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남원시 보조금 비리 고발한 시의원, "과도한 자료 요구"로 중징계…민주당 공천 개혁 의지 시험대

지역 토호들 철밥통 깨려던 이숙자 의원, 당원권 정지 6개월…운봉 애향회 관계자가 징계 청원

2026-01-20 09:05:52

남원시의회에서 최경식 시장과 지역 토호들의 보조금 비리를 집요하게 파헤쳐온 이숙자 시의원이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징계 사유는 "과도한 자료 요구"와 "권한을 벗어난 개인정보 요청"이었다. 그러나 뉴탐사 취재 결과, 이 징계의 배후에는 오랫동안 남원시 보조금을 독점해온 지역 토호 세력이 있었다. 정청래 대표가 "클린 선거"와 "암행 감찰단"을 내세우며 공천 개혁을 강조하는 가운데, 정작 부패를 고발하는 의원이 역으로 징계당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전국 최하위 보조금 관리 등급, 남원시의 민낯


남원시는 보조금 부정수급 관련 전국 지자체 종합 평가에서 5등급(최하위)을 받았다. 세 개 평가 부문 모두에서 최하 등급을 기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숙자 의원은 시의원이 된 이후 약 4년간 남원시의 보조금 집행 문제를 끈질기게 추적해왔다.


이숙자 의원이 문제 삼았던 대표적 사례는 두 가지다. 하나는 '동편제 마을'이라는 영농조합법인에 12년간 53억 원의 보조금이 지급된 사안이다. 이 법인은 농촌 체험시설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시 소유의 건축물을 사유화하여 제3자에게 임대하면서, 일반 음식점과 숙박업을 무허가로 운영하며 8억 4천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더 심각한 것은 법인 대표가 남원이 아닌 전주에 거주하면서 영농조합법인 자격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지리산 허브밸리 내 눈꽃 썰매장 운영 문제다. 남원시 공유시설인 이곳을 '운봉 애향회'라는 사단법인이 운영하면서 1인당 8천 원씩 입장료를 받아 연간 2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그런데 시설 사용료로 남원시에 납부한 금액은 고작 230만 원 수준이었다. 특히, 남원시 세외수입에서 지급한 사용처 공개를 거부하고 회계자료 공개 요청에도 운봉 애향회는 응하지 않았다.


"과도한 자료 요구"가 징계 사유라고?


이숙자 의원은 5분 자유발언과 시정질의를 통해 이런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지적했다. 그러자 윤지홍 4선 의원(원내 대표)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운봉 애향회 전 회장(이장단)과 동편제 마을 관계자들이 전북 도당에 징계를 청원했다. 2024년 5월, 전북도당은 이숙자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을 결정했다.


징계 결정문에 적힌 사유는 이렇다. "기초의원 신분으로 민간 법인의 자료 및 개인 정보를 요구하고, 해당 시민들에 대한 과도한 시정 조치를 요구했으며, 민간법인의 대표자 간의 관계를 알아오라고 지시하는 등 의원의 직무 범위를 벗어났다."

▲이숙자 의원 당원 자격 정지 6개월 심판결정문(2024.5.13)


그러나 이숙자 의원이 요구한 자료의 실체는 무엇이었나. 영농조합법인 임원들의 주민등록 초본 제출 요청은 대표가 실제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지, 즉 영농조합법인 자격을 갖췄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 대표와 전 대표의 관계 파악 요청은 보조금 부정수급으로 문제가 된 전 대표가 명의만 바꿔 여전히 법인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이숙자 의원의 문제 제기 이후 동편제 마을 사안은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로 송치됐다. 2025년 1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시정 조치 통보까지 나왔고, 2026년 1월 7일 대검찰청 반부패부에 이첩된 사항으로 이 의원의 지적이 정당했다는 방증이다.


윤지홍 4선 의원, 제보해놓고 "내가 언제?" 거짓말 탄로


이숙자 의원 징계 과정에서 뒤에서 배후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핵심 인물이 있다. 남원시의회 윤지홍 4선 의원이자 현 원내대표다. 윤지홍 의원은 동편제 마을 영농조합법인이 자리한 지역구를 두고 있다. 처음에 윤지홍 의원은 이숙자 의원에게 적극적으로 자기가 알고 있는 영농조합법인의 비리를 파보라고 권했고, 직접 제보까지 했다.


