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김두겸 울산시, 간판뿐인 업체에 수의계약 14억
김두겸 전 시장 당선 뒤 신생·간판뿐인 업체 계약 폭증…김상욱 당선인 "회계팀 몰아주기 구조 재검토"
S엔터테인먼트, 간판뿐인 사무실로 울산시와 118건 14억원 계약
브이컴퍼니, 김두겸 당선 전 0건…당선 뒤 79건 12억원으로 폭증
회계과 "서류로만 판단" 방어 속 김상욱 당선인 구조개혁 예고
울산시가 사무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업체와 수십억원대 수의계약을 맺어온 정황이 확인됐다. 간판 하나만 내건 한 업체는 본청과 구·군에서 118건, 14억원어치 일감을 따냈다. 이런 계약은 대부분 김두겸 전 울산시장 당선을 기점으로 한꺼번에 늘었다. 뉴탐사 취재진이 현장을 직접 찾아 확인한 내용이다. 김상욱 신임 울산시장 당선인은 이 구조를 손보겠다고 예고했지만, 공무원들은 위법한 게 없다며 맞서고 있다.
당선 전 2건이 당선 뒤 47건으로
먼저 S엔터테인먼트라는 업체다. 울산의 한 건물에 자리한 이 회사를 직접 찾아갔다. 출입문에는 회사 간판이라기보다 광고판에 가까운 표지가 붙어 있었다. 안은 거의 비어 있었고, 낡은 현수막 몇 장만 보였다. 같은 공간은 '퀸즈 해나'라는 헤어·문신 업체가 함께 쓰고 있었다. 이 업체가 울산시와 맺은 수의계약은 본청과 구·군을 합쳐 118건, 14억원 규모였다.
계약 시점을 따지면 흐름이 또렷하다. 김두겸 전 시장 당선 전 본청 계약은 2건뿐이었다. 당선 뒤에는 47건으로 불었다. 본청에서만 7억6000만원, 남구에서 57건 5억5000만원어치 계약이 몰렸다. 행사 대행을 한다는 회사치고 사무실에 사업 흔적이 거의 없었다.
0건이던 회사가 12억
브이컴퍼니라는 업체는 더 가파르다. 김두겸 전 시장 당선 전 울산시와 맺은 계약은 한 건도 없었다. 당선 뒤 본청과 구청을 합쳐 79건, 12억원으로 불어났다. 본청 계약만 보면 0건에서 60건, 11억원으로 늘었다. 취재진이 등록된 주소 세 곳을 돌았지만 영업 중인 사무실은 찾기 어려웠다. 한 곳은 간판도 없이 문이 잠겨 있었고, 우편물이 석 달째 쌓여 있었다.
이 업체 대표를 두고는 김두겸 전 시장과 가깝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대표는 김 전 시장 측근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기획사에 몸담았던 아나운서 출신이라고 한다. 이 기획사 대표가 행사를 앞둔 단체들에 전화를 걸어 "우리 기획사를 쓰면 시장님이 좋아한다"고 영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브이컴퍼니는 김 전 시장 당선 이후에 세워진 신생 업체다.
게이트로 막힌 청사
취재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 울산시청 본청은 출입증을 찍어야 열리는 게이트로 막혀 있었다. 미리 전화로 담당자와 약속을 잡지 않으면 안내데스크에서 발길이 묶였다. 안내데스크 직원은 이 게이트가 시장이 바뀐 3년쯤 전에 생겼다고 했다. 앞서 찾아간 전남도청은 신분증과 출입증을 바꿔 들여보냈고, 국회도 이렇게까지 닫혀 있지는 않았다.
"행정은 서류로 판단한다"
이런 계약을 총괄하는 곳은 울산시 회계과 계약팀이다. 이 팀은 김두겸 전 시장 당선 뒤 새로 생겼다. 각 부서가 따로 하던 수의계약을 한 부서로 모은 것이다. 취재진이 만난 계약팀장은 업체 실체를 묻는 질문에 선을 그었다. "이게 행정이지 않습니까. 그거는 반드시 서류로 판단을 해야죠"라고 했다. 현장을 일일이 확인할 법적 의무는 없다는 답이었다.
간판만 있는 업체가 10억원대 계약을 따낸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아직까지 페이퍼컴퍼니라고 단정 짓지는 못합니다"라고 답했다. 액수가 너무 크지 않냐는 물음에는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을 보셔야죠"라고 했다. 감사관실 직원도 비슷한 태도였다. 위법·부당한 사항만 들여다본다고 했고, 들어온 민원 대부분은 악성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문제는 1인 수의계약에 하도급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점이다. 행사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빌려 쓸 수는 있어도, 하도급을 주려면 발주기관에 서면으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브이컴퍼니의 계약 내역에는 하도급 신청 자료가 비어 있었다. 등록 주소가 세 곳이어서 계약 통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하청의 그늘도 드러났다. 한 행사 하청업체 대표는 원청에서 이중계약서를 요구받았다고 제보했다. "계약한 금액보다 펌핑을 해서 이중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겠냐"는 요구였다. 행사가 이미 끝난 뒤에 들어온 제안이었다. 그는 거부했고, 이후 일감이 끊겼다고 했다. 앞서 취재진이 들여다본 전남 영암군 사례는 결이 달랐다. 그곳 업체는 실제 행사를 진행하는 회사를 끼고 하청 구조를 갖췄고, 물품을 쌓아둔 창고도 있었다.
김상욱 "몰아주기 구조부터 손본다"
김상욱 당선인은 지난 16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꺼냈다. 이 보고는 김상욱TV로 생중계됐다. 그는 수의계약을 회계팀 한 곳에 몰아주는 방식부터 바꾸겠다고 했다. "회계팀으로 모으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속성에도 반하고 전문성에도 반하고 또 특정인의 입김이 개입할 우려도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대신 상시 감시 제도와 함께, 시민이나 경쟁업체가 불이익 없이 제보할 창구를 만들겠다고 했다. 비리가 생기면 경쟁업체가 가장 먼저 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함과 청렴함을 지키는 것도 시민들의 참여가 있어야 가능한 거거든요"라고 그는 덧붙였다. 같은 자리에서 뉴탐사가 보도한 웨일즈코브 골프장 인허가 의혹도 짚었다.
공직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울산의 한 언론 보도에서 공무원들은 "공직사회 사기가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으로 울산시 공직사회 전체가 부정부패와 비리로 척결 대상이 된 것 같아 아쉽다"는 말도 나왔다. 노조 측은 "수의계약을 따내기 위한 뇌물·향응 접대나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부정·비리로 규정해 척결하겠다는 것은 무리수일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김 당선인은 여소야대 시의회와 국장급 절반이 바뀌는 대규모 인사를 동시에 안고 출발한다. 울산시는 6월 22일부터 7월 3일까지 사전조사, 7월 20일부터 31일까지 본감사로 이어지는 정부 합동감사도 앞두고 있다.
빗장 거는 다른 지자체
수의계약 몰아주기는 울산만의 일이 아니다. 다른 지자체는 빗장을 거는 추세다. 서울시는 한 업체와의 연속 계약을 5회에서 4회로 줄였다. 경기도는 동일 업체 3회로 제한한다. 부산시는 5회 이상 계약한 업체 현황을 누리집에 공개한다. 광주시는 동일 업체 연속 계약을 제한하고, 경남은 시·군 단위로 수의계약 총량제를 시행한다. 울산시는 이런 장치 없이 회계팀 한 곳이 계약을 도맡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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