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1조원대 사기범, 파산 뒤에도 친윤 로펌에 수임료 4억…범죄수익 은닉에 전·현직 검사들 총동원
IDS 홀딩스 김성훈, 수감 중 동료 재소자·변호사 동원해 29억 세탁…김성훈 자금관리인 메모에 '법무법인 다전 4억200만원' 적혀
1조2000억 원대 다단계 사기 사건의 주범 김성훈이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도 범죄수익을 조직적으로 은닉해 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동료 재소자와 변호사들을 동원해 29억 원을 세탁하고, 그 자금 일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 검사 출신들이 모인 법무법인 다전으로 흘러 들어간 메모까지 발견됐다. 김성훈은 2018년 2월 이미 파산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파산 이후 개인 자금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사기 파산에 해당하고, 그 돈으로 변호사 수임료를 지급했다면 범죄수익 은닉의 연장선에 놓인다. 1만2000여 명의 피해자들이 아직 돌려받지 못한 미환수 자금만 1000억 원이 넘는다.
친윤 검사 출신 총집결, 법무법인 다전의 면면
법무법인 다전은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 로비의 관문'으로 불렸다. 대표 변호사 명단을 살펴보면 그 이유가 선명하다. 김선규 변호사는 저축은행 수사에 참여한 검사 출신으로, 공수처 부장검사와 차장 직무대행까지 지낸 인물이다. 공수처 재직 당시 동료였던 송창진과 함께 "윤석열과의 친분을 과시해 왔다"는 내용이 공수처 수사방해 혐의 재판 첫 공판에서 특검 측에 의해 낭독되기도 했다. 박형철 변호사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맡았고,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반부패비서관을 역임했다. 이인걸 변호사 역시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윤석열과 함께했고, 문재인 정부 대통령 비서실 선임행정관이었다. 윤석열 사단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장악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두 사람이 옷을 벗은 뒤 다전에서 다시 합류한 셈이다. 윤석열 정부 3년간 검찰 출신 전관들이 모인 법인 가운데 가장 잘 나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전의 뿌리는 법무법인 담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담박의 사실상 공동 설립자로 알려진 남기춘 전 검사장은 윤석열의 대학 친구이자 측근 5인방 중 한 명이다. 김선규 변호사는 담박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 다전으로 옮겼고, 담박과 다전은 사실상 한 몸통으로 의심받는 자매 법인 같은 관계다.
수감 중 파산선고 받은 사기범, 29억 원은 어떻게 세탁됐나
김성훈은 IDS 홀딩스를 통해 1만2000여 명으로부터 1조2000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2016년 9월 구속됐다. 원금 보장에 고수익을 약속하면서 정치인과 검사 출신 인사들을 동원해 공신력을 포장했고, 실제로는 나중에 들어온 투자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전형적인 다단계 돌려막기였다. 1심에서 징역 12년, 항소심에서 15년으로 형이 늘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감형에 실패한 김성훈은 수감 중에도 범죄수익 은닉에 착수했다. 같은 방 재소자 이○용을 통해 외부 조력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핵심은 CP홀딩스라는 법인 설립이었다. 이○용이 바지사장 김○봉에게 보낸 메모에는 "지분 구성 51대 49"라는 지시가 담겨 있었다. 51%를 갖는 '후배'가 바로 김성훈이었다. 법인 설립에 누구의 돈이 투입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2017년 11월 4일 이○용은 면회 접견에서 측근들에게 "다음 주에 이지연 변호사한테 돈이 들어간다, 그걸로 법인 설립을 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달 26일 서울 강남의 한 빌딩 주차장에서 김성훈의 자금관리인 정○훈은 5만 원권 현금 27억 원이 담긴 캐리어를 이지연 변호사의 차량 트렁크에 실었다. 이지연 변호사는 3억 원을 별도 보관하고 나머지 24억 원을 다음 날 김○봉과 소○석에게 전달했다. 이 돈은 같은 날 하나은행 대치동 지점에서 하트넥스 계좌로 입금됐다.