그런데 이숙자 의원이 동편제 마을뿐 아니라 윤지홍 의원이 비호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눈썰매장의 보조금 문제까지 건드리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때부터 윤지홍 의원은 이숙자 의원을 경계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숙자 의원에 대한 징계에 뒤에서 힘을 실어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윤지홍 의원이 자신의 제보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윤지홍 의원을 만나 "영농조합법인 운영비 관련해서 오인숙씨 건은 의원님께서 제보해주신 거 아니냐"고 묻자, 윤지홍 의원은 "언제 내가 제보를 해요? 제보한 근거를 얘기하세요"라고 잡아뗐다.


그러나 윤지홍 의원이 이숙자 의원에게 동편제 마을 영농조합법인의 오인숙씨를 파보라고 직접 제보한 통화 녹취가 입수됐다. 녹취에서 윤지홍 의원은 "원래 대표자가 오인숙"이라며 법인 대표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현재 대표자가 누구로 변경됐는지, 왜 변경됐는지 등을 이숙자 의원에게 알려주며 "동편제 마을 한번 찾아보면 나올 텐데, 신문에도 나왔어"라고까지 말했다.

▲남원시의회 윤지홍 의원이 이숙자 의원에게 자신의 지역구 문제를 제보하는 통화(2022.11.21)


결국 동편제 마을은 윤지홍 의원의 지역구에 있는 영농조합법인이었고, 윤지홍 의원은 자기 눈밖에 난 이 법인에 대해 직접 문제를 제기하기는 부담스러우니 비례대표인 이숙자 의원에게 슬쩍 제보를 건넨 것이다. 이숙자 의원은 윤지홍 의원의 권유를 충실히 따라 파고들었고, 실제로 문제를 확인해 지적했다. 동편제 마을 영농조합법인은 결국 경찰에 고발돼 8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 문제로 기소까지 이뤄졌다. 얼마 전 국민권익위에서 시정 명령도 떨어졌다.


그런데 이숙자 의원이 윤지홍 의원이 비호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 눈썰매장 보조금 비리까지 건드리자, 운봉 일대를 중심으로 이숙자 의원에 대한 징계 청원 운동이 일었다. 여기에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희승 의원까지 가담하고, 윤지홍 의원도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으로 의심받는다. 지금 윤지홍 의원은 지역 내에서 이숙자 의원에게 영농조합법인에 대해 파보라거나 제보한 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통화 녹취는 그 말이 거짓이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4선 의원의 압박 "그걸 왜 해?"


이숙자 의원을 향한 압박은 징계 청원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2023년 1월, 운봉 지역구 4선 의원인 윤지홍 시의원이 초선 이숙자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남원시의회 윤지홍 의원이 이숙자 의원에게 자료요청 자제를 요구하는 통화(2023.1.6)

"그걸 왜 해? 그거를." 눈꽃 썰매장 관련 자료 요청에 대한 윤 의원의 첫마디였다. "단체에서 자꾸 불만이 생기고 뭐라고 하잖아. 나한테 전화가 왔네." 이숙자 의원이 "시민들이 알고 싶어 하니까 우리는 그 답변을 알아서 답변해 줄 의무도 있잖아요"라고 반박하자, 윤 의원은 "단체들 대상으로 그런 것은 좀 부담스럽지 않냐"고 압박했다.


윤지홍 의원은 운봉읍 출신으로 4선 시의원이자 남원시의회 전 의장이다. 운봉 지역에서 이장, 새마을금고 부사장, 라이온스클럽 회장 등을 역임한 지역 유지다. 그가 운봉 애향회 관계자들과 어떤 관계인지는 그의 이력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박희승 의원은 절대 공천 못 줄 거야"


뉴탐사 취재팀은 이숙자 의원 징계를 청원했다고 밝힌 인물을 직접 만났다. 운봉 애향회 전 회장이자 현재 새마을금고 운봉지역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장OO이다. 그는 윤지홍 의원과 고향 친구 사이다.


