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플러스

열린공감TV 기자, 제보자 대상 '기사 장사'

재직 중 아산 제보자에 슈퍼챗 50만원 요구, 채널에 실제 입금

퇴사 뒤엔 PR업체 경유 "기사당 200만원, 세금계산서로 처리"

박성민 정정보도·굿모닝충청 기사 삭제에도 본인이 개입

정천수 전화는 '뚝', 김희재 "절도 고발"로 동문서답

2024-06-02 23:54:00

열린공감TV 기자였던 김정기씨(필명 진성)가 제보자를 상대로 취재와 보도를 미끼로 내걸고 금품을 받아 온 사실이 뉴탐사 취재로 확인됐다. 재직 중이던 시점에는 아산 개발비리 피해 제보자에게 열린공감TV 채널 슈퍼챗으로 50만원을 쏘도록 요구해, 실제로 같은 날 같은 금액이 채널에 그대로 입금됐다. 돈은 김씨 개인이 아니라 열린공감TV 채널로 직접 흘러간 구조다.


지난 4월 8일 열린공감TV를 퇴사한 뒤에는 수법을 바꿔 PR업체를 경유해 기사 1건당 200만원, 총 1000만~1500만원을 받아내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 관련 정정보도 처리와 정천수 전 열린공감TV 대표의 음란물 유포 전과 기사 삭제 시도에도 본인이 직접 개입했다고 녹취에서 인정했다. 뉴탐사의 해명 요청에 정천수 전 대표는 이름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었고, 김희재 현 대표는 장비 절도 혐의를 꺼내 들며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재직 중 슈퍼챗 50만원 요구, 채널에 같은 날 입금


첫 번째 수법은 김씨가 열린공감TV 기자로 재직하던 당시 벌어졌다. 아산 탕정지구 개발비리 피해 주민들이 열린공감TV 제보 창구를 찾자 회사 측은 김씨를 담당 기자로 배정했다. 김씨는 취재를 마친 뒤 방송 직전 피해 주민에게 채널 슈퍼챗으로 50만원을 쏘라고 요구했다. 피해 주민은 실제로 50만원을 쐈다. 뉴탐사가 방송 당시 영상을 확인한 결과, 같은 날짜에 같은 금액이 열린공감TV 채널에 입금된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방송이 나간 뒤 김씨는 "다른 인터넷 매체에도 계속 내주겠다"며 건당 200만원, 총 1000만~1500만원을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주민이 김희재 대표에게 이 사실을 직접 항의한 정황도 뉴탐사 취재에서 파악됐다.

▲방송직후 제보자가 댓글 달면서 쏜 50만원 슈퍼챗 증거​


"변호사 300, 홍보비 300… 세금계산서로 처리하면 안 걸린다"


퇴사 이후에는 PR업체를 끼우는 방식으로 갈아탔다. 뉴탐사 취재진은 김씨가 알려준 PR업체로 접근해 제보자로 위장한 뒤 김씨와 대면했다. 녹취에는 김씨가 "이거는 로스쿨 나와서 일 없는 애들, 걔한테 일 시키면 훨씬 낫다"며 변호사 300만원에 홍보비 300만원, 총 600만원 예산을 먼저 제시하는 대목이 담겼다. 김씨는 "기자로서 대표님을 만나면 300만원 받는 순간 빵 간다"며 돈을 홍보대행료 명목으로 돌려 세금계산서를 끊으면 문제가 없다고 직접 설명했다. 유튜브 채널에는 현금 대신 슈퍼챗 후원 형식으로 받도록 유도하라는 기술까지 일러줬다. "유튜브 애들은 얼마 줄게 해달라고 하면 안 된다, 나가는 거 봐서 슈퍼챗을 싸주면 된다"는 것이다. 김씨가 취재진을 만나기 전 문자에서 "이런 일은 계획, 목표 분명히 안 하고 추진하시면 일 보시는 분들이 나중에 곤란해진다"고 적은 점에 비춰보면, 일련의 제안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다.