이지연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이 사실을 시인했다. "김성훈의 지시에 따라 정○훈으로부터 현금 27억을 받아 24억을 김○봉에게 전달하고 나머지 3억은 제가 보관하면서 이○용의 지시에 따라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자금은 CP홀딩스 계좌를 거쳐 수표로 전환됐고, 법무법인 광평의 조성재 변호사를 경유해 다시 이지연 변호사에게 29억 원이 전달됐다. CP홀딩스는 2018년 2월 유콘파트너스로 법인명을 바꿨다.
파산 이후 다전에 흘러간 4억…"검경 수사로 밝혀졌다"는 주장의 허점
김성훈의 자금관리인 정○훈은 2020년 8월 17일 경찰 진술 과정에서 자필 메모를 남겼다. 자금이 누구에게 흘러갔는지를 직접 기록한 것이다. 그 메모에 '2018년 5월 17일 법무법인 다전 4억200만 원'이라는 내역이 적혀 있었다. 세탁된 29억 원 중 일부가 다전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이다.
김선규 변호사는 이에 대해 "수임료는 4억 원이 아니라 3억2000만 원"이라고 해명했다. "범죄수익 은닉 사건 한 건이 아닌 다수의 김성훈 관련 사건을 포함한 정당한 변론 활동의 수임료"라는 것이다. 또 "해당 자금원은 김성훈의 개인 자금이었고, 검경 수사로 모두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해명에는 결정적인 허점이 있다. 김성훈은 2018년 2월 8일자로 파산 선고를 받았다. 면책이 없는 파산이었다. 파산 상태에서 개인 자금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사기 파산에 해당한다. 그 돈이 어디에서 나왔든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다. 파산 이후에도 전관 변호사들을 대거 선임하며 막강한 법률 서비스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범죄수익의 존재를 방증한다. 공익제보자 김희석 씨도 "검경 수사로 밝혀졌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선규 변호사는 정정보도 요청서를 보내며 "본인과 배우자의 소유 부동산은 소명 가능한 정당한 자금으로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수금의 출처, 장기 차입금 34억 원과 부인 명의 11억 원의 자금원에 대해서는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수차례 전화와 문자로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범죄수익 은닉 무죄의 배경, 검사실이 아지트가 됐다
김성훈의 범죄수익 은닉에는 현직 검사의 조력이 결정적이었다. 김영일 검사는 방위사업부 소속으로 IDS 홀딩스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었음에도 재소자들을 반복적으로 검사실에 불러들였다. 1기 브로커 재소자 한재혁은 김영일 검사실에 김성훈과 함께 40일간 23번이나 출정했다. 검사실은 사실상 범죄수익 은닉을 모의하는 아지트 역할을 했다.
김성훈은 한재혁에게 빚 1억 원을 대신 갚아주며 출소시켰다. 한재혁은 밖으로 나가 홍콩에 숨겨둔 김성훈의 자금을 국내로 들여왔고, 피해자들에게 "상장사를 인수해 수익으로 변제하겠다"며 접근했다. 실제로는 2차 사기였다. 피해자들로부터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만 받아낸 뒤 돈은 다시 빼돌렸다. 한재혁은 사기와 범죄수익 은닉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김성훈은 같은 범행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성훈이 홍콩에서 돈을 보낼 때 실제로 잘 운영해 볼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며 "범죄수익을 처분하기 위한 가장 행위에 불과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파산 선고를 받은 사람이 홍콩에 숨겨둔 범죄수익으로 돈놀이를 하는 것을 '정상적인 거래일 수도 있다'고 본 셈이다. 공범은 징역 5년, 주범은 무죄. 이 판결의 공소 제기 시점은 2022년 6월 2일,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였다. 변호를 맡은 곳은 법무법인 다전이었고, 판결문에는 홍용건·박형철·이인걸 등 다전 대표 변호사들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다.
김선규에서 김영일로 이어진 '재소자 관리' 수법
김선규 검사와 김영일 검사 사이에는 묘한 연결고리가 있다. 2기 브로커 재소자 이○용은 김선규 변호사가 현직 검사 시절 그의 검사실에도 출정을 다녔다. 이○용의 증언에 따르면, 김선규 검사가 인천지검에 있을 때 출정을 다녔는데 후임으로 김영일이 부임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한다.
