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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가족 '동명이인' 해명, IP 주소 앞에서 무너지는 이유

5명 가족 게시글 87.6%가 'IP 2개'에 집중…"이름만 같은 남이 왜 같은 와이파이를 쓰나"

2026-01-02 10:08:04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당원게시판 사건' 조사 결과의 핵심은 IP 주소다. 한동훈 전 대표 가족 5명 명의로 작성된 게시글 1,428건 가운데 87.6%가 단 2개의 IP에서 나왔다. 한 전 대표는 일부 글이 동명이인의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그 동명이인이 왜 한동훈 가족과 똑같은 인터넷 회선을 사용했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2025년 12월 30일자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 보도자료 발췌


IP 주소는 이번 사태의 '스모킹 건'이다. 한동훈 측이 내놓은 모든 해명이 이 두 줄의 숫자 앞에서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IP 주소란 무엇인가


IP 주소는 인터넷에 접속할 때 부여받는 '디지털 집 주소'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IPv4 방식은 0부터 255까지의 숫자 4개가 점(.)으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123.45.67.89' 같은 형태다.


이를 우편 주소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앞부분(123.45.67)은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처럼 '어느 동네인가'를 나타낸다. 이 숫자에는 통신사와 지역 정보가 담겨 있다. 뒷부분(89)은 '현대아파트 101동 1501호'처럼 '그 동네의 어느 집인가'를 나타낸다. 해당 인터넷망 안에서 특정 공유기(사용자)를 식별하는 역할을 한다.


가정집이나 사무실에서 유선 인터넷(와이파이 포함)을 사용하면 해당 장소에 할당된 고정 IP가 찍힌다. 반면 스마트폰 데이터(LTE/5G)를 사용하면 이동할 때마다 다른 IP가 기록된다. 카페에서 와이파이를 쓰면 그 카페의 IP가, 회사에서 쓰면 회사의 IP가 남는다.


당무감사위가 확인한 것


당무감사위 발표에 따르면, 문제의 게시글 작성에 사용된 IP는 '123'과 '192'로 시작하는 단 2개다. 5명의 서로 다른 사람이 1년여에 걸쳐 1,428건의 글을 썼는데, 그 87.6%가 이 두 곳에서만 나왔다.


'123'으로 시작하는 IP 대역은 한국에서 대체로 SK브로드밴드에 할당된 주소다. 해외 해커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VPN이나 토르(Tor) 네트워크와는 거리가 멀다.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 시 찍히는 IP 대역(주로 223, 117, 175 등)과도 다르다. 국내 가정이나 사무실에 설치된 유선 인터넷 회선이라는 뜻이다.


'192'로 시작하는 IP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가장 흔한 '192.168.xxx.xxx' 형태라면 이는 전 세계 공통으로 쓰는 '사설 IP'다. 집 안 공유기가 내부 기기들에게 부여하는 주소다. 만약 당무감사위가 이 내부 주소 접속 기록까지 확보했다면, 5명이 같은 가정이나 사무실 공유기에 접속했다는 강한 정황이 된다.


왜 IP가 '스모킹 건'인가


한동훈 전 대표 가족 5명은 80대 장인·장모, 70대 모친, 부부, 그리고 미국 유학 중인 딸이다. 이들의 생활 반경은 서로 다르다. 각자의 집, 각자의 직장, 각자의 외출 장소가 있다.


만약 이들이 '각자 자발적으로' 글을 썼다면, 접속 IP는 수십 개로 흩어져야 정상이다. 장인이 자기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면 장인 집의 IP가 찍힌다. 모친이 자기 집에서 쓰면 모친 집의 IP가 찍힌다. 딸이 미국에서 쓰면 미국의 IP가 찍힌다. 누군가 카페에서 쓰면 카페의 IP가, 회사에서 쓰면 회사의 IP가 찍힌다.


그런데 87.6%가 단 2개의 IP에 집중됐다. 이는 두 가지 가능성만을 남긴다.


첫째, 생활 반경이 다른 가족들이 특정 장소(한동훈 자택 또는 캠프 사무실)에 모여서만 글을 썼다. 둘째, 누군가가 한 장소에서 5명의 계정에 번갈아 로그인하며 글을 썼다.


어느 쪽이든 '가족들이 각자 알아서 썼고, 나는 몰랐다'는 한 전 대표의 해명과는 거리가 있다.


'동명이인'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


한 전 대표는 SBS 라디오에 출연해 "가족들이 비판적 사설과 칼럼을 올린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자신의 이름으로 작성된 글과 장인 명의의 일부 원색적 비방 글은 동명이인이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IP가 결정적 반박 근거가 된다.


만약 그 '동명이인'이 한동훈 가족과 전혀 무관한 제3자라면, 그 사람이 어떻게 한동훈 가족과 똑같은 IP를 사용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IP가 같다는 것은 같은 인터넷 회선, 같은 공유기를 썼다는 뜻이다. 전혀 모르는 남이 한동훈 가족의 집이나 사무실에 들어와서 그 집 와이파이에 접속해 글을 썼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름도 같고, 사용하는 인터넷 회선(장소)도 같은 타인이 우연히 존재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다.


