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에 김민석 국무총리가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 김 총리는 27일 삼프로TV 인터뷰에서 "나야말로 통합 논자"라면서도 "시점이나 방식에 논란이 있다"고 밝혔다. 합당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정청래 대표의 전격적인 합당 제안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목할 점은 김 총리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아닌 삼프로TV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는 사실이다. 삼프로TV는 주식과 경제에 관심 있는 시청자들이 주로 보는 채널이다. 김 총리가 정치 공학적 접근 대신 정책과 성과로 평가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총리실에서는 김민석 총리를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100번 이상 요청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김어준 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이번 인터뷰 채널 선택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총리는 같은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차출설은 부인하면서도 "민주당 대표는 로망"이라고 말했다. 8월 전당대회 출마 의지를 사실상 드러낸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합당 논란에 불편한 기색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국회 입법 속도가 너무 느려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관세 문제와 관련한 발언이었지만, 압도적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을 향한 우회적 불만으로 읽힌다. 코스피가 5천 선을 돌파한 시점에 합당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에 대한 답답함도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상호 전 정무수석은 CBS 라디오에서 정청래 대표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합당해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에 들어오면 전당대회에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조국혁신당 당원들이 조국 대표를 찍지 정청래를 찍겠느냐"는 논리다. 이는 김어준 씨가 뉴스공장에서 깔아준 프레임과 거의 같다. 정청래, 김어준, 우상호 세 사람이 비슷한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국힘 쌍특검 천막농성장 첫날, 공천비리 질문에 도망
국민의힘은 27일 국회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장동혁 의원의 단식 농성에 이은 후속 조치다. 그러나 뉴탐사 취재진이 국힘당 내부의 공천비리 의혹을 질문하자 의원들은 자리를 피했다.
전날 뉴탐사가 보도한 민병주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의 공천헌금 요구 녹취 파일에 대해 물었다. 민병주 당협위원장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 희망자들에게 "나도 5천만 원 내고 공천받았으니 당신들도 돈을 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승규 의원은 취재진을 보자마자 옆에 있는 동료 의원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입 열지 마, 모른 척 해.' 그리고 슬금슬금 자리를 떴다. 민주당 공천비리 특검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기 당의 공천비리에 대해서는 말문을 닫은 것이다.
민병주 당협위원장은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술 먹으면서 별 얘기 다 하는데 그거 전부 녹취해서 까버리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했다. 녹취 내용 자체는 부인하지 못했다.
지역 토호에 발목 잡힌 호남 정치의 민낯
민주당 호남 정치의 어두운 이면도 드러났다. 전북 남원시에서 보조금 부정 지급 문제를 지적한 이숙자 시의원이 오히려 징계를 당한 사건이다.
이숙자 의원은 남원시 재산인 지리산 허브밸리에서 운봉예향회가 눈꽃설매장을 운영하며 입장료 수입을 올리는 것에 대해 회계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입장 수입만 연간 9천만 원에서 2억 원에 달했다. 남원시에서 보조금까지 받으면서 수익을 올렸지만 회계는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동편제마을 영농조합법인에는 53억 원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보조금 부정수급으로 시정 조치를 받은 전 대표자와 현재 등기상 대표자의 관계를 확인해 달라는 것이 이숙자 의원의 요구였다. 시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 전북도당 윤리심판원은 이를 "과도한 자료 요구"이자 "개인정보 침해"로 판단했다. 이숙자 의원은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았다. 징계 사유에는 "기초의원 신분으로 민간법인의 자료 및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과도한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고 적혀 있다. 국회의원들이 청문회에서 엄청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되고, 시의원이 보조금 사용 내역을 물어보면 징계 사유가 된다는 논리다.
박희승 의원 "불이익 받아도 서운해하지 말라" 압력 녹취 공개
징계에 앞서 압력이 있었다. 박희승 의원(당시 남원 지역위원장)은 2023년 9월 남원시 의원들을 모아놓고 이숙자 의원에게 직접 경고했다. 뉴탐사가 입수한 녹취에서 박희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숙자 의원님 같은 경우는 운봉 쪽에서 징계 요청했다고 도당에 보고하고 달라고 한 상황이에요. 알고 계십니까?"