"김선규 검사 때 인천지검에 출정을 나갔는데, 후임에 김영일이가 온 거야. 거기서 만난 거예요."
김선규 변호사에게 이○용을 김영일에게 소개해 준 것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답했다. 이○용도 부인했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은 김선규가 2009년 인천지검에 있었고, 그 후임 특수부로 김영일이 왔다는 것이다. 김선규가 관리하던 재소자를 김영일에게 인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용은 검사들에 대한 평가도 남겼다. "김영일 검사는 되게 소심해요. 김선규 검사님이 좀 더 화끈하시지. 뭐 드실 분 있어요? 이러면서." 검사실에서 재소자들에게 외부 음식을 제공하고, 외부인과 자유롭게 만나게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는 증언이다. 이○용은 출정의 이유도 솔직하게 말했다. "정보 준다고 가면 사람들도 만나게 하고 전화도 좀 했어요. 짜장면 시켜 주세요, 이 정도야."
김영일 검사에게 김성훈을 소개시켜 준 것은 이○용이었다. 김성훈은 자신이 경찰에게 뇌물을 준 사건을 김영일에게 제보했다. 김영일은 그 건으로 공을 세우며 승승장구했다. 구은수 경찰청장 사건은 바로 기소됐지만, 김성훈은 4년간 기소되지 않았다. 서로 주고받는 관계였다.
공수처에 심은 알박기, 식물 공수처의 완성
김성훈의 범죄수익 은닉에 현직 검사 김영일이 조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은 2021년 6월 공수처에 고발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2025년 6월 19일에야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 사이 공수처에는 김선규(2022년 9월~2024년 5월)와 송창진이 나란히 재직하고 있었다. 검사들의 범죄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공수처에 친윤 검사들을 심어 넣어 식물 기관으로 만든 셈이다.
김희석 씨는 "김선규가 공수처에 부장검사로 임용됐다는 기사를 보고 '이건 정말로 윤석열이 알박기를 한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 수사 때도 새벽 한 시까지 수사에 협조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그림자가 보인다"…공익제보자의 증언
공익제보자 김희석 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핵심적인 두 가지를 짚었다. 첫째, 김선규 변호사가 "수임료가 검경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제가 바로 그 피해의 당사자였기 때문에 잘 안다, 전혀 사실이 아니고 밝혀진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둘째, 김선규 변호사의 협박 패턴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2020년도에 뉴스타파에 제보해서 1기 한재혁 건을 보도했을 때도 김선규가 누군가를 사주해 저와 뉴스타파 기자를 고소까지 했었다. 물론 무혐의를 받았지만 늘 이런 식으로 자기한테 불리한 언론 보도에 대해 특수부 검사가 하는 전형적인 협박 행태"라고 말했다.
김희석 씨는 "법무법인 다전에서 김선규 변호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면서 "그 서진빌딩 소유 법인인 주식회사 우성의 법인 등록 주소지가 남양주"라는 점도 언급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은닉 자금 규모는 세탁된 29억 원, 김선규 변호사 부인 명의 법인의 120억 원대 빌딩, 홍콩 은닉 자금 등을 합하면 400억 원에 육박한다.
방송에서 강진구 기자는 "취재를 더 하면 결국 김건희의 그림자도 보인다"고 밝혔고, 김희석 씨도 이에 동의했다. 구체적인 정황 증거는 추가 취재를 거쳐 후속 보도될 예정이다. 이 사건이 제2종합특검이나 제2 김건희 특검으로 이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김성훈 수사를 제대로 하겠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의 검사실에서 범죄수익 은닉이 모의됐고, 기소 과정과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경로의 곳곳에 윤석열 사단이 자리잡고 있었다. 김희석 씨는 "1만2000명의 피해자들이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대통령이었던 기간 내내 2차 3차 가해를 받고 있다"며 "이것은 구조적인 검찰의 국가 폭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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