박성민 정정보도·굿모닝충청 기사 삭제 본인이 실토


김씨는 녹취에서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 관련 보도의 정정 처리도 본인이 주도했다고 인정했다. 강진구 기자가 더탐사 시절 취재한 박 의원 호화 집기 의혹 기사가, 담당 기자에게 어떤 통보도 없이 홈페이지에서 통째로 삭제되고 정정보도로 대체된 경위를 자신이 직접 실행했다는 것이다. 홈페이지 업체에는 대표 명의를 도용해 비밀번호 분실 신고를 내고 기사를 지웠다는 것이 강 기자 측 설명이다.


정천수 전 열린공감TV 대표의 음란물 유포 전과를 다룬 굿모닝충청 기사를 내려달라며 충청까지 직접 찾아간 사람도 본인이라고 김씨는 밝혔다. (관련 기사) 강 기자가 "담당 기자한테 연락도 없이 이래도 되느냐, 미안하지도 않느냐"고 따지자 김씨는 "미안은 한데, 기자니까 해야지"라고 답했다. "시키는 대로 한 거고, 회사 입장에서 손해배상 걸리는 게 크니까 나한테 던지면 된다"는 것이 김씨의 해명이다.


정천수 전화는 '뚝', 김희재 "절도 고발"로 동문서답


뉴탐사가 정천수 전 열린공감TV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자, 정씨는 "권지연"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아무 말 없이 통화를 끊었다. 정씨는 과거 통일교 보도와 관련해 금품 거래 의혹이 제기됐던 인물이다. 통일교 취재 무마 대가로 10억원이 언급된 적이 있다는 내부 증언이 전 열린공감TV 기자 권혁씨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김희재 현 열린공감TV 대표에게 연락하자 김 대표는 "김정기씨가 전화할 것"이라며 본인 해명을 피했다. 권지연 기자의 질의에 김 대표는 "어떤 기사에서 어떤 금품을 어떻게 요구했는지 말하라"며 사실관계를 거꾸로 되물었다. 서면 질의에는 답변 대신 뉴탐사 측 장비 절도 혐의를 꺼내들며 동문서답했다. 해당 절도 건은 이미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로 결론 났다. 김 대표 역시 권 기자에게 밤 늦은 시간까지 문자 메시지를 이어 보냈고, 권 기자가 스토킹 신고를 예고한 뒤에야 발신을 멈췄다.


"반성하겠다"던 김정기, 내용증명으로 태도 돌변


김씨는 보도 예고가 나오자 처음에는 자신의 고교 선후배인 피해 제보자에게 "잊혀지게 도와달라, 대표님 말씀 잘 새기며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읍소했다. 그러나 뉴탐사가 녹취와 입금 증거를 제시하며 반론을 요청하자 스탠스가 급변했다. 김씨는 하루에 수십 통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권지연 기자에게 보내 제보자와의 삼자대면을 요구했고, "유튜브 게시물 게시 금지 및 방송 금지에 대한 경고의 건"이라는 제목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보도 전후 제보자들 향한 김정기 기자 태세변화


같은 시간 제보자에게는 "선배랍시고 후배 죽인 것도 당신이고, 먼저 의리 저버린 것도 당신이니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문자까지 보냈다. 법조계에서는 김씨의 금품 요구가 청탁금지법 제8조 2항(직무 관련 금품 요구·약속 금지)에 저촉될 소지가 있으며, 제23조에 따라 해당 금액의 2배에서 5배에 이르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등에는 언론사 임직원이 포함된다.


얼굴 드러내지 않는 방송, 정천수·김정기 공통점


열린공감TV 방송에서 정천수씨와 김정기씨는 공통적으로 얼굴을 화면에 드러내지 않은 채 진행을 해 왔다. 정씨는 과거 진행자에게 "검찰을 비판하는 방송을 해야 하는데, 얼굴을 드러내면 예전에 거래하던 검찰 측 인사들에게 미안하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정씨가 검찰을 상대로 홍보 디자인 대행업을 해 왔다는 것이 그의 과거 해명이다. 일반적인 시사·탐사 방송에서 얼굴을 가리는 쪽은 신변이 걱정되는 제보자이지, 취재와 진행을 맡은 기자나 진행자가 아니다.


▲제보자에게 금품 요구중인 김정기 기자(좌) 열린공감TV에 진성 기자로 출연한 김정기(중) 과거 열린공감TV 출연중인 정천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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