"혹시 이런 일 때문에 또 나중에 본인에게 불이익이 온다고 해서 서운해하지 마시고, 그런 부분들이 있으면 지역위에 상의도 하고 다선 의원님들하고 상의도 좀 하시고 그렇게 해서 좀 지혜롭게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박희승 의원(당시 당협위원장) 2023.9.6 남원시의회
지역 토호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의원을 격려해야 할 지역위원장이 오히려 징계를 예고하며 압박한 것이다.
동료 의원의 압력도 있었다. 4선 의원인 윤지홍 의원은 이숙자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단체들 대상으로 그런 것은 좀 부담스럽지 않냐"며 질의를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윤지홍 의원과 운봉예향회 장수호 전 회장은 40년 지기 고향 친구 사이다. 장수호 씨는 윤지홍 의원 선거 때 도와줬다고 직접 밝혔다.
징계 청원자는 이해관계자, 조사는 일방적
징계 청원을 낸 사람은 바로 장수호 씨다. 이숙자 의원의 질의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당사자가 징계를 청원한 것이다. 그는 뉴탐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숙자 공천 주면 내가 박희승한테 욕을 해버리겠다"고까지 말했다. 지역 토호가 국회의원을 상대로 큰소리를 치는 상황이다.
전북도당 실무자들은 윤지홍 의원과 운봉예향회 측 이야기만 듣고 징계를 결정했다고 인정했다.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최원근 기자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 이숙자 의원 측 주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도당 실무자는 뉴탐사 취재진에게 "저희가 대답해 드릴 내용은 아닌 것 같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윤리심판원장인 황선철 변호사에게 물었더니 "도당한테 한번 물어보세요"라고 했다. 도당은 윤리심판원에 물어보라 하고, 윤리심판원은 도당에 물어보라 한다. 뜨거운 감자를 서로 떠넘기는 모양새다.
15억 문화보조금 비리에도 솜방망이 처벌
남원시의 보조금 문제는 이숙자 의원이 제기한 것만이 아니다. 섬진강문화센터 운영과 관련해 현직 공무원이 영리기업 이사로 등재된 채 15억 원 가까운 보조금 지급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공무원은 겸직금지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지만 견책에 그쳤다. 최근에는 오히려 팀장으로 발탁됐다.
그 영리기업의 실질 대표는 최경식 남원시장의 인수위 시절 활동을 함께 했던 인물이다. 최경식 시장은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모든 사안을 다 기억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러나 해당 인물의 이름은 기억했다.
박희승 의원 "이숙자 의원은 지역에서 지탄의 대상"
박희승 의원은 뉴탐사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숙자 의원에 대해 "지역에서 굉장히 말썽쟁이로 지탄의 대상"이라고 표현했다. "그건 알고 접근하셔야지 그걸 모르고서 하면 굉장히 좀 다른 여론의 반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숙자 의원의 자료 요구에 대해서는 "동기 자체도 사실 불순한 건 맞았다"고 단정했다.
장수호 씨가 "이숙자 공천 주면 박희승한테 욕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저한테 쌈붙이는... 없는 얘기니까 그거는 안 듣는 걸로 하고"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지역 토호가 국회의원을 상대로 큰소리를 쳐도 정면으로 반박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징계에 대해서는 "도당에서 한 거라 우리가 관여하기 어렵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앞서 녹취에서 드러났듯이 그는 직접 이숙자 의원에게 징계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역위원장으로서 부당한 징계를 막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성윤 의원 "그걸 불이익 줄 수 있나요?"
27일 남원을 방문한 이성윤 의원은 뉴탐사 취재진으로부터 이 사안을 처음 들었다. 박희승 의원과 이성윤 의원은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 사이다. 이성윤 의원은 "지역구가 아니라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있는지 한번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박희승 의원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말에는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앞서 "자료 요구 많이 했다고 설마 징계했으려고요. 한번 살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조치는 없다.
정청래 대표는 공천 혁명을 선언하며 비리 후보 원천 배제를 약속했다. 암행감찰단까지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역 토호들의 철밥통을 건드린 의원이 오히려 징계당하는 상황은 방치되고 있다. 전남 신안 박우량이나 전북 남원 최경식 시장처럼 실제로 문제가 제기된 현역들에 대한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18만 명이던 남원 인구는 6만 명으로 줄었다. 젊은이들이 떠나는 이유가 있다. 뜻있는 사람이 목소리를 내면 징계당하는 구조에서 누가 희망을 품겠는가. 풀뿌리 민주주의가 썩어 들어가면 지역의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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