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2024헌나8)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결정에 앞서 선고일 지정과 관련한 우려와 불확실성이 이어졌지만, 헌재는 최종적으로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선포한 비상계엄과 관련한 일련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선고일 지정 지연으로 헌정 위기 우려 고조
탄핵심판 선고일 지정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선고일을 좀처럼 확정하지 않으면서 정치권과 국민들 사이에 불안감이 고조됐다. 일부 언론에서는 "5대3 교착상태"가 발생했다는 관측이 제기됐으며, 재판관들의 '칼퇴근'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4월 18일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선고 지연이 길어질 경우 헌정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임기 만료 후에도 후임 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현직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임기가 만료된 재판관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내용의 대응 법안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4월 1일, 헌재는 마침내 4월 4일을 선고일로 지정했다. 일부에서는 이 결정이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대한 최후통첩을 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민주당이 한덕수 총리가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재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압박하면서, 헌재로서는 여야 간 정면충돌로 인한 헌정질서 중단 위기를 피하기 위해 선고일 지정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5가지 주요 헌법 및 법률 위반 사항 인정
헌재는 윤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를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1.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절차적 요건 위반
- 헌재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이라는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 또한 국무회의 심의 미실시,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의 부서 누락, 시행일시·지역·계엄사령관 미공고, 국회 통고 누락 등 절차적 요건도 위반했다고 밝혔다.
2.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
- 윤 대통령이 국방부장관에게 국회에 군대를 투입하도록 지시했고,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 이로 인해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이 통제되었고, 일부는 담장을 넘거나 아예 진입하지 못했다.
- 헌재는 이러한 행위가 헌법상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을 침해하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과 불체포특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3. 계엄포고령 발령
- 윤 대통령은 계엄사령관을 통해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발령했다.
- 헌재는 이것이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원칙을 위반하고,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과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4. 중앙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
- 윤 대통령이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지시하여, 영장 없이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다.
- 헌재는 이를 영장주의 위반 및 선관위의 독립성 침해로 판단했다.
5. 법조인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
- 전 대법원장과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위치 확인을 지시하여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국민주권주의와 민주주의 부정" 중대한 헌법질서 위반
헌재는 윤 대통령의 이런 행위가 "국민주권주의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를 무시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하여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하여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며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판시했다.
결론적으로 헌재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주목할 점은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담긴 주요 내용을 모두 수용했으며, 우려됐던 조한창, 정형식, 김복형 재판관도 소수의견 없이 전원일치 결정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재판관 이미선·김형두, 재판관 김복형·조한창, 재판관 정형식이 각각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정치적 대립에 대한 균형 있는 평가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대통령이 처했던 정치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야당 주도의 많은 탄핵소추와 예산안 감액 의결, 정부 정책 반대 등으로 인한 정치적 대립 상황을 인정했다.
그러나 헌재는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라며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하고, 피청구인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은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이루어졌으며, 재판관 이미선·김형두, 재판관 김복형·조한창, 재판관 정형식의 각 보충의견이 있었다.
※ 아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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