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뉴탐사

노관규 꺾은 손훈모 "이건 순천 시민의 승리"

녹취 사흘 만에 뒤집힌 순천 민심… 손혜원 "책임 안 지면 8월 전대서 국민이 묻는다"

민주당 손훈모, 4선 도전 노관규 9177표 차로 꺾고 순천시장 당선

뉴탐사 노관규 녹취 공개 사흘 만에 표심 역전…시민들 "3일의 기적"

국회의원 출신 손혜원 목포시의원 당선…"8월 전대서 국민이 책임 물을 것"

2026-06-08 07:31:16

더불어민주당 손훈모 순천시장 당선인은 지난 3일 지방선거에서 7만1290표를 얻었다. 득표율 46.85%다. '징검다리 4선'에 도전한 무소속 노관규 후보를 9177표 차로 눌렀다. 선거 막판까지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차이로 뒤지던 판이었다. 그 흐름이 사흘 만에 뒤집혔다. 손훈모 당선인은 당선 이틀 뒤 마주 앉은 자리에서 첫마디부터 자신을 낮췄다. "제가 이뻐서가 아니다. 이번만큼은 순천을 바꿔야 한다는 시민들의 절박함이었다."


순천 시민들이 말한 "3일의 기적"


개표가 한창이던 밤, 순천에서는 늦은 시간까지 연락이 쏟아졌다.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목소리였다. 한 시민은 이번 결과를 "3일의 기적"이라 불렀다. 뉴탐사가 노관규 후보의 육성 녹취를 공개한 지 사흘 만에 표심이 6대 4에서 4대 6으로 돌아섰다는 뜻이었다. 녹취에는 노 후보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바라고, 이재명 후보의 낙선과 민주당 분열을 입에 올리는 대목이 담겼다.


국악을 한다는 한 주부는 노 시장을 사석에서 만난 기억을 꺼냈다. 남도 국악인들 앞에서 "본인은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평소 시정에서도 시민과 좀처럼 말을 섞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했다. 정작 자신은 뉴탐사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선거를 앞두자 사정이 달라졌다. "스포츠센터를 가도 동네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뉴탐사를 보고 있더라." 그는 뒤늦게 녹취를 듣고 "노관규의 진면목을 봤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 회원이라는 또 다른 시민은 자전거를 끌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그는 녹취를 하나하나 들은 소감을 이렇게 정리했다. "30년 전에나 있었을 법한 일이 지금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놀랍고 아쉬웠다." 뉴탐사 보도가 누구를 찍을지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고도 했다. 새 시장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그는 짧게 답했다. "시민이 주인이라는 걸, 시민이 뽑아줬다는 걸 절대 잊지 마라."


선거 하루 전 선관위 고발…묻힐 뻔한 진실


쓰레기 소각장 문제로 시정을 파고들던 정수진 순천시의원 당선인은 이번에 시의회에 입성했다. 순천 국가정원 옆 쓰레기 소각장에 반대해온 시민연대에서 정책부장을 맡아온 인물이다. 그는 지역 언론을 정면으로 겨눴다. "정확한 보도가 전혀 이뤄지지 않더라." 시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기 어렵고 홍보비가 걸려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 속에서나 나올 일들이 지금 순천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선거 막판에는 금품 제공 의혹도 불거졌다. 노관규 캠프가 다른 후보의 명부를 끌어오려고 두 차례에 걸쳐 600만원을 건넸다는 제보였다. 제보자 K씨는 관련 녹취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냈다. 다만 K씨는 이후 입장을 번복했다. 그 곁을 지킨 사람이 유동교회 정태중 목사다. 정 목사는 K씨와 함께 경찰 반부패수사대까지 동행해 그 녹취를 직접 들었다고 했다. 선관위는 선거 하루 전인 지난 2일 고발 조치했다.


정 목사는 자신을 낮췄다. "나는 노관규 편도, 손훈모 편도 아니다. 오직 순천 시민의 편이다." 그는 이번 선거를 "정의가 이긴 것이 아니라 거짓과 불의가 패배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진실이 묻힐까 봐 밤을 지새웠다고도 했다. 그가 전한 "뉴탐사 보도의 3일의 기적"이라는 말은 여러 시민의 입을 거쳐 순천 곳곳에 퍼졌다.


손훈모 "순천의 정체성을 깔아뭉갰다"


손훈모 당선인은 막판 무박 4일을 보냈다. "잠을 좀 자니 지금은 나아졌다"며 웃었다. 그는 노 후보의 지난 4년을 양쪽으로 갈라 평가했다. "생태적인 순천을 바꾸려 노력한 부분은 공을 인정한다." 그러나 곧바로 단서를 달았다. "소통의 부재, 신뢰의 부재가 너무 많았다. 일은 빨리 진행됐지만 그만큼 시민이 희생했다."