당무감사위가 공개한 1,631건의 게시글 목록에는 한동훈을 비난하는 내용도 일부 있다. "한동훈 너도 좌파 찌꺼기들 데리고 꺼져라", "한동훈은 당장 대표직에서 내려와라" 등이다. 한 전 대표 측은 이를 근거로 동명이인의 글이 섞여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글들 역시 같은 2개의 IP에서 작성됐다면 논리는 같다. 한동훈을 비난하는 '동명이인'이 왜 한동훈 가족의 와이파이를 썼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결국 그 계정도 가족 그룹 내에서 관리됐다는 정황이 된다.


'제3자 도용설'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한동훈 가족 명의를 도용해 계정을 만들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치적 음해를 위해 해커가 가짜 계정을 만들어 글을 썼다는 시나리오다.


이 가설도 IP 앞에서 무너진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글을 쓰려면 먼저 당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가입 시 본인 명의 휴대전화 인증이 필수다. 국민의힘은 본인인증 업무를 나이스평가정보(주)에 위탁하고 있다. PASS 앱이든 문자 인증(SMS)이든, 어떤 방식을 선택해도 '본인 명의 휴대폰 소지'가 필수 조건이다.


제3자가 5명의 계정을 도용하려면, 가족 5명의 휴대폰을 동시에 탈취하거나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인증번호를 모두 가로채야 한다. 서로 다른 장소에 있는 80대 장인·장모, 70대 모친, 부부의 휴대폰을 동시에 해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극히 어렵다.


단 한 번의 가입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1년여간 지속적으로 로그인하고 글을 작성하려면 수시로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한 전 대표 스스로 "가족들이 비판적 사설과 칼럼을 올린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가족이 쓴 '비판적 사설 공유' 글과 '원색적 비방' 글이 모두 동일한 2개의 IP에서 작성됐다. 비방 글만 제3자가 썼다고 주장하려면, 그 제3자가 한동훈 가족의 집이나 사무실에 출입해서 같은 와이파이로 글을 썼다는 이야기가 된다.


해커가 VPN이나 해외 IP를 쓰지 않고, 굳이 한동훈 가족의 집 와이파이에 접속해서 1년간 글을 썼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IP로 실제 주소를 알 수 있나


일반인이 공개된 마스킹 정보(123.***.***.*40)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은 "한국의 특정 통신사 사용자" 정도다. 그러나 당무감사위나 수사기관은 다르다.


통신사에 "2024년 X월 X일 X시, 이 IP를 할당받은 가입자가 누구냐"고 조회하면, 가입자의 실명과 인터넷이 설치된 주소(아파트 동·호수)가 확인된다. 당무감사위가 "가족 관계가 맞다", "동명이인이 아니다"라고 단언한 배경에는 이러한 데이터가 깔려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당무감사위는 IP 외에도 추가 증거를 제시했다. 5개 계정에 등록된 휴대전화 번호의 끝 네 자리가 모두 동일했다. 당원 명부상 주소지도 모두 서울 강남구병이었다.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동일 휴대전화 번호, 동일 주소지, 동일 IP에서 작성된 사실 등에 비춰 '동명이인'이 아닌 실제 가족 관계에 있는 동일 그룹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측의 반박


한 전 대표는 당무감사위 발표 직후 SBS 라디오에 출연해 처음으로 관련 사실 일부를 인정했다. 그는 "1년 반 전쯤에 저와 제 가족들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들이 게시판을 뒤덮던 상황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제 가족들이 익명이 보장된 당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과 칼럼을 올린 사실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이 게시판에 글을 쓴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한 전 대표는 자신의 이름으로 작성된 게시글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당무감사위에서 마치 제 이름으로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하는 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저는 가입한 사실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호선 위원장이 동명이인들 게시물을 한동훈 명의, 가족들 명의 게시글인 것처럼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장동혁 대표를 향해서는 "작년 말 이 상황을 설명했는데 그때는 익명 게시판이어서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며 "정치 공세를 위해 이 문제를 다시 꺼내는 것을 보고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남은 쟁점


당무감사위 조사 결과에도 몇 가지 의문점은 남아 있다.


감사 대상 기간이 2023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인데, 한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은 2023년 12월 26일이다. 입당 전이나 탈당 후 시점의 글이 포함돼 있다는 한 전 대표 측 주장에 대해 당무감사위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다만 이 쟁점은 IP 분석의 핵심을 흔들지는 않는다. 글을 쓴 시점이 입당 전이든 후든, 해당 글들이 '한동훈 가족 전용 IP'에서 발송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점이 달라도 작성된 '출처(IP)'가 동일하므로, 작성 주체가 가족 또는 가족과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이라는 정황은 유지된다.


IP가 말해주는 것


이번 사태의 핵심은 기술적으로 명확하다.


생활 반경이 다른 가족 5명의 명의로 작성된 1,428건의 게시글 중 87.6%가 단 2개의 IP에서 나왔다. 이는 세 가지 가능성 중 하나를 의미한다. 5명이 특정 장소에 모여서만 글을 썼거나, 누군가가 한 장소에서 5개 계정을 돌려가며 관리했거나, 5명 모두 같은 집에 살면서 같은 와이파이만 사용했거나.


'동명이인' 주장은 그 동명이인이 왜 한동훈 가족과 같은 와이파이를 썼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제3자 도용설'은 5명의 본인인증을 동시에 뚫어야 하는 현실적 장벽과, 한 전 대표 스스로 가족의 글쓰기를 인정한 사실 앞에서 성립하지 않는다.


IP 주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어디서 접속했는지를 정확히 기록한다. 당무감사위가 확보한 이 두 줄의 숫자가 한동훈 측의 모든 해명을 논리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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