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보도

법원, 강진구 기자 2차 구속영장도 기각…"증거 인멸·도주 우려 없다"

검찰, 청담동 술자리 '허위' 판단 근거 영장에도 심사에서도 제시 못 해

법원, 2차 구속영장 기각…"증거 확보돼 있고 도주 우려 없다"

검찰, 청담동 술자리 허위 판단 근거 제시 못 해

시민 48,000명 서명 921페이지 분량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

정철승 변호사 "법원이 여러 차례 정당한 취재 활동으로 판단"

2023-02-22 09:00:00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2일 밤 더탐사 강진구 기자에 대한 2차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30일 1차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두 달 만에 같은 결론이 나왔다. 법원은 "증거들이 수사 과정을 통해 확보돼 있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에도 청담동 술자리 보도가 허위라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321호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정철승·황희석 변호사 등 변호인 3명이 출석했다. 2월 20일자 법원 정기 인사로 영장 전담 판사가 교체된 상태였다.


검찰, 허위 입증 실패


기각 사유의 핵심은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법원은 "본건 혐의와 관련된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들이 수사 과정을 통하여 확보되어 있는 점, 피해자에 대한 소환 조사 등 그동안의 수사 절차 결과, 피의자의 직업, 법원의 피의자에 대한 신문 결과를 종합하여 볼 때 본건 재청구에 추가된 혐의를 감안하더라도 피의자에 대하여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수사 기관이 불러서 다 갔고, 증거도 다 제출한 사람을 왜 구속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변호인들에 따르면 심사 과정에서 검사는 청담동 술자리 보도가 왜 허위인지에 대한 새로운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1차 영장 심사 때 제시했던 내용을 반복했을 뿐이다. 판사가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넘어갈 정도였다. 정철승 변호사는 "검사가 아무런 근거 없이 구속해야 된다는 얘기만 반복했다"고 전했다. 검찰이 청구한 47페이지짜리 구속영장에도 청담동 술자리를 허위로 판단한 근거는 빠져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허위사실로 보인다"고만 적혀 있을 뿐, 무엇을 확인했는지는 한 줄도 없었다.


구속영장 47페이지, 변호인 의견서 1,700페이지


검찰의 구속영장 47페이지에 담긴 내용은 논란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피해자'로 기재했다. 영장 마지막에는 "앞으로 윤석열, 한동훈 두 사람에 대한 추가적인 가해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격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기자의 향후 보도를 막기 위한 영장 청구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취재 윤리를 위배했기 때문에 국가의 형벌권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강진구 기자는 영장실질심사 직전 법원 앞에서 "취재 윤리를 설령 위반했다 하더라도 국가의 형벌권을 동원해서 기자를 구속해야 되는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어떻게 기자의 보도를 예방하기 위해서 구속하겠다는 말을 영장에 쓸 수 있는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국가 맞는가"라고 했다. 반면 변호인 측이 제출한 의견서는 약 800페이지에 달했다. 여기에 시민 서명 921페이지가 더해져, 법원에 제출된 변호인 측 서류는 총 1,700페이지를 넘겼다.


시민 48,000명, 하루 만에 서명


구속영장 청구 직후 시작된 시민 서명에는 18시간 만에 48,000명이 참여했다. 서명 내용 대부분은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라"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 "법원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결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정철승 변호사는 이 서명 목록을 영장 담당 판사에게 증거로 제출했다. 서명 용지를 11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줄이고 여백을 줄여도 921페이지, A4 용지 한 박스의 절반 분량이었다.


정철승 변호사는 "판사에게 시민들의 뜻을 설명할 때 굉장히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강진구 기자도 석방 후 "변호사가 5만 명의 시민 이름이 들어간 서명 용지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하고, 그 순간 판사의 표정이 상당히 진지해졌다. 직접 서명을 훑어보는 걸 확인하면서 느낌이 왔다"고 했다.


1차 구속영장 때와 달라진 것들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1차 영장 심사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크게 세 가지라고 설명했다. 첫째, 법원이 그사이 여러 차례에 걸쳐 더탐사의 청담동 술자리 취재 활동을 "언론으로서 정당한, 헌법상 언론의 자유에 해당되는 활동"으로 판단했다. 둘째, 언론중재위원회가 더탐사의 취재 활동을 폄하했던 보수 언론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결정을 내렸고, 19개 언론사가 정정보도를 했다. 셋째, 48,000명이라는 시민들의 자발적 서명이 있었다.


정철승 변호사는 "1차 때는 굉장히 불안한 마음으로 준비했는데, 오늘은 불안감이 없다"고 했다. 1차 영장 심사 당시 변호인들은 두 대표 중 한 명은 구속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했었다. 이번에는 세 변호사 모두 "걱정했던 부분이 해소됐다"는 반응이었다.


"알리바이 제시하지 않는 한 의혹은 해소될 수 없다"


강진구 기자는 석방 직후 서초경찰서 앞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한동훈, 윤석열 두 사람이 직접 알리바이를 제시하지 않는 한 해소될 수 없다. 경찰이 아무리 수사를 해도 이 구멍은 채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2차 영장 기각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면서 "단순히 강진구 개인의 구속영장 기각이 아니고, 하루 만에 5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참해서 얻어낸 결과"라고 했다.


구속영장 심사 직전 강진구 기자는 이틀 전 접수된 중대한 제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첼리스트가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트위터 친구들과 나눈 2시간 분량의 녹음 파일이었다. 이 녹음에는 청담동 술자리가 실재한다는 전제 하에 대화가 오간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강진구 기자는 "영장실질심사를 받느라 이 제보를 취재할 수 없었다. 구속의 목적이 수사가 아니라 취재 활동을 막으려는 데 있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한 차량 운행일지, 관용차 블랙박스, 수행비서 초과근무수당 지급 내역 등의 정보 공개 청구는 모두 거부됐다.


강진구 기자는 "더탐사를 겁줄 의도라면 저희를 오판한 것"이라며 "청담동 술자리를 비롯해 이 정권의 실태를 계속해서 고발해 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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