사무처장은 2022년 차상호 당시 수석부위원장과 함께 공천 관리를 맡았던 인물이다.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부산시장을 가져왔지만 시의회는 국민의힘에 넘겨줬다. 북구에서는 한동훈 의원이 살아남았다. 이 결과가 나오기 넉 달 전, 부산시당의 공천 기구를 누가 채울지는 시당위원장이 아니라 수석부위원장과 사무처장의 통화 속에서 정리되고 있었다.
최신뉴스
여러분의 회비는 권력감시와 사법정의, 그리고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위한 취재 및 제작에 사용되며, 뉴탐사가 우리사회 기득권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뉴탐사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