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이태원 참사 명단 공개 "재난보도 원칙 지켰다"...과거 참사 때는 당연했던 실명 보도, 왜 지금은 논란인가
같은 날 공개된 이세창 생일파티 의혹..."7월 20일 음력 생일"
시민언론 민들레와 더탐사가 11월 14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언론과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명단 공개를 두고 일각에서는 유족 동의 없는 개인정보 침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과거 대형 참사에서는 사망자 명단 공개가 재난보도의 기본 원칙이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같은 날 방송에서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세창 씨의 생일이 문제의 그날인 7월 20일이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과거 참사에선 당연했던 명단 공개, 이번엔 왜 논란인가
더탐사는 이날 방송에서 과거 재난 참사 당시 언론 보도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때 소방당국이 사망자 명단을 발표했고, 언론들은 이를 그대로 보도했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1999년 화성 씨랜드 참사,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중앙일보는 삼풍백화점 사고 사망자와 부상자의 이름, 나이, 성별, 안치 병원까지 상세히 보도했다.
재난 당국이 사망자 신원을 확인해 발표하고, 언론이 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이 재난보도의 기본 원칙이었다. 유족들이 어느 병원에 시신이 안치됐는지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이태원 참사 이틀 뒤인 10월 30일 희생자들의 실명과 사진, 사연까지 보도했지만, 국내 언론은 2주가 지나도록 침묵을 지켰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 74조, "명단 정보 공유해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74조는 재난 관련 정보의 공동 이용을 명시하고 있다. 중앙대책본부장이나 지역대책본부장은 생명·신체 피해를 입은 사람의 정보를 관계기관과 법인, 단체, 개인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 요청받은 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따라야 한다.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이 제공 대상이다.
방송심의규정도 재난보도에서 사망자·실종자 명단을 우선적으로 보도해야 할 중요 정보로 규정한다. 다만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로 단정하거나 시청자를 오인하게 해서는 안 되며, 피해 가족이 사실을 알기 전에 인적 사항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참사 발생 2주가 지나 유족들이 충분히 통보받았다고 판단한 시점에서의 명단 공개는 이 원칙에 부합한다는 해석이다.
전국언론노조는 논평을 내고 "재난보도준칙 11조, 18조, 19조를 모두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준칙 11조는 "공식 발표가 늦어지면 자체 취재 내용을 보도하되 정확성을 검증하라"고 규정하고, 18조는 "상세한 신상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을 뿐 명단 공개 자체를 금지하지 않았다. 19조 역시 "공익 목적의 경우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살아있는 개인'의 정보만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며, 대법원 판례도 사망자의 이름만으로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사망자의 이름에 주소, 주민등록번호, 사진 등 추가 정보가 결합될 때만 보호 대상이 된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명단 기반 추모미사 집전
민들레가 공개한 명단을 토대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호명하는 추모미사를 집전했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최초로 알렸던 사제단이 다시 한번 진실 규명의 선봉에 선 것이다. 민주당 유족 간담회에서도 "명단 공개에 반대가 없었고, 희생자들이 국민 속에 기억되길 바란다"는 유족들의 의견이 전해졌다.
반면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먼저 나설 일이 아니라 유가족 결정이 먼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사진·영상 유포 처벌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친야 매체가 국민적 비극을 이용하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강진구·유시민의 친민주 매체"라는 프레임으로 명단 공개를 비난했다. 더탐사 측은 명단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명단 공개에 도움을 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세창 "7월 19~20일 공백"...실제로는 생일파티 시즌
명단 공개와 함께 이날 방송에서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한 새로운 증거도 공개됐다. 핵심 인물인 이세창 씨는 10월 26일 더탐사와의 통화에서 "7월 19일과 20일 일정이 핸드폰 캘린더에 공백으로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 첼리스트의 추가 녹취에는 이세창의 생일파티 관련 내용이 담겨 있었다. 첼리스트는 7월 21일 새벽 4시 남자친구와의 통화에서 "이세창 생일 축하 연주를 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세창은 자신의 생일을 "음력 6월 22일"이라고 밝혔는데, 이를 양력으로 환산하면 정확히 7월 20일이다. 첼리스트는 7월 20일 새벽까지 한 곳에서 연주했고, 그날 저녁 다시 나가 이세창 생일파티에서 연주한 뒤 21일 새벽에 귀가했다. 통화 내용에는 김한길이 생일파티에 참석했다는 언급도 나왔다. 남자친구가 "김한길 할아버지 왔어?"라고 묻자 첼리스트는 "윤석열 오른팔"이라고 설명했다.
더탐사는 김한길에게 "7월 20일 여의도 이세창 생일파티에 참석했느냐"는 문자를 보냈지만, 김한길은 메시지를 읽고도 답변하지 않았다. 이세창의 측근 유승관도 언론 기자들에게 "7월 19일 첼리스트와 지인들이 생일파티를 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7월 19~20일 이틀간 이세창의 생일 축하 모임이 이어졌던 셈이다.
통화기록 vs 경찰조사, 엇갈린 이세창 동선
이세창은 TV조선 보도를 통해 7월 19일 통화 위치기록을 제시하며 "청담동 근처에 간 적 없다"고 주장했다. 통화기록상 그는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영등포구 여의도동, 영등포동, 문래동, 등촌동에서 통화했고, 20일 아침 7시에도 등촌동에서 통화가 포착됐다. 자정부터 새벽 3시까지는 통화 기록이 없었다.
하지만 국민일보는 "경찰이 청담동 주점을 특정해 방문 조사했으며, 주점 관계자와 동석자 진술을 종합하면 이세창이 지인들과 청담동 주점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경찰도 "청담동 방문 사실 자체는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이세창의 통화기록은 '영등포·등촌동'을 가리키지만, 경찰 조사는 '청담동 방문'을 시사하는 상황이다.

통화기록만 놓고 보면 7월 19일 저녁 8시 26분부터 밤 11시 30분 사이 청담동으로 이동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통화 간격이 30분에서 1시간 이내로 촘촘하기 때문이다. 합리적으로 해석하면 핸드폰은 영등포·등촌동에 있었고, 이세창의 몸은 청담동에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세창은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할 수 없다"며 "배터리 방전 때문에 블랙박스를 빼고 다닌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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