그는 취재진 앞에서 스스럼없이 말했다. "내가 열 받아 가지고 도당 찾아올라가 가지고" 라며 자신이 직접 도당을 방문해 압박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단순히 방문에 그치지 않았다. 한병도 당시 전북 도당 위원장에게 직접 편지까지 보냈다고 밝혔다. "한병도 (위원장) 보좌관에게 전화해서 '이거 꼭 줘라'고 해서 두 군데로 편지를 보냈다"고 과시했다. 그는 편지에 "시의원이 비례대표 주제에 우리 지역 후배 의원들도 있는데 와서 별 시비를 다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공천 주면 박희승 의원에게 욕할 것"… 도 넘은 위세


장 전 회장의 발언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쥐락펴락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숙자 의원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힌 장OO 운봉애향회 전 회장(2026.1.5)


취재진이 "이번 징계로 이숙자 의원이 공천받기는 어렵겠다"고 묻자, 장 전 회장은 "공천 주면 내가 박희승 의원(남원·임실·순창)한테 욕을 할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가 "박희승 의원도 잘 아시냐"고 묻자 그는 "훤히 다 알고 있다. 내가 이야기를 직접 만나서 했고, 진짜 공천 주면 욕을 할 것"이라며 국회의원조차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지역 토호 세력이 지방 의회를 넘어 중앙 정치권의 공천 과정에까지 압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언이다.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할 피감 기관 출신 인사가 감시자인 의원의 징계를 사주하고, 공천권자에게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이 남원시의 현주소다.


장 전 회장의 자신감 뒤에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다. 그는 운봉 지역 4선 의원이자 전반기 의장을 지낸 윤지홍 의원과 "오랜 친구 사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역 토호-다선 의원-도당'으로 이어지는 카르텔이 작동하여 정당한 의정 활동을 한 초선 의원을 징계라는 족쇄로 채운 셈이다.


한병도 원내대표 "설마, 자료 요구했다고 징계를?"


뉴탐사는 한병도 현 원내대표에게 이 사안을 전했다. 한 대표는 당시 전북 도당 위원장을 지냈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


▲이숙자 의원 징계 당시 전북도당위원장인 한병도 현 원내대표와 통화(2026.1.19)


"자료를 요구한 걸로 징계가 됐을까?" 한 대표는 의아해했다. "내가 아주 자세한 내용까지는, 디테일한 내용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나도 한번 확인을 해봐야 되겠네." 징계 청원자가 운봉 애향회라는 보조금 수령 단체라는 점, 질의 전에 운봉 애향회 출신 시의원이 이숙자 의원에게 "질의를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압박했다는 점을 전하자 한 대표는 확인을 약속했다.


"도당 쪽에다가 한번 확인을 해볼게요." 한 대표의 답변이다. 정청래 대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클린 선거'를 강조하며 암행 감찰단까지 띄운 마당에, 부패를 고발하는 의원이 오히려 징계당하는 사례가 방치돼서는 안 된다.


정청래 암행 감찰단,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청래 대표는 최근 "클린 선거 암행어사단"을 발족하며 공천 비리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윤리심판원 심판을 기다리기보다 당대표 직권으로 비상 징계를 즉시 하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숙자 의원 사례는 이런 시스템이 오히려 역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 토호들이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고발자를 거꾸로 징계 청원하고, 당의 시스템이 이를 그대로 수용하는 구조라면 어떤 의원이 부패를 고발하겠는가.


문제의 본질은 신속한 징계가 아니다. 공정하고 정확한 사실 확인이다. 이숙자 의원이 요구한 자료가 정말 과도했는지, 징계 청원자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누가 확인했는가. 징계 과정에서 취재 기자나 관련 증인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남원판 춘향전, 변학도는 누구인가


남원은 춘향전의 고장이다. 탐관오리 변학도와 암행어사 이도령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최경식 남원시장은 취임 전부터 학력 위조 의혹으로 선거법 위반 기소를 당했고, 재임 중에도 인사 비리 혐의로 전북경찰청에 소환 조사를 받았다.'


남원시는 보조금 관리 전국 최하위 등급이다. 모노레일 사업 실패로 600억 원대 손실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을 징계하고, 문제의 당사자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현대판 변학도는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민주당은 암행어사 편에 설 것인가, 변학도 편에 설 것인가.


이숙자 의원은 남원시자원봉사센터, 장애인협회, 남원농협, 행안부 등으로부터 수차례 감사패를 받는 등 의정 대상만도 10회 이상 수상한 인물이다. 수십 년간 사회봉사 활동을 해왔고, 시의원이 된 뒤에도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시민들의 제보를 확인했다. 지방자치의 존재 이유는 주민을 위한 감시와 견제다.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의원이 징계를 받고, 보조금을 독점해온 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민주당 중앙당은 이 사안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 억울한 징계가 확인된다면 구제 조치가 뒤따라야 하고, 잘못된 징계 청원을 주도한 이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정청래 대표가 말하는 '클린 선거'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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