녹취를 두고는 단호했다. "어떻게 저런 생각까지 할 수 있었을까. 순천 시민의 자존심을, 순천시의 정체성을 깔아뭉개는 발언이었다." 골프연습장 개발을 둘러싼 발언에는 더 날을 세웠다. 땅값만 올려 본전을 찾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손훈모 당선인은 "시민을 가운데 두지 않고 업자와 사적 이익을 좇는 정치인의 결탁으로 보인다"고 했다. 노 후보 측은 TV 토론에서 녹취가 언제 녹음된 것이냐며 날짜를 문제 삼았다고 그는 전했다.


노 후보의 탄탄한 조직을 두고는 표현이 거침없었다. "중세의 성주나 영주처럼 느껴졌다." 순천에 내려온 지 12~13년 됐다는 그는 "시 전체를 아주 타이트하게 꽉 잡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4선 도전 자체에도 회의적이었다. "아무리 뛰어나도 세 번을 넘어 네 번까지 하는 건 시민이 보기에 문제가 있다." 서울에서 다섯 번을 한 시장도 있지 않으냐는 물음에 그는 웃으며 받았다. "순천 시민이 서울 시민보다 민주 의식이 더 뛰어난 것 같다."


정보공개부터 자영업 최저소득제까지


손훈모 당선인이 가장 먼저 풀겠다고 한 매듭은 정보공개다. 순천 국가정원 박람회 홍보비 집행 내역, 그리고 김건희씨와 특수 관계가 의심된다는 총감독 선정 경위가 도마에 올라 있다. 행정심판에서 공개하라고 해도 시는 내놓지 않았다. 시민 세금으로 이행강제금까지 물면서다. 그는 "인수위 차원에서도 가능한 부분은 즉시 공개해야 한다"며 "시대가 변했다는 걸 좀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1호 공약으로 그는 돈보다 사람을 먼저 챙겼다. "전국 최초로 순천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최저소득제를 실시하겠다." 순천의 자영업자는 3만6000명을 넘는다. 그 70% 이상이 한 달 수입 100만원에 못 미치고, 절반 이상은 월 75만원으로 버틴다고 그는 설명했다. 공동주택 인허가에는 신중하겠다고 했다. 청년이 떠나지 않도록 방위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통합을 묻자 그는 선을 그었다. "화해라는 명목으로 과거의 악폐를 그대로 두진 않겠다." 도려낼 부분은 도려내야 한다고 했다. 반성하고 미래로 가겠다는 전제가 있어야 화해와 통합도 있다는 것이다. "무작정 덮고 화해하자는 건 맞지 않다. 일본과의 과거사도 비슷하지 않나." 다음 달 1일 임기를 앞둔 그는 "깨끗하고 청렴한 도시로 다시 도약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손혜원 "아무도 책임 안지면 8월 전대서 국민이 묻는다"


무대를 목포로 옮긴다. 국회의원을 지낸 손혜원 당선인은 무소속으로 목포시의원 라 선거구에 나섰다. 2058표, 득표율 24.37%로 2위였다. 1위 이형완 더불어민주당 후보(3212표)에 이어 셋을 뽑는 중선거구에 이름을 올렸다. 압도적 1위를 바랐던 그는 처음엔 어리둥절했다고 했다. "내가 이렇게 큰 차이로 2등이 돼야 하나 싶었다." 하루를 자고 나서 마음을 바꿨다. "교만해지지 말라는 사인이구나. 그러고 나니 초심으로 돌아가 의정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손혜원 당선인은 돈을 쓰지 않는 선거를 택했다고 했다. 표를 쥐고 있다며 명단을 들고 찾아오는 선거 브로커가 적지 않았다. 홍보성 기사를 써주겠다며 금품을 바라는 손길도 있었다. 그는 그 제안을 모두 끊어냈다. "가장 핫한 곳에서 배운 방식 그대로, 새벽 시장부터 밤까지 시민을 직접 만났다." 법정 선거비용 안에서 치른 선거였다.


손혜원 당선인은 뉴탐사에 숙제를 안겼다. "당에서 만든다는 백서는 믿을 수 없다. 뉴탐사가 호남 백서를 하나 만들어 달라." 신안·강진·순천·진도처럼 판이 뒤집힌 곳에서 낙선한 인물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떨어졌다고 해서 그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잖나." 그들은 머리도 빠르고 돈도 많아 다음을 준비할 테니, 그동안 파헤쳐온 뉴탐사가 'AS'를 멈추지 말아 달라는 주문이었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까지 미리 들여다봐 달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8월 전당대회를 정조준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60%가 넘는 지지율 속에 치른 선거에서 민주당은 수도권 용인·성남·하남·의왕에 부산, 평택을까지 내줬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아무도 책임 얘기가 없다." 이름은 꺼내지 않았지만, 듣는 이들은 정청래 대표를 떠올렸다.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으면 8월 전대에서 국민이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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