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보도

김건희 쥴리 의혹 보도했다고 기자 자택까지 압수수색

정천수 허위 진술이 영장 근거…영장에 없는 '이재명' 키워드 검색까지

사무실 이어 강진구·최영민 자택에 수사관 7명 투입, 자녀 컴퓨터까지 수색

정천수 "기자가 구형 컴퓨터 가져갔을 것" 진술이 2차 영장 발부 근거

압수수색 키워드에 영장 밖 '이재명' 포함, 더탐사-민주당 공모 프레임 의도

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행동, 서울경찰청장 직권남용 혐의 공수처 고발

2022-09-01 21:00:00

서초경찰서가 9월 1일 오전 8시 30분, 시민언론 더탐사 강진구 기자와 최영민 감독의 자택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8월 25일 더탐사 사무실에 대한 1차 압수수색에 이어 일주일 만이다. 경찰은 수사관 7명을 각 자택에 투입했다. 명예훼손 혐의 수사를 위해 기자의 자택까지 압수수색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번 압수수색의 직접적 근거는 정천수 전 대표의 진술이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 정천수 주거에서 피의자들이 범행 당시 사용하였다고 하는 구형 컴퓨터를 발견하지 못하였으며, 구형 컴퓨터를 피의자 강진구·최영민이 자신들의 주거지로 이동시켰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적혀 있었다. 강진구 기자는 "정천수 씨가 경찰 조사에서 '기자들 집에 가면 뭔가 있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강진구 기자가 지휘 팀장에게 추가 압수수색 사유를 물었다. 팀장은 "다른 곳에 (증거물을) 숨겼다는 진술이 있어 추가 자료 확인을 위해 왔다"고 답했다. 강진구 기자가 "우리가 방송에서 언제 숨겼다고 했느냐"고 반박하자, 팀장은 "정천수 씨 진술에 대해 확인하러 온 것"이라고 시인했다.


데스크탑 없는 집에 데스크탑 찾으러 온 경찰


강진구 기자의 자택에는 데스크탑 컴퓨터가 없었다. 노트북만 있었다. 경찰은 데스크탑이 없다는 말에 "굉장히 아쉬움을 표시했다"고 강진구 기자는 전했다. "상당히 그걸 노리고 들어왔던 것 같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최영민 감독의 자택에서도 특별한 압수물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강진구 기자의 노트북에서 9개 파일을 추출했다. 그러나 휴대폰에서는 파일이 너무 많아 현장 선별이 어렵다며 기기 자체를 가져가겠다고 했다. 강진구 기자는 "압수영장에 선별 추출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기기를 가져갈 수 있다고 돼 있다"며 거부했다. 변호사와 협의 끝에, 포렌식 작업 시 입회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휴대폰 압수에 동의했다. 휴대폰은 노란색 디지털 압수물 봉투에 넣어 봉인한 뒤 서울경찰청으로 이송됐다. 이미징 작업에만 5시간에서 9시간이 걸렸다.


경찰은 자녀들의 컴퓨터까지 뒤졌다. 아들 컴퓨터에는 게임만 깔려 있었다. 최영민 감독은 "명예훼손 사건 때문에 차량까지 다 뒤지고, 자녀 컴퓨터까지 들여다보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강진구 기자는 현장에서 경찰 팀장에게 "20년 경력 동안 명예훼손 관련 압수수색을 나온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팀장은 "몇 건 있다"고 했지만, "가장 최근 사례가 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영장에 없는 '이재명', 왜 키워드에 들어갔나


더탐사 측이 1차 압수수색 당시 어렵게 촬영한 압수수색 키워드 목록에는 윤석열, 김건희, 최은순, 건진 등과 함께 정치인 중 유일하게 '이재명'이 포함돼 있었다. 더탐사의 대선 기간 보도는 김건희 씨의 줄리 의혹, 무당 건진 의혹, 화천대유 관련 의혹, 비덴바이파 관련 의혹 등이었다. 이 보도들에 이재명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강진구 기자는 "경찰이 이재명 키워드를 넣은 것은, 더탐사가 이재명 후보와 공모해 허위 사실로 김건희 씨를 모함했다는 프레임을 만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압수수색 영장 어디에도 이재명이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영장에는 "이 영장에 적시된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었다.


같은 날 검찰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9월 6일 소환 통보를 했다. 9월 6일은 국민대 김건희 씨 논문 표절 의혹 관련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 예정일이기도 했다. 강진구 기자는 "더탐사 압수수색, 이재명 소환 통보, 논문 의혹 발표일이 공교롭게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천수, 경찰 소환 응하면서 압수 목록 공유는 거부


정천수 전 대표는 1차 압수수색 다음날인 8월 26일 서초경찰서에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SNS 커뮤니티에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나 그의 진술이 2차 압수수색의 근거가 됐다는 점에서, 더탐사 측은 그 진술의 진위를 문제 삼았다.


강진구 기자는 8월 29일 왓츠앱을 통해 정천수 전 대표에게 1차 압수수색 압수 목록을 공유하며 "김건희 씨와 경정권 탄압에 대해서는 공동 대응을 희망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읽음 표시는 떴지만 답은 없었다. 9월 1일 방송 시점까지 나흘째 무응답이었다.


한편 열린공감TV는 대선 기간 보도 영상을 대거 비공개 처리했다. 2021년 9월 21일부터 2022년 2월까지의 영상이 사라졌다. 최영민 감독은 "우리 기자들이 힘들게 취재하고 보도한 자료인데 왜 한꺼번에 날리느냐"고 비판했다. 강진구 기자는 "경찰이 이미 확보한 영상을 본인이 비공개 처리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더탐사 측은 해당 영상을 별도로 백업해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장 공수처 고발, "직권남용·직무유기"


같은 날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 세우기 시민행동'는 서울경찰청장 김광호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직무유기다. 고발장은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이재명 키워드 검색은 영장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이번 압수수색이 야당 당대표에 대한 표적 수사의 단서 확보를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했다.


당초 서초경찰서장과 반부패수사대장도 함께 고발할 예정이었으나, 공수처 관할이 경무관급 이상이어서 총경인 대장은 제외됐다. 더탐사 측은 "향후 휴대폰 선별 추출 과정에서 범죄 사실과 무관한 자료를 추출하는지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더탐사는 같은 날 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욕타임스 최상훈 기자, 아사히신문 기자 등이 참석했다. MBC, JTBC 등 국내 매체도 취재했다. 최상훈 기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보도에 대해 고발과 조사가 이뤄졌는지, 경찰이 압수수색 시 어떤 자료를 확보하려 했는지"를 물었다. 강진구 기자는 총 14건의 고소·고발 중 7건의 혐의와 관련된 압수수색이었다고 답했다.


한편 1차 압수수색 당시 대부분의 언론이 기사 제목에 '열린공감TV'라는 매체명을 썼으나, 2차 압수수색 보도에서는 '유튜버' 또는 '유튜브 기자'로 표기하는 매체가 늘었다. 언론노조와 기자협회는 두 차례 압수